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옷, 깨어난건가? 과연 나의 과학이다.」
초점이 맞춰진 시야에 치아노제를 드려내는 얼굴이 비쳐들어왔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의 승리다. 과학, 과학, 과학은 훌륭해!!」
은발이 어지럽게 흔들리며 검은 고무장갑을 낀 두손이 꿈틀댔다.
백의를 차려입은 사내는 육척 반은 됨직한 신장으로, 큼직한 코와 입, 각진 턱, 두 눈 아래에 검붉은 수술자국이 나있었다. 1810년에 태어났다고는 들은적 있지만 겉보기에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전반이다. 생년월일이 확실하다면 실제 연령은 백세를 넘긴게 된다.
「빅토르.」
「과학이다!!」
「Dr. 빅토르.」
드러누워있던 검고 딱딱한 침대에 팔꿈치를 세우며 라이도우는 반복해서 백의 차림의 사내를 불렀다. 조금 더 몸을 일으켜, 목구멍에 박혀 있던 전극을 내려다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은, 학생모와 훈도시를 걸쳤을뿐 거의 전라 상태였다. 두 겨드랑이와 다리에도 전극이 꽂혀 있다. 복부 위에는 가늘고 긴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라이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것이 네에한테 받은 부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범어가 새겨진 부적을 피부에 붙이고 다니는 것이 데빌 서머너의 관례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신학이나 마학에도 영 문외한이 아닌 빅토르니까 그것을 때내는 것은 삼간 것이겠지. 좋아라 혼자 덩실거리던 그 백의가 라이도우를 돌아본다.
「오오, 쿠즈노하. 과학의 힘을 보았는가.」
「과학? 이게?」
몸에 이어진 전극을 힘껏 뽑아냈다. 라이도우의 새하얀 피부에서 튀어나온 피가 빅토르의 연구실, 업마전의 거무스름한 바닥에 점점이 튀었다.
「나의 과학의 힘으로 깨어날 수 있었던게다.」
실내는 검고 넓었으며, 천장은 기이하게 높고, 벽면에는 거대한 발전기나 톱니바퀴가 늘어서 있었다.
「과학이다. 과학이 없다면 쿠즈노하는 쭈욱 쓰러져 있었겠지.」
빅토르 박사는 몇십년동안 각국을 방랑하다, 찾고 있는 연구소재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일본에 정착했다. 라이도우에게는 그리 설명했었다. 연구실은 츠쿠도쵸의 도매상 지하에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은앵각에서 그리 멀지 않다. 빅토르는 수상쩍은 수입품을 팔아 연구비를 충당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밀수품이기 때문인지 혹은 그가 한밤중에만 외출할 수 있기 때문인지 연구실을 포함에 그 존재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훈도시 차림으로 침대위에서 상반신을 수직으로 일으키며, 라이도우는 낮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여기에?」
「유감이지만 과학의 힘으로 데려온게 아니다.」
「누가 나를 옮겼지?」
「개다.」
라이도우는 고개를 돌렸다. 발전기 측면 후미진곳에 도아마스가 배를 드려내놓고 뻗어 있었다. 개악마는 주의 깊다. 무방비하게 복부를 드려내놓고 잠들리 없다.
「무슨 짓을, 했지?」
깊이 있는 빛을 발하는 눈동자로 빅토르를 돌아본다.
「아무짓도. 저 개는 멋대로 쓰러졌어. 뭐어, 쿠즈노하의 각성수술비로 조금 혈액을 제공 받았지만.」
「어느 정도?」
「귀중한 연구재료나 마약(魔藥)의 원료가 되는 악마의 생피는 좀처럼 손에 넣기 힘들지.」
「어느 정도?!」
라이도우는 거듭 되물었다.
「적은 양이다. 갤런 한병 정도.」
됫병으로 치자면 거의 두 병. 약 3.8리터나 되는 양이다.
「노, 노려보지마, 쿠즈노하. 나는 단지 피를 뽑았을 뿐이다. 그랬더니 혼자 쓰러졌어.」
「의사이기도 할텐데. 인간의 혈액 총량정도는 알고 있겠지.」
「저건 인간이 아니야. 그, 그러니까 노려보지마. 쿠즈노하, 죽은것도 아니야. 그렇고 말고. 내 전문은 불사다. 누구든 내 연구실에서는 죽을 수 없어.」
「불사.」
바닥에 발을 딛고서, 라이도우는 마치 생각난듯이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빅토르, 이전에 불사라고 들었는데.」
「나는 죽지 않아.」
백의의 사내는 두 팔을 크게 들쳐올렸다.
