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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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에 맞춰서 쌀을 씻고 있는 저 등은… 타카라네. 저 녀석도 결국 돕고 있구나.


식기 꺼내기랑 카레 만들기라면, 역시 카레 만들기지.

애초에 요리하는 것은 싫어하지도 않고.
메인 요리를 만들었다는 공적이 있다면, 가슴을 펼 수 있잖아. 왠지 모르게.


그렇기 때문에, 카레 냄비로 다가간다.

재료를 써는 데 써서 그런가.
공원 같은 데에 있는 작은 수도꼭지 옆에 의자를 놓고, 마츠다는 거기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뒤에서 슥 뭐하는지 들여다보면서 말을 걸었다.


[아즈마]
“여어, 카레 만드느라 수고 많아.”

 



마츠다도 인기척을 눈치채고 있었던 듯, 접근해도 딱히 놀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츠다]
“여어, 도우러 왔어? 일손은 충분한데.”

여어, 하고 편히 인사하는 것처럼
과도를 든 손을 가볍게 든다.


왼손에는 반쯤 깎인 감자를 쥐고 있었다.


[아즈마]
“응. 애초에 다른 일이 없어.
원래 바캉스하러 온 거잖아. 청소 도구조차 없다구.”

 




[아즈마]
“그래서 이쪽 일을 도우려고. 카레라면 나도 만들 수 있거든.”

그렇게 말하자, 가까이에 있던 마츠다가 눈을 크게 떴다.



[마츠다]
“너, 요리도 할 줄 알아?”


[아즈마]
“……엄청 의외란 표정이네.”


[마츠다]
“아, 아니, 아니. 미안. 생활력 없을 거 같았거든.”


그야말로 떳떳하게 사과한다.

어딜 봐서 그런 생각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넘겨들을 수 없는 말이군.



[아즈마]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너야말로 카레 말고 뭔가 만들 수 있어?”


[마츠다]
“컵라면…?”


[아즈마]
“그건 요리가 아니잖아.”

 



내가 몸을 떼자, 마츠다도 감자 껍질 벗기기를 재개했다.


제대로 요리한 적 없다고 하면서도
제법 칼을 잡는 모습이 각이 잡혀 있었다.

술술 벗겨지는 껍질이, 바로 아래에 놓여진 비닐 봉투에 쌓인다.

…각만 잡혀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솜씨도 좋다.



[아즈마]
“좋은 주부가 되겠네.”

가벼운 농담이었는데.



마츠다는 순간 뜸을 들이더니—



[마츠다]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어딘지 자조 기미로 그렇게 말했다.

식칼만이 다른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아즈마]
“……….”

 


뭔가 깊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물어 보는 건 문제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아즈마]
“어째서?”

옆자리에 웅크려 앉아, 볼에 쌓여 있는 당근을 손에 쥐자, 마츠다가 감자칼을 내밀었다.

 


그걸 건네 받을 때, 살짝 손과 손이 닿았다.

조금 저문 해가, 마츠다의 안구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마츠다]
“그게 더 마음 편하니까.
넌 모르겠지? 넌 외로움을 많이 탈 거 같으니까.”

[아즈마]
“……나도, 딱히 결혼 같은 건 안 바라는데.”


[마츠다]
“헤에. 여자는? 없어?”


[아즈마]
“없어. 있으면 좋겠지만, 만날 기회도 없고.
고백 받은 적도 없고, 돈도 없고.”


[마츠다]
“하하핫. 괴로운 인생이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과연.

결국 마츠다의 답변은, 내가 직감적으로 느꼈던 거 같은 불온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숨기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고.
당근을 높이 들어, 그 주황색 몸을 감자칼로 슥슥 깎았다.

 



[아즈마]
“여자 옷도 이런 식으로 슥하고 벗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브래지어니, 스타킹이니… 뭐시기 벨트니 뭐니…. 전사인가? 무장이 너무 많아.”



[마츠다]
“전사의 갑옷을 하나 씩 벗기는 그 느낌이 좋잖아?”


[아즈마]
“엉? 귀찮아.
마츠다 넌 성가신 거 좋아할 거 같긴 하지만.”

루를 투입할 때까지 그런 식으로 천박한 이야기를 계속했으니, 이 카레는 분명 에로한 맛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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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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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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