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뜰을 걸으며, 자라난 풀을 밟는다.
저벅저벅, 발치에서 풀 밟는 소리가 난다.
적당한 나무를 골라, 그 둥치에 기대어 앉았다.
높은 곳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잎, 그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빛은 부드러웠다. 눈꺼풀을 내며, 귀를 기울이면 나무들의 웅성거림이 자장가처럼 흐른다.
천천히 가라앉는 의식 속에, 문득 벚꽃신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뜰로 나오기 전에 만난 탓일까.
『차를 탈 생각인데. 후부키씨도 같이 어때?』
됐다ㅡ고 바로 대답하자, 벚꽃신부는 약간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나는 대답을 잘못한 모양이다.
그녀는 추욱 눈썹을 떨구고 유감을 표한 다음, 즉시 다시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가 "그래"하고 대답했다.
차를 마실 기분이 아니였던 것 뿐이였다만.
좋다고 대답해 줬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부분을 아무래도 잘 모른다.
몸을 돌려 종종 걸음으로 다실로 돌아가는 벚꽃신부를 배웅하면서, 그 뒷모습이 이 장소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가 종종 있다. 꽃 신부가 다시 하나리를 찾은 이래.
예를 들자면 이 저택 뜰, 여기저기에 꽃이 피었다던가, 누가 뭔가를 했다던가.
매일이 바뀌는 것도 아니며, 계절 역시 변치 않는다. 그것이 여기선 당연한 일인데도, 뭔가 작은 변화를 발견해내고선 내게 가르쳐 준다.
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르쳐줄수도 있으나, 분명 그녀는 웃기만 하겠지.
언젠가 알 일이다.
돌아가면 좋을텐데.
그럴 마음만 먹으면 돌아갈 수 있는 것을.
내내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어째서 정말로 그리하지 않는지.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변해가는 계절을 즐기려 한다면.
매일의 변화에 마음 들떠하려 한다면.
이곳은 결코 그에 적합한 장소가 아닌 것을.
이곳은 끝나, 사라져야 할 장소.
그저 종언만을 기다리는 장소.
「후부키씨, 이런 데서 자는거야?」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말을 거는게 아니라, 혼잣말처럼 조용한 말투다.
자고 있다고 생각해서, 소리 죽여 다가온걸까.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자는 척 하기로 했다.
「피부, 엄청 깨끗하다…」
변함없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네 쪽이 훨씬 더 그러한데.
그 손도, 뺨도 윤기있고 싱싱한 과실 같아서,
입에 담으면 틀림없이 달콤하리라 생각하는데ㅡ.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다. 사쿠가 몸을 웅크려, 내 옆에 걸터 앉은 것이다.
뭘하고 있는걸까. 어깨에 내려 앉는 무게에 가늘게 눈을 뜨자, 밤색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너도 잘 생각인가?」
「꺄악!? 후, 후부키씨…. 깨어나 있었던 거라면 그렇다고 좀 말해!」
즉시 몸을 때려하는 사쿠의 손을 잡아, 끌어 당긴다. 품안으로 쓰러져오는 가는 몸을 끌어 안자, 그 피부에서 기분 좋은 체온이 전해져 온다.
어딘지 그리운 듯 하면서도, 처음 맛본듯한 따스함. 말로 다 할 수 없는 온기가.
「좋아. 너도 여기서 자.」
「에, 엣?」
사쿠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 허둥대며 말하려 했지만,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정말…….」
주위에 작은 풀꽃이 피고, 나무 잎은 녹음 우거질테고, 그리하여 언젠가 벚꽃이 싹 트겠지.
부드러운 햇살 아래서, 찾아올 그 날을 그저 기다린다.
언젠가 손놓지 않으면 안 될 이 몸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다고.
왠지 모르게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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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 스폐셜SS가 후부키를 마지막으로 올 업데이트!! 이걸로 이 작품과도 당분간 바이바이 일 것같습니다.
SS 옮기면서 생각한건 참.. 이 작품 되게 뻔해 보인다... 싶었던 거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치가 않네요. 잘 되길 빕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