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티한 이야기랬고 상대도 마키니까 와~ 마침내 비번 한 번 걸어보나?! 했더니ㅠㅠ
어덜티 하다면 어덜티 하려나...ㅜ_ㅜ두근 거려서 손해 봤슴다ㅠ
풍채, 언동, 위엄.
모든 게 완벽하며, 누구나가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는 그 사람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사였었다.
오전 3시. 산천초목도 잠드는 한밤을 넘은 그 무렵. 그 사람, 마키씨는 가면을 벗었다. 그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특권이며, 내가 우월감에 빠지는 유일한 때이기도 하며, 우울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어, 없다고 생각합……, 욱」
먹살을 붙잡혀 난폭하게 벽에 내리쳐진다. 그대로 마키씨의 몸과 벽 사이에 끼였다.
「마키, 씨…. 케훅.」
지금 마키씨는 짜증이 나있다. 거울처럼 가라앉은 눈동자 안쪽에,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그와 보내왔던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강철같은 얼굴 틈새로 스며나오는, 아무도 모르는 미약한 균열을.
하지만 천재로 불리워지는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워서, 분노의 스위치가 되는 단어는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렇게 되어버린 폭군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적다. 어중간한 농담은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일 뿐이고, 우직하게 구는 것은 역효과다. 방치한다고 불이 꺼지는게 아니니까, 이젠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빠질 때 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과 함께 있기에는 자신이 너무 바보라고.
그리고 허무하고, 비참한 기분도 든다. 평범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 봤자, 천재의 옆에 서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째서, 화내시는 검까.」
내가 제일로 피하고 싶었던 바보같은 말은, 굉장히 구차하고 쉬어 있었다. 순간, 마키씨의 눈이 가늘어 진다.
「그 말투, 그만두라고 말했을텐데. 훨 더 바보로 보여.」
오늘의 마키씨는 그것조차 눈감아 주지 않는건가. 기분이 울적해지고, 위장 안쪽이 차갑게 굳는다.
「죄송합니다…….」
산소 희박한 안개 자욱한 세계에, 마키씨의 향수냄새만이 달콤하게 떠돌고 있었다.
바야흐로 실적만큼은 사내 제일이 된 나는, 얼마전 마침내 마키씨의 비서로 지명되었다.
그렇게 된 이상 계속 학식도 없고 야만적인 인간일 수는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서같은 몸짓으로 커피를 탄다.
우아하고 고결, 차분하면서도 지적. 이 사람의 곁에는 그런 인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아직 한참 모자라니까, 매일 매일 정진중이다.
주가 급성장 등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설 기업. 그것이 당사, UAC 인터네이셔널 코퍼레이션.
「오늘은 밤부터 회합이 있다고 하셨지요. 주거래처 기업 사장과.」
「아아.」
마키씨가 가볍게 커피에 입을 댄 뒤 잔을 내려놓는다. 그런 동작조차 세련됐다.
그래, 지금 내가 목표로 하는 차원이 바로 이거다. 포트를 든 손에 꾹 힘이 실린다. 하지만,
「지겨워. 가기 싫어. 콘노. 네가 대신 갔다 와라.」
마키씨를 의자의 등받이를 젖히며, 앉은채 손발을 뻗은채 빙빙 의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쉰다.
「호화 여객선이라니 꽤나 멋지잖습니까.」
「움직이는 호텔이?」
「바다 위란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루저도 고무보트도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마키씨가 이 세상을 지겨워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내가 불꽃을 보며 감탄성을 질러도, 마키씨에게는 흑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타 본 적 없는 호화여객선도, 마키씨한테는 그저 움직이는 호텔.
「………」
의자에 앉아 있는 마키씨의 등.
우호홋, 이불이다! 하고 끌어 안고 싶어질 정도로 넓지도 않고. 형님!!하며 부르고 싶을 정도로 다부지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 회사 사원 전원은 이 등을 동경하고 있으며, 그 등을 보며 자신의 꿈을 보고 있다.
언젠가 이런 남자가 되고 싶다고. 나는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언제나 이 사람의 옆에 나란히 서는 것은 무리다.
사교회계에 데뷔하여 꿈과 같은 나날들이 계속 됐지만, 내 고뇌는 끝이 없었다.
목표니 지위니 하는 그런 떳떳한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육욕적인 고뇌.
염치 없는 불안이 그늘처럼 들러 붙어 있다.
―…회사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어느 대기업 사장의 영예와 마키씨 사이에 혼담이 오가고 있다던가.
그 소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키씨의 강철과도 같은 마음을 흉내내, 딱딱하게 굳는 몸을 어떻게든 뒤틀어가며 예의를 차리려 했다.
나는 남자고. 마키씨와는 섹스 뿐인 관계다.
더 따지면, 엉덩이가 맘에 든다는 소리밖에 못 들었다.
즉, 나는 단순한 부하다. 단순히 엉덩이다.
