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5-1)

1. 조개 잡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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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그러고 보니 조개 잡이를 할 만한 장소가 있었지. 잠깐 갔다올게! 넌 어쩔래?"

 

[타카라]

"흐응… 커다란 조개들 잔뜩 잡아와.

하지만 난 우선 방청소부터.

어제 틀어 박힌 탓에 많이 더러워졌어."

 

[아즈마]

"청소? 진짜 불모스럽다…. 바캉스잖아?

귀중한 시간이니까 노는  데 쓰지 않으면 아깝잖아.

청소 같은 거 관두고 나가자, 나가."

 

[타카라]

"그럼 아즈마~ 내 방 청소하는 거 도와줄래?

빨랫거리랑 설거리거지 엄청 쌓였는데."

 

 

[아즈마]

"절대 안 가."

 

[타카라]

"이거 봐…. 그럼 나중에 보자. 하아…."

 

 

한숨을 쉬고 무거운 걸음걸이로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는 타카라를 격려할 요량으로 배웅한 다음.

창고에서 작은 삽과 양동이를 꺼내 군함 행진곡을 콧노래 섞어 부르며 바다로 향했다.

 

 

[아즈마]

"오, 딱 좋게 물이 빠졌네."

 

해변으로 통하는 길을 걷는 도중,

딱 모래사장이 노출되어 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양동이에 넣어둔 삽을 철컥이면서 종종히 모래사장에 들어서보니,

그곳은 바닷물을 잔뜩 머금어 조개를 캐기에 딱 좋은 자리였다.

 

머릿속으로 커다란 전복이나 소라의 영샹이 떠올라서, 꿀꺽 침을 삼켰다.

 

 

 

[아즈마]

"헤헤헷. 내가 파줄게…. 숨어봤자 소용없다~…."

 

전복도 소라도 모래속에 사는 생물이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일단 사소한 건 냅두자.

손을 뚝뚝 꺾으며 포인트를 찾고 있자니,

실로 여길 파 달라는 양 옅은 물웅덩이가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아즈마]

"아~…."

 

여긴 있다. 분명 조개가 숨어있어.

간다~하고 마음 속으로 구령을 붙인 뒤 화려하게 몸을 굽혀 샵으로 파고, 파고 또 파고….

 

[아즈마]

"없어……? 말도 안 돼…."

 

분명 내가 잘못한 거겠지. 좀 더 꼼꼼하게 파자.

슬며시 판 다음 모래를 버리고서, 비ㅇ틀듯이 삽을 밀어 넣어 모래를….

 

 

[아즈마]

"………."

 

[이]

"없잖아…?!"

 

충격을 먹고 무심코 일어섰다.

 

[???]

"조금 전부터 대체 뭐해? 있다느니 없다느니."

 

[아즈마]

"조개가 없어!! 이렇게 물이 많이 빠졌는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낚시대를 든 마츠다가 기막힌 표정으로 서있었다.

 

[마츠다]

"아니… 물이 빠진 거랑 상관없거든. 바다가 얼마나 넓은 줄 알아…? 그 근처에 조개가 있을 리 없잖아."

 

[아즈마]

"앗… 과연. 분모가 크니까 확률이 낮단 소리구나."

 

갓 뎀.

 

[아즈마]

"그래서? 마츠다는 낚시하러 온 거야?"

 

대략 답은 정해져 있겠지만,

삽으로 장난을 치면서 일단 물어본다.

 

[마츠다]

"그렇긴 한데 돌아가려던 참이야. 자 이거 봐. 대어라구."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아이스박스가 내 쪽을 향해 열렸다.

들여다 보니 작은 물고기가 딱 한마리 있었다.

 

[아즈마]

"이거 뿐이야…?"

 

[마츠다]

"이거 뿐이야…"

 

피가 스며 나올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수확이 없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음에 안심했다.

 

그건 그렇고 이게 대체 뭔지….

