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2)
* 소우시 루트.
[츠유하] …………….
9월 8일
츠유하
지방 역에서 전차로 몇 십분.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지만,
충분하리만큼 자연이 풍성한 풍경이 보인다.
거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탄다.
일단, 하루에 몇 번 정도는 다니는 모양이다.
버스 안에서 버스의 흔들림을 느끼며,
군데군데 설치된 정류장을 스쳐 지나간다.
조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무렵,
산길 도중, 잊혀진 것마냥 외따로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애초에, 주위에 민가 같은건 일절 없는데.
어째서 여기에 정거장이 있는 걸까.
그 날은 목소리의 부름에 이끌려
아무 생각없이 내렸다.
하지만 새삼 생각해보니,
지붕이 달려 있는 대합소도 있고,
남들이 이용한 흔적이 엿 보인다.
[???] 혹시……, 츠유하?
[???] 어라? 왜 당신이 여기에 있어?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돌아 보자,
그 때의 쌍둥이 소년이 서있었다.
[츠유하] 소우시……, 료타…?
[소우시] 아아. 혹시 당신도
다시 한 번 거길 가보려하는 별난 사람?
[료타] 소우시…. 그 말투 왠지 가시가 있지 않아?
[소우시] 아니~, 전혀.
그런 기분 나쁜 곳에 가보고 싶어하는
두 사람을 진귀하게 여기는 것 뿐이야.
그의 말을 듣자니,
이 장소에 가자고 말을 꺼낸 것은 료타인 모양이다.
[료타] 거야, 기분 나쁘긴 했지만…….
역시 신경 쓰이고….
[료타] 게다가…….
그렇게 말하며, 힐끔 이쪽을 바라본다.
[료타] 다행이다…. 또 만나서.
[츠유하] 에…….
[소우시] …………! 료타, 설마…….
[료타] 에?
[소우시] 그런가, 그런가.
내 동생 주제에 순진하기 짝이 없어서
어째야 하나 싶었는데.
[료타] 아, 잠깐만.
아냐. 그런게 아니래두.
[소우시] 뭐어, 쑥스러워할 거 없어.
그렇단 건…, 그런가…….
[소우시] 츠유하. 잠깐 안 들리는 척 해줄래?
여기서부턴 사나이들의ㅡ…
[료타] 소우시도 참. 아니라도 하잖아?
나는 딱히 그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ㅡ…
[소우시] 엣?! 완전 부정? 실례 아냐?
료타, 츠유하한테 사과하는게 좋을걸?
[료타] 에, 아…, 미안. 츠유하.
나, 그럴 생각이 아니라….
쌍둥이끼리 왁자하게 떠드는가 싶었더니
휙하니 이야기가 이쪽으로 날아온다.
끼어들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방관하고 있었는데,
막상 화제가 날아오니 곤란하다.
[츠유하] 응……. 알겠어.
료타는 굉장히 솔직하고 착한 아이고,
소우시는 바보구나.
[소우시] 뭐야…. 좀 더 장단에 맞춰 줄거라 생각했는데.
[츠유하] 싫어.
료타가 가엽잖아?
[소우시] 뭘 모르는군…….
이럴 때 능수능란히 남자를 주무르는게 여자란 거라구…….
상당히 확고한 주관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츠유하] 옛날에…, 무슨 일 있었어?
[료타] 아아, 아냐…. 미안.
이런 녀석이야.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료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우시] 그래서, 어쩔래?
[료타] 어쩔거냐니?
[소우시] 아니아니…, 료타.
되묻는 건 이상하지.
여기에 온 목적은 뭐였어?
[료타] 아, 그런가.
츠유하. 우리들, 다시 한 번 그 신사로 가볼 생각이야.
[료타] 너도 그럴 생각으로 온거지?
그 신사…….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 숲을 찾은 거니까,
그 장소에 가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역시 그 숨겨진 문 안쪽으로 다시 발을 내딛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츠유하] ……………….
[소우시] 걱정 할 필요 없어. 안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거기는 우리들만으로는 위험하잖아.
