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빨강 신호 앞에 정지했다.
창 밖을 보자, 양과자점 앞에 신나 웃음을 띈 아이가 있었다.
리본으로 포장된 상자를 끌어 안고, 차분해 보이는 양친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빨간 리본.
하얀 상자.
딸기 케이크가 마침 딱 그런 포장이였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 후로 몇여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쇼트 케이크의 맛을 모른다.
「사이키!!」
오늘 업무를 끝마치고 집으로 귀가하자, 먼저 귀가해 있던 콘노가 달려온다.
히죽대기는……. 기분 나쁘게.
이 녀석의 생각같은거, 완전 뻔하다.
필경『생일 축하해』같은 부류의 같잖은 용건이다.
「뭐야. 피곤하니까, 얘기라면 나중에 해.」
짜증스레 쏘아봤지만, 콘노의 등신 상판은 여전히 풀려있다.
「오늘은 더 이상 일 없지? 새삼 남았단 말 마. 끝난거 다 아니까.」
「하아.」
한숨을 쉰다.
오늘 일은 까다로운 작업이 많아서 신경을 많이 썼다. 솔직히 바로 씻고 당장 자고 싶다.
검은 양복에게 쟈켓을 내던진뒤, 내 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도 콘노는 끈질기게 뒤쫓아 온다.
「오늘 생일이지?」
상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질문에 거듭 진저리쳤다.
「좀 더 깊이 있는 소린 못 하나, 너……?」
「뭐, 뭐야. 그 얼굴.」
「생이일? 그거 말고 생각할 일 있지 않아?」
「있긴 한데.」
콘노는 입을 다물었지만, 그래도 뒤쫓아 온다.
「그럼 그거나 해. 너한테 넘긴 일은 다 했어?」
「그보다 중요한 일, 있잖아! 생일이잖아, 오늘. 너랑 쥰의.」
「그럼 쥰이나 맘대로 축하해 주든가. 나는 씻고 냉큼 잘거야. 방해하지 마. 죽여버린다.」
「12살 생일이잖아!!」
바퀴벌레처럼 재빠른 움직임으로, 콘노가 내 앞길을 막는다.
박수를 쳐줘야할 동작이였다, 이거. 짜증 No.1에 추함 No.1.
피곤해서 짜증난다…….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툭툭 치면서, 나는 눈을 감는다.
이 녀석은 바보니까, 무슨 소릴 해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땐 떠들어 봤자 시간 낭비다.
「얼른 해…….」
「헤.」
「어차피 어디다 준비해 놨잖아!! 주지육림이든 만한전석이든!! 그리고 냉큼 끝내!!」
콘노는 만세라도 부를듯한 기세로 기뻐하며, 앞서 나를 어디론가 끌고간다.
춤추는 듯한 발걸음에, 대체 누가 어린애인지 모르겠다.
「신 내지마. 꼴사나워.」
「아니. 하하…, 뭐랄까. 이것저것 많아서.」
「이것저것?」
「아직 비밀. 쉿.」
정말, 진심으로 아무래도 좋다.
지긋지긋해 하며 시선을 돌렸지만, 콘노는 웃는 얼굴을 거두지 않는다.
「아직이야? 졸리다고, 난.」
「이제 곧이야.」
목소리에 기대가 스며 있는게 울컥했지만, 말없이 뒤를 따라간다.
그러자 콘노는, 지금은 그닥 쓰이지 않는 방 앞에 멈춰섰다.
분명, 이 방은…. 연회 때 몇 번 쓴게 고작인 방이다.
콘노가 과장되게 문을 연 뒤, 나를 안으로 불러 들인다.
「…….」
「어서와, 쥰.」
이미 자리에 앉아 있던 쥰이 웃는 얼굴로 일어서며, 내 자리를 당겨준다.
하지만 나는 앉지도 않고, 어느 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방 중앙에 있던, 쥰이 방금전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던 것에.
「쥰. 뭐야, 그건.」
「응? 하이퍼 요요야. 멋지지?」
「그쪽은……?」
「베이 블레이드랬나?」
「그건.」
「에…, 콘노씨. 이건 뭐였죠?」
「골판지 전기!」
현기증이 났다.
「생일 축하해, 쥰. 사이키.」
「설마 싶지만, 네놈. 이걸 전부 사갖고 온거야?」
쥰이 만지작거리고 있던 요요를 가리키자, 콘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같은 웃음을 띄고서.
「어린애라면 역시 이거지! 자자, 놀아 놀아! 사이키도! 자아! 사양할고! 어서!!」
콘노는 쥰과 하나되어, 애들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나는 화낼 기력조차 잃고, 둘을 방치하고 소파에 깊숙이 걸터 앉았다.
망할. 졸리다. 시간 아깝다. 상대해 줄 시간은 끽해서 10분이다.
「그래서, 밥은.」
「아아. 돌아오는 시간이 둘 다 다르니까. 외식이라도 나갈까 하는데.」
또 나가는 거냐. 최악이다. 졸리다고 말했는데.
「넌 안해?」
「안 해. 닭똥같은 자식.」
콘노는 명백하게 낙담한 모양새였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화내고 싶은건 이쪽이라고.
그렇게 한차례 다 논 쥰은 일단 자리를 뜨고, 콘노도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하더니 신중하게 방 구석에 모아 두었다.
