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 결전 당일, 이름 아침――

[미츠미네 유카리]
(너무 일찍 일어났네.
모두가 깨어날 때까지 뭐하지?)
[미츠미네 유카리]
(응? 창문 너머로 누군가 보여.
저건 혹시… 로버트 씨?)
[미츠미네 유카리]
(무슨 일이시지?
조금 기분 전화도 하고 싶으니, 나도 밖으로 나가볼까?)

[미츠미네 유카리]
로버트 씨, 좋은 아침입니다.

[로버트 가르시아]
응? 유카리 짱.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야?
[미츠미네 유카리]
왠지 잠이 깨서요.
그러는 로버트 씨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로버트 가르시아]
아, 나도 왠지 정신이 예민해져서.
가만 있을 수 없어서 몸을 좀 움직일까 했어.
[미츠미네 유카리]
그러셨군요.
트레이닝을 시작하려던 참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로버트 가르시아]
아냐, 아냐. 오히려 말 걸어줘서 다행이지.
기분을 전환하고 싶던 참이었거든.
[미츠미네 유카리]
(로버트 씨도 나랑 마찬가지로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셨던 거구나.
오키나와에 오고 나서, 마음 편한 일이 없었으니.)

[로버트 가르시아]
—응? 유카리 짱? 그거 어떻게 된 거야?
[미츠미네 유카리]
네? 뭐가요?
뭔가 이상한 데라도 있나요?

[로버트 가르시아]
신발끈.
그 스니커, 끈이 끊어졌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아, 이건 얼마 전에 끊어졌어요.
죄송합니다, 모처럼 로버트 씨가 사주신 신발인데.

[로버트 가르시아]
그런 건 상관없어.
나야말로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
[로버트 가르시아]
걷기 힘들었을 텐데.
뭐든 혼자 열심히 하는 건 알겠지만,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얼른 말해.
[미츠미네 유카리]
죄송합니다. 그저 매일이 바빠서,
이런 거에 소홀해졌네요.
[로버트 가르시아]
그만큼 유카리 짱한테 부담이 크다는 소리구나.

[로버트 가르시아]
보자.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잠깐 거기 앉아 봐.
[미츠미네 유카리]
음…, 이쪽 계단 말이죠?
[로버트 가르시아]
그래. 그리고 끊이 끊어진 발을 내밀어 줄래?

[로버트 가르시아]
잠깐만 기다려 봐.
일단 끊어진 신발끈을 풀게.
[미츠미네 유카리]
저기, 로버트 씨.
저, 예비 신발끈이 없는데….

[로버트 가르시아]
아, 필요 없어. 여기 대신할 게 있으니까.
[미츠미네 유카리]
네? 그 끈은…?

[로버트 가르시아]
이건 내 예비 머리끈.
이거라면 신발끈을 대신할 수 있을 거야.
[미츠미네 유카리]
네? 그건….
소중한 머리끈인데, 이런 데 쓰지 마세요.
[로버트 가르시아]
사양할 필요 없어. 전에도 말했잖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신발끈을 착실히 묶어서, 걷기 쉽게 해둬.
[미츠미네 유카리]
네, 고맙습니다…!

[미츠미네 유카리]
저기… 로버트 씨.
운명이란 역시, 절대로 도망칠 수 없는 걸까요?
[로버트 가르시아]
응? 갑자기 왜?
역시 이 여행이 괴로워졌어?

[미츠미네 유카리]
아뇨, 그렇진 않아요.
지금도 나기 씨를 막고 싶어요.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너무나 괴로운 운명에서 도망칠 수조차 없다니
그건 너무나 슬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츠미네 유카리]
(나미 씨를 잃고, 오로지 혼자 지상을 지켜보는 것이 나기 씨의 운명이라니….
그건 너무 괴로워….)

[로버트 가르시아]
그러게. 하지만 도저히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로버트 가르시아]
그렇기에 아무리 괴로워도,
운명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로버트 가르시아]
운명 너머에 있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지도 몰라.
하지만 운명은 거기에 이르는 과정까진 얽맬 수 없어.
[로버트 가르시아]
그렇기에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그것을 짊어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거고,
분명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

[미츠미네 유카리]
그 운명이 아무리 가혹해도요…?
[로버트 가르시아]
그래. 운명에 이끌린 결과가 아무리 괴롭다 하더라도,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반드시 있는 법이야.

[로버트 가르시아]
그러니까 나는 말이지,
그 과정을 즐기면 되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해.
[미츠미네 유카리]
과정을 즐겨요?
그건 어떤 건가요?

[로버트 가르시아]
음, 내 경우엔 도망치거나 망설이거나
빙 둘러가는 거라던가? 그런 게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

[로버트 가르시아]
잔뜩 도망치고, 망설이고 그러다가
그 끝에는 운명에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나 자신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르잖아?

[로버트 가르시아]
운명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동안,
나 자신을 바꿀 순 있다고 생각해.
[미츠미네 유카리]
(힘에 눈 뜬 이후로, 무섭기도 했고, 고민하기도 했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어….)
[미츠미네 유카리]
(나기 씨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아.
하지만 나기 씨도 뭔가가 달라지면 좋겠다….)

[로버트 가르시아]
뭐, 그렇게 헤메다가 마지막으론 강해질지 모른다곤 했지만
그런 건 분명 가시밭길이겠지.
[미츠미네 유카리]
설령 가시밭길일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멋진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미츠미네 유카리]
로버트 씨의 그런 진취적인 생각을 듣고 있자니,
굉장히 힘이 났어요.
[미츠미네 유카리]
(로버트 씨는 가문이나 자기 일로 고민하시곤 했지만
지금은 굉장히 밝은 표정이시구나.)

[로버트 가르시아]
하하, 고마워.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유카리 짱 덕분이야.

[로버트 가르시아]
유카리 짱이 내게 많은 영향을 줬어.
[미츠미네 유카리]
(조금이나마 로버트 씨의 힘이 되었을까?
그러면 기쁘겠네….)

[로버트 가르시아]
저기, 유카리 짱….
나는 네게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미츠미네 유카리]
네. 어떤 이야기신가요?

[로버트 가르시아]
그게 말이지….
이럴 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폐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미츠미네 유카리]
(응? 왜 그러시지?
말하기 힘든 일인가?)

[로버트 가르시아]
—앞으로도 줄곧 내 곁에 있어 주지 않을래?
[미츠미네 유카리]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