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9월 29일
츠유하
새하얀 건물을 올려다보자, 왠지 주눅이 들어 버릴 것 같다.
변함없이 새하얗고 커다란 성 카메리아 학원의 교정이
새삼 더 크게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치아키를 만나는 것이 조금 무서워서,
좀처럼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경비원] 거기, 너!
[츠유하] 네, 넷.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경비원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경비원] 학원에 무슨 볼일이지?
40대 정도 일려나…….
빈틈없는 경비원 제복 차림이지만 그 표정은 어딘지 부드러워서…,
수상한 사람으로 보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안도한다.
[츠유하] 저기……, 죄송합니다.
3학년 칸다 치아키 군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츠유하] 수고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불러 주실 수 없겠습니까?
[경비원] 3학년 칸다 치아키군 말이구나.
잠깐 여기서 기다려 줄래?
[츠유하] 네. 부탁드립니다…….
한 번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원이 학원 기숙사 쪽으로 떠나간다.
일부러 기숙사까지 와서 불러 내다니, 민폐일지도 모른다.
미움 받을지도 모른다.
[츠유하] 평소때라면…, 이런 짓 안하는데…….
역시 어제밤의 일이 그렇게 마음에 걸렸던 걸까.
나 혼자만의 기분을 밀어 붙였을 뿐,
치아키의 말은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츠유하] 이대로… 아무 것도 없었던 걸로 끝내는 건…, 역시 무리야.
분명, 아무것도 몰랐을 때라면
이렇게까지 관여하려 들진 않았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니까…….
이미, 아무 것도 모르는게 아니니까.
[츠유하] 만나… 주면 좋겠는데…….
어제밤에는 서로 잠시, 일절 한 마디도 않고 있다가
치아키가 먼저 돌아가 버렸다.
떠나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불러 세우고 싶은데도,
전혀 목소리가 나와주지 않아서…….
[츠유하] 이대로 괜찮을리가 없어…….
자신도 근거도 없지만, 어제밤 내내 생각했던 것을 치아키에게 말하자.
그렇게 생각해서 여기까지 왔다.
문득, 기숙사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좀 전의 경비원이 혼자 돌아오는게 보였다.
[경비원] 미안한걸, 아가씨.
칸다 군은 외출 중이라 지금은 없는 모양이야.
같은 방 학생이 그렇게 말했어.
같은 방 학생……이라면 타카오미는 방에 있는 거구나.
타카오미라면 뭔가, 치아키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츠유하] 저기……, 죄송합니다.
그럼 같은 방 학생을, 시마 군을 불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비원] 같은 방 학생 말이지?
그럼 다시 한 번 갔다 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리렴.
[츠유하] 몇 번이나 죄송합니다.
[경비원] 아니아니. 괜찮아.
이것도 일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경비원은 다시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지나자, 타카오미가 경비원과 함께
느긋한 걸음 걸이로 다가왔다.
[타카오미] 무슨 일이야, 츠유하?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츠유하]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
[타카오미] 별로 상관없어. 딱히 뭔갈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츠유하] 실은……, 치아키 일로 얘기가 하고 싶어서.
[타카오미] 그래…….
그러면 장소, 바꾸자……
한 번 고개를 끄덕이자,
타카오미가 학원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타카오미의 등을 뒤쫓아 몇 분 걷자,
타카오미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돌아 본다.
[타카오미] 어제 밤, 치아키랑 무슨 일 있었어…?
[츠유하] 치아키, 평소 때랑 달랐어……?
[타카오미] 아니. 평소때랑 마찬가지로 웃고 있었어.
[타카오미] 정확하게 말하자면…, 평소 때랑 마찬가지로
웃을 수 있었다고, 말해야하나.
[츠유하] ………….
[타카오미] 뭐어…, 당신이 얽힌 일 일거라곤 생각했어.
[츠유하] 에…….
타카오미는 작게 미소한 뒤, 그렇게 말하고서
시선을 조금 돌린다.
[타카오미] 치아키는 말이지, 꽤나 요령이 좋은 애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미소만큼은 무너트린 적이 없었어.
[타카오미] 어제도 그냥 평소랑 마찬가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이였어.
