[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0)

[아즈마]
“…….”
오늘도 알람 없이 깨어났다.
어젯밤, 배가 차자 바로 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적당히 피곤해서 그런건지,
질 좋은 수면을 취한 듯 머리도 몸도 개운했다.
일단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쥐자, 화면에 7시 10분이라는 표시가 떠있었다.

[아즈마]
“10시에 집합이랬는데… 너무 일찍 일어났잖아.”
어젯밤 혼고 씨가 했던 말을 자기 전부터 내내 신경 쓰고 있어서 그랬던 건지, 금방 생각났다.
앞머리에 찔려 가벼운 이마를 긁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즈마]
“아침 햇살에 눈이 다 시리네….”
오늘은 과연 배가 올까나?
다시 자려고 하면 잘 수야 있지만, 배가 오는지 보기 위해 부두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아즈마]
“일어날까….”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아깝고. 집합 시간까지 바깥을 어정거려 보자.

[혼고]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전 10시.
어젯밤 혼고 씨의 부탁을 듣고 광장에 집합한 전원을 맞이한 것은, 혼고 씨의 무거운 목소리였다.
나는 지칠 때까지 부두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결국 배가 오지 않자 집합 시간까지 숲을 어슬렁거렸다.
제각기 아침 인사로 답하고 있는 와중, 혼고 씨는 좀처럼 다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듯 했다.

마츠다는 복잡한 얼굴, 미츠기 녀석은 평소 그대로.

시마다 씨는 카메라에 몰두하고 있고, 타카라는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껌이라도 씹고 있는 모양이다.
4인조 중 1명은 팔짱을 낀 채, 금방이라도 혼고 씨에게 덤벼들 듯한 표정이었다.

[혼고]
“다들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원래라면 엇그제 아침에 추가 식재료를 전달하러 왔어야할 배가 오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헤어남]
“그래서? 오늘은?

그 즉시 날아드는 날카로운 질문에, 혼고 씨가 숨을 삼킨다.
다들 군침을 삼켜가며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혼고]
“…오늘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 한마디 말에 극도로 팽팽해져 있던 긴장의 실이 끊겼다.

[스포츠 헤어남]
“정말이야…?!”
[아즈마]
“어라라….”
술렁임 속에서 마츠다가 바로 질문했다.

[마츠다]
“본사에서 연락은?”
[혼고]
“…….”

[혼고]
“여러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여행 안내인로서 심히 괴로운 일입니다만, 이것은 긴급 사태입니다.”
[혼고]
“어쨌든 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본사와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불편을 끼쳐 드리게 되었으나, 부디 그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혼고 씨의 목소리가 사그라든 다음에도, 주위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아즈마]
“연락… 안 돼?”
[혼고]
“어떻게든 해보고자
이것저것 손을 써보고는 있습니다만….”

[미츠기]
“무선기 상태는?”
[혼고]
“작동은 하고 있습니다. 허나 전파를 수신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송신도 불가능한 불가능 하고요….
고장난걸지도 모릅니다.”

[스포츠 헤어남]
“이건 범죄 아냐?!”
4인조 중 제일 성미가 급할 거 같은 인상의 남자가, 혼고 씨에게 따졌다.
아아~ 언제 폭팔하나 싶었는데, 마침내 터진 모양이다.

그보다 이거 전혀 남일이 아닌데.
본사와 연락이 안 된다니.
어쩌지.
아직 현실감이 별로 없다.

[스포츠 헤어남]
“연락이 안 돼? 대체 뭐하는 거야?
당신은 가이드잖아. 이럴 때를 대비해 메뉴얼 정돈 있을 거 아냐!”
[혼고]
“죄송합니다. 허나 진정하세요! 긴급 지시에 따라—”
[금색 바가지 머리남]
“그보다 배가 안 오는 건, 정말 위험한 거 아냐?
밥은 어떻게 할 거야?
혹시라도 죽으면 어떻게 책임져 줄 건데?”
당장이라도 혼고 씨의 멱살을 잡으려 드는 남자를, 마츠다가 가로 막았다.

