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9월 30일 (츠유하)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 여기서 부터 급전개가 시작되는데 ㅋㅋ

9월 30일

츠유하

[츠유하] 치아키한테서………?

폰 액정에 표시된 인물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한다.

어제 막 만났는데, 무슨 일이 있는걸까.

전화를 받는게 조금 망설여졌다.

자신의 안에 싹트기 시작한 감정이
부디 전해지지 않기를 빌며…,
짧게 심호흡 한 다음 전화를 받는다.

[치아키] 여보세요~.
             지금 전화 받아도 괜찮아?
 

[츠유하] 응……. 집에 있으니까 괜찮아.
             무슨 일이야?

[치아키] 아니, 무슨 일이란건 아니지만…….
             츠유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츠유하] 어제 막 만났잖아……?



가벼운 말투에는 꽤나 익숙해 졌지만,
역시 이렇게 직접적인 말은 조금 움찔하고 만다.

착각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이른다.


[치아키] 하하, 뭐어…….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는건 거짓이 아니지만
             본래 목적은 실은 그쪽이 아니야.

[치아키] 그 이후로…….
             또 쓰러지고 그랬을까 싶어서 걱정이 되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하면서도,
그 나름 신경을 써주고 있는 모양이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전화기 너머로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기색이 전해져 온다.



[츠유하] 나는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치아키] 정말로……?
             그 반점도……, 괜찮아?

[츠유하] 반점은……, 응……. 지금 현재는 변함 없어.
             딱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사라져 주지 않는다.

역시 어젯밤도 잠이 안 와서……,
미약하게 어깨에 남은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치아키] 그런가……. 안심은 할 수 없지만
             악화된게 아니라니 일단은 다행이야…….

[츠유하] 응. 고마워.



치아키의 목소리는 안도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츠유하] 저기……. 치아키야말로 괜찮아?

[치아키] 에. 괜찮아. 왜……?

[츠유하] 왠지 기운이 없어 보여서…….
             평상시랑 목소리 톤이 달라.

[치아키] 우와……. 츠유하, 굉장하구나.
             내 목소리 톤으로 기운이 있는지 없는지 아는 거야~?

[츠유하] 저기……. 얼머무리려 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치아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냐.
             딱히 아무 일도 아니니까…….

[츠유하] 치아키는…… 나를 걱정해 주지만,
             걱정 받는건 싫어하는 구나….

[츠유하] 교활해…….

[치아키] 에에…? 그런거에 교활하고 뭔게 있어?
             뭐어……, 네 일만 물어보고
             나만 비밀 주의라면…, 불공평하긴 하네.

[치아키] 응……. 들어서 즐거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괜찮아?

[츠유하] 즐거운 이야기만 듣고 싶은게 아니라,
             치아키의 얘기가 듣고 싶은 거야.

[치아키] 그런가…….
             으음……. 지금 말야….
             기숙사가 아니라,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

[츠유하] 에……. 그치만…, 전 학생 기숙사제 아니였어?



장기 휴일때문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건 알겠지만,
치아키는 지금 친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치아키] 응응, 전 학생 기숙사제!
             잠깐 말이야, 집에서 호출을 먹어버려서….
             수업 때 말고는 지금 집 안에 구금 상태야.
[츠유하] 집에…, 무슨 일 있어?

[치아키] 뭐어, 딱히 별다른 이윤 아니지만…….
             나 말이지, 위로 형님이 하나 있는데…….
             얼마전에 그만 쓰러져 버려서….

[츠유하] 잠깐……. 그런 큰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하지마……!
             괜찮은, 거야……?

[치아키] 아~, 괜찮아괜찮아.
             그 사람 말이지, 늘상 쓰러지는걸.
             몸이 약하다고 하는 진부한 설정이야.

[츠유하] 설정이라니…….

[치아키] 뭐어, 딱히 목숨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본인과 만나서 얘길 나눠봤는데, 꽤나 괜찮아 보였고…….

[츠유하] 치아키…………?

말꼬리를 점점 더 흐리는 치아키의 이름을,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다.

전화기 너머로,
조금 불안해 보이는 작은 한숨이 들려온다.


[치아키] 뭐어…, 그런 이유로 본인은 문제 없어 보였는데…….
             굳이 따지자면…, 어머니 쪽이 말이지…….
             곤란해서.

[츠유하] 거야…, 어머니인걸.
             걱정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치아키] ……, 응…. 그렇지.
             단지…, 우리 어머니의 경우엔……
             집착…,에 가까운 거라 생각해…….



드문 드물, 들려온 말은
치아키치고는 드물게…….


그 안에서도, 정리하지 못한 뭔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치아키] 알다시피, 나 있잖아? 차남이고~.
             꽤나 자기 멋대로 굴었잖아!
             형은 우수한 사람이고, 부모님도 그쪽 뿐이였고.

[치아키] 그런 환경, 나한텐 엄청 편해서
             기숙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도,
             그 사람들 곁에서 생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서…….

[치아키] 단지……, 이번에는 목숨에 이상은 없는데…
             조금 수술이라던가 이것저것 있어서…….
             어머니는 조금 약한 사람이라서…, 걱정이 많다고 해야하나….

[치아키] 모양새를 보러 간 것 뿐이였는데…….
             매달려 들어서…….
             그래서 지금도 기숙사로 돌아가고픈데, 돌아갈 수가 없어서….

[츠유하] 그랬구나…….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가 걱정이긴 했지만,
가정 사정에 참견할 수는 없다.


해야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폰을 꽉 움켜쥐고 있자니,
전화기 너머로 조금 웃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치아키] 왜 네가 그렇게 심각하게 굴어……?
             나라면 괜찮아.
             실제로 형님도 큰 일까진 이르지 않았고.

[치아키] 잠시 지나면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까,
             여러모로…. 그 뒤라도 괜찮을까?

[치아키] 아, 혹시 반점이 또 번진다면…
             바로 연락해줘!

[츠유하] 나……, 당신한테 뭐라고 말해야할지…
             전혀 모르겠어…….
             미안…….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치아키] 으으응…. 충분해.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 기뻐.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그렇게 말하고, 전화는 끊겼다….

[츠유하] ………………….

가정사에, 참견할 순 없다.

지금의 나는, 그의 말을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엔 할수 없으니까…….
이렇게 불안히 여길 필욘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이미 통화가 끊긴 폰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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