「적에게 불사신의 악마가 있다.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지?」
「오오,」
은발 아래의 눈동자가 흥미로운듯 빛났다.
「이름은 아르카드다. 박쥐의 모습을 하고 있어.」
마주하던 입가가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아르카드!! 블러드 제페슈 3세가 소환했다는 그 아르카드인가! 하핫, 내가 불사인 이유는 그 아르카드의 권속으로부터 피를 나누어 받아, 그를 이용해 세포를 무한히 재생시키는 혈액정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뭐, 그 정제섭취의 부작용으로 태양광을 쬘 수 없게 되었지만.」
「태양광을 쬐면 죽는건가?」
「뱀파이어라면 적어도 신체의 움직임은 극단적으로 둔해지지.」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은?」
벽면 톱니바퀴가 삐걱이며 돌기 시작하자 금속이 맞물리는 귀아픈 소리가 울려왔다. 장신의 백의 사내는 턱을 들고서 손끝을 이마에 얹었다.
「왜 그러지 빅토르.」
「나는 쿠즈노하의 피를 원해. 가능하면 피와 살점이다. 뼈가 있다면 더더욱 좋지.」
「내 것 말인가?」
당돌한 전개에 라이도우는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 쿠즈노하의 피를, 데빌 서머너의 혈액을 연구해 보고 싶어. 연구과정의 일환으로 조금쯤은 마시겠지만 결코 마시는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야.」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내 쿠즈노하 라이도우의 이름은 습명이다. 게다가 데빌 서머너는 일가전승 도 아니야, 흐르는 피에 의미가 있을리 없어.」
「그걸 판단하는 것은 과학이다, 즉 나다.」
발전기와 발전기 사이의 방전판에서 녹황색의 섬광이 용솟음쳤다.
「내게 쿠즈노하의 피를 마시게 해다오, 아니 연구하게 해다오.」
목소리에 혀를 빠는 소리가 섞여있다.
「빅토르, 어째서 갑자기 그런 소릴 하지?」
「도리상의 교환조건이다. 아르카드를 죽이는 방법이란 즉 나를 죽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진성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불사의 비밀은 매우 비슷하다.」
「나는 빅토르를 죽이지 않아.」
「메어리 쉐리도 그렇게 말했었지.」
빅토르는 낙담한듯 먼곳을 바라보는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 피를 채취해줘. 하지만 한 되는 곤란해. 많아도 반 홉이다.」
「고작 90밀리리터인가… 그러면 살도 다오. 그렇지, 스테이크 한 장 정도.」
빅토르는 검지 하나를 들었다.
「그 서양 요리는 먹은적이 없어. 한 장이라면 얇은건가?」
「매우 얇지, 대강 300그램 정도다.」
「반근… 8냥(*근의 10분의 1) 정도의 무게다.」
「한손으로 들 수 있어.」
「거야 들겠지. 역시 피만으로 해줘.」
침대옆 사이드 테이블에서 기쁘게 톱을 집어들던 빅토르를 바라보며 라이도우는 덤덤히 말했다.
「그, 그러면 손가락 2개 정도, 그정도라면 절단해도 상관없겠지?」
「상관있어.」
「발가락이라도 좋아.」
「빅토르, 이 이야기는 없었던걸로 하지.」
훈도시 차림의 나체는 침대에서 일어나 걸음을 땠다.
「잠깐, 손가락 하나라도 좋아, 두 번째 마디부터 자를게. 그거라면 지장은 안 생겨.」
돌아보지도 않은채, 라이도우는 어두운 바닥을 내딛었다.
「에에잇!! 그럼 혈액만으로 하지! 하지만 한 홉이야! 그 이상은 양보못해!!」
「먼저, 가르쳐줘.」
「배,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은 심장에 나무말뚝을 박는거야. 철제론 안돼. 반드시 나무여야해. 그게 아니면 머리를 뭉개도, 전신을 태워도 몇 번이고 재생해버리지. 애당초 블러드 3세 곁에 있을 정도의 뱀파이어의 심장에 그리 쉬이 말뚝을 박지도 못하겠지. 아르카드는 15세기부터 살아왔으니까.」
「선대도 쓰러트리지 못한 모양이다.」
「요괴와 싸우는 완고한 투인(鬪人)인가. 13대의 피도 무척 갖고 싶었지.」
빅토르가 혀를 빠는 소리가 등 뒤에 닿았다.