[소우시] 담력시험으론 확실히 최적이지만,
그 방 "진짜"같기도 하고.
[료타] 하지만…, 만약 진짜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거 아닐까……?
[소우시] 시체도 뭐도 없는데?
뭐어, 그대로 방치하는건 곤란하겠지만…….
방의 상태를 돌이켜 보면,
방치해놓고 돌아온게 과연 잘한 일인가 싶어서
불안해 지지만,
지금 그 생각을 해봤자 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그 장소에 들리려 하는 거니까.
[소우시] 일단, 내려가 보게 된대도
당신은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괜찮아.
소우시는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말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숲은, 풍경을 바꾼다.
그 날도 지금처럼 굉장히 안온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하지만 반면에, 갑작스럽게 모든 것의 온도가 사라지듯
차가운 어둠을 보았다……….
[츠유하] 그러고보니, 당신들은 자주 이 숲을 찾아와?
[료타] 그렇지도 않아.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는 그 별장에 매년 갔었지만.
[소우시] 우리들은 말야, 쌍둥이인데 성이 다르잖아?
중학교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
[츠유하] 그렇…, 구나.
[소우시] 뭐어, 나는 어머니 쪽에
료타는 아버지 쪽에 거둬졌다는 느낌인데.
실제로는 별로 변한건 없어.
[츠유하] 어떤 의미야…?
[료타] 어머니는 무대 의상 같은걸 디자인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거의 집에 없어.
[료타] 그러니까, 사는 장소는 달라도
소우시가 매일 우리집에 와서
밥같은걸 만들어 줘.
[츠유하] 이 사람…, 요리할 수 있어?
무심코, 손가락질 해 버릴 뻔 했다.
확실히 손재주는 좋아 보이지만…….
고등학교 남학생이 요리라니……, 조금 의외.
[료타] 소우시는 엄청 잘 해!
뭐어, 같이 살고 있을 때도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거든.
[츠유하] 그렇구나….
그럼, 가사를 둘이 함께 하고 있었던 거구나…….
가정에는 제각기 사정이 있고,
맞벌이를 하는 집의 아이는,
필연적으로 야무지게 스스로를 챙기게 된다.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었으니까
스스로 가사를 하는 일이 많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였지만,
둘 다 서로를 받쳐가며 살아온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 숙연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소우시가 힘껏 고개를 젓는다.
[소우시] 아…….
조금 다르려나…?
[츠유하] 에…? 달라…?
[소우시] 료타는 말이지, 괴멸적으로 재주가 없어.
[소우시] 청소나 빨래같은건 충실히 하지만
뭐랄까 대강대강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렇지. 엉성하다는 표현이 맞아.
[소우시] 사용한 청소 도구 뒷정리 같은 것도
묘하게 사나이 답단 말이지.
[츠유하] ……………….
힐끔, 료타를 바라본다.
그 진의의 여부는……?
[료타] 자, 잠깐. 소우시……!
그런 소리, 츠유하한테 까발릴 건 없잖아!
[소우시] 오, 자각 증상은 있네.
[료타] 그건……. 그치만 말야…….
내가 집안일을 도우려 하면
소우시도 어머니도 전력으로 막으려 드니까…….
[소우시] 그렇게 심해……?
보통의 어머니라면
자식이 집안일을 도와 준다고 말하면 기뻐할텐데.
[소우시] 마음만…, 고맙게 받아 둘게. 료타.
[료타] 이제 됐어…….
두 번 다시 도와주지 않을테니까.
알기 쉽게 언짢아진 료타가 왠지 귀여워서,
무심코 끼어 들었다.
[츠유하] 료타, 저기…….
그럼 다음 번엔 날 도와 줄래?
[료타] 에…? 츠유하를?
[츠유하] 응. 나도 부모님이 안 계셔.
그러니까 말야, 가끔 놀러 와서 같이 연습하자.
이렇게나 솔직하고 귀여운 고등학생이라니
좀처럼 없는 걸.
왠지 응원해 주고 싶어진다.
[소우시] 당신…….
