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2)
* 소우시 루트.
9월 8일
츠유하
[소우시] 츠유하……. 괜찮아?
흐릿한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소우시가 조심스레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츠유하] 아……, 미안. 조금 잠이 든 모양이야….
[료타] 기분은 어때? 걸을 수 있겠어?
[츠유하] 응. 이제……, 괜찮아.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방금 전보다 꽤나 기분이 차분해져 있었다.
[소우시] 미안하지만. 당장 여길 벗어 나야 겠어.
재촉 당하듯 산을 내려와,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을 즈음.
겨우 두 사람은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츠유하]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소우시] 당신…, 우리들의 대화. 듣고 있었어?
[츠유하] 미안……. 자고 있어서 못 들었어….
소우시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뭔가를 머뭇거린다.
[츠유하] 말하기 어려운 얘기라면 괜찮아.
그보다, 이 장소로 괜찮겠어?
조금 더 떨어지는게 좋지 않아?
그들이 급히 하산하고 싶어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치,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절박한 모양새였으니까,
역시 억지로 캐묻고 싶진 않았다.
[소우시] 아, 아아……. 아니. 여기면 괜찮아.
마침 15분 뒤에 버스도 올테고.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뒤,
조금 안도한 듯 숨을 내쉰다.
[료타] 츠유하. 앉아도 괜찮아.
[츠유하] 응. 고마워.
의자에 걸터 앉아, 재차 숨을 내쉬었다.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쫓겨 나는 것처럼 되돌아 왔다.
역시……, 이 땅에는 뭔가가 있는 걸까.
[소우시] 으랏챠.
피곤한 모양새의 소우시는,
두 손으로 좌우를 짚으며, 내 옆자리에 걸터 앉는다.
[료타] 소우시. 왠지 영감님 같아.
[소우시] 응……?
너도 자주 하는 소리잖아.
[소우시] 으랏챠챠 라던가.
[료타] 그렇게나 많이 말했어…?
[소우시] 했어했어.
[소우시] 당신은?
무심코 이런 소리 나오고 그런적 있지?
[츠유하] 새삼 듣고보니,
자연스럽게 나오지. 그런 소리.
[소우시] 그렇지…….
[소우시] 왠지 말야. 쬐끄마한 어린애들도
어기영차라던가, 으랏챠라던가 하잖아?
그런건 부모를 보고 흉내를 내는 거라구.
[료타] 아……, 그럴지도.
어린애들은 어른들의 말투를 자주 흉내내니까.
[소우시] 그렇게 자라오는 도중,
입버릇처럼 몸에 붙은 걸거야. 분명.
[료타] 과연. 심오한걸.
[츠유하] …………………….
[료타] 츠유하? 왜 그래?
아직 기분이 안 좋아?
[츠유하] 아, 그게 아니라…….
태평한 대화를 듣고 있자니
왠지 안심이 되서.
[츠유하] 방금전까지 왠지 굉장히 무서워서…….
확인하고 싶은데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츠유하] 이대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싶었는데….
맥이 빠졌어.
내 말에 소우시는 흠…, 하고 입가에 손가락을 댄다.
[소우시] 츠유하…….
무리하지 않아도 돼.
[츠유하] 에……?
[소우시] 무서우면, 이쪽.
좀 더 가까이 와도 좋아.
[츠유하] 소우시……?
[소우시] 운명이니 뭐니,
그런 진부한 대사를 토할 생각은 없지만.
[소우시] 이런 장소에서 다시 만나다니,
왠지 모르게 인연 같은게 느껴지지 않아?
서서히 다가오는 소우시의 존재에,
무심코 뒤로 물러나려 했다.
[소우시] 왜, 떨어지려고 해?
[소우시] 나는……,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은 것 뿐인데.
[츠유하] 소……, 우시….
저기, 조금…….
명백하게 즐거워 보이는 소우시의 표정이지만,
어떻게 흘려 넘겨야할지 곤란해진다.
도움을 청하듯, 입구에 선 료타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질렸다는 듯 크나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우시] 자, 괜찮대두.
아무도 안ㅡ…
[료타] 소우시.
[료타] 알면서 하는 짓이려나?
[소우시] 아니……. 모처럼의 재회인데
이대로 아무 것도 안 하다니.
남자로서 좀 문제다 싶어서 말야.
[료타] 저기 말야.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여자아이에게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될 일이 있잖아?