그런 내가, 마키씨의 행동에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나?
마키씨가 내게 원하는 자세란, 세 발짝 뒷서서 따르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처럼 그 곁에 서서, 비서처럼 공기를 읽는.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양 웃자.
언제든.
당신이 분명, 그러길 바랄 때에.
「뭣하면 이곳에서 대기하며, 전화 업무를 맡고 있겠습니다.」
마키씨를 실은채로 내내 돌고 있던 의자가, 딱하고 멈춘다.
(어, 어라……?)
공기에 금이 간 기분이 들어서 내심 당황했다.
「저도 따라가는게 좋겠습니까?」
「뭣 때문에 있는 비서지?」
나는 아주 살짝,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가능하다면 보고 싶지 않잖아. 나를 냅두고 여자와 약혼하는 모습같은거.
하지만 나는 미소했다.
그가 내게 원하는건 이런 자세라고 생각하니까.
「따라 갈 수만 있다면 기대되네요.」
방 안으로 비쳐 들어오는 저녁놀이 타일 끄트머리에 스며드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잠시 침묵. 등을 돌리고 있던 마키씨가 흘긋 나를 뒤돌아 본다.
「싸구려 몸이라, 인생 즐거워 보이는군.」
그렇네요.
불꽃놀이가 흑백으로 보이는 인생이라니, 시시하겠죠.
가여운 마키씨.
「혹시 배에서 묵으시는 겁니까?」
「그렇다만.」
「개인실이죠?」
의자가 찬찬히 돌더니, 정면이 나를 향한다. 단정한 얼굴은 찌푸려져 있어도 멋지다.
「무슨 뜻이 담긴 질문이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해.」
마키씨가 공격적으로 턱짓한다.
또 그 말을 시키려 드는 건가? 나는 내심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들어 주십시오.」
「노력하지.」
몇 번이나 하는 말이건만, 마키씨 정도나 되는 사람이 대체 왜 이해를 못하는지.
나 역시 이런 소리, 껄끄러운데.
「네. 그럼―…. 왜냐면 마키씨는 잠버릇이 나쁘잖습니까.」
하지만, 뭐. 소중한 사람이 망신을 당하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적해서 고쳐진다면 몇 번이고 말하자. 당신이 그러길 바란다면.
「그렇게 나쁘진 않잖아…….」
스스로「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자각이 부족하단 증거다. 그럼, 알아 줄때까지 절절히 거듭하자.
「아뇨, 마키씨의 잠버릇은 굉장히 나쁩니다.」
「……….」
「어지간한 수준이 아닙니다.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키씨는 재능은 타고 났으면서, 인덕은 별로 없다.
자유롭고, 분방하고, 변덕스러우며, 그 무엇에도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력이 될 로봇을 직접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고독한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세계 전부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진짜 아군은 나 하나 뿐이다.
세상에게 미움받는 천재 과학자의 유일한 이해자는, 언제 어느 시대건 그가 만들어낸 모자란 로봇 뿐인거다.
「건방진 소릴…….」
마키씨가 입 끝을 들어 웃는다. 그것은 겸연쩍을 때 짓는 표정이다.
「말이 지나쳤습니까?」
「아니, 제법이군.」
「그거 다행이군요.」
나도 웃는다. 우월감과 동정심이 빚어내는, 슬픈 웃음이다.
대체 누가 이 사람에게 이런 표정을 줄 수 있겠냐고.
나 뿐이다.
깔보이고 한 번 배신 당했대도, 당신 옆에 있으려 하는 바보같은 녀석은.
구제의 여지가 없는 폭군이란걸 알아도, 그 곁에 있으려 하는 것은.
차를 내오는 머신처럼, 로봇처럼 기특하게 헌신하려 하는 것은.
보답같은건 벌써 옛 저녁에 포기했다.
이젠 아무 것도 필요 없다.
그러면 적어도, 좀 더 자기 자신을 생각하자구, 마키씨.
내가 없어지면 어쩔 거야.
누가 당신을 지킬거야?
나는 걱정이야.
당신이 잠버릇이 나쁘단 것도, 나밖에 모르잖아.
당신이 세계를 지긋지긋해 하고 있다는 것도 나밖에 모른다구.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도, 나밖에 몰라.
그런데.
마키씨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나 뿐인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모자란 걸까.
마키씨의 옆에 서지 못하면, 당신을 만족스레 구해줄수도 없다.
이렇게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데도, 전혀 당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없다. 등을 어루만져 줄수 없다. 그 마음에 닿을 수 없다.
알려나, 이 마음.
모르겠지, 마키씨는…….
그러니까 나는 공기처럼, 차를 타내오는 기계가 되고 싶다.
당신처럼, 완벽한 강철 가면을 쓰고 싶은 거라구.
테이블에 퍽하고 머리를 박았다. 서류가 날아갔지만, 줍는 것도 귀찮다.