「헌데, 라이도우. 내게 줄 피는 두 홉으로 안될까?」
***
도아마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속에서 자신은 최고의 존재였다. 용설란으로 빚어낸 프루퀘주를 통째로 마셔야만 이를 수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천국에라도 오른 기분이라고 딱 잘라도 될 것이다. 라이도우가 들쳐 안아주고 있었다. 게다가 라이도우는 전라다. 훈도시와 학생모 이외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전라인채로, 도아마스의 무릎과 견갑골을 두팔로 둘러, 가슴께로 바짝 끌어당겨 안아 올려주고 있었다. 마치 부유하는듯한 걸음걸이로 이동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새하얀 가슴에서, 땀과, 피, 언제나 학생복에서 떠돌던 마호향(魔護香)의 냄새가 났다.
피?
희미하니 흐린 눈으로 나신을 바라본다. 라이도우의 목가에 있는 상처가 보였다.
안겨진 상태에서 몸을 살짝 움직여 고개를 뻗어, 그 상처를 핥는다.
「괜찮아, 전극 자국이다.」
그런데도 도아마스는 상처를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는 어두웠고, 때때로 메기도의 불꽃과도 같은 녹황색의 뇌전이 튀었다. 이상적인 암흑계다. 뇌광만이 조명인 어둠속에서 '벗은' 라이도우에게 안겨 있다. 소중히 여겨진다. 실로 꿈이다. 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
문득 꿈이래도, 라이도우는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셈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한것처럼 두개골이 일렁이고 시야가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어디든 좋다. 함께라면. 눈꺼풀이 어느새 감기고, 의식이 허무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대도, 도마아스의 혀만은 새하얀 피부에 남은 상흔을 핥아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도, 모레도, 내일 모레도, 죽는 그 날 까지, 매일 밤 이런 꿈만을 꾸고 싶다.
**
석양이 가까워진 마을 귀퉁이에 누군가가 관짝을 끌며 걸어가고 있었다.
고인을 좌선한 자세로 수납하는 관, 이른바 커다란 술통이다. 성급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되는 술통형의 관자체는 전혀 드문것이 아니다. 에도 시대의 서민들에게 널리 보급되어있는 것이며, 다이쇼 시대인 지금에 이르러선 이러한 좌관(坐棺) 전용 화장터도 있다. 그런 화장터에는 시체를 눕혀 담는 장방형의 서양식 관을 태울 순 없다. 이러한 관은 극히 일반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길 가는 사람 몇몇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는 그 관을 무심코 돌아본다.
「닷샤」
하카마를 걸치지 않은 남자가 어깨에 굵은 밧줄을 걸치고 관을 끌고 가고 있다.
밧줄은 관이 얹혀진 철판의 대좌에 동여매여져 있다. 자세히보면 관은 그저 얹혀져 있는게 아니라 칠흑의 철판에 끼워 올려져 대좌와 일체화된 것이 보인다.
관이 뒤엎여지지 않도록하기 위한 조치일것이다. 하지만 철판대좌에는 바퀴도 붙어있지않았다. 길가다 돌아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눈치챈 사람들이었다. 철판은 4촌정도, 10센치가 넘는 두께다. 관을 얹을 정도니까 철판의 대좌자체는 상당히 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무게일텐데 관과 그 내용물의 무게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간단히 움직일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괴로운 기색없이 끌어당기고 있다. 터무니없는 힘을 지니고 있는걸까, 무술의 달인이라도 되는걸까. 아무리 길이 요철없이 매끄럽다해도, 사내는 관을 이끄는 보폭에 한치의 변화조차 없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나아간다.
「닷샤」
돌아보던 몇몇 사람은 우선 괴이쩍인 관을 바라본다음 남자를 바라보지만, 그 다음 너나할것없이 전부 시선을 돌린다.
「닷샤, 닷샤~」
거친 검은머리칼이 이마를 완전히 뒤덮는 남자의 인상은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높은 광대뼈, 곧은 코. 커다란 입엔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긴 앞머리로 엿보이는 두눈의 빛은 작열하는 태양빛에 빛나는 창날처럼 날카롭다. 건실한 부류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시선을 돌린 모두가 그로부터 야쿠자와 같은 건실치않는 부류로부터 받는 위기감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것은 아니다.
