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오가는 사람들의 사이를 살핀다.
치아키가 있을 법한 장소를
일단 짚이는 데로 찾아 다녔다.
그 때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도 또,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츠유하] …………….
나는……, 어째서 치아키를 찾아 다니고 있는 걸까….
내 안에서 커져 가는 불안의 정체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솟아 오르는 불안과 마찬가지로,
치아키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새, 집을 뛰쳐 나갔다.
방금 헤어졌으니까, 치아키가 이런 장소에 있을거라곤 생각치 않지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렇게 여기로 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츠유하] ……………….
역에서 나와 귀가 도중인 사람들 사이를 해치고,
광장 한 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츠유하] 치아키……….
자그마한 목소리로, 저도 모르게 치아키의 이름을 부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내일을 기약하는 대화를 즐기는 커플.
사람들로 떠들썩한 그 장소에, 치아키의 모습은 없었다.
기숙사로 돌아 갔을 테니까, 당연할텐데ㅡ…
[츠유하]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 어깨를 떨궜던 그 때였다.
[치아키] 불렀어……?
불연듯, 어디선가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츠유하] 치아키……?
뒤돌아 보자,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미소짓고 있는 치아키의 모습이 있었다.
[치아키] 이쪽이야, 이쪽.
츠유하의 뒤 쪽이야~.
[치아키] 정말, 못 써~.여자 아이가 이런 시간에 이런 곳에 오면!
[치아키] 아무리 지나가는 사람이 많대도 위험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구.
[츠유하] 미안…. 하지만 여기로 오면, 치아키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치아키] 에……? 나를?
어째서, 또…….
솔직하게 대답하자, 의외라는 듯 반응하는 치아키.
[츠유하] 치아키와 얘길 나누고 싶었어.
[치아키] …………….
그 말에, 치아키가 입을 다물고 만다.
[츠유하] 치아키는 뭘하고 있었어……?
개의치 않고 말을 잇자, 그는 조금 시선을 피하며 답한다.
[치아키] 응~? 나는 산책이야.
저쪽에서 터벅터벅 걷고 있다가, 우연히 츠유하의 모습을 발견해서.
[치아키] 그래서?
[치아키] 츠유하가 하고 싶은 얘기는……, 어떤 얘기?
[츠유하] 좀 전에 했던 얘기를 계속하고 싶어….
[치아키] 좀 전?
어떤 얘기였더라…….
기억이 안나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척 하는 걸까.
아니, 분명 건드리고 싶지 않으니까 얼머무리려 하고 있다.
[츠유하] 나 말이지……. 좀 전에 치아키한테 들었던 말.
생각해 봤어.
[츠유하] 치아키는, 소중한 동료들에게 비밀이 있다해도
그걸 알려 해선 안된다고 말했잖아?
[치아키] 확실히……, 그런 소릴 했었을지도 모르겠네.
[츠유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치아키의 얼굴에서, 어느샌가 웃음이 사라져 있다.
[츠유하] 그 사람이 마음 속으로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품고 있다고 한다면ㅡ…
[츠유하] 그걸 흙발로 비집고 들어가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츠유하] 하지만, 그건 일방적인 경우 뿐이야.
[츠유하] 나는……, 확실히 간섭당하는 일이 싫으니까,
남에게 간섭하려고 하지도 않았어.
[츠유하] 하지만…, 상대를 알고 싶어하는 것 자체는
평범한 거잖아?
[츠유하]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자신의 안으로 받아 들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법이잖아?
그것은 쓸데없는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그저 민폐일 뿐이고, 일방적인 강요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츠유하] 친구……, 잖아…….
도망칠 필요 같은거, 어디에도 없는데…….
내 물음에, 치아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곧장 나를 바라보던 치아키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던 기분이 들었다.
[츠유하] 그런거, 왠지…… 쓸쓸하잖아…….
그야말로 도망치고 있는 것 뿐이잖아…….
[치아키] 읏……………….
