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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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읏차…. 갖고 왔어. 상자 째로 여기 놔두면 돼?”


[마츠다]
“어. 만약 상하는 게 있으면 거기에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줘.”


[아즈마]
“응.”

마츠다의 로그 하우스 안에는 이미 냉장고가 3개나 늘어서 있었다.

 

 



모두가 음식이 들어간 상자나 비닐 봉투를 들고 오가는 와중,
마츠다가 재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시마다]
“꽤 모였네. 나는 쌀이 좀 남아 있어. 거의 손을 안 댔거든.”



[마츠다]
“그거 고맙군. 일단은 주식이 있어야지. 그럼 쌀은 이쪽에.”

 

 



[타카라]
“…미안, 난 별로 남은 게 없어….
방에 있는 걸 전부 모아오긴 했는데….”



[마츠다]
“응? ——오, 정말이네.
너 꽤 먹보구나.”


[타카라]
“응…, 미안.”

타카라가 미안한 듯 어깨를 축 떨궜다.


[아즈마]
“아니, 별수 없지. 성장기잖아. 사과할 거 없어.”


[타카라]
“응…….”

 



일단 달래긴 했지만, 타카라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윽고 4인조도 먹을 걸 갖고 왔으나,
다들 남은 건 얼마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미츠기]
“어이…. 들고, 왔어….”


쿠웅하는 소리를 내며 일그러진 골판지 박스가 놓여졌다.

 


[아즈마]
“뭐, 뭐야. 엄청 무거워 보이네.”



그보다 거의 안 줄었잖아, 이거.
뭘 먹고 산 거야?

마츠다도 조금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미츠기]
“잘 먹는 편도 아니고, 애초에 만들기도 귀찮아서….

그 대신컵라면 같은 즉석 식품은 거의 안 남았어.”


[아즈마]
“게으른 녀석.”


[미츠기]
“마음대로 떠들어.”

[아즈마]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질 적인 거 아냐?”

[미츠기]
“아앙?”


[혼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몫은 이게 전부입니다.”


혼고 씨의 등장으로 험악해지려던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혼고]
“비축된 식량이 조금 있어서, 그것도 갖고 왔습니다.”



[혼고]
“하지만 역시 썩 괜찮은 양은 아니었습니다.”

[마츠다]
“아니, 아니. 물론하지. 그럼 통조림이나 건빵은 그 쪽 박스에 넣어줘.
 그리고 난 이쪽.”

마츠다는 자신의 박스에서 각각의 재료를 수납 장소에 넣은 다음, 내가 갖고 온 박스를 들여다 보았다.

 


[마츠다]
“우와…. 너 진짜 편식 심하다. 야채만 남았잖아.
 그리고 과자나, 술이 좀 많군….”


[아즈마]
“야, 야채도 중요하잖아!”


[미츠기]
“그러다 일찍 죽는다.”


[아즈마]
“별로 언제 죽어도 상관 없는걸 뭐.”

[미츠기]
“뭐?”



툭 튀어나온 말에 미츠기가 반응했으나, 모른 척 화제를 돌렸다.

[아즈마]
“어쨌든 이럴 줄 알았으면 아끼면서 먹었을 거라구….
다들 그랬겠지만.”


[미츠기]
“…….”

[마츠다]
“미안, 미안. 불평할 생각은 없었어. 간식 거리까지 믿고 맡겨줘서 고마워.”



마츠다는 웃으며 내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으나, 그 후엔 다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마츠다]
“흠, 어때? 이게 전부인게 맞나?”


전원이 제각기 긍정했다.

 

 


[마츠다]
“과연….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야할려나.”


전혀 펴지지 않는 마츠다의 표정에 시마다 씨가 확인하듯 말을 걸었다.


[시마다]
“…무슨 문제 있어?”


[마츠다]
“어. 제대로 재본 건 아니니까, 정확하겐 말할 수 없지만.”



[마츠다]
“조금 전에 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줄여서
하루에 한끼를 먹는다고 해도… 4일 정도야.”

[시마다]
“하루에 한 끼로 4일이라….”


다들 충격을 받은 건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아플 정도로 침묵이 찾아왔다.

 

 


실제로 나도 놀랐다.


지금은 회사와 연락이 안 돼도
오늘, 내일이든 배가 올 수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계속 안 올 경우, 우리의 목숨은 4일밖에 보장할 수 없다.

