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2)

 

 

더보기

 


제각기 준비를 끝마치고, 광장에 모여 출발한지 약 1시간.

폐허에 다시 들어선 우리들을 탁한 바람이 맞이해주었다.



[혼고]
“왠지… 기분 나쁜 장소로군요. 생생하다고 해야하나….”

혼고 씨가 무너져 내리는 처마에 걸려 있는 옷가지의 잔해 같은 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타카라]
“맞아. 폐허? 폐촌? 아무래도 좋지만,
이런 장소에 생활감이 남아있는 건 꽤 무섭다고 생각해.”


[아즈마]
“그보다 혼고 씨는 여기 처음 와보지?”


[혼고]
“……네, 그렇습니다.”

 




[시마다]
“나는 여기 꽤 좋아하는데. 방치되어버린 것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덧없어.
오늘도 촬영에 힘이 들어갈 거 같군.”


[마츠다]
“시마다 씨…. 촬영도 좋지만, 수색도 착실히 해주세요.”


[시마다]
“…하핫. 미안, 미안. 그 부분이라면 괜찮아.
그럼 어느 집부터 뒤질까? 아니면 실외? 나눠서 찾는 게 더 빠르겠지?”



[미츠기]
“상당히 노후화된 건물뿐이니까 위험도 많으니 전부 같이 행동하는게 좋아.”


[미츠기]
“……그렇군. 저게 좋겠어. 제일 안쪽에 있는 가장 큰 집.”

 

 

미츠기가 안쪽 중앙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

 

 


[미츠기]
“위치적으로 봐도
그럭저럭 권력이 있던 녀석들이 살았던 건물일 거야.
단순하게 물량이 많을 거 같으니, 노릴만하다고 생각해.”




미츠기의 제안을 따라 향한 그 집 입구 앞에는 반쯤 열려 방치되어 있는 으리으리한 문이 있었다.
썩어서 엉망진창이라 그런지 박력이 굉장했다. 유령의 집 같다.

마츠다와 혼고 씨를 선두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날아다니는 수수께끼의 벌레들을 손으로 쫓아내면서,
우거진 정원수 아래를 넘어 등장한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나는 미츠기가 전해 말했던 폐허 수색의 기본, ‘닫혀 있는 문은 열지 않는다’는 룰을 떠올렸다.

 


[아즈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열면 안 되잖아?”


줄 중간에 있었기 때문에, 몸을 반쯤 젖혀 선두 쪽에 물었다.

뒤돌아 본 것은 줄 2번째에 있던 미츠기였다.



[미츠기]
“조심해서 열면 돼. 지금 상황에서 그런 소릴 하고 있을 순 없잖아. 비상사태야.”


[아즈마]
“…아, 그래?”


[혼고]
“애초에 문이 잠겨있지 않아야 될 텐데….”

살며시 손잡이를 뒤튼 혼고 씨의 손목은, 어느 장소에서 굳었다.

 



[아즈마]
“잠겼어?”


[혼고]
“…녹이 슨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읏차.”


[혼고]
“…열렸군요,”

비틀어 여는 듯한 둔한 소리와 함께, 문손잡이와 문 사이로 틈이 생겼다.

그대로 문을 열어, 입구가 새카만 입을 쩍 벌린 그 순간.


[마츠다]
“큭…….”


[혼고]
“우….”

마츠다는 우뚝 멈춰섰고,
혼고 씨는 몸을 뒤로 젖히며 코를 막았다.


[미츠기]
“……윽. 쿨럭….”

미츠기는 싫은 듯 등을 돌렸다.



[아즈마]
“응? 무슨 일이야?”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후위조차, 슥 줄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시간차로 발치를 핥듯이 기어 올라오는 바람을 통해,
후위에 있던 우리 셋 역시 동시에 이유를 깨달았다.



[아즈마]
“읏…….”

냄새.
뭐야, 여기. 엄청 악취가 심하다.

나는 와그작 얼굴을 찌푸렸다.


[시마다]
“우와, 굉장하네. 강렬해.”

시마다 씨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눈을 둥그렇게 떴고, 타카라는 양손으로 코를 막은 채 몸을 웅크렸다.

혼고 씨는 뜻을 굳힌 듯 문을 크게 열었다. 언발에 오줌 누기겠지만, 적어도 환기라도 하려고 했던 거겠지.

