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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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하우스로 돌아오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샤워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져놓자, 바로 기분 좋은 졸음이 찾아왔다.

 

 


[아즈마]
“많이 잤을 텐데….”

하지만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점점 머릿속에 안개가 끼였다.


자고 싶지 않다.
아직 저녁이니까,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잔뜩 있을 텐데.


깨어나 있어야 하는데. 안 그러면 눈깜짝할 사이에 오늘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졸음도 조금 가시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기합만으로 어찌저찌 의식을 붙잡고 있자니,
어디선가 노성 같은 것이 들려와 눈을 떴다.

기분 탓일까 싶어 신중히 귀를 기울여보니, 역시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아즈마]
“뭐지…? 누가 싸우나?”


눈을 비비며 현관 앞으로 나가보자, 4인조가 혼조 씨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게 보였다.


혼고 씨는 딱딱한 표정으로, 4인조는 왠지 온건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좀 더 거리를 좁혔다.

 

 


[스포츠 헤어남]
“조금 전부터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잖아.
그래서 대체 어떻단 거야?”


[혼고]
“그, 그게….”

 


[금색 바가지 머리남]
“이제 됐어. 결국 식재료는?”


방관할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4대 1이라니 혼고 씨가 가엽다.
대화가 끊긴 틈을 타, 끼어 들었다.



[아즈마]
“저기, 실례합니다. 무슨 일 있었나요?”


[혼고]
“아즈마 씨….”



갑작스러운 난입에 4인조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일제히 눈짓을 나눈 다음, 입을 열었다.



[금색 바가지 머리남]
“먹을 게 안 왔어. 오늘 도착 예정이랬잖아?”


[아즈마]
“네? 배가 아직 안 왔나요?”

그러고 보니 깜빡했지만… 음식 분배를 못 받았다.

무심코 혼고 씨의 얼굴을 보았다.
죄송한 듯 눈을 내리 깔고 있을 뿐이었다.


쉼없이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 그의 초조함을 알리고 있었다.


[장발남]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받고 싶은데, 조금 전부터 애매한 답변 뿐이라 곤란하던 참이야.”

혼고 씨의 얼굴을 힐끔 보았다.



[혼고]
“…걱정을 끼쳐 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역시 눈을 내리깔 뿐이었다.


[금색 바가지 머리남]
“아까 전부터 내내 죄송하단 말뿐이잖아.”


[금색 바가지 머리남]
“무선도 연결이 안 된다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해?”


진짜? 무선 연결도 안 된다고?

혼고 씨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을 내리깐 혼고 씨는 심히 죄송하다는 양 고개를 숙였다.



[아즈마]
“과연, 그렇구나. 으음.”




확실히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다.
하지만 그렇게 큰일인가?



[아즈마]
“……무슨 일이 있었는 진 모르겠지만, 회사 사정 아닐까요?” 


[아즈마]
“그런 거라면 곧 연락이 오겠죠.
연락이 안 되면 배로 직접 찾아올 수도 있고. 설마 방치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아즈마]
“억측만 해봤자 소용 없잖습니까.”



[혼고]
“아즈마 씨….”


[아즈마]
“그럼 전 이만 돌아 가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내일을 위해 그만 주무세요.”



혼고 씨가 뭔가 말을 걸려하는 것 같았으나, 멈추지 않고 그대로 로그 하우스로 되돌아갔다.



일단 돕기는 했다.
사정을 모르니까, 그 이상의 참견은 할 수 없었다.


도중에, 그늘 속에서 쑥하니 모습을 드려낸 타카라도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타카라도 조금 전의 대화를 들었음을 깨달았다.



[아즈마]
“여업.”


[타카라]
“엽……. 저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뜬금 없는 말 같아서 얼버무리려 했지만,
타카라의 진지한 표정에 농담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아즈마]
“어째서?”


[타카라]
“그냥 감…….”


[아즈마]
“감이냐고.”


불안을 느끼는 것도 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거 생각하고 있으면 끝이 없다.



[타카라]
“…기분 탓인가?”


[타카라]
“아직 식량도 남아 있으니까, 그렇게 불안해할 필욘 없겠지?”


흔들림 담긴 목소리를 똑바로 세워주고자, 나는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즈마]
“맞아, 맞아.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애초에—」



[아즈마]
“배 같은 거 안 와도——”

 



상관 없잖아.
그렇게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타카라]
“무슨 말 했어?”

[아즈마]
“아무것도 아냐…. 뭐, 일단 밥은 빨리 왔으면 좋겠다. 굶어 죽고 싶진 않아. 응.”

[타카라]
“그러게….”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아즈마]
“……배 같은 거 안 와도 상관 없잖아.”


배는 언젠가 돌아가야만 하는 일상과 링크되어 있다. 이어져 있다.
배가 오면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럴바엔 차라리——



[아즈마]
“하핫, 무슨 소리람….”

자기 자신을 속이듯 중얼거린 다음, 혼자 흥이 깨져 웃었다.
쭈욱 여기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건, 나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진심일 리 없다.

하지만——



[아즈마]
“돌아가기 싫다.”



떼쓰는 어린 아이처럼 중얼거리고서 적당히 오나니한 다음, 깊이 잠들었다.
결국 배는, 다음 날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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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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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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