[츠유하]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다가서려 하지 않는 거잖아?
아무런 관계 없이 지내고 싶다는, 뜻이잖아…….
[츠유하] 치아키는, 정말로 필요없어…?
타카오미도…, 다른 모두도…, 나도…….
[치아키] 나는…….
[츠유하] 긍정해 버리면…
모든게 거짓이였던 것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무서워…….
[츠유하] 치아키나 다른 모두와 함께 보냈던 시간은, 아직 적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선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였어.
[츠유하] 거짓이였다니……,
그런 슬픈 말로 끝내는 건 싫어…….
일방적이였던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의 소음들이 사라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마치, 이 장소에, 이 세계에 우리들 밖에 없는 것처럼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감각.
곧장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치아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몇 번이고 입을 열어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닫힌다.
서로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 보듯이,
우리는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 된 거였을까.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들만 했던 기분이 든다.
게다가, 치아키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하고…….
평상시의 내가 아니였다.
[츠유하] 어째서 그런 소릴 했던 걸까…….
[츠유하] 하아…….
[치아키] 뭘 커다랗게 한숨 쉬고 있는 거야?
[츠유하] 치아키…….
올려다보자, 치아키가 두 손에 쥔 캔을 흔들며
조금 곤란한듯 웃고 있다.
[츠유하] 조금… 자기 혐오 때문에…?
아니면, 너무나 자신답지 않은 행동 탓에 부끄러워져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는게 옳을까?
[치아키] 츠유하는 보고 있으면 재밌구나.
[츠유하] 보고 있으면 재밌다니…,
처음 들어본 말이야….
[치아키] 방금전부터 계속 봤었는데,
츠유하는 의외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표정이 휙휙 바뀌는 타입?
다급히 뺨에 손을 댄다.
그렇게 내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걸까.
[치아키] 농담이야. 농담~.
[츠유하] 응…….
평소처럼 놀림 당했단 것을 깨달았다.
[치아키] 자아…, 이거.
치아키가 자판기에서 산 음료캔을 내민다.
[치아키] 홍차라도 괜찮아?
[츠유하] 응……. 고마워.
손을 내밀자, 조금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홍차캔이 손에 쥐어진다.
[츠유하] 어라? 핫이야?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시기인데도 파는구나.
무심코 감탄했다.
[치아키] 낮에는 덥지만, 슬슬 밤에는 싸늘한 시기니까 말이지.
[츠유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살짝 웃은 뒤
치아키가 옆 자리에 앉는다.
[치아키] …………….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로
침묵이 흐른다.
방금전까지 배웅 받았을 때 느꼈던,
아플 정도로 무거웠던 침묵과는 달리 부드럽게 느껴지는 침묵.
조용히 고개 숙인 치아키를 곁눈질로 살피고 있자니,
치아키가 서서히 입을 연다.
[치아키] 츠유하는 말이지….
좀 더 쿨할 줄 알았어.
[츠유하] 쿨? 내가?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다는 소릴 들어 본 적은 많지만,
쿨하다는 감상은 처음 들어본 기분이다.
[치아키] 의외로 뜨거운 아이구나.
[츠유하] 어떤 의미야…?
독특한 표현 탓에, 의도가 잘 파악이 안된다.
[치아키] 아, 미안.
표현이 안 좋으려나.
[치아키] 우리들과 보냈던 시간이 소중하다고….
그런 시간을 거짓처럼 끝내는게 싫다고.
그렇게 말해줬잖아?
[치아키] 그런 소리, 할 수 있는 아이였구나.
[츠유하] 하지마…….
새삼 그렇게 들으니까 부끄러워…….
[츠유하] 나도 나답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하고 있었는데…….
[치아키] 어라? 그랬구나.
왠지, 미안?
짐짓 꾸며낸 듯한 웃음으로, 얼머무리려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가볍게 한숨을 쉬자,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한 번 「미안」하고 사과했다.
