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루트 공통 루트입니다.
기분을 전환해,
평소엔 지나지 않는 길을 골라 나아가자
판적한 주택가에 이르렀다.
[츠유하] 여긴 조용하구나…….
습기 띈 정숙의 구석을 가르듯, 셔터 소리만이 울러퍼진다.
고요히 선 단지의 모습은, 조금 쓸쓸하다.
녹슨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다거나,
꽤나 오래전의 신문이 색바래 처마밑에 흩어져 있다거나.
전에는 어린애들이 뛰놀았겠지…….
단지 옆에 붙어있는 작은 공원에는
늙은 고양이가 햇살을 쬐고 있을 뿐이였다.
그것은 마치, 시간의 흐름에 뒤쳐진,
과거를 가둬담은, 외딴 섬처럼 보였다.
[츠유하] 빨랫감을 말리는 방도 전혀 없어.
사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걸까나…….
무기질하지만서도, 생활의 냄새는 조금 있다.
아직, 이 『외딴 섬』에도, 누군가가 살고 있는 거겠지.
어딘지 쓸쓸한 단지의 풍경을 찍으며,
나는 기이한 향수에 휩싸였다.
[츠유하] 왜 그리운 느낌이 나는 걸까.
전에 와 본적이 있는 걸까…….
[????] 오, 기둥의 상처! 아직도 있어!!
[????] 옛 생각 나는걸.
이 무렵엔 내 쪽이 더 컸었지.
뒤쳐진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나?
[키요하루] 중학교 3학년 때 여름 방학!
그날 여름 장난 아닌 성장기였지.
밤중에 뼈가 으득으득 거렸어.
[츠유하] 이 목소리……. 혹시나…….
단지 중앙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자,
커다란 나무 앞에서 키를 재보고 있는 키요하루와 소우시가 있었다.
[츠유하] 키요하루…, 소우시……?
뭐 해?
[소우시] 응? 어라……?
당신 왜 이런데에 있어?
[츠유하] 학교 과제용 사진을 찍고 있어.
[키요하루] 오, 왠지 본격적이네~.
[츠유하] 학교에서 지급 받은 거니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지만.
[츠유하] 그래서 두 사람은, 왠일로 여기에 있어?
[키요하루] 추억을 돌아보는 중이려나.
나, 동생이 태어나기 전엔 여기 살아서 말야.
옛날엔 꽤나 떠들썩한 곳이였는데.
[소우시] 뭐, 지금은 인적이 적으니까
당신은 혼자 안 오는게 좋아.
[츠유하] 응…. 밤이였으면 무서웠을지도.
하지만 이 정도로 조용한 풍경이 필요했어.
[소우시] 헤에.
사진을 전문으로 하고 있단 얘긴 키요하루한테 들었는데,
확실한 목적을 갖고 찍고 있구나.
[츠유하] …………….
소우시의 말에 뭐라 대답하면 좋을지 잠시 고만해 버려서,
묘한 틈이 생기고 만다.
[소우시] ……………?
[키요하루] 그러고보니 말야, 츠유하한테 얘기했었나?
타카오미도 이 근처에 살고 있었어.
[츠유하] 그래……?
소꿉친구, 였었지.
[키요하루] 나랑 쌍둥이들은 유아원부터 알고 지낸 악연같은걸로,
타카오미랑은 초등학교때부터 였지만.
[츠유하] 그렇구나…. 치아키는 아니랬지?
[소우시] 그 녀석은 타카오미가 고등학교 때 만든 친구.
그러다가, 우리들 쪽으로 끌어 들인거야.
[츠유하] 왠지 신기한 느낌이네.
여자 아이라면, 그런 관계나, 그룹 안에
들어가는걸 주저하고 그러는데.
[소우시] 신기해?
[츠유하] 아냐, 아무 것도.
하지만 그런 사람을,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니
왠지 부럽다……….
내게는 소꿉친구같은게 없으니까,
왠지 그런걸 좋겠다고 생각하고 만다.
[소우시] 우리 부모님도 아직 이혼하지 않았을 때니까,
료타가 있는 저 집에 나도 있고,
타카오미와 키요하루가 모여서…….
[소우시] 뭐…, 지금이랑 별 다른 것도 없나.
[소우시] 게다가 키요하루도 말했지만,
정말로 악연 같은 거야.
가끔 엄청 짜증나고 그랬거든.
[키요하루] 너어…….
그런 말 하면서, 날 보지마.
[소우시] 뭐어, 요는 익숙해지는 거지.
[키요하루] 하지만, 소우시는 이사를 가 버리지.
타카오미도 학교 기숙사니까
예전처럼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키요하루]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좀 섭섭하게 느껴질때가 있어.
[소우시] 뭐어…….
내 입장에서 보면
이 넷은 항상 사이가 좋고,
매일 같이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조금씩 각자의 생활이 어긋나가고,
그들 사이에도 서로 공유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 간 걸지도 모른다.
[키요하루] 이 사원 주택 근처에 공원 있잖아?
옛날엔 거기서 모두 같이 자주 놀았어.
[츠유하] 방금 근처를 지나갔었어.
옛날엔 어린애들이 잔뜩 놀았었구나.
지금은, 별로 인기척이 없어서
조용함만이 가득차 있지만.
[키요하루] 우리들의 비밀기지 같은 거야.
엄마가 저녁 먹자로 부르러 올 때까지 놀았어.
그리운듯 말하는 키요하루의 모습에,
소우시는 다소 어두운 미소를 짓는다.
[키요하루] 소우시. 네가 그런 얼굴 하지 말래두.
[츠유하] 무슨일…, 있어?
[키요하루] 동생이 태어나고 바로,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고 말았어.