 

 


[아즈마]
“…….”



미지의 공간을 아연히 바라보던 우리 전원이, 지금 막 이 안으로 들어가야할지 말지 망설였다.

그치만, 진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먼지와 곰팡이 냄새, 물건이 썩는 듯한 냄새가 뒤섞인… 그런 냄새가 났다.

타카라는 눈짓으로 ‘그만 돌아가자’하고 호소하는 기분이고, 시마다 씨도 웃는 얼굴 뒤로 ‘그만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그런 망설임의 순간이 지난 다음, 안쪽으로 얼굴을 밀어 넣은 것은 마츠다였다.

 


[마츠다]
“아……. 냄새는 이제 별로 안나.
방금 그걸로 꽤 환기가 된 걸지도.”


[혼고]
“정말입니까? 다행이다…. 코가 삐뚤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마츠다]
“고여있던 공기가 위험했던 것뿐일지도. 곰팡이나 먼지가.”



[아즈마]
“뭐?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심한 냄새가 나?”


[마츠다]
“글쎄? 몇 년이나 닫혀 있었으니 별수 없지 않겠어?”



[아즈마]
“그런가…….”





[마츠다]
“음…. 냄새가 조금 남아있는 정도야.
폐허니까 냄새 같은 걸 신경 쓰면 끝이 없어.
이제 그만 들어가 보자.”



[타카라]
“우……, 알겠어.”


[마츠다]
“뭐가 얼마나 썩었는지 모르니까, 머리 위랑 발치 조심해.
그리고 뭔가 모르는 건 함부로 만지지 말고. 약해서 바로 망가질지도 몰라.”




[마츠다]
“실례합니다….”



[아즈마]
“실례함다….”


[미츠기]
“긴장감이라곤 티끌 만치도 없군.”


[아즈마]
“시끄러워.”

안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는 집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장롱은 쓰러져 있고, 테이블은 뒤집어져 있고, 창문이랑 화병이 깨져있다.




요컨데 엉망진창이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계단은 나무 박스로 길이 막힌 상태고, 바닥은 원래의 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바랬고, 집 구석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즈마]
“아, 지네다.”

버섯이 자라나 있는 토방에는 오렌지와 검정색 줄무늬를 지닌 벌레가 스슥 발치를 스쳐 지나가며 달아났다.



[미츠기]
“으앗….”


[아즈마]
“후훗.”

미츠기 쪽으로 간 모양이다.

놀라기는. 지네, 굿 잡.

계단도 썩었을지 모르니까 윗층으로 가는 건 삼가고, 우선 1층을 나눠 찾기로 했으나… 내가 발견한 것은 그물 정도였다.

 


가구들은 갖춰져 있지만, 쓸덴 없다.
달리 모은 것은 쇠로 만들어진 걸로 보이는 커다란 냄배, 로프나 이빨이 나간 도끼, 삼베 주머니 같은 것.
먹을 만한 것은 당연 보이지 않았으나, 미츠기는 의외로 만족스러워 보였다.

나로선 죄다 뭐에 쓰는 걸까… 의문스러운 것들 뿐이었지만.
그때, 응접실 같은 장소를 살피던 시마다 씨가 소리를 냈다.



[시마다]
“다들 잠깐만 모여 봐. 책이 있어, 마을의 기록 같은 건가 봐.”



[아즈마]
“헤에, 마을의  기록.”

한데 모인 모두의 앞에, 한 권의 낡은 책이 놓여졌다.


 


[시마다]
“보아하니 시판되는 책은 아닌 거 같아.”

슥하는 플래쉬 빛 아래, 시마다 씨가 신중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툭하고 페이지 끝자락이 흘러 떨어지는 걸 보니, 상당히 오래된 거 같았다.


[미츠기]
“마모가 너무 심해서 읽기 힘들군.”

책을 들여다 본 미츠기가 유감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아즈마]
“한자나 히라가나 같은 게 보이는데, 달필이네.”


[시마다]
“탈출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네.”


[미츠기]
“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적혀 있을 지도 몰라. 읽을 수 있다면 말이지.”



[아즈마]
“섬을 파악해서 뭐 어쩌려고?”


[미츠기]
“그러니까 네가 바보라는 거야….”



[아즈마]
“…….”