[츠유하] 하지만…, 타카오미는 눈치 챘구나.
[타카오미] 뭐어……. 알고 지낸지, 오래 됐으니까.
[타카오미] 당신과 치아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딱히 캐물을 맘 없지만…….
[타카오미] 나를 불렀다는 건,
당신이 나한테 들려주고 싶다는 뜻?
[츠유하] 나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답이 나오지 않아서…….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려던 나를 가로 막 듯, 타카오미는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타카오미] 딱히……, 무리하게 답을 찾을 필욘 없다고 생각해.
[타카오미] 애당초 당신이 뭔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의무처럼 생각할 일도 아냐.
[타카오미] 치아키의 그건……,
치아키 자신의 문제니까.
[츠유하] 응…. 알고 있어.
치아키가 바라지도 않는데,
억지로 참견할 일이 아니란 건.
[츠유하] 이건 그냥 단순한 내 고집.
자기 만족 같은 거야…….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어느샌가 거리가 벌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어서…….
뭐든 좋으니까,
자신의 감정이 움직이는 한은……, 뭔가를 하고 싶었다.
[타카오미] ……………….
[타카오미] 당신이…, 그걸 자각하고 있고
그럼에도 치아키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면…….
[타카오미] 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츠유하] 에…….
[타카오미] 뭐어…….
사양같은거 하고 있는걸론 보이지 않지만,
여기까지 와놓고 머뭇거리려 봤자 별 수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내 말을 기다리듯 그는 입을 다문다.
나는…….
자신이 사실은 뭘 알고 싶어하는지,
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집착……, 과도 가까운 기분이 들어서…….
[츠유하] 타카오미와 다른 모두에겐…, 뭔가가 있어?
[타카오미] 이야기…, 날았네.
[츠유하] 어제……, 타카오미랑 다른 모두를 봤어.
키요하루가 엄청난 기세로 달려가고……,
[츠유하] 그걸 모두가 뒤쫓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보였어.
[타카오미] 아아……, 그런가.
당신도 있었지.
[츠유하] 말을 걸까 생각했어….
모두의 상태가 이상했으니까…….
[츠유하] 하지만……, 말을 걸 수가 없었어.
[츠유하] 치아키는 알아선 안된다고 말했어.
묻는게 아니라고…….
[타카오미] 그래서……, 나한테 대답을 들으면 만족해?
[츠유하] 에……?
만족하냐고……?
나는 만족하고 싶어서……,
이런 식으로, 그가 없는 곳에서
그에 대해 물어 보고 있는 건가?
사실은……,
[츠유하] 나는……, 나는 이제까지
내 자신이 굉장히…
감정이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어….
[츠유하] 딱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의사가 없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객관적으로 보고 있어서…
[츠유하] 감정이…, 내 안의 감정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어.
[츠유하] 나……, 대답을 알았을 때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걸 알고 싶어.
[타카오미] …………….
[타카오미] 좋아.
한 순간, 타카오미의 입술이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타카오미] 당신은 남한테 퍼트리고 그러진 않을테니까,
딱히 가르쳐줘도 상관없어.
[츠유하] 그럼…….
[츠유하] ……?!
두근하고 맥박치는 듯한 소리가 몸 내부에 울러퍼짐과 동시에
오싹하고 등줄기를 기어 오르는 오한이 있었다.
[츠유하] 에……, 뭐……야?
[타카오미] 당신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으니까
진정해…. 괜찮아.
[타카오미] 이게…, 나와 소우시, 하루. 세 사람이 숨기고 있는 것.
[츠유하] 지금의 문양…, 같은게?
[타카오미] 그건 나한테만 나타나는 거야.
의식을 또 하나의 내게 동조 시킨거.
[츠유하] 또 하나의 나…?
술렁술렁, 마음 속에서 뭔가가 소란을 피운다.
좀 전에 사라진, 그의 팔에 떠오른 문양….
그걸 본 순간 갑자기,
뭔가가 몸 속 깊숙히 전부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전신에 떨림이 일었다.
[타카오미] 우리들 셋은
사람과는 다른 피를 지니고 있어.
사람과는, 다른 피……?
[타카오미] 뭐어, 별 이야기는 아니고
아주 약간 이형의 피가 섞여 있는 것 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더 농담 같지 않아서…….