인간의 생존과 관련한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얼굴을 보려하지 않는 것이다.
태고적부터, 숲의 어둠속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인류는 두려워했다. 지금도 어둠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게되는 것은 어둠 깊은곳에 무언가 있다는 오랜 옛날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의 정체는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알게된다면, 만약 만나게 되버린다면 두 번 다시 살아서 돌아갈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피한다. 관계되지 않으려한다. 만날것 같기라도 하면 그대로 도망쳐버린다. 어두워져가는 하늘에,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듯 멍자국같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닷샤샤」
낮은 구령과 함께 관짝을 끌고 가는 사내와 눈을 마주치려하는 사람은 누구 하나 없었다.
**
은앵각 삼층 탐정사무소에서, 나루미는 자신이 어른임을 저주하고 있었다.
어른이 아니라 어린애였다면 불만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린애 싸움'이다. 자주 있는 일이고, 얼마든지 때릴 수 있고 찰 수 있고, 쏠 수 있다. 아니아니아니지, 쏘는건 아무래도 좀 곤란하지.
어쨌든 어린애라면 때릴수있다. 여자를 때려도 문제없다. 꼬마애가 하는 짓이다. 웃으며 넘어가줄 수밖에 없다. 이쪽은 내키는대로 때릴수 있지만 말이다. 사정거리가 짧은 잽, 훅, 스트레이트에 어퍼, 흥, 나한테 걸리면 식은죽먹기지!
「어린애로 돌아가고파~」
나루미는 허리를 걸쳐앉는 소장용 의자 위에서 크게 몸을 젖히고 기지개를 켰다.
「이녀석들… 진짜 때리고 싶다구.」
중얼거리면서, 나루미는 이번엔 책상에 힘없이 엎드리고서 삐친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 얼굴이 핫하고 들어올려진다. 바로 앞 정면 앞, 짧은 계단위쪽 층계참에 있는 문이, 즉 사무소의 입구가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거무스름한 문가에서 검은 외투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루미는 짧게 혀를 차고서, 등뒤의 창문을 향해 의젓하게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은것마냥 새파란 멍 같은 구름들이 저물어가는 태양과 그 주홍색의 빛을 뒤쫓아 사라지고, 밤의 군세가 세계를 지배해가고 있었다.
「견습주제에 터무니없는 중역출근이군.」
오늘 하루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방에도 없고 학교에 간 기색도 없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던거야. 데빌 서머너로서 급한 용무나 업무가 있었다해도 감시역인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뒤에 사라져야지.
사무소 청소까지 내가 해야되잖아. 뭐, 청소는 안하면 안하는걸로 문제없지만, 네가 없는 탓에 후려패고 싶어서 견딜수없는 손님상대까지 내가 하게 되는 꼴이 돼서…
의자에서 일어선 나루미는, 견습직원을 일갈하기 위해 폐 깊숙이 공기를 들이마셨다.
「라이도우 형!」
「어라, 라이도우군.」
좌우에 있던 화딱지나는 목소리가 나루미보다 빨리 말을 건다. 층계참으로부터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검은 외투를 향해, 요시오와 아사쿠라 타에가 달려갔다. 외투를 향해 다가가는 요시오와 타에를 밀쳐내고 캬멜제 조끼가 라이도우의 눈앞으로 뛰쳐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소장.」
「좋은 지각이지.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불러.」
그렇게 말하고 나루미는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검은 외투를 밀었다. 흥하는 코웃음과 이가는 소리가 이어졌다. 라이도우는 쭉쭉 벽쪽으로 밀려났다.
「왜그러지, 안색이 안 좋군」
「병원 침대에서 막 일어난 참이라서,」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래? 하지만 이유는 어쨌든 무단결근은 엄벌처리다. 무단결근한 금액은 급료에서 이자를 붙인뒤 확실히 때갈꺼야.」
「아직 급료는 한번도 받은 적이,」
「상사한테 무슨 소릴 들었을땐, 우선 '네'라고 답해야한다고 가르쳐줬을 텐데. 그런데 라이도우.」
나루미의 목소리를 가로막듯 새된 목소리가 울러 퍼졌다.
「이 축음기 최신형이잖아! 헤에, 이 탐정사무소 제법 버나봐.」
「여어, 라이도우형. 조사는 잘 되가고 있어?」
캬멜 조끼 바로 뒤에 선 타에와 요시오가 각기 떠든다.