[료타] 너는 언제부터 그렇게 가벼운 남자가 된거야?
[료타] 아니면,
나 보라고 하는 짓일까?
[소우시] 그럼 말야…, 료타도 이쪽으로 오라구.
[료타] ………….
[소우시] 방금 말했잖아?
쌍둥이한테 끼여 있는 건 말야,
맛깔나는 시츄에이션이고.
[소우시] 당신도, 싫지만은 않지?
[츠유하] 료타…. 이런건 어떻게 대꾸하면 될까?
[료타] 소우시……?
적당히 하자.
[소우시] 아아……. 시시해라.
[츠유하] …………….
원래의 거리로 돌아가듯 고쳐 앉은 소우시는
명백하게 성가시다는 듯 시선을 돌린다.
[소우시] 료타는 대체, 왜 이렇게 농담이 안 통하는 걸까.
[료타] 농담의 정도에 대해 얘길 하는 거야.
츠유하가 싫어할지도 모르잖아?
[료타] 애당초 말이지, 소우시는 언제나
그 부분이 부족하단 말야.
[료타] 진심도 아닌 주제에,
바로 그렇게 굴면서 놀려 대니까.
[소우시] ……………….
[료타] 듣고 있어…, 소우시?
[소우시] 거야, 완벽히.
한 마디도 남김없이 전부~.
[소우시] 나도 말야…. 뭐 사춘기 남자아이란걸 빼놓고서라도
조금 과했다고 생각해.
[소우시] 앞으론 확실하게 대응할게.
그녀가 불쾌해하지 않도록.
[료타] 응! 소우시는 말야.
그런 스마트한 신사로 있는게
제일 인기 있을거라 생각해!
[소우시] 오케이, 오케이.
이 형을 믿어!
[츠유하] …………….
[소우시] 왜 그래…?
엄청 이상한 얼굴로.
[츠유하] 료타의 저 단순함은… 저래도 되는거야?
당신, 항상 그렇게 대처하며 얼머무리고 있는거지?
[소우시] 아…………….
[소우시] 료타는 저걸로 충분해.
단순한게 제일 다루기 쉽고, 편하고.
[츠유하] 형제로서…, 그래도 괜찮아?
농담이라고 생각했더니, 그렇지도 않은듯.
료타는 어디까지나 그것이, 기본인 모양이다.
소우시의 적당한 대응도 그렇지만,
별로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
[소우시] 괜찮아, 괜찮아.
료타의 개성이니까 말야.
[츠유하] 뭐어…….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료타] 둘 다…, 왜 그래?
살짝 목소리를 죽여 얘길 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료타에게,
왠지 모르게……, 미안해진다.
당신네 형…, 성격 별로 안 좋구나….라고 말해버리고 싶지만…….
이 두 사람은 이것이 딱 좋은걸지도 모른다.
[츠유하] 료타는……, 소우시를
형으로서 어떻게 생각해?
[료타] 에…, 어떻게냐니…….
[료타] 까불기 시작하면 성가시지만…,
머리도 좋고. 무슨 일이든 재주 좋게 처리하고.
존경하고 있어.
그렇게, 굉장히 순수한 눈으로 대답해 준다.
[츠유하] 소우시는…, 이 부분에
죄악감 같은거, 안 느껴…?
[소우시] 당신 말야…….
지금의 질문을 료타에게 하는 걸 보니,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네.
[츠유하] 그래……?
쾌락범이 아닌만큼, 낫다고 생각하는데.
[소우시] 아니아니…….
꽤나 멋진 성격이야, 정말.
이야길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시간은 꽤나 지나서
멀리서 차량이 지면을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우시] 버스는 아닌 것 같은데.
옆에 앉아 있던 소우시가 일어나,
버스 정류장 밖을 내다본다.
동시에, 밖에 나가 있던 료타가
작게 놀란 듯한 소리를 흘렸다.
[료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더니
그 안에서 남자가 나왔는데…….
혹시 이쪽으로 오는건가?
[츠유하] 남자……?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소우시의 뒤에서 고개를 내민다.
[츠유하] …………….
이대로 소우시의 등 뒤로 숨어 버리면 편했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
미간을 찌푸린,
어쨌든 언짢은 표정을 한 신 짱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신] 츠유하. 이걸로 만족했어?
[츠유하] 신 짱…….
[신] 일단, 타. 돌아가자.