겉보기와 달리 대담하네.
부모도 없는 집에 남자를 들이다니…….
[츠유하]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야.
료타…. 응? 나도 도와줄테니까.
[료타] 응……. 고마워.
[소우시] 왠지 말야. 이대로라면
나 평범한 단역스럽지 않아?
[소우시] 여러모로 진 듯한 느낌…….
[츠유하] 그치만, 료타 쪽이
훨씬 더 솔직하고 매력적이였는걸.
[소우시] 헤에…. 당신도 제법인 걸.
[츠유하] 당신이 동생을 너무 놀려대서 그런거 아냐…?
[소우시] 아니, 뭐….
그 부분이 료타의 좋은 점이래두.
[츠유하] 엄청……, 삐뚤어진 형제애네.
왠지 모르게, 이 쌍둥이의 포지션이 보인 듯한 기분이 든다.
일반적으로 쌍둥이는,
좀 더 일심동체고, 서로 딱 다라붙어 있는 인상이 강한데.
이 두 사람은 전혀 맞지 않는다….
엄청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확실히 있지만,
역으로는 정말이지 정반대로 보이기도 한다.
[소우시] 뭐어, 그 부분은 상상에 맡길게.
하지만 뭐. 마이 페이스지. 우리들.
[료타] 응?
음… , 그러네.
일반적인 쌍둥이 같진 않지.
[소우시] 그보다, 일반적인 쌍둥이가 어떤건지도 잘 모르겠는데.
제각기 다르다는 거겠지….
이렇게까지 안 닮으면
쌍둥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것 같다.
[소우시] 하지만, 좀 분한걸…….
[소우시] 쌍둥이라는 건 말야,
서로 꼭 닮은게 세일즈 포인트잖아?
[소우시] 서로 똑 닮은 쌍둥이에게 사랑받는다는
진부한 전개 그런거, 여자애들한테 먹일 것 같다 싶은데.
[료타] 또, 바로 그런 소릴……….
그런 식으로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된대두.
[츠유하] ……………….
[료타] 츠유하…? 왜 그래?
[츠유하]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소우시] 혹시…, 상상해 버렸어?
[츠유하] 아니 그 보다 말야….
당신들 둘의 경우엔 왠지…….
[료타] 왠지………?
[츠유하] 커다란 애들을 돌보는 엄마같은 느낌이 될 것 같아서,
구도적으로 좀…….
[소우시] 우왓, 엄청 직구인걸. 당신.
[츠유하] 어라…, 가식을 떨어야 했을까?
[소우시] 아니.
이건 이거대로 재밌어.
당신 말야, 꽤나 장단이 잘 맞는걸.
[츠유하] 그렇진, 않은데…….
이대로 얘길 계속해도,
당분간은 이 느긋한 흐름이 계속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츠유하] 저기, 그러고보니.
그 별장. 지금은 별로 안 쓰는 거야?
[소우시] 아……. 안 쓰는건 아닌데.
꽤나 방치해 뒀으니까, 가끔 우리들이 멋대로 쓰는 정도일려나.
[츠유하] 그렇게 큰 별장인데
조금 아까운 기분도 들지만…….
[소우시] 뭐어, 이 부근엔 아무 것도 없으니까.
어릴땐, 산 위쪽에 캠프장 같은 것도 있어서.
[소우시] 시기에 따라선, 꽤나 떠들썩하곤 그랬어.
[츠유하] 좀 전의 버스.
캠프장으로 가기 위한 거였어…?
종점이 어딘지 확인은 안해 봤지만,
그런 거라면 이런 산속까지 버스가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료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다.
[료타] 아니. 그 버스는 방금 우리들이 걸어온 버스 정류장을 지나
조금 아래쪽 민가 쪽으로 가.
[료타]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크진 않지만.
키요하루네 할아버지도 살고 있어서 말야.
밭 같은게 있는 느낌.
[츠유하] 혹시, 키요하루와는 그 덕분에 알게 됐어?
내 질문에, 소우시는 한 번 맞춘 시선을 돌린 다음,
한숨 섞어 대답한다.