「라이도우형, 이 아니꼬운 형이랑은 전혀 말이 안 통해,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 명탐정인양 지껄이고 있는 것 뿐이잖아, 아케치 코고로랑은 완전 달라! 게다가 엄청 바보같고.」
「나루미씨, 당신은 평등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헌법 삼파의 연합내각에 의한 보통선거법은 완전히 틀려먹었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들에겐 안 주잖아? 그런데도 평등하다고 주장하다니 완전 엉망이야.」
검은 외투의 라이도우를 한손으로 짚은채, 나루미는 고개를 크게 떨구었다.
때리고 싶어, 그런 작은 중얼거림을 흘리고 어깨를 떤다.
「그런데 라이도우……, 이 녀석들은 뭐야? 아주 당연한듯이 사무소에 들어와 갖고선 내 귓가에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
「라이도우군, 어라, 오늘은 그 고양이가 없네.」
타에의 목소리에 요시오가 말을 잇는다.
「그러게. 검은 고양이를 위해서 고양이풀 갖고 왔다구, 고양이라는거 풀을 먹으면 털갈이할 때 털뭉치를 토해내지?」
「고우토는 조사를 위해 시노다에 갔다.」
「라이도우, 이 녀석들 뭐야?!」
나루미가 다시 물어왔다.
「그러니까 라이도우형한테 의뢰했다니깐, 조금전부터 손님이라고 말했잖아. 왜 안믿는거야. 역시, 바보같아.」
「나루미씨, 여기에 신속대응, 어떤 의뢰든 받습니다. 의뢰인과의 신뢰를 중시합니다,라고 적혀 있잖아. 어떤 의뢰든 받는거잖아, 그런데 왜 안된다는거야.」
요시오도 타에도 탐정사무소의 전단지를 들고 있었다.
나루미는 경련하는 얼굴을 라이도우에게 가까이해, 귓가에서 속삭였다.
「정보전 광고계획으로 전단지 보고 찾아온 손님이 이런거 뿐이야? 꼬맹이들 물건찾기나 신부인협회 여성의 에스코트 의뢰를 왜 받아야되는건데? 이녀석들 네 지인인것같은데, 돈은 있어 보여? 뭐하는 집이래?」
「여자 예인(芸人)에 절집아이.」
라이도우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절이 집이라고?」
경련하던 나루미의 얼굴에 희색이 떠올랐다.
「절이라면 부자겠군. 그래, '중은 밑천이 필요없다'라는 말도 있는걸. 새전이나 기부금이나 공물이나 장례식같은걸로 실컷 벌꺼야. 아니, 하지만 이 꼬맹이 상당히 지저분한데?」
「그래야 납치같은걸 당하지 않으니까――,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유괴방지책인가, 부자 나름 생각한거군, 흐응, 꼬맹이는 검소한게 제일이지, 그 절은 옳아, 틀리지않았어. 어린애한테 돈같은걸 쥐여준다는건 신불에 대한 모독이지. 너도 마찬가지다, 라이도우. 돈같은거 갖고있지마. 있다면 나한테 넘겨.」
말을 토해내는 나루미의 뒤쪽으로 라이도우는 학t생모를 기울였다.
「요시오, 네에는 어쨌지?」
「네에? 여자가 있어?」
나루미가 큰 소리를 냈다.
「아, 응, 있어.」
요시오가 실로 이상하단듯 삐친머리의 장신 남자를 바라본다.
「그 네에는 미인인가?」
「귀여워. 의뢰는 그녀한테 받아서,」
「좋오아!!」
나루미의 손이 검은외투의 어깨를 팡팡 쳤다.
「소장명령이다! 이 도련님의 의뢰를 확실히 받아들이도록!」
「그러니까 라이도우형은 이미 내 의뢰를 받아들였다니깐.」
요시오의 푸념을 무시하고 나루미는 말을 이었다.
「보고서를 네에한테 전하는 건 내가 할테니까, 작성에 필요한 업무전반은 네가 제대로 처리해, 알겠지, OK?」
That's Ok, 맹세해도 좋아, OK, OK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삐친머리의 소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잠깐, 나루미씨. 내 의뢰는…」
타에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어이, 라이도우. 이쪽 신(新) 부인협회 사람같은 예인(芸人)은 사실은 "추장의 딸"같은거라던건 아니겠지, 아하핫」
「뭐, 뭐야 그건?」
「몰라? 기생들이 노래하는 "추장 딸'말야. 당신, 예명이 타에짱이랬지. 오늘부터는 '라바씨'라고 하는게 어때. 아, 그리고 정치풍자개그는 요샌 안먹히니까, 이제 그만하는게 좋아.」
캬멜제 양복을 걸쳐 입으면서 나루미는 웃는다.
