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자욱히 끼여 있었다. 이곳 하나리에서는 드물지도 않은 아침 풍경이다.
후하고 불어봐도 수증기처럼 흩어지는 일 없이, 시야는 항상 하얀 색으로 뒤덮혀 있다.
어제밤은 간만에 비였다. 밤 나절 내내 내렸던 탓일까, 오늘 아침은 평상시 이상으로 싸늘했다.
비는 동틀무렵에 그쳤지만, 지금도 처마아래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꿈자리가 안 좋아서 잠에서 깨어나, 몸이라도 뎁혀볼까해서 욕실까지 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선객이 있던 모양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어 안의 동태를 살핀다. 영락없이 타루히가 청소라도 하고 있는가 했는데, 아무래도 모양새가 다르다. 안에서 들려오는 콧노래는 익숙한 동요를 노래하고 있었다. 그 아이ㅡ 하나히메가 태어난 토지에서 흔히 불리우는 동요다. 그것도 벌써 몇십여년 전의 이야기. 철도 다 지나가 버린 동요를, 젊은 처자가 알고 있다니 별일이다.
그 아이가 좋아했다던 할머니로부터 배웠던 것일까.
짝사랑의 노래라고 기억하고 있었건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즐겁기만하다.
어쨌든, 선객이 있었다. 남자라면 그렇다쳐도 여자, 하물며 벚꽃신부와 욕실을 함께 쓸 수는 없다.
조속히 문을 닫고, 성가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방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한발 늦었다.
문에 손을 댐과 동시에, 찰팍하고 탕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 사이로 벚꽃신부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커다란 눈을 몇 차례 깜빡인다.
「저기…………」
현실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얼어 붙은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읏………」
겨우 사태를 파악한것 같다. 그럼에도 여기서 큰소리를 지르는건 사태가 커질거라 생각한건지, 순간적인 이성으로 비명을 목구멍 아래로 내리 누른다.
항상 가리고 다니는 가는 다리는 물에 담궜던 탓에,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다. 수건으로 가린 자그마한 신체는 생각외로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탄실했다. 오랫동안 몸을 담구고 있었던듯 새빨개진 뺨에, 더할나위 없이 크게 벌어져 젖어있는 눈초리. 벚꽃신부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작게 헛기침했다.
「저기……, 좋은 아침입니다. 키리시마씨」
「아아, 좋은 아침」
알몸을 보인 것이 인식이 되는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온다. 그리 신경쓸만한 일도 아니다ㅡ고 생각하지만, 여기는 어른스럽게 입을 다무었다.
벚꽃신부는 어린아이 취급 당하는걸 싫어한다. 각별히 어린애취급 하고 있다고 생각친 않으나, 본인은 그렇게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겠지. 일일이 눈초리를 세우는 그게 훨씬 더 어린아이 같다는 것을,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침 목욕인가」
「우……. 네. 이상한 꿈 때문에 땀을 잔뜩 흘려서…」
벚꽃신부는 한층 더 뺨을 붉이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딱히 난 신경쓰지 않는다, 고 말해 줘야 할 것인가. 하지만 그것도 뒤늦다. 굳이 그 얘기를 화제로 꺼내면 아이도 더 더욱 껄끄러하겠지.
말하기 힘든듯 손가락질한 바구니 안에는, 확실히 갈아입을 옷이 들어가 있었다. 이 아이가 언제나 입고 있는 하나오모테(花面)의 옷이다.
과연,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금방이라도 이걸로 갈아 입었을테지.
내가 딱 지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였다.
「미안. 바로 들어가지」
멍하니 서있어 봤자 별 수 없으니. 바로 탕에 몸을 담구러 가자. 그 동안 벚꽃신부도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유카타 끈을 풀으려 하자, 드높은 소리에 가로막혔다.
「저기, 바로 갈아입을테니까,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네가 입는 것보다, 내가 벗는 쪽이 더 빠를텐데」
「그렇다고 눈 앞에서……」
「신경 쓰이나?」
「당연히요」
그런건가. 남자의 알몸같은거, 그렇게까지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알몸을 자랑하고 다니는 취미는 없으니까 안심하고, 뒤돌아 서 있어. 나도 흥미 없으니」
귀까지 빨개진채 항의를 올리는 벚꽃신부를 무시하고 끈을 푼다. 작은 비명을 올리며, 벚꽃신부는 다급히 등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항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벗은 유카타를 빈 바구니에 던져넣고, 욕탕으로 향한다.
안개보다도 짙은 수증기가 싸늘한 몸에 자욱히 들러붙는다.
통에 뜨거운 물을 한가득 퍼올려, 몸에 부었다. 저릿한 통증이 어깨에서 시작 되어 다리까지 퍼졌다.
덧문 너머로, 황망히 떠나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벚꽃신부가 나가ㅡ 아니, 도망치는 소리다.
심술은 아니지만, 감정도 표정도 풍부한 그 소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솟아 오랐다.
크게 숨을 내뱉는다.
수증기가 순간 옅어지고, 시야가 선명해졌다. 어느샌가 안개는 개이고, 나무들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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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시리 관심도 없는 게임인데 ^^ 내가 예랑 오즈마피아를 제일 공들여서 번역하는 것 같아서 웃깁니다. 19금 게임 답게 명불허전 부끄러움이 없네요, 키리시마 아자씨^^.... 아 공= 시간이 아니라 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