호화 여객선의 넓은 방 안에서, 나는 한창 서류 처리 중이였다.
고개를 들자, 마키씨의 정장이 벽에 걸려 있었다. 풀을 먹인 고급 정장. 마키씨의 향수 냄새.
「일 때문에 나갔다 오지.」
「에?」
「사장이 단 둘이 할 얘기가 있다는군.」
핑하고, 로봇 안테나가 반응했다.
「약혼 얘기입니까?」
「알고 있군.」
「그 얘기로 다들 떠들썩했으니까….」
「같잖은 짓 하지 말고 일 해. 그러니까 실적이 그 이상 안 느는 거야.」
「……」
「그리고?」
「오늘은, 이쪽으로 돌아오시는 겁니까?」
심장이 빠르게 맥박친다. 등 줄기로 식은 땀이 스민다.
「안 와.」
나는 간신히, 쇠처럼 딱딱해진 입가를 움직였다.
「그렇슴까.」
비서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마키씨가 바라는 대답을, 내놓지 않으면.
「그럼, 적어도」
입안이 바싹 말라 있다. 누가 기름을 좀 칠해줘.
「침대는, 따로 쓰시는게 좋을 검다.」
이딴 충고.
나밖에 해줄 수 없는 유일한 충고가, 이거냐.
「시간 없어. 얘긴 나중에 하지.」
마키씨는 그렇게 말하고, 냉큼 방을 나가 버렸다.
나는 남은 일…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벽에 걸려 있는 마키씨의 허물을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 갖고도 자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그리고 어느샌가 꾸벅꾸벅 졸다가.
깨어났더니 마키씨가 내 얼굴을 들여 보고 있고.
그리고 넥타이가 잡아 당겨지더니―… 맞았다.
「왜 때리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또 맞았다.
「아…프 잖아!!」
「그럼 호되게 범해 줄까」
「필요 없, 우욱!!」
또 맞았다.
「왜 때리는 검까!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건데요?!」
「전부터 생각했던건데 말야.」
마키씨는 웃고 있다. 하지만 눈동자 안쪽에, 푸른색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나만이 알고 있다. 알아챈 사람의 마음에만 불똥을 튀기려 한다.
「그 태도, 대체 뭐야.」
「하아?」
「고상한척 얌전 떠는, 그 역겨운 얼굴 말야. 볼 때마다 토가 날 것 같았어.」
마키씨가, 내 뒤쪽 벽에 손을 짚는다.
또 웃고 있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이만큼 얻어 맞아놓고선…, 화도 안나는 건가? 변했군, 네놈도. 조금은 더 재밌는 녀석일줄 알았는데.」
언제나 나와 함께 있던 불확실한 망상은, 가만히 놔두면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가라앉아 간다. 마키씨처럼 쿨하고 멋진 남자가 되겠다는 목표만이, 지금의 허세를 지탱하고 있는 거다.
마키씨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받을 수 없다면, 적어도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멋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마키씨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생각에, 무슨 일이 있어도 냉정해 지려 하는 것 뿐임다.」
마키씨는 담담히 나를 보고 있다. 그리고 나를 다시 한 방 때리고서……, 그리고서 바로 놓아 준다.
「누가 순종하게 굴라고 했지? 완벽해지란 소리, 내가 하기라도 했나?」
「…….」
「그리고 그 말투, 관둬.」
「내,」
마키씨의 단 한마디 말이, 나를 움직인다.
「냅두라고!! 버릇이라고!!」
나는 이제까지의 모든 대답을 담아, 마키씨를 힘껏 후려 갈겼다.
그 꺼름측한 게임을 할 때, 그랬던 것처럼.
로봇같은게 아닌, 인간의 주먹으로.
아메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큐요자와 아메입니다. 마키는 CAGE 캐릭터 중에서도 조금 이질적인 캐릭터라서, 이번 SS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적었습니다. 콘노도 성장해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즐겁게 읽어 주신다면, 정말로 영광입니다.
라이치 : 마키를 그리는건 굉장히 좋아합니다만, 가끔 이 여유로운 얼굴을 때려주고 싶어지는 건 비밀입니다. 분명, 몸은 딱딱하겠지만 뺨은 부드럽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도 고맙습니다!
-------------- 정말 마키를 좋아하니까~~라는 발상으로 마키같이 잘난 남자옆에 서기엔 좀 그러니까 걍 마키가 어떤 인생을 살든 그 삶 자체에 종속되는 마키의 부속품이 되자...라는 발상이 과연 콘노 다운 멍청함 ㅠㅠ이라서 내가 콘노를 패고 싶어지내요.. 과연 DV를 부르는 남자 ㅠㅠ 인간 DV 제조기 ㅠ 그래도 마지막엔 맨정신을 차려서 다행입니다 ㅠ 마키, 콘노를 패줘서 고마워...ㅠ 이상한 일이지만 왜 콘노 패는 마키에겐 일케 일케 이입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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