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9월 28일
치아키
왠지 모르게 주저주저하며 문 손잡이를 잡고서,
천천히 연다.
[치아키] 하아……….
방안을 신중하게 확인한 다음,
성대한 한숨을 뱃속 깊은 곳에서 토해낸다.
타카오미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치아키] 나…, 딱히 잘못한 건 없는데…….
[타카오미] 뭐가…?
[치아키] 우왓?!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자,
거기엔 타카오미가 서 있었다.
지금 제일로 얼굴을 맞대기 곤란한 상대한테 먹은 불의의 습격.
하지만 타카오미는 언제나처럼 태연했다.
이쪽은 아직, 마음의 준비조차 안 됐는데……!
[타카오미] 왜 그래?
안 들어가?
[치아키] 아……, 들어가고 말고.
내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 온 타카오미는,
천천히 문을 닫는다.
[치아키] ……………….
[타카오미] 다녀왔어.
[치아키] 어, 어서와…….
타카오미는 바로 눈 앞을 스쳐 지나가,
침대에 걸터 앉는다.
방금 있었던 일련의 사태들이
마치 없었던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낀다.
[치아키] 하아……….
입구에 서 있자 봤자 별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로 침대에 걸터 앉는다.
평소엔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이렇게, 가끔씩…… 말이지.
타카오미의 침묵이 숨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으레,
이쪽이 뭔가 말을 꺼내고 싶은데, 좀처럼 그러지 못 할 때란 말이지…….
멍하니 있자니, 좋든 싫든
방금 전의 일을 의식하고 만다.
처음 본 것은 아니였다…….
전에 딱 한번.
누구였더라……, 료타와 전화하던 와중,
타카오미가 초조해하는 기색으로 기숙사를 뛰쳐나간 적이 있었다.
신경 쓰여서 뒤쫓아 가 봤더니,
상태가 이상한 하루를 목격했다.
확실하게 뭐가 이상한지는 말할 수 없었지만.
하지만 그래도 평소의 하루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라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뒤로 하고 말았다.
타카오미는 아무 말도 않는다.
내가 그 날의 일을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카오미 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오늘도 마찬가지.
확실히 눈이 맞았다.
하지만, 그것 뿐.
타카오미는 그저 평온히, 태도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타카오미] ……………….
[치아키] 타카오미……?
건너편 침대에 앉아 있던 타카오미와 시선이 마주친다.
졸린 듯 해 보이면서도,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에
무심코 입을 열었다.
[치아키] ……….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 때라면 어떤 상황이든,
능숙히 뭔가 말 했을텐데…….
[타카오미] 치아키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진 대충 알고 있어.
[타카오미] 좀 전의 일, 이지?
[치아키] ……………….
[타카오미]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무리일지는 모르겠지만…….
[타카오미] 치아키가 뭔가를 신경쓸 필욘 없어.
이건, 우리들의 문제니까.
[치아키] 저기……, 타카오미.
그 때, 옆에 츠유하도 있었어.
[타카오미] 응……. 알고 있어.
[타카오미] 눈이…, 마주쳤으니까…….
[치아키] 츠유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청 걱정했었어…….
[타카오미] 그래…….
[치아키] 아무 것도 모른다고 대답했어.
[치아키] 아무것도 모르는척하고 웃으며 대답하는 것….
고작 그만한 일이, 그렇게나 괴로울 줄 몰랐어.
[치아키] 나도……, 너희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이였어.
좀 전의 거ㅡ….
손을 꽉 쥐고서, 힘을 넣고 있는데…….
마치 뭔가에 못박혀 있는 것처럼…,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치아키] 우……….
『물어 봐도 돼?』라는 그 한마디…….
그것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려 했지만……,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타카오미] 헤에……. 조금 의외네…….
타카오미가 드물게 놀란 표정을 드려낸다.
[타카오미] 치아키는 아무 것도 모른채로 있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
[치아키] 에……?
[타카오미] 치아키는……, 흥미 없지?
우리들에 대해서, 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뜻이 담긴 말이 아니란 것은 바로 알았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흥미를 품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을, 피하고 있는 것을 은밀히 지적당한 기분이였다.
[치아키] 그래…….
난 말이지, 즐겁게 지내고 싶은 것 뿐이야.
[치아키] 성가신건 귀찮을 뿐이고.
친구니까 깊이 관여 해야한다거나,
헌신적으로 대해야 한다던가.