서로 운이 너무 나빠서 기가 막혔다.

 

[아즈마]

"아니 뭐! 바다는 넓으니까 별수 없지!

그래서? 이 생선은 뭐야?"

 

[마츠다]

"나도 몰라. 심해어를 잡은 걸지도."

 

자포자기 같은 말이 돌아왔다.

 

넓은 바다 이론을 주창하면서 본인 자체가 그걸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낚시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으니까, 그냥 맞장구만 쳐둔다.

 

[아즈마]

"일단 그거지. 못 낚았으면 대신 같이 조개라도 찾아볼래?"

 

[타카라]

"……."

 

제안하자, 마츠다가 불퉁하니 곁눈질했다.

 

 

[마츠다]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마지못하는 척 해도 고개를 끄덕여주니까, 쓰던 양동이와 삽을 건네줬다.

 

[마츠다]

"응? 내가 써도 돼? 네 건?"

 

[아즈마]

"그거 하나 밖에 없으니까 교대해가면서 쓰자.

그때까진 손으로 파헤쳐가며 찾아볼 테니까, 10분 마다 교대해."

 

[마츠다]

"그래. 알겠어."

 

 

 

그리고 몇분후.

 

나는 혼자서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

조개 같은 게 하나도 안 나와서.

 

마츠다의 모습은 근처에 없다.

저쪽 바위 쪽까지 가버린 걸지도.

 

파도에 떠밀려온 더러운 나뭇가지를 주워 성 제일 높은 곳에 찔러 넣었다.

 

[아즈마]

"잘 만들었군…."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성을 보며 만족했다.

 

사람들도 많이 살겠지. 이렇게 큰 성이니까.

왕과 여왕이 살고, 왕자와 공주도있고, 가신들도 잔뜩 있어서.

그렇게 다 같이 즐겁게 살겠지.

 

[아즈마]

"………."

 

정말로 잘 만들었다.

 

지금 당장 걷어차 짓밟아서 전부다 더 거짓말이라고 가르쳐 주고 싶어진다.

 

 

 

[마츠다]

"뭐 하는 거야, 그거…."

 

등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다급히 돌아보았다.

 

[아즈마]

"어라 마츠다. 어서 와."

 

[마츠다]

"어서 오긴 뭐가. 뭐하냐고 물었잖아."

 

[아즈마]

"뭐냐니. 성 만들었는데? 이거 봐. 꽤 잘만들었지."

 

웃는 얼굴을 짓는 내게 마츠다의 싸늘한 시선이 박힌다.

 

[마츠다]

"혼자서?"

 

[아즈마]

"달리 누가 있다고."

 

[마츠다]

"모처럼 광대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데?"

 

[아즈마]

"나 혼자밖에 없는 거 같아서 왠지 안심감마저 느…."

 

 

 

 

[마츠다]

"음침해!"

 

갑자기 내 상아성을 향해 주먹이 날라와서, 다급히 두 손으로 붙잡았다.

 

[아즈마]

"으아아~?! 뭐하는 짓이야! 내 성인데!!"

 

[마츠다]

"그러니까 음침하다고…. 등이 음울했다고!"

 

[마츠다]

"할일이라면 좀 더 잔뜩 있잖아!

뛰돌아 다닌다거나! 저녁해를 향해 이 바보야!하고 외쳐본다던가!

이것저것!"

 

 

 

 

[마츠다]

"좀 더! 즐기라고! 아웃 도어의 참맛을!"

 

혼자 성을 만드는 내게 쓸쓸함을 느낀 걸까.

뭐냐 이 청춘물 느낌….

 

[마츠다]

"그래서… 조개는? 찾았어?"

 

[아즈마]

"찾아봤어… 손으로 파가면서…. 이 손 좀 봐.

진흙으로 엉망이잖아?"

 

[아즈마]

"하핫, 찾다 못해 이렇게 됐다고….