소우시나 료타을 일절 바라보지도 않고,
신 짱은 차량을 턱짓한다.
나를 데리러왔단 걸 깨달은 료타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운다.
[료타] 아, 츠유하…….
[츠유하] 료타…, 소우시.
다시 만나서, 기뻤어….
기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공통된 체험을 한 사람들은
일종의 인연 같은 것이 생긴다고 하지만….
이번 경우엔
서로 관련해서는 안될 것같은 기분이 든다.
[츠유하] 잘 지내….
[료타] 또……, 만날 수 있지?
[츠유하] ………….
[소우시]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어.
[소우시] 우리들은 다시 이 땅을 찾게 될 거야.
한 번 뒤엉킨 것은,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아.
[소우시] 뭐…, 겁먹일 속셈은 아니지만
당신의 그것도 혼자 짊어지게 하진 않을테니까,
안심해.
그의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이 반점을 가리키고 있는 거겠지.
슬쩍 어깨에 손을 얹는다.
[신] …………….
[료타] 소우시? 무슨 소리야?
[소우시] 응? 나중에 얘기할게.
신 짱의 앞이라서 신경을 써 준걸까,
소우시는 웃는 얼굴로 그 질문을 흘러넘기고…
그리고 다시 나를 바라본다.
[소우시] 그쪽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줘.
[츠유하] 응…, 알겠어.
고마워.
그 뒤, 가벼운 인사를 나눈뒤
나는 신 짱이 타고온 차에 올라탔다.
차 한대가 지나가는게 고작인 길을 빠져나와
커다란 차도로 나갈때까지,
무심코 사이드 미러를 바라보고 만다.
작아져가는 소우시나 료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차 안에서, 신 짱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간에 잡힌 주름이 언짢음을 노골적으로 드려내고 있어서,
도저히 말을 걸 분위기도 아니였다.
자택 맨션까지 가는 동안,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밖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신] 그래서, 뭔가 할 말은?
[츠유하] 죄송합니다…….
[신] 사죄는 됐어…….
어차피 왜 내가 화를 내는 지도 모를테니까.
[츠유하] 그렇진ㅡ…
[신] 않다고?
단언할 수 있어?
[츠유하] 죄송합니다…….
위압적이고 차가운 말투인데도
신 짱의 표정은 화를 낸다기보단
슬퍼 보였다.
그것이, 제일로 괴롭다….
[신] 그건 뭐에 대한 사죄야?
[츠유하] 약속을 깨트린 것….
걱정을 끼친 것….
그 둘 다 미안…….
야주 약간의 침묵.
소파에 앉은 나와, 조금 거리를 두듯
테이블 사이드의 의자에 앉아
짜증스러운듯 담배에 불을 피우는 그.
내 앞에서는 좀처럼 담배를 피지 않으면서,
짜증이 날 때는 아무래도 손을 대고 마는 듯 하다.
[신] 적당히 말이지, 난 이 대화는 질렸어.
그래도 넌 참 질리지도 않네.
[츠유하] 말없이 나가버리는건…,
걱정을 끼친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끌어 들이고 싶지 않았어….
[신] 그건, 나에 대한 배려야?
감정이 없는 음색에, 신중히 말을 고른다.
[츠유하] 아냐……. 순전히…, 내 고집.
[츠유하] 내게는, 신 짱말곤 가족이 없으니까.
[츠유하] 그러니까, 걱정을 끼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스스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그것이 괜히 그를 상처 입히게 된단걸…,
사실은 알고 있다…….
무릎 위로, 두 손을 깍지 끼며,
거북한 기분을 얼머무린다.
[신] ………………….
[신] ……, 너 말야.
[츠유하] …………….
[신] 이제 됐어…….
알았어. 맘대로 해.
[신] 네게 가족이 나 밖에 없다는 건…….
[신] 내게도 마찬가지란 걸 알고서 한 말이겠지.
[츠유하] 그건…….
[신] 아아, 망할…….
울고 싶은건지 화를 내고 싶은건지 모르겠어.
난폭하게, 재털이에 담배를 비벼 끈다.
[신] 잠깐 나갔다 올게….
[츠유하] ……미안…….
신 짱이 왜 화를 내는건지도,
내 제멋대로의 행동이
그에게 얼마만큼 걱정을 끼치고 있는지도 전부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신 짱을 잃고 싶지 않다.
내게 남은, 최후의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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