[치아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적, 단 한 번도 없어.
[타카오미] 응. 괜찮지 않아?
그런 자세도 치아키 답고.
[타카오미] 상관없는 타인으로 있는 게 더 편하다면
그래도 괜찮아.
타카오미의 말은, 결코 책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듯 했다.
[치아키] …………….
그것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책망해주는게 훨씬 더 편하다.
그러면 자신의 이 어중간함을 환멸할 수가 있다.
[타카오미] 하지만, 신기하네.
제대로 말조차 못하고 있는 내게,
타카오미가 불쑥 내뱉는다.
[치아키] 뭐……가?
[타카오미] 치아키는 그렇게 요령 없는 캐릭이 아니였을텐데.
어떤 심경의 변화야?
불연듯, 츠유하의 말이 떠오른다.
[츠유하] 알려고는…, 하고 있어?
[츠유하] 그게……, 치아키의 진심이야?
일련의 말을 떠올리고, 간신히 깨닫는다.
나는 그녀의 말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 뜻일까.
그런 나를 보고, 타카오미가 조금 웃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심코 고개를 든다.
[타카오미] 미안…….
오늘은 조금 피곤하니까. 저녁때까진 잠깐 자게 해줘…….
[치아키] 에…….
[타카오미] 잘 자….
나를 내팽개치고서, 타카오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말았다.
[치아키] 하아……….
이제 자겠다고 말했지만,
방에 타카오미랑 둘이 있는 것은 왠지 불편해서
슬쩍 기숙사를 빠져 나왔다.
하지만, 혼자가 되고 싶어서 빠져 나온 것일텐데
결국은 이런 역 앞의 소음 속에 있다.
[치아키] …………….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은 편했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 이렇다할 기대를 품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무섭다.
혼자가 되는 것이, 이렇게나 무섭다.
나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런 일 갖고, 냉정하게 있을 수 없게 되다니….
무심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이상하다. 나 답지 않다…….
나답다는건 뭐지……?
나는…, 어떤 녀석이였더라…?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저건…….
얼굴을 덮은 손 틈새로,
저 멀리 눈에 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치아키] 츠유하……. 어째서…….
잘못 봤을리가 없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순간 몸을 숨긴다.
지금 그녀를 만나면,
나는……, 평소처럼 행동할 자신이 없다.
뭘 동요하고 있는 건지.
그건 자신이 자신에게 던지고픈 말이였다.
[치아키] 츠유하…….
무의식적으로 새어나온 그녀의 이름은
마치 사랑에 애닳아 있는 것처럼 낮게 가라앉아 있어서,
전신에 화끈 열이 실린다.
입 주위가 근질근질, 진정이 되지 않는다.
꽉 입술을 깨물고, 시선만을 그녀에게 돌린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표정은
어딘지 초조의 색이 스며 있었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날 찾아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어디선가 욱씬댄다.
그녀가 찾고 있는 상대가, 나이길 바라는 자신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치아키] 흥미를, 지니면…… 이라니.
가볍게 대답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나는 그녀에게 흥미를 품고 있나?
아니, 흥미라던가 그런 감정과도 다르다.
흥미, 독점욕, 보호욕.
죄다 진부한 단어의 나열로만 느껴졌다.
그런건 아니지만.
말로는 다 할 수 없지만 확실히 뭔가가 고착되기 시작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녀의 자그마한 등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곧장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흐려졌다.
[치아키] 웃……….
깨닫고보니, 뺨이 젖어 있었다.
천천히 뺨에 손을 대어, 그것을 확인한다.
눈물, 이였다.
자신의 일인데도 마치 남일처럼 놀랐다.
눈물을 흘린 이유를 모르겠다.
[치아키] 어라………?
에? 어째서……, 나, 울고 있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목소리는 떨리고 있어서,
그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차가움에 아연해 할 뿐이였다.
슬픈, 걸까……….
그녀가 나를 찾으러 와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그것이 기쁘고, 그리고 슬픈 걸지도 모른다.
눈물로 흐려진 눈으로, 그녀의 등을 뒤쫓는다.
눈을 땔 수 없었다.
그녀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치아키] ……………….
입술을 꽉 깨물고, 안경을 밀어 올린 뒤 눈물을 닦았다.
나는……, 이 낯선 감정을,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
▶ 다음으로 - 9월 28일 (츠유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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