「하핫, 여성해방 소재로는 재미가 없지. 명탐정인 나는 처음부터 "예(芸)"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아, 말해두는데 나는 남녀평등 찬성파야.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니까 차별해선 안되지. 매일 진심을 담아 어서 빨리 평등사회가 오길 기도하고 있어. 그래, 남탕과 여탕을 구분하는 일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말야. 차별은 정말 좋을게 하나 없어.」
「무, 무슨 소릴하는거야. 말해두지만 나루미씨 나는 예(芸)를 위해 무언갈 주장하는게 아니라,」
「부끄러워말래도. 예인(芸人)은 훌륭한 직업이야. 다만 지금의 예풍(芸風)으로는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만든걸까'하는 소릴 들을꺼라 그말이지만, 뭐, 적당히 힘내.」
더비 햇을 머리에 쓰고, 나루미는 라이도우에게 다가갔다.
「나는 중대한 업무가 있어서 외출할테니, 나머지를 적당히 부탁하마.」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또 카페에서 잠복입니까.」
「오늘은 바. 늦을꺼야. 여급 하나한테서 여러 가지로 다방면에 걸친 취미(비밀정보)나 쓰리사이즈(제도 수호에 뭐가 필요한지)를 들어 내야해. 아오모리 출신으로 오빠가 곧 상경한다고 하더군. 오빠쪽엔 흥미가 없지만 만약 오빠와 동거라도 하게 된다면 이후의 밀회(특별조사)는 어려워질지도 모르니 오늘밤이 승부야.」
「토시에 짱?」
「키쿠에 짱이다.」
조끼에 겉옷까지 걸치고서 양복의 나루미는 뺨을 잔뜩 부풀리고서 말을 거는 타에를 싹 무시하고서 들뜬 걸음새로 사무소에서 모습을 감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여운으로 남아 떠도는 와중, 타에가 쓰고 있던 크로슈 모자가 휙하고 떨쳐나갈 기세로 라이도우를 돌아보았다.
「어째서야,」
「무슨?」
「어째서 저 사람, 나루미씨. 나를 예인(芸人)이라고 하는거야?」
「?」
학생모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그제서야 라이도우는 눈앞에 선 슈트 차림의 여성이 했던 자기소개를 떠올렸다.
「아아, 고우토도 틀릴때가 있군.」
***
반듯하게 새겨넣어진 타일을 밟는 구두소리가 울리더니 돔 아래에 새하얀 그림자가 나타났다.
「제 14대 라이도우라…」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뒤, 혼자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사이가는 새하얀 눈썹위에 손을 얹었다. 망막 안쪽에 새하얀 검을 쥐고 돌진해오는 학생모와 두 눈이 남아있다.
「좋은 눈이었지.」
한점의 흐림없이 올곧은 극기견인(克己堅忍)의 두 눈동자. 라이도우라는 이름을 잇는 것이 이상할게 없었다. 그 젊은이가 성장한다면… 어쩌면은… 맞서 싸울수 있을지도 모른다만…
「경락계의 응집체에 직격당했으니 최저 3일, 길면 1주일은 혼수상태겠지.」
사이가는 천천히 턱을 들어올렸다. 시간이 없다. 라이도우의 성장을 느긋이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설령 기다릴수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가 현안(賢眼-클레어 보안즈)를 통해 내다본 적에게 반드시 이긴다고는 할수없다.
강대한 적의 태동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내일, 모레라도 그 모습을 드려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이상 일각의 유예도 없다.
머리위로 펼쳐지는 팔각 돔을 올려다보며, 사이가는 기도했다.
내가 제도를 지킬 수 밖에 없다. 지킬수 있는건 나뿐이며, 이 방법 뿐이다.
올려다본 돔은 3층정도 되는 높이로 쌓여져 있고 천장에 여유를 더해 그 높이가 약 4층 정도에 달한다. 천장은 원에 가깝지만 정확하게는 팔각형이다.