[츠유하] 정말…, 이구나…….
[타카오미] 굳이…, 지금 여기서
당신한테 거짓말을 할 이윤 없으니까.
[타카오미] 뭐어, 안 믿어도 상관은 없지만.
[츠유하] 믿지…, 않는게 아니라….
그저, 따라갈 수가 없는 것 뿐……….
나는…, 이렇게나 간단히
그들이 숨겨온 비밀을 알아도 되는 걸까?
[타카오미] 딱히…, 내가 얘기한 것 갖고
당신이 고민할 필욘 없어.
[츠유하] ………….
[타카오미] 우리들의 과거라던가, 품고 있는 것.
그런걸 당신에게 얘기한다해도
우리들 안에서 그것이 사라지는 건 아냐.
[타카오미] 그와 동시에
당신에게 짐이 옮겨가는 것도 아냐.
[타카오미] 단지…, 당신이
알고 싶다고 하니까…….
[타카오미] 그것이 자신의 아집이란 것을 알면서도 알려 했으니까,
나는 이야기 해 줬을 뿐.
[츠유하] 나……,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제일로, 무서워서….
보이지 않는 척 하는 것은 간단하고,
모르는채로 귀를 막는 것도 간단.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 혼자란걸 알고,
모든 것이 캄캄해져 가는 순간을, 무섭다고 생각한다.
[츠유하] ……………….
꾹 입술을 깨물고, 눈을 감지만,
그럼에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츠] 무섭지만…, 역시 알고 싶어.
치아키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 나는….
[타카오미] …………….
[타카오미] 왠지…, 꽤나 정신적으로 위태로워 보이는데….
[타카오미] 저기…, 치아키는 당신이 그런 식으로
괴로워하길 바라는게 아닐거라 생각해.
[타카오미] 나도…, 그럴 생각으로 당신에게 얘기한 게 아니야.
[츠유하] 타카오미…….
[타카오미] 우리들의 피는, 확실히 보통 인간들과 다른 거지만
그렇다고 비관하고 그러는건 아니야.
[타카오미] 당신이나 치아키가
우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상관 없어.
[타카오미] 나는……,
치아키가 알고 싶어 한다면
언제든 모든 것을 얘기해줄 생각이였어.
[츠유하] …………….
아주 살짝, 한숨에 가까운 숨을 내뱉고서
타카오미는 희미하게 미소했다.
[츠유하] 역시……, 치아키는
당신들에 대해서 몰랐었구나…….
[타카오미] 그래…….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언제든 밝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으니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관계가
왠지 모르게 뒤틀려 있어서…,
잘못 되어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기이한 관계로 보였다….
그런 타카오미에게 조금 당황해 있자니
그는 빤히 나를 바라봐 온다.
[츠유하] 왜……?
[타카오미] 츠유하는, 치아키가 좋아?
[츠유하] 에…?
[타카오미] 연애 감정을 갖고 있어?
그 물음에, 답할만한 것은 내게 없다.
[츠유하] 나, 는……….
치아키를…, 좋아해…?
연애 감정을 갖고 있어…?
[츠유하] 모르겠어…….
그저…, 다가가고 싶다고는… 생각해….
그 웃는 얼굴의 이면에 숨겨진
그늘을 봐 버린 그 순간,
순간 내 안에서 그의 존재가 뚜렷한 형태를 드리웠다.
그의 마음에…, 접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타카오미] ……………….
[타카오미] 그 녀석은, 만만하지 않을거야.
[츠유하] 만만하지 않아…?
[타카오미] 치아키는 말이지,
간단히 남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 넣으면서,
[타카오미] 마음 속으론, 아무도 받아 들인 적이 없어.
[타카오미] 언제든 환영이라는 표졍을 하는 주제에 말이야.
겁쟁이라서 그런거겠지….
[타카오미] 만약 당신이
그 녀석 앞에 그여져 있는 일선을 넘고 싶다면,
각오하고 넘어가.
[타카오미] 그 녀석이 당신을 받아 들일지 말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타카오미] 그 뒤는 당신이 생각할 일이라고 생각해.
[타카오미] 얘기는…, 이걸로 끝내도 돼?