욱했지만, 미츠기는 미츠기 나름 생각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이상 괜한 소린 하지 않았다.



[미츠기]
“이거, 갖고 가서 해석해 보고 싶은데. 신경 쓰이는 게 있어.”



[혼고]
“상관 없습니다.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미츠기]
“고마워.”


[시마다]
“비슷한 책이라면 저쪽 방에도 잔뜩 있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마츠다가 짝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마츠다]
“좋아. 그럼 다음 건물로 간다. 조금만 더 둘러본 다음 일단 돌아가자.”



[아즈마]
“엉? 벌써 돌아가?
탐험은 지금부터 아냐?”


[마츠다]
“저기 말이야. 이건 장난이 아니라구.
식량 찾기를 그 사람들한테만 맡겨두는 것도 미안하잖아?”


[아즈마]
“그건 그렇긴 한데….”



[타카라]
“아즈마는 역시 위기감이 없네.”

그렇게 타카라가 기가 막히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돌아온 것은 점심 시간 전이었다.

그 후로 다른 민가나, 창고 같은 데를 돌아다녔으나, 발견한 것은 변변찮은 것들 뿐.
다들 녹슬거나 노후화된 게 많았다.

뭔가 쓸만한 것들도 그럭저럭 남아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오늘 수색은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즈마]
“그래서? 이후의 예정은?”

창고에 물품을 수납하고 있던 마츠다가 ‘흠’하고 고개를 비틀었다.




[마츠다]
“그 사람들은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군. 그럼 우리도 식량조에 합류하기로 하고….
아, 그리고 물을 만들어 두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시마다]
“저수조에 물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여분이 있어서 나쁠 건 없지.”


[아즈마]
“그러고 보니 시마다 씨, 바닷물로 어떻게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어?”

 


생각해보니 아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듣지 못했다. 다들, 작업을 중단하고 흥미 진진한 듯 귀를 기울였다.



[시마다]
“응? 딱히 어려운 건 아냐.
바닷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모으면 끝.”


[혼고]
“과연…. 소금은 냄비에 남겠죠.”


[미츠기]
“꽤 시간이 걸릴 거 같군.”


[시마다]
“응. 게다가 오래 보관할 수 없어.
그러니까 강에서 물을 뜨거나, 빗물을 모으는 등, 달리 조달할 방법이 필요할 거야.”


[시마다]
“뭐더라…. 강은 수생생물 종류에 따라 끓이면 마실 수 있는 물과, 아닌 물로 나뉜 다고 들었는데.”

[아즈마]
“헤에….”





[시마다]
“그게, 음…. 일단 가재가 있는 강을 발견하면 최고라고 들었어. 가재가 사는 물은 그대로 마셔도 된다고 해.
 찾은 사람 있으면 꼭 가르쳐줘.”


[시마다]
“그리고… 잠자리 유충이나 달팽이, 장구벌레였나? 뭐, 어때.
기본적으로 깨끗한 물은 대개 마실 수 있으니까, 그걸 기준 삼아줘.”


[아즈마]
“굉장한걸, 시마다 씨. 서바이벌 가능한 남자! 멋져!”



[시마다]
“아하핫. 아즈마 군은 태평하네.”

이번엔 시마다 씨한테까지 태평하단 소릴 들었다.





[마츠다]
“그럼 이번엔 물 수색, 만들기 조와, 식량 조달반으로 나뉘는 걸로 하자.”


[마츠다]
“나는 산나물을 캐러 갈 생각이야.
혼고 씨는 회사와 연락하는 거 부탁할게.”



[혼고]
“네, 알겠습니다.”



[아즈마]
“음… 그럼 나는… 음…….”

고민한다.
난 뭘 해야 하지?



[미츠기]
“나는 남아서 마실 물을 만들도록 하지. 끓이면 되는 거지?
그럼 간단해. 물을 끓이면서 갖고온 책을 해독할래.”



[시마다]
“그럼 나는 강을 찾으러 갈게. 물고기가 사는 강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누구 같이 갈 사람?”



[타카라]
“아. 나 가고 싶어~”


다들 제각기 자기가 할 일을 정한 모양이었다.

 

 

▶ 산나물을 캔다

▶ 마실 물을 만든다

▶ 낚시를 한다

 

 

 

Posted by 11124314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