「팔각은 화성의 마법진, 솔로몬왕의 마법진. 도쿄역은 그를 본따 만들어졌지.」
돔 천장의 네 귀퉁이에는 청룡, 주작, 현무, 백호의 네 문지기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새겨져 있었다.
「제도의 수호문. 일찍이 헤이얀의 수도를 지키던 나성문(羅城門)처럼,」
헤이얀 쿄의 정면, 현관에 해당되는 나성문(羅城門)은 마물의 침입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다이쇼에는 제도의 현관에 해당되는 도쿄역이 그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관동대지진, 그리고 마단진(魔斷震)이 있었을때도 적색 벽돌로 지어진 역사(驛舍)에 흠하나 없었던것은 이 돔 때문이었다.
사이가는 머리위를 바라보며 침착한 모양새로 중얼거렸다.
「팔각 천장의 도쿄 수호돔이 붕괴되었을땐 제도도 멸한다.」
새하얀 턱시도의 사방에서 미세한 빛의 입자가 나선을 그리고 떠올랐다.
「허나 그 역 또한 가능. 이 돔 결계를 임계점을 넘어 승화시키면 그는 제도 전체를 지키는 강력한 것이 된다. 해내야 한다. 팔각수호문의 영력을 증폭시켜 제도 전체를 뒤엎으려하는 강대한 재액을 배척하는게다.」
천장을 향해 떠오르는 빛의 입자들은 반투명한 날개옷과 같았다.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그 발광체는 빠른 속도로 몇 겹으로 겹쳐지며 스테인드글라스로 그려진 네 성수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돔 전체가 옅고 아름다운 피막에 덮여져 있었다.
「아직도 령(靈)이 부족하군.」
「킥……」
피막의 빛이 닿지않는 어둠속에서 인간크기의 박쥐그림자가 떠올랐다.
「아르카든가」
「키킥, 오늘은 정말 내 맘대로 해도 되겠지?」
「상대쪽의 허락은 받아야겠지만」
「뭐야 그게?! 상대한테 반쯤 죽여도 되는지 물어봐야된단 소리? 순순히 오냐할 바보가 몇이나 되겠어?!」
「진정해, 순국열사는 많아.」
사이가는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킥…, 마을을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을 모으는것도 이제 질색이야. 이젠 내 맘대로 죽이겠어.」
「기대하고 있지.」
사이가의 목소리를 조롱하듯이 어둠속에서 둔청색 날개가 한번 펄럭였다.
「무슨 심경의 변화지? 그정도로 완고하게 '죽이는건 안돼'라고 명령했던 주제에.」
「시간이 없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그랬어?! 번거롭게 장례식장을 돌며 죽은 자를 모았던건… 키긱… 완전 헛수고였군.」
「헛수고가 아냐.」
돔 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입자를 바라보며 사이가는 말을 이었다.
「아르카드, 이쪽으로 와봐라.」
「키… 키이이익!!」
비상하려 했던 박쥐악마가 움츠러든다.
「왜그러지, 아르카드. 소환자의 명령을 거스르는건가?」
「그, 그 쪽으론… 못가……」
「헛수고가 아니라는걸 알았겠지. 죽은 자들의 백령(魄靈)에 의해 이 도쿄역의 팔각 수호문은 전에 없이 거대한 결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임계점을 돌파하겠지. 그러면 결계는 단번에 제도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사이가는 주머니에서 꺼낸 회중시계를 바라보았다.
「슬슬 준비할 시간이군. 죽은자가, 죽은 자를 부르는 법.」
***
아사쿠라 타에는 테이블 앞으로 몸을 내밀고서 말했다.
「그래서, 오늘 파티가 있어」
탐정 사무소 중앙에 놓여져 있는, 귀퉁이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중화풍 책상이다. 의자 등받이는 옷깃에 닿을 정도로 높지만 않는 감각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옆자리에는 그녀 자신의 카메라와 백을 놓아두었다. 정면엔 라이도우가 앉아있다.
「그 파티에 같이 좀 가줘.」
라이도우, 바로 옆 자리에 앉아주면 좋을텐데. 그 쪽이, 그, 가까운 쪽이 이야기하기도 쉽고 서로의 목소리도 듣기 쉬우니까.
타에는 소장용 책상을 바라보았다. 마을의 불빛을 반사하는 창에 얼굴을 바짝 갖다대고서 절집아이라는 요시오가 밖을 바라보고있다. 3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진귀한 거겠지. 이쪽엔 무관심하다. 내가 라이도우군 옆자리로 옮겨도 좋은데, 하는 소리가 목끝까지 기어올라왔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그냥 사무적인 이야기였다.