하지만 안 나온다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마츠다]

"열변 중에 미안한데, 손톱 틈에 흙 좀 낀 것 뿐이라고."

 

[아즈마]

"어쨌든 이제 됐어. 난 모래성을 만드는 것에 생애를 소비하겠어….

이제 두 번 다시 조개 같은 거 안 먹어.

조개 잡이 같은 거 두 번 다시 안 할 거야…."

 

[마츠다]

"아~ 음침해 음침해. 됐고 같이 찾자.

둘이 같이 파보면 바지락 한 개 정돈 나오겠지."

 

팔을 잡혀 억지로 일으켜 세워질 뻔했지만, 반대 방향으로 힘이 넣어 버텼다.

 

[아즈마]

"싫어. 난 완전 힘을 다 썼거든. 모래 성의 높이가 1m가 될 때까지 여기서 절대 안 움직일 거야!"

 

[마츠다]

"이 완고한 자식…. 저쪽을 찾아 보자니깐~.

자~ 서봐. 응? 아즈마."

 

[아즈마]

"싫~다~고~"

 

 

 

[마츠다]

"일단 한 번 서 보라니깐… 우왓!"

 

휘청하고 잡아 당겨지던 팔을 시점으로 시야가 흔들렸다.

 

발이 미끌어진 듯, 마츠다가 내 쪽으로 넘어졌다.

 

[아즈마]

"! 위험해…."

 

 

나는 순간 두 팔을 뻗어, 그대로 모래사장에 쓰러질뻔한 마츠다의 몸을 끌어 안듯 받쳐줬다.

 

[마츠다]

"큿……."

 

[아즈마]

"후, 윽…."

 

힘주어 버틴 장딴지가 위험하다.

 

[마츠다]

"파아…."

 

[아즈마]

"위기일발이었지…?"

 

[마츠다]

"어."

 

마츠다는 내 도움을 받아 기울어진 상태로 무사히 정지했다.

 

마츠다의 두터운 몸을 등뒤에서 받쳐준다.

미끄러져 기울어져 있던 몸의 축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팔이나 가슴팍 등등 붙어 있는 부분으로 마츠다의 체온이 전해져왔다.

파커 너머인데도 나보다 많이 따뜻했다.

 

이 녀석 체온이 높나?

좋겠다. 여름의 남자 같다.

 

순간 태양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태양이라고 해야하나? 햇살의 냄새? 그런 냄새.

 

마츠다의 체취란 걸 안 순간, 심장이 뛰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즈마]

"…………."

 

뭐냐. 왜 지금 두근했지?

마츠다는 남자인데.

 

상대가 귀여운 여자애라면 어쩔 수 없어도.

 

[마츠다]

"……."

 

왜인지 그 자리에 침묵이 떨어졌다.

내 묘한 동요가 전해진 건가 싶어 내심 초조해졌다.

 

[아즈마]

"어… 저기… 이제 슬슬 괜찮겠지…? 놔도."

 

[마츠다]

"어, 어."

 

마츠다는 바로 이성을 되찾은 걸찌, 몸에 대고 있던 내 손을 가볍게 떼도록 재촉한 후, 자세를 바로 잡고서 가볍게 웃었다.

나 역시 성이 망가지지 않은 안심감과 바보 같음에 절로 따라 웃음을 흘렸다.

 

 

 

[마츠다]

"미안. 나이스 캐치 아즈마.

진흙투성이가 될 뻔했어."

 

[아즈마]

"아뇨~ 이럴 땐 서로 도와야죠~

단체 행동 중이니까."

 

[마츠다]

"그럼 네가 넘어질 뻔할 땐 나한테 맡겨.

그리고 다음에 조개를 잡을 땐 처음부터 꼭 같이 하기로."

 

[아즈마]

"그러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 안 할 거라니깐!"

 

[마츠다]

"삐뚫어진 녀석…."

 

아직 태양은 쌩쌩하니까, 저녁 때까진 버텨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마츠다 덕분이다.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6)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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