[소우시] 아……. 그 녀석 말야,
혼자 마을을 나와 산 속을 탐험하러 왔다가
별장 근처에서 길을 잃어 버렸어.
[료타] 미아라고 해야하나…….
그거…, 자신이 미아라는 자각이 없었던게 아닐까……?
[소우시] 그랬나?
뭐, 그대로 같이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가 재회했었지.
[료타] 응응. 유아원에서.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뛰어 왔었어.
[츠유하] 그런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이구나.
조금 부럽네…….
[소우시] 뭐, 이러니 저러니 떠들썩한 유년 시대를 보내게 됐고.
[소우시] 오히려 그 대로 산속에 방치해 둘 걸 그랬다고 후회할 정도야.
[료타] 또~ 그런 소릴.
하루랑 같이 장난만 쳤던 주제에.
[츠유하] 후후. 옛날부터 변한게 없네.
[소우시] 그러고보니 우리집 별장 근처에도
옛날엔 마을이 있었던 모양인데.
[츠유하] 마을?
마을이라고 해도…, 별장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그 별장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딱히 해당되는 장소는 없었는데.
[츠유하] 별장 안쪽에 있어?
[소우시] 아아. 위치로 따지자면 별장 안쪽이라기보단
그 신사 뒤편에 있어.
[츠유하] 뒷편…….
별장은 버스 정류장에서 산길을 곧장 올라간 곳이고.
신사는 도중 그 길을 벗어난 곳에 있으니까…….
위치로 따지자면…….
[츠유하] 응? 저기, 미안.
조금 혼란스러워졌어…….
[료타] 나도…….
신사 방향과 별장 방향은, 좀 어긋나 있지 않아?
[소우시] 아, 그러니까 말이지.
입으로 설명하는건 귀찮네.
그렇게 말하며, 뚝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지면에 쪼그려 앉는다.
그대로 지면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로,
간단한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소우시] 즉 말이야….
신사는 별장으로 가는 이 부근 길에서 꺽잖아?
그리고, 여기가 신사라고 치면.
[소우시] 이 신사 뒤쪽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크게 꺾인 길이 있어.
그 앞에 마을 입구가 있다 그거고.
끄적끄적 지면에 그려진 지도를 따라가자,
확실히 신사 뒤쪽 길은 크게 뒤틀려
별장 안쪽 숲과 연결되어 있.
ㅡ는 것처럼 보인다…….
[료타] 하아, 과연…….
나, 전혀 몰랐어.
감탄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료타를
어딘지 기가 막히다는듯 바라보며,
소우시는 지면의 지도를 발로 비벼 지웠다.
[소우시] 모를리 없잖아, 너.
4, 5살 때 신사 주위를 탐험하다가
같이 찾아냈으면서.
[료타] 음……………….
[소우시] 우와, 또냐…….
아니, 그 때 너 말야ㅡ….
[료타] 소우시……?
[소우시] 아니, 음…….
잊었으면 됐어.
그래서 말야, 그 신사 뒤쪽엔 묘지가 있어.
도중에 억지로 말을 끊은, 소우시는
우리들의 추궁을 가로 막듯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돌린다.
[츠유하] 묘지라니…….
이런 산골인데…?
그대로 그의 화제 전환에 편승해 대화를 계속한다.
[소우시] 묘지라고 해야하나. 비석 같은게
대굴대굴 굴러 다니는 것 뿐이지만.
[소우시] 그 앞으론 나도 실제
한 번 밖에 가본 적 없지만,
마을로 이어져 있어.
[료타] 애당초…….
왜 소우시는 그렇게나 잘 알고 있어?
듣고보니 그렇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당시에는 아직 어린 아이였을텐데.
[소우시] 아…….
키요하루네 할아버지한테 들었어.
[료타] 하루의…?
[소우시] 뭐, 그 안쪽에 마을터가 있는 것 뿐
할아버지도 자세한건 모른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우시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것처럼
조금 느긋히 말을 이었다.