물만 있으면 1주일은 살 수 있다든데, 그게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혼고]
“큭….”



특히 혼고 씨의 표정은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로 비통했다.


책임감을 느끼는 거겠지.

 


[아즈마]
“…….”


혼고 씨 때문이 아닌 건 알지만,
뭔가 말을 걸기 힘들었다.



[마츠다]
“…일단 상당히 절박한 사태야.
기본적으로 평소엔 식량을 모으거나, 마실 물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는게 좋겠어.”


[미츠기]
“저수조에 물이 얼마나 남아있는진 모르겠지만, 식량을 추가할 때 물도 보급되다고 했지?”

[미츠기]
“얼마나 많이 넣었는진 몰라도, 결국엔 보급이 필요해질 정도밖에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아즈마]
“그렇구나…. 그럼 물도 찾아야겠네.”

[스포츠 헤어남]
“강이나 호수를 찾아야 하는 건가?”

[시마다]
“그렇긴 한데, 끓여서 마실 수 있는 물은 꽤 한정적이야.
구분하는 것도 힘들고.”


[시마다]
“빗물을 모으는 게 제일 빠르긴 한데,
여기 온 이후로 비가 내린 적 없으니….”


[시마다]
“뭐… 그때가면 설명하겠지만, 바닷물이 이만큼 많으니 바닷물을 쓰는 게 좋겠네.”



[타카라]
“응? 바닷물을 마실 수 있어?”

[시마다]
“응. 방법은 있어.”

[아즈마]
“시마다 씨는 그런 거 잘 알아?”

[시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잖아?
이것저것 공부했어. 기억나는 건 별로 안 없지만.”


[미츠기]
흐응…?


[금색 바가지 머리남]
“먹을 걸 모은다는 건 즉 물고기를 잡거나, 산나물을 캔단 건가…?”

 


[마츠다]
“그래. 먹을 만한 거라면 뭐든 좋아.
독이 든 건 조심하라고 하고 싶지만….”

[마츠다]
“그런 건 판단하기 힘들 테니
지금은 일단 뭐든 좋으니 채집해줘.
할말은 이것뿐.”


[마츠다]
“난 조금 정도는 구분 가능해.
전적으로 믿기엔 좀 그렇지만, 일단 구분은 내가 할게.”



[혼고]
“저도 돕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혼고]
“…창고에 있는 건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거 말고도 도구라면 제쪽에서
다소 준비한게 있으니 말씀해주세요.”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정리되어 어느 정도 분위기가 차분해졌을 때,
4인조중 한 사람이 참지 못한 듯 불만을 터트렸다.

 



[스포츠 헤어남]
“젠장…. 그냥 여행을 즐기러 온 것 뿐인데…. 망했어.”

[안경남]
“너무 그러지 마…. 배가 올 지도 모르잖아.”

[스포츠 헤어남]
“안 올 가능성도 있잖아. 젠장. 여행 같은 거 관둘 걸.”

그 한마디에 불길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그보다 다들 같은 기분이겠지만.


다들 열심히 애써 외면했던 것을 끄집어 낸것 같은 기분이라, 울적해졌다.

 


[아즈마]
“…….”



힐끗 그 녀석의 얼굴을 곁눈질했으마,
섣불리 말을 꺼내면 일이 성가셔 질 거 같으니, 입을 다물었다.


그런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마츠다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마츠다]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마츠다]
“당신들도 그래도 상관 없겠지?”



차분한 목소리가 4인조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시큰거리고 있던 스포츠헤어남은
열을 식히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확인한 마츠다가
식량 수집 방침 같은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무턱대고 찾으라고 하면
막연할 뿐이겠지.



[마츠다]
“같은 장소를 같이 수색하는 건 피하고 싶어.
사전에 담당 구역을 정해놓거나, 뭘 찾으니 나눠 찾아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미츠기]
“그 전에, 한마디 해도 될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미츠기에게 시선이 몰렸다.


마츠다가 뭐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미츠기]
“식량 모으기엔 동의해.
하지만 그 전에, 여기 있는 폐허에 들리고 싶은데.”


[미츠기]
“오랫동안 방치되었지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 지도 모르고,
쓸만한 게 없을지 찾아보고 싶어.”

 



[타카라]
“아, 좋은 생각. 일단 찾아보는 건 좋을 거 같아.
좋아. 가자, 가자.”