뭐어…, 벌써 10년도 전의 일이지만.
[키요하루] 엄청 드센 어머니라서,
죽기 직전인대도 우는 얼굴은 짜증이고 필요 없다면서
[키요하루] 웃어 주면, 만족한다고.
그런 사람이였어…….
[키요하루] 슬퍼한다거나, 그런거 관두자고….
아빠랑 같이 정했었어.
[키요하루] 우리들이 즐거워 보이면,
분명 그걸 제일로 기뻐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웃는 키요하루의 웃음은,
평소와 다를바 없어서,
싸구려 위안의 말같은 건, 그에게 필요 없단 것을 깨달았다.
분명, 어머니가 없는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고 메꿔 오며,
그렇게 극복해 온 거겠지.
울기만 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자,
괜시리 더 그립게 느껴졌다.
………….
[츠유하] 나도……, 좀 더 듣고 싶어.
[키요하루] 에?
[츠유하] 키요하루의 얘기…, 모두의 이야기.
어린 시절 추억이라던가.
그런 당연한 기억들.
자신에게는 그런게 별로 없으니까,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들어 보고 싶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그 시간을 공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키요하루] ……………….
[츠유하] 키요하루?
입을 다물어 버리는 키요하루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서,
그리고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키요하루] 미안. 좀……. 생각난게 있어서.
뭐어, 그치만. 시시한 일들 밖에 얘기해 줄게 없는데?
[츠유하] 괜찮아, 그래도….
그런걸 듣고 싶어.
[키요하루] 그런가…….
[키요하루] 그 무렵의 나는…,
이 조그마한 아파트 단지가 전부였어.
그 세계만으로도 충만해 있었어.
추억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어딘지 쓸쓸해하듯, 옛날에 매달리는 듯….
키요하루는 시선을 내리 깐다.
[소우시] …………….
[키요하루] 츠유하도 함께 였더라면
좀 더 즐거웠을 텐데!
[키요하루] 그 무렵 만났더라면….
우리들, 친구였으려나?
[츠유하] 글쎄…….
어린 시절은 한 살차이도 꽤나 크니까….
하지만, 키요하루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했어.
[키요하루] 진짜? 진짜진짜?
[키요하루] 하지만, 응!
지금 친구가 될 수 있단 건, 분명 옛날에도…!
[소우시] 키요하루.
[소우시] 슬슬 돌아가자.
[키요하루] 에? 아직 괜찮잖아.
나, 조금만 더 츠유하랑 얘길ㅡ…
[소우시] 이제 곧 날이 저물거야.
저녁 식사 시간이라도 부르러 와줄 아주머니도, 이제 없어.
[소우시] 옛날 얘기같은거,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잖아.
[키요하루] 뭐야, 그 말투…….
[소우시] 이제 곧 시험이잖아?
같은 학년을 루프 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해야 할 일, 있잖아.
[키요하루]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뭐야?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드는 건데?!
[츠유하] 잠깐…. 둘 다 그만…….
갑자기 험악 무드가 되어버린 두 사람을 보며,
누굴 말려야할지 몰라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조차 못했다.
[키요하루] 미안…… 츠유하.
나, 이제 돌아갈래. 담에 봐.
[츠유하] 으, 응…….
키요하루는 가볍게 손을 들고서
우리들을 남기고 단지를 나가 버렸다.
[츠유하] …………….
[츠유하] 무슨일, 있었어……?
키요하루가 달려 가버린 방향을 눈으로 뒤쫓으며,
나는 시선을 돌리는 소우시에게 물었다.
아주 잠시, 뜸을 두더니…
그가 입을 연다.
[소우시] 미안. 시답잖은 싸움에 끌어 들여서.
[츠유하] 괜찮은데…. 소우시 답지 않았어.
왜 그런 식으로 말한 거야?
[소우시] 그 녀석은… 기억 못하겠지만….
그 시절의 키요하루는 엄청 거칠어서…….
[소우시] 확실히…, 그 녀석의 어머니의 성격은 어쨌든 밝고 명랑했어.
그 때문인지 키요하루도 어쨌든 웃기만 했었어.
[소우시] 그런 녀석이니까,
어머니의 말대로 되도록 웃으려고 했었어.
하지만,
[소우시] 아직 초등학생에 지나지 않은 애가,
어머니를 잃고, 쓸쓸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츠유하] …………….
[소우시] 그저…, 어머니를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웃기만 했던 그 녀석이였던지라…….
괜히 더……, 제어가 듣지 않았던 거겠지.
[츠유하] 제어…?
[소우시] 미안…. 지금건 말 실수야.
어쨌든 별로, 그 당시의 일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소우시] 키요하루는, 우리들 중에서도 제일로…
태양빛처럼…, 전력으로 앞을 향해 달리는게 어울리는 녀석이니까….
[소우시] 더 이상…….
옛날처럼 무리시키고 싶지 않아.
[츠유하] 소우시…….
[소우시] 뭐……, 삐지고 바로 잊어버리는 것도
저 녀석의 좋은 점이니까.
또 상대해 줘. 기뻐할거야.
[츠유하] 응……. 나도.
키요하루랑…, 그리고 소우시네랑 만날 땐 굉장히 즐거워.
그렇게 말하자, 소우시는 굉장히 부드럽게 미소 지어줘서…….
[소우시] 우리들도 돌아가자.
[츠유하] 응…….
평온한 푸른 하늘에서,
서서히 저녁놀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터벅 터벅 걷기 시작한다.
딱 한 번 뒤돌아 서, 단지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보다, 쓸쓸한 색이 더 짙어 보였다.
태양이, 저물어 버렸기 때문일까…….
키요하루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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