[소우시] 마을은…, 하룻밤만에 멸망했다고….
그렇게 전해지는 모양이야.
[료타] 응?
그건 신사 안쪽에 있는 마을 말이지?
[소우시] 지금, 그 마을 얘길 하고 있는거 아니였어?
소우시의 말이 맘에 들지 않았던 걸까,
료타는 작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료타] 그렇긴한데, 얘기가 너무 갑작스러우니까…….
[소우시] 아……, 뭐. 그렇긴 하네.
[소우시] 나도 자세한건 모르지만
산골마을이고, 기근이나 전염병같은게 유행했다던가
그런거 아냐?
결국 당시의 인간도, 그 혈연자도 없는 이상
진상은 아무도 모른다……고.
그는 억지로 이야기를 완결시켰다.
[츠유하] 료타는….
그 당시의 일, 별로 기억 나는게 없나봐?
일방적으로 소우시만이 꺼내놓는 얘기에,
료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헤에, 하고 맞장구를 치기만 할 뿐이였으니까.
[료타] 음…….
기억이 없는건 아닌데,
별로 뚜렷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료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조금 곤란하다는 듯 웃는다.
그걸 보고, 소우시는 질렸다는 듯
손목을 얼굴 앞에서 파닥파닥 털었다.
[소우시] 료타는 높은 확률로
옛날 일들을 휙휙 까먹는 편이야.
그렇게 책망하지 말아줘.
[츠유하] ……소우시는 이렇게 말하는데?
[료타] 그닥 부정할 수 없는건 사실이지만
소우시의 경우엔 너무 과장되었어…….
조금 욱한 모양새의 료타는
기억을 더듬 듯 관자놀이 부근을 툭툭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츠유하] 저기…, 료타.
애당초 그 신가…, 처음 와 본 것 같은 반응을 했었는데….
그 날도, 소우시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료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료타] 음……….
[소우시] 전혀, 처음도 뭣도 아냐.
자주 그 주위에서 놀았었잖아.
료타의 기억력을 얕볼 수가 없네.
[료타] 잠깐…, 소우시.
오해를 부르는 말, 그만둬 주지 않으려나?
[료타] 부정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건망증인건 아냐.
쏘아보는 듯한 시선과 함께,
료타는 신중하게 단어를 고른다.
[료타] 놀았던건 한 번 뿐이잖아…?
그 날 집에 돌아간 다음 아빠한테,
[료타] 기분 나쁜 소문이 있으니까
가까이 가지 말라고 혼났잖아.
[소우시] 아아. 아버지. 분위기 파악 좀 부탁하자구.
즉, 소우시도 탐험은 단 한 번 뿐인게 된다.
신사 안쪽에 있는…, 멸망한 마을이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 사당에 도달한다.
[츠유하] 버스 정거장은,
별장보다 이쪽이 더 가깝구나….
[츠유하] 이 사당……, 왜 모르고 지나쳤던 걸까.
[소우시] 길이 어긋나 있으니까.
버스 정류장에서 곧장 산길을 걸어가면 별장 쪽.
방금 조금 옆길로 꺾었잖아?
[츠유하] 응…….
그런 기분도 들긴 하지만,
두 사람의 등을 뒤쫓느라 거의 기억이 안난다…….
ㅡ…하지만 말은 하지 말자.
[츠유하] 그건 그렇고 이 사당,
보통 사당보다 좀 크네.
[소우시] 보통 크기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TV에서 보던 것보단 크네.
문득, 그 사당에 손을 대 봤다.
목재는 다소 파손되어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확실히 서있다.
손질도 되어 있지 않고,
비바람에 노출되었을 텐데도, 당당하게.
이렇게 보자니,
그 날 이 사당에서 느낀 으스스함이 마치 거짓말 같다.
[료타] 아, 잠깐. 소우시.
[소우시] 뭐어뭐어. 조금만입니다.
깨닫고보니, 신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소우시가 있다.
[소우시] 역시, 거긴 다시 한 번 확인해 두는게 좋겠다 싶어서.