쥰의 일도, 슬슬 막바지 작업 중이였다…….
이딴 애들 장난을 상대해주는 것도 친절심 때문이겠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난 그딴 배려 해줄 맘 없다.
소파에 축 누워 있자니, 콘노가 다가와 뭔가 상자를 내민다.
리본이 달려 있는 작은 상자였다.
「케이크도 사갖고 왔어. 자.」
「…….」
멍청히 올려다보고 이자니, 콘노의 눈썹이 쳐진다.
뭘 해줘도 기뻐하지 않는 아이를 앞에 두고, 어찌할바 몰라하는 부모의 얼굴.
하지만, 내쪽에서 말하자면 그야말로 민폐이기 짝이 없다.
기쁘게 해달고, 내가 부탁한것도 아니라구.
시답잖다.
생일이란게 그렇게 축하할 일인가?
나이를 먹을때마다 뇌세포 숫자는 줄기만 할 뿐, 한걸음씩 착실하게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어깨를 떨군채로, 콘노가 내 옆에 앉아 꾸물꾸물 상자를 연다.
안에는, 쇼트 케이크였다.
「이런거, 좋아할 줄 알았는데.」
「괜한 민폐에다가, 참 안돼셨네. 네놈이나 먹어. 어쩌면 쥰이 먹을지도 모르겠군.」
「선물도 기쁘지 않은 모양이고……. 역시 주식 같은게 더 좋았어?」
주식은 그렇다치고, 그딴거 갖고 기뻐할 12살 짜리가 있으면 좀 가르쳐 주시지?
대답하는 것도 바보같아서 무시해준다.
침묵.
쥰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콘노 혼자서 착착 케이크를 없애 가고 있다.
「너……. 제대로 생일 축하 받아온거야? 지금까지,」
「그런적 없어. 쥰도. 덧붙여 둘이서 축하한 적도 없어. 하지만, 그게 당연한거고, 상관없고. 신경 써본 적도 없어.」
「거짓말…….」
「아?」
「신경 쓴 적 정도는, 있을거야.」
콘노가 진지하게 나를 바라본다.
어떤 의도가 담긴 시선인지, 바로 깨달았다.
또, 예의 그거다. 고상한 설법.
우리들과 콘노의 사고 방식은 아직도 평행선으로,
서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양보하지 못하고 있고, 공감하지도 못하고 있다.
내게 살라고 말한건 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멋대로 막은 것도 너고,
나를「가여운 어린애」로 만들려 하는 것도 너다.
자신의 아집이 떠밀려 났다고 멋대로 상처 입은 얼굴 하지 말라구. 민폐.
하지만, 뭐.
「흥.」
「왜 웃는 거야…….」
좋아.
동정도 애정도 필요 없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대도, 밀쳐 낼게 뻔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 그거다.
그런 마조 기질을 부릴 수 있는 여유가, 네놈에겐 아직 남아있다는 거다.
좋아. 좋다구.
「쇼트 케이크.」
「오, 역시 먹고 싶어?」
「아냐. 신내지마. 기분 나빠……. 그냥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것 뿐이니까.」
「…….」
예상대로 콘노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깐다.
오만하며 더러움 없는 인간의 얼굴.
가여운 아이에게 금구를 들려주고 말아버린, 죄책어린 표정.
언제나처럼, 증오인지 혐오일지 모를 감정이 가슴 깊이 스민다.
하지만, 뭐.
너는 아직,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된 어른이란 것을, 네놈은 1여년에 걸쳐 내게 전하려 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노력을 봐서, 다소는 양보해 주지.
어쨌든 뇌세포가 또 하나 사멸한, 기념비적인 12번째 축일(祝日)이니까 말이야.
「으랏」
「하……?」
콘노가 먹고 있던 쇼트 케이크를 빼앗아, 그 안면에 내던졌다.
「푸훕…!」
자아, 프라이드를 돈과 맞 바꾼 저질 개그맨 완성.
콘노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아연해 하고 있다.
유쾌하고 우스꽝스런 어른의 모습을 보자, 내 가슴 쓰림도 다소 가신다.
그래, 요컨데「개운해졌다」그거다.
그러니까, 이 정도로 봐주지.
콘노의 정장 멱살자락을 잡아 끌어 당긴다.
「뭐, 뭐야……?」
「알겠어? 귓구멍 파고 잘 들어.」
이런 일이 있는 이상, 확실히 해둬야겠지.
왜냐면, 내년도 있을테니까.
내후년도, 10년 후도, 자칫하면 100년 후까지.
네놈이 죽을때까지 상대해 주지 않으면 안될 문제니까 말야.
「나는 쇼트 케이크보다 핫케이크파라고. 똑똑히 외워둬, 등신.」
차가운 겨울, 성냥만이 마음의 온기였다던 가련한 동화.
따스한 불빛에 이끌려 집안을 들여다본 소녀는, 분명 죽음을 통해 행복을 얻었다.
할망구가 저 세상에서 마중을 나와서?
과자집이니 꽃이니 뭔지에 에워쌓여서?
풀 코스 요리에 케이크에 둘러 쌓여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딴 천국, 토악질이 난다.
콘노는 잠시 멍청해 하더니,
크림이 잔뜩 묻은 더러운 낮짝으로,「뭐야!」하고 뿜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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