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5-2)
2. 도쿠카와의 매장금을 찾으러 간다


[아즈마]
“도쿠가와의 매장금을 찾으러 숲에 갔다 올게! 넌 어쩔래?”
[타카라]
“아직도 찾고 있어…? 나야 상관 없지만.
난 일단 방청소 할 거야.
어제 내내 틀어 박혀 있느라, 엄청 더러워.”
[아즈마]
“방청소? 뭘 그런 짓을…. 바캉스라구?
귀중한 시간인데, 노는 게 쓰지 않으면 낭비잖아. 청소 같은 거 관둬. 외출하자, 외출.”

[타카라]
“그럼 아즈마, 내 방청소 도와줄래? 빨래랑 설거지거리 엄청 쌓여있거든.”
[아즈마]
“절대 안 가.”

[타카라]
“이거 봐……. 그럼 나중에 보자. 하아….”

한숨을 쉬고서, 무거운 걸음걸이로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는 타카라를 위로해 줄 요량으로 배웅한 다음.
헛간에서 작은 삽을 꺼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숲속으로 향했다.
기다려라, 매장금. 너는 내 것이다.


몇 번을 돌아다녀봐서 그런가,
숲의 지리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세갈래 길 앞에서 멈춰서 손가락을 가리킨다.
저쪽으로 가면 폐허, 반대로 쪽으로 가면 바다. 나머지 한 곳은 미선택.
매장금을 찾을 마음이었지만, 아직 실제로 파가며 확인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바다도 폐허도 아닐 거 같았다.
바다에 잠긴 거면 절대 스스로 건져 올리지 못할 테고, 폐허 밑에 있는 거면 간단히 파낼 수 없다.
그러면 남겨진 한 쪽 길에 가능성이 있다.

[아즈마]
“어디로 가는 길이지? 고분이나 성터라면 좋겠네.”
고분에 매장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의 하나 문화재 같은 게 있으면 분명 뜨겁겠지.

잠시 걷자 늪이 나왔다.
문화재는 보이지 않지만, 예상은 했으니 실망하진 않았다.
그렇게 넓지 않은 장소였으나, 꽃에 파묻힌 물가는 힐링 스팟임은 틀림 없었다.
파문이라곤 일지 않는 탁한 녹색 수면이 그 주위 경치를 비쳐내며 조용히 때를 보내고 있었다.

[아즈마]
“오오, 이런 장소가 있었구나….”
매장금은 제쳐놓더라도, 좋은 장소인 거 같다.
부드러운 잔디밭이나, 의자가 있었더라면 낮잠 자기 딱 좋았을 텐데.

[아즈마]
“그보다 매장금…. 아아, 깜빡할 뻔 했네. 어디 쯤에 있을까?”
빙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전혀 모르겠다.
되는 대로 파볼 수 밖에 없겠지만, 작업자가 나밖에 없으니 그러다간 정말로 날이 저물겠지.
[아즈마]
“늪에 버린 거 아냐?”
롤플레잉에 보면 그런 장소에 보물 상자가 있잖아.
이에야스가 날림 매장을 했길 바라면서, 수면에 무릎을 짚고서 늪을 들여다 보았다.

[아즈마]
“읏차…. 보자, 보자.”

[아즈마]
“……….”

물밑은 커녕, 멍청해 보이는 내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투명도가 낮은 물은 그리 쉬이 제 모든 것을 까발려 주지 않는 모양이다.
쳇. 그렇게 혀를 차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퍼억하고 등 