[츠유하] 응…….
[타카오미] 그럼 난 기숙사로 돌아갈게.
간결한 한마디로 끝맺음 짓고,
등을 돌려 기숙사 쪽으로 걸어 가는 타카오미.
그 걸음 걸이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느긋했다.
그 등을 바라보며,
나는 타카오미한테 들은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반추하고 있었다.
[츠유하] 타카오미…!!
[타카오미] …………….
타카오미는 순간 멈춰서, 조용히 뒤돌아 본다.
[츠유하] 각오는…, 되어 있어.
그러니까 다음 번엔…, 둘이서……
다시 한 번 얘기를 들으러 갈게.
[타카오미] 응……, 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
타카오미는 희미한 웃음으로 대답한 뒤,
다시 등을 돌려 기숙사로 돌아갔다.
[츠유하] …………….
치아키는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안…….
나 당신에게, 전혀 상냥하게 대해줄 수가 없어.
전화를 해도, 연결음만 덧없이 울릴 뿐이였다.
몇 번 정도 치아키의 폰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치아키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츠유하] …………….
작게 한숨을 쉬고,
정처없이 치아키를 찾아 걷는다.
어쩌면 볼일이 있어 외출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찾아 걸어다닐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치아키가 지금 어딘가에서 혼자
그 때처럼 자신을 끌어 안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설령 바라지 않는다 해도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만날 수만 있다면,
치아키와 얘길 나누고 싶다.
자신의 감정 전부를, 타인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다고도, 생각치 않는다.
그저… 말을…,
당신이 느낀 것을, 들려 줘.
[츠유하] 치아키…….
눈 앞 횡당 보도의 신호가 빨강이 되었을 때,
도로 너머로 눈에 익은 모습을 보았다.
신호가 파랑으로 변하자마자 달려 나간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츠유하] 치아키……!!
내 목소리를 눈치챈 치아키가
천천히 이쪽을 돌아 본다.
[치아키] 츠유하…….
그 표정은 어딘지 거북한…….
장난을 친 아이가 부모한테 들켰을 때같은 표정이였다.
[츠유하] 오늘은…, 여기 있었구나.
[치아키] 잘도 찾았네…….
[치아키] 츠유하는, 숨바꼭질을 하면
남들을 잘 찾아내는 타입이려나?
[츠유하] 그렇지 않아.
여기저기, 계속 찾아 다녔어.
[치아키] 그런가…….
치아키치고는 별나게, 억양없고 건성인 대답이 돌아온다.
[츠유하] 안 찾길 바랬어?
[치아키] 으음…….
[치아키] 반은 정답이고, 반은 아니려나……?
[치아키] 츠유하는 보고 싶지만,
얘긴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야….
[치아키] 전에 말했잖아.
나는 단순한 겁쟁이라고…….
[치아키] 그러니까……,
지금은… 너와 얘길 나눌만한 여유가 없어.
[츠유하] 여유같은거…, 없어도 되잖아.
제대로 된 말이 아니라도 좋아.
그냥…, 거기에 있어 주면 돼.
[치아키] …………….
[츠유하] 나, 말했지?
겁쟁이라서…라는…, 그런 말로 정리하지 말아줘…….
[치아키] 응…, 그랬었지.
어딘지 쓸쓸한듯 미소 짓고
그는 내 말을 거부하듯 시선을 돌린다.
이래선, 어제와 마찬가지다.
여기서 놓치면, 또 같은 일의 반복이고…….
그런걸로 다시 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ㅡ….
한 걸음, 단 한 걸음이였지만…
치아키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츠유하] 나 말이지…, 타카오미한테서 들었어.
[치아키] 뭘……?
[츠유하] 타카오미나 소우시, 키요하루의 일….
세 사람이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
[치아키] 그런가…….
츠유하는 듣고 온 거구나.
[치아키]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츠유하]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츠유하]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모두와 친구로 있을 수 있다고….
그것 뿐이야…….
[치아키] 그건……,
분명 츠유하가 나와는 달리 강하기 때문이야.
[치아키] 내게는 그런 용기 없어…….
마주한다던가, 그런거…… 하고 싶지도 않고….