[소우시] 명백하게 위험할 것 같은 장소고,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도 좀.
[료타] 그건…, 그렇지만…….
[소우시] 아아, 괜찮아괜찮아.
너는 츠유하 곁에 있어 줘.
내가 조금만 보고 올테니까.
덜컹덜컹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간다.
그 때는 설마 이 신사 지하에
그런 방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료타]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가벼운 한숨과 함께, 료타는 반쯤 열린 신사의 문을 미닫이 문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그 날은 괴담 이야기 도중에, 신사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되버렸지.
지금, 소우시는 평범하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역시 문상태가 안 좋은 걸지도 모른다.
[츠유하] ………………….
하지만, 애당초…….
장지도 떨어져 나가, 문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잃은 저 문이……,
그렇게나 무겁게, 우리들을 거부한 것은…….
마치 뭔가의 의사가 있었던 것만 같아서…….
[츠유하] 료타, 우리들도ㅡ…….
함께 가자, 하고 말하려던 참에
소우시가 신사에서 나온다.
[료타] 소우시? 빨리 나왔네.
[소우시] ㅡ…어.
[츠유하] 에?
[소우시] 아무 것도 없어…….
[료타] 없다니? 뭐가?
[소우시] 장롱 안쪽 이였지? 지하로 가는 문.
[료타] 응. 우리들이 안으로 들어간 다음,
소우시도 거기로 들어왔잖아?
[소우시] 문 같은건 없어…….
단순한 벽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어…….
[료타] ………….
초조한 듯 내뱉는 사실에,
나도 료타도 숨을 삼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럴리가 없다.
이번엔 셋이서 신사 안으로 들어가본다.
장롱 안의 문은 열려 있고,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은 전부 밖으로 끄집어내져 있었다.
[료타] 소우시. 장롱 안, 정리했어?
[소우시] 그래. 정리했다고 할 정돈 아니지만
들어가기 쉽도록 안에 있던걸 밖으로 꺼내 놨어.
힐끔 방을 둘러보자, 구석 쪽에 낡은 나무 상자나, 물건이 쌓여있다.
[료타] 진짜다…….
그 날은 이, 구석 쪽을 밀었더니 바로 열렸는데…….
[료타] 어떻게 할까……?
[소우시] 어쩌고 자시고.
문이 없는데 여기 있어 봤자 의미가 없지.
[료타] 일단, 별장 쪽으로 이동하자.
[츠유하] ………………….
[소우시] 츠유하…?
[츠유하] 왠지 모르겠지만…,
이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
[소우시] 뭐어. 그 때는 밤이였고.
촛불의 빛만 갖고 조사 했었으니.
[츠유하] 그런게 아니라……. 좀 더….
뭔가 다르다.
그런 식으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는
미묘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신경 쓸만한 문제는 아닐텐데….
아무 것도 없다며 방을 나설 맘이 들진 않았다.
[소우시] 그럼…… 조금만 더 조사해 볼까.
결국 방안을 뒤져 봤지만,
이렇다할 새로운 발견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료타] 음……. 요전에 봤던 장소는
거의 다 살펴 봤는데. 뭔가 알게 된거 있어?
[츠유하] 아니…….
[소우시] 요 전에는, 고작 촛불을 꺼내는게 끝이였으니 말야.
제일 오른쪽 위 찬장에 있던 작은 상자에는
쓰다만 촛물이 몇여개나 쌓여 있었다.
그 날은, 거기서 깨끗한 걸 몇 개 꺼내서 썼다.
[료타] 나, 조금 생각해 봤는데.
애초에 왜 쓰다만 것들만 있는 거지?
[소우시] 뭐가?
[료타] 그러니까, 촛불.
이 안에 들어 있던거, 전부 한 번 불을 켠 촛불들 뿐이였잖아.
그러고 보니…….
숫자는 많지만, 새 것은 한 자루도 없었다.
[소우시] 확실히……, 이상한걸.
[츠유하] 달리 촛불이 들어있는 상자 있어?
[료타] 잠깐만.