「그게 내 의뢰야.」
타에는 눈 앞에 놓여진 찻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라이도우가 내온 잎차를 낮게 한모금 빤다. 맛있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정면에 앉아있는 백석같은 얼굴에게서 답은 없다.
「봐봐, 여기 사무소 광고지에 '어떤 의뢰든 받습니다'라고 적혀있잖아.」
만났을때 받은 광고지를 꺼내들었다.
「즉, 조사의뢰가 아니라 호위의뢰야. 소문은 들어 알지?」
목소리를 낮춰 계속했다.
「도쿄역에는 죽은자가 걸어 다니고 있단 소문.」
천장에 드리워진 조명이 어두워지는듯하더니 곧 다시 빛을 발한다.
「얼마전부터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미심쩍었어. 어째서 걸어다니는 사람이 죽은사람이라는걸 아는거야 싶었는데…, 아, 알겠지? 라이도우군도 봤잖아, 그거, 그 사람들 윤곽이 흐릿한데다 내 몸을 통과해 지나갔어…」
차로 입술을 데웠다.
「어, 언젠가, 그것도 취재할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다른 일이야. 그치만 다른 일인데 어쩔수없이 지나가야해. 파티가 스테이션호텔 "호우라이[蓬莱]실'에서 열린데, 그러니까 거기 가기전에 또 죽은자들이 나다니는걸 만나버리면, 기, 기절까진 하지 않겠지만, 쓰러져버릴지도 몰라. 그치만 에도가와 란포 선생을 만나기전에 화장이나 머리가 엉망이 되어선 곤란하다고할까…」
테이블 위에 초대장을 놓았다.
「고생해서 손에 넣은거야. 이 파티에 초청받은건 명사(名士)나 토착 귀족들뿐이야.」
소집명령장과 닮은 카드였다.
「이거 한 장으로 두 사람까지 입장 가능하데, 봐, 여기에 적혀있어.」
붉은종이에 "호국초혼(護國招魂) 제2차 지진부흥 5기축하"라는 검은 글자가 적혀있다.
「에도가와 란포선생이나 대중화가로서 유명한 나가마츠 타케오 선생도 출석하시는것 같아. 에도가와 란포 선생님께 에도 신문이 신문연재 의뢰를 부탁했단 업계소문이 있어. 알잖아, 에도신문은 도쿄 삼대 신문중의 하나인거. 방심할 수 없어, 제도신보(帝都新報)로서 지고 있을수만은 없으니까, 어떻게든 선생님을 만나서,」
타에는 초대장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고서 라이도우를 바라보았다.
답을 해주지 않는다.
역시 파티장 에스코트는 싫은걸까.
「라이도우군, 의뢰 안될까? 파티장에 들어간뒤엔 좋아하는걸 먹고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리고 돌아올때 호위만 해주면,」
「연미복이나, 야회용 약식 예복이 필요하겠군.」
건너편에 않은 소년의 입이 겨우 열렸다.
「같이 식장 안까지 들어가는 거라면, 지금의 복장은 적절치 않아.」
「가, 가주는거야?」
눈 앞의 소년에게 턱시도는 얼마나 잘 어울릴까. 타에의 마음이 작게 뛰었다. 이브닝 파티용 예복을 입은 라이도우한테 에스코트를 받아 회장에 들어가는 나, 훤칠하고 마른 몸의 젊은 소년의 인도를 받으며 붉은색 융단위를 내딛는 미녀, 즉 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외국 영화의 한 장면같다. 정말로 멋진 '그림'이 되겠지. 누구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야겠다.
문득 눈 앞에 있는 얼굴의 표정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서, 타에는 확인을 위해 되물었다.
「정말로, 턱시도를 입고 나와 같이 가주는거야?」
「도쿄역엔 가볼 셈이었다.」
학생모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나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게 될텐데, 그, 그런건 괘, 괜찮겠지? 혼자 척척 앞으로 가버린다거나, 에스코트해야할 여성을 등 뒤에 둔다거나 하는 메이지 남자같은 짓을 하면 안돼. 흥이 안나니… 아…, 아니, 매, 매너 위반이야. 서양 신사들처럼 확실하게 옆에서 손을 잡아줄꺼야?」
「알겠다, 손을 잡고 가지.」
라이도우의 목소리에 타에는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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