[아즈마]
“일용품이나 생활 필수품?
그런 걸 찾는단 소리야?”


[미츠기]
“바보냐, 넌…?
일용품이라면 로그 하우스 안에 있잖아.”


[아즈마]
“우….”



[미츠기]
“내가 찾으려 하는 건 쓸만한 뭔가야.”

[미츠기]
“식량 발견은 절망적이겠지만,
그거 말고 잡동사니든 뭐든 좋아.
도움이 될 것 같다면.”


[미츠기]
“여차할 땐 고무 보트가 있다지만, 그건 고작 4명이 한계잖아?”

[미츠기]
“그런 빈약한 보트, 언제 뒤집어질지 몰라.”

[아즈마]
“그건… 그렇지.”



맞다.

보트를 타 본 적 없는 자조차, 그런 걸로 바다를 넘을 수 있을지 의심할 정도다.

[미츠기]
“그럼 자력으로 배를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할 거 아냐?”

[마츠다]
“……확실히.”



마츠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마츠다]
“솔직히 나는 이대로 구조도 연락도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아즈마]
“…구조.”


그 한마디가 지금 상황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거 같아서, 등줄기가 조금 싸늘해졌다.


보아하니, 4인조도 뭔가 복잡한 얼굴로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마츠다]
“하지만 그건 너무 낙관적이였던 걸지도.
뭔가 일이 있어서 구조하러 못 올 가능성도 있지.”


[시마다]
“휴대 전화가 권외니….
GPS는 권라도 쓸 수 있지만, 구조를 청하려 해도 경도나 위도를 전달할 수단이 없어.”


[시마다]
“애초에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해져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지.”



[아즈마]
“여행 회사 직원들은 몰라도?”


[혼고]
“…….”



[타카라]
“……모르는 이상, 구조는 기대할 수 없단 건가.”


[미츠기]
“여행 기간은 5박 6박.”

[미츠기]
“ 7일 째가 되어도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기는 녀석들은 생기겠지.”


7~8일 째에 전부 확실해 진다는 건가?
구조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아즈마]
“뒷일이 확실하지 않는 이상, 일단 그때까진 현상 유지인 거 맞아?”

[타카라]
“맞긴 한데… 아즈마는 태평하구나.”

 


[아즈마]
“…….”



타카라는 때때로 날카로운 소리를 하는 구나.
본토로 돌아 가고 싶지 않다든가, 현실감이 별로 없는 것도 들통 났을 지도.


[아즈마]
“아니, 아니…. 위기감이라면 확실히 느끼고 있지…. 일단은.”

[시마다]
“뭐, 아직 5일째잖아? 앞으로 배가 올 지도 모르니까, 너무 불안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미츠기]
“그건 그렇지. 다만 나는 위기 대비를 확실히 해두고 싶은 성미라서 말이야.”

[미츠기]
“그러니까, 폐허 쪽에 뭔가 쓸만한 게 없는지 가볼 생각이야.”

[마츠다]
“좋아. 그럼 식량조랑 폐허조로 나누자.”


[마츠다]
“달리 폐허로 가고 싶은 녀석?”


[혼고]
“저도 가겠습니다. 식량 쪽 일을 돕는 건 어려울 거 같아서요.”


[타카라]
“나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폐허에 가보고 싶어.”

[시마다]
“나도 폐허로 할래.”

[타카라]
“저기, 아즈마도 폐허로 갈 거지?”

[아즈마]
“…응? 응.”


미츠기 녀석이 함께인건 마음에 들지 않으나, 비교적 친한 녀석들은 전부 폐허로 가는 모양이니까.


[아즈마]
“응. 그럼 나도 폐허 수색에 참가할게.”


[마츠다]
“너희들은 어쩔래?




마츠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4인조에게 물었다.


[금색 바가지 머리남]
“……우린 안 가.”

[금색 바가지 머리남]
“전부 같은 행동을 취할 필욘 없잖아?
조금 전에 마츠다 씨도, 같은 장소를 살피는 건
피하고 싶다고 했고.”


[안경남]
“동감이야. 당신들은 폐허 쪽으로 갈 거지? 그럼 우리는 식량을 찾으러 갔다 올게.”

[마츠다]
“OK. 모쪼록 조심해.”


[안경남]
“어. 너무 멀리가지 않도록 조심할게.”


타카라가 짝하고 손뼉을 쳤다.


[마츠다]
“좋아. 그럼 일단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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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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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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