방금 그래 보이던게…….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료타가
찬장에서 가늘고 긴 상자를 꺼내 온다.
[츠유하] 이게 촛불…?
그런것치곤 곽이 길다.
[료타] 촛불은 촛불인데…….
상자 뚜껑을 열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굉장히 가늘고 긴 촛불.
[소우시] 가늘어.
[츠유하] 왠지 연필 같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이 정도 가늘기의 촛불 자주 보긴 하지만….
[츠유하] 집에 있는 것은
이 정도로 가늘어도 좀 더 짧았던 것 같은데.
[소우시] 잘 모르겠지만
용도에 따라 나눠 쓰는거 아냐?
[료타] 절 같은데에서는 말야,
조금 두텁고 긴 것을 쓰고 그러잖아.
[소우시] 경을 읊는 동안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잖아.
[츠유하] 헤에, 그런 이유였구나.
[소우시] 아, 잘은 몰라.
적당히 말한 것 뿐이야.
그 뒤로도, 잠시 실내를 뒤져봤지만
결국 새로운 하나도 찾지 못하고….
일단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신사를 나와, 사당 앞에서 서자
묘한 오한에 사로 잡혔다.
↑ 노이즈
[츠유하] 읏………!
[츠유하] 뭐……, 야……?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기분 나쁜 감각은 대체 뭘까.
춥지도 않은데, 손끝이 차가워져서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료타] 츠유하?
무슨 일이야? 괜찮아?
[츠유하] 괜, 찮아……. 미안.
잠시만…, 쉴게….
그 신사 안에는 놀랄 정도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사람의 기척도, 그 이외의 기척도.
그저 밀폐된 건물 특유의 조금 눅눅한 냄새가 날 뿐.
그런데도, 이 오한은 대체 뭘까.
신사를 나와, 바깥 공기를 마셨는데도
기분 나뿐 구투감이 치밀어 오른다.
[료타] 저기, 이거…….
그 때, 료타가 사당 앞의 지면을 보고 손가락질한다.
[츠유하] ………….
지면에는, 희미하게 먼가를 잡아 끈 듯한
흐릿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우시는, 지면에 쭈그려 앉아,
그 흔적에 손가락을 댔다.
[소우시] 최근에 생긴 거야…
[료타] 우리들이 요 전에 왔을 때엔,
이런거 없었지?
[소우시] 아아. 게다가…….
방금 우리들이 이 사당 앞에 왔었을 땐,
아무도 이 흔적을 눈치채지 못했어.
[츠유하] ………………
즉, 이 생생한 흔적은
우리들이 신사 안에 있는 동안 생긴게 된다.
[료타] 엣, 잠깐만.
즉……, 여기엔 우리들 말고 누가 또 있단 소리야?
[소우시] 그거 말곤 생각할 수 없잖아.
아니…, 잠깐만…….
흔적을 더듬는다.
그 흔적은, 사당 바로 아래서부터 나 있었다.
[소우시] 이 아래에서, 뭔가가 기어 나왔다던가…?
[츠유하] 하지마.
나, 그런 리얼한건 좀…….
[료타] 소우시.
[소우시] 농담이야. 미안.
아무래도 이 자리에선 좀 너무했어.
[소우시] 다만, 이 흔적은 명백하게 인위적인 거라 생각해.
동물이 헤집었을 가능성도 버릴 순 없지만.
[소우시] 어쨌든.
일단 여길 떠나자. 걸을 수 있겠어?
[츠유하] 괜찮아…….
료타가 손을 뻗어 줬기에,
그 손을 잡아 일어선다.
아직, 빙글빙글 위 언저리에 기분 나쁜 불쾌함이 남아 있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악화될 것 같다.
조금씩 그 자리에서 멀어짐에 따라,
등 뒤로 희미한 시선 같은 것을 느꼈다.
누가, 거기에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츠유하] …………….
[료타] 츠유하…, 괜찮아?
어깨 아파?
[츠유하] 아냐……. 아무 것도.
무의식 적으로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모르겠다.
그저 일순…, 뜨겁다고 느꼈다.
[소우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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