[츠유하] 진실을 마주하는 거……,
그런 커다란 게 아니라, 좀 더 심플하게 생각해도 돼.
[츠유하] 그저 알고 싶어….
그것 뿐이야….
[츠유하] 그걸……, 타카오미는 거부하지 않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은…, 치아키 뿐이야.
[치아키]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츠유하] 응…….
상관 없는 일이야.
전부, 전부…. 치아키에게는 상관없는 일로…….
하지만 난 더 이상
보고도 못 본척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내 안의 감정을, 이 이상 억지로 억누르고 싶지 않다.
[츠유하] 일방적인건, 알고 있어.
남들과의 관계는…, 남이 참견할 일이 아냐….
[츠유하] 그런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도 질릴 정도로 거듭 생각했어….
그럼에도…….
[츠유하] 그럼에도…, 나는
치아키에게 참견하고, 치아키의 말을 듣고,
치아키를 알고 싶다고, 생각해…….
[치아키] 알려 하지 않아도 말이야…….
매일 같이 있으니까 말이야,
서로에 대해서는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어.
아주 약간, 체념과도 같은 작은 한숨을 흘린뒤
그는 말을 이었다.
[치아키] 타카오미는 내가 겁쟁이란걸 알고 있어 .
그러니까, 내가 아는 것을 재촉하지 않아….
[치아키] 그리고 나도,
타카오미들에게 뭔가가 있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알고 있었어.
[치아키] 서로 서로의 복잡한 부분을, 왠지 모르게 알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츠유하] 친구인데, 왠지 모르게라는 말로 괜찮다니…….
역시 그런건……, 쓸쓸해….
[츠유하] 모든 걸 이해하는 것이 친구라고……
그런 소릴 할 생각은 없어….
[츠유하] 내 쪽이…, 내 쪽이 훨씬 더….
타인을 이해하려 들지조차 않았으니까….
하지만…….
[츠유하] 하지만…, 생각했어.
타카오미네들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고 싶어서…….
[츠유하] 그와 마찬가지로…,
당신도 등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치아키] ……….
[츠유하] 아무 것도 모르니까……,
알고 싶어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
[치아키] 너는…, 그 말 뿐이네….
알고 싶어, 알고 싶어….
알고나서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 않아.
[치아키] 타인의 감정의 무서움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런 식으로…….
[츠유하] 알고 있어……!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는걸.
[츠유하] 설령…, 알게된 사실이
너무나도 무겁고 무서운 일이라해도…,
그것을 바란 것은 자신이니까.
[츠유하] 더 이상…, 눈을 돌리고 싶지 않아.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치아키] ………………….
[츠유하] 이런 말해서 미안…….
만약 민폐라고 생각한다면…, 확실하게 말해줘도 되니까….
[치아키] 왠지 지금의 너라면……,
확실히 말해도 물고 늘어 질 것 같은데….
[츠유하] 그치만…,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는걸….
[치아키] 하하…….
왠지 꽤나 자포자기인걸?
[츠유하] 자포자기가 되어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싶지 않아.
[츠유하] 사실은…, 치아키도 자신을 알아 줬으면 하지 않아…?
[츠유하] 단지 받아 들여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 뿐인거 아냐?
[치아키] 웃…….
[츠유하] 누구든지…, 받아 들여지지 않는건, 무서워…….
[츠유하] 하지만, 분명 받아 들여 줄거라고 믿고 싶어….
친구인걸…….
[츠유하] 나는……, 아무 것도 모른채로 있고 싶지 않아….
[츠유하] 알고 싶고, 듣고 싶고….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츠유하] 왜냐면 나는…, 치아키와…, 너희들과
제대로 된 친구가 되고 싶은 걸….
[치아키] …………….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치아키는 입을 다문다.
마치, 말이 막혀 버린 것처럼 고개 숙이고ㅡ…
이어 천천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치아키] 츠유하의 말은, 아프네….
꽤나 아팠어…….
[츠유하] 치아키…….
[치아키] 미안, 오늘은…….
이제 돌아갈게.
뒤돌아보지 않고 입에 담은 치아키의 말에는,
평상시와 같은 명랑함이 없었다.
치아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평상시보다 작게 보이는 그의 등이
내 가슴을 죄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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