[치아키] 하지만 그런 구석. 난 좋다고 생각해.
[치아키] 분명 츠유하는…,
나같은 것보다 타카오미 네를 훨씬 더 잘 알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츠유하] 치아키는…, 타카오미랑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치아키] 나는…, 딱히 지켜보고 싶다던가 하는
그런 안온한 생각도 안 해.
[치아키] 말했잖아?
나는 단순한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아키] 지켜보는 것조차 하지 않아….
나는…, 단순한 겁쟁이 일 뿐.
[치아키] 그 이외의 아무 존재도 아냐…….
분명.
치아키는, 그저 그 말만을 토해내기 위해서였다는 듯
그 뒤로 입을 다물고서 시선을 내리 깔았다.
그런 그를 보자, 무심코 말이 솟구쳤다.
[츠유하] 아냐…….
[츠유하] 그렇지 않아.
[치아키] 에……?
[츠유하] 그 외엔 아무 것도 아니라니…,
그런 말로 정리하려 하지 마.
[츠유하] 치아키는 약았어…….
자신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
[치아키] 그치만…….
[치아키] 나는 거기에…,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는 걸.
[치아키] 친구로서 친하게 지내는 일에, 상대에 대해 깊이 알 필요 같은건 없잖아.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면…, 그걸로 충분해.
[치아키] 남자들이란, 그런 거야….
가벼운 느낌이랄까나?
치아키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츠유하] …………….
[치아키] 어째서……, 츠유하가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해?
[츠유하] 그치만…….
치아키와의 사이에 놓여진 골이, 점점 벌어져가는 느낌이 들어서…….
거리를 줄이려 해도, 이쪽에게서 등을 돌린채ㅡ…
저 멀리 가버린다.
나도 버려두고 가는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게 무서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 넘칠 것만 같았다.
[츠유하] 우……….
나ㅡ…….
어째서 이런 식으로 치아키에 대해 생각하는 거지?
흘러 넘치려하는 눈물을, 그저 입술을 깨물어 가며 참았다.
[츠유하] 아……….
[츠유하] …………………….
조금 늦고 말았다, 라고 생각하며 새카만 방안에 들어선 순간,
시야가 서서히 비틀린다.
[츠유하] 아…, 웃……….
오싹 등 뒤로 기어오르는 오한과
그에 비례하듯 목덜미에 이는 열은
어느쪽의 아픔에 집중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몸 안쪽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간다.
[츠유하] 하…, 우웃……….
무심코 매달리듯 움켜쥔 의자는, 내 몸을 받치지 못하고
그대로 함께 바닥으로 쓰러진다.
[츠유하] 뜨…, 거워…….
몸 속을 지배하는 열에, 모든 것을 버리고
나는 의식을 놓았다.
[???] ………………….
에……? 뭐라고 말했어?
[???] ㅡ………………………….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내 목소리 뿐만이 아니다.
상대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것이, 내게로 향하는 말이라는 것은
왠지 확실하게 느껴졌다.
[츠유하] ……………….
[츠유하] 신……, 짱…….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걱정스러운듯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자가
내 위로 드리워진다.
[신] ……………….
어느새 돌아온 듯한 그는, 가라앉은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몇 번 눈을 깜빡인다.
그제야 겨우, 그가 내 손을 꽉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마주 잡아 준다.(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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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유하] 신 짱……, 신… 짱….
손바닥에 퍼지는 따스함에, 무심코 매달릴 뻔 했다.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움켜 쥐고
어린아이처럼 그저, 그저 이름을 불렀다.
[신] 츠유하…….
눈을 조금 크게 뜬 다음, 그리고 안심시켜 주듯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어준다.
▶ 그대로 힘을 뺀다.(동백 +3)
[츠유하] ……………….
걱정스러운듯 내 안색을 살피는 그에게,
지금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만으로 답해 보인다.
손바닥의 힘을 빼고, 조금 눈을 감자,
다소 빰에 젖은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