[마츠다]
“다들 진정하죠.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침착하게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다퉈봤자 좋은 생각은 안 나올 겁니다.”
[스포츠 헤어남]
“쳇….”
남자는 마츠다한테도 뭔가 말하려 했으나, 혀를 찬 다음 담담히 물러났다.

[미츠기]
“일단은 식사와 물이겠군.”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냉정한 목소리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미츠기는 개의치 않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미츠기]
“불평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우선 순위를 확실히 해두자구.”
[미츠기]
“배가 언제 오든 준비해서 곤란할 건 없어. 만약 부족해진 다음엔 이미 늦으니까.”
아까까지 분노하고 있던 4인조도
방금 그 말로 냉정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입을 다물고서, 그 뒷말을 기다렸다.

[마츠다]
“그거에 대해 제안할 게 있는데….
모두의 냉장고에 남아있는 음식을 한곳에 모아, 배급제로 하는 건 어때?”
[아즈마]
“응, 응.”
[마츠다]
“전원 평등하게 분배하면 불공평하지도 않을 테고.”

[마츠다]
“어제 혼고 씨와도 상담한 다음,
만의 하나의 사태가 생길 경우엔 그걸로 가기로 했는데.”
[안경남]
“아, 과연…. 그거 좋은 생각일지도.”

[혼고]
“네, 맞습니다.
그 편이 남아있는 양을 파악하기도 쉽고요.”
[혼고]
“그럼 관리는 제가——”
그런 혼고 씨의 말을 마츠다가 가로 막았다.

[마츠다]
“아니, 혼고 씨는 가이드로서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일단 회사랑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노력한다든가.”
[마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어? 어쨌든 긴급 사태잖아.”
[혼고]
“그렇…… 네요.”

[혼고]
“그래서 식량 관리는 다른 분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미츠기]
“마츠다 네가 하면 되는 거 아냐?”

[마츠다]
“응…? 나?”
[미츠기]
“네가 제일 책임감 강해 보여.”
[타카라]
“나도 그게 좋은 거 같아. 성실한데다, 만약의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을 거 같고.”

[아즈마]
“맞아.
먼저 배급제로 하자고 한 것도 마츠다잖아.”
[아즈마]
“역시 나도 마츠다가 좋다고 생각해.”
마츠다는 한번 전원을 둘러본 다음,
곤란한 듯 4인조 쪽도 바라보았다.

[마츠다]
“당신들 생각은…?”
[스포츠 헤어남]
…”그래도 상관 없어.”
[스포츠 헤어남]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 역시 당신이 그런 남자란 건 지금까지 봐와서 잘 알고 있으니까.”
[스포츠 헤어남]
“나도 당신이 믿음직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응’이나, ‘그렇지’ 등등.
4인조도 마츠다를 지지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다]
“…….”
[시마다]
“그럼 여러분, 그런 느낌으로 괜찮겠죠?”
이의 없음~하고 기운찬 목소리로 대답한 것은 타카라와 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각기 생각거리가 있는 듯, 침묵으로 찬성했다.

[마츠다]
“알겠어…. 내가 맡을게.”
[마츠다]
“그럼 지금 당장 식량을 한데 모으고 싶은데.
방에 남아 있는 음식들을 전부 여기로 가져다 주지 않겠어?”
[마츠다]
“개인적으로 가져온 간식이나 음료도
전부 포함하고 싶으니, 미안하지만 같이 갖고 와줘.”
‘네~’나, ‘옙’하고 제각기 대답하는 와중, 마츠다는 혼고 씨를 돌아 보았다.

[마츠다]
“아, 혼고 씨. 질문이 있는데
전기 계통은 지금 어떤 상태야?
냉장고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혼고]
“그거라면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마다]
“…발전기도 언제까지 가동할려나….”
시마다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불길한 소리를 했다. 어깨를 으쓱인 마츠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마츠다]
“OK. 일단 음식들을 한군데로 모으자.
혼고 씨 방에 있는 냉장고를 갖고 와주겠어?”
[혼고]
“알겠습니다.”

[시마다]
“옮기는 걸 돕겠습니다.
제 냉장고도 써주세요.”
[혼고]
“시마다 씨…, 정말 고맙습니다.”

[마츠다]
“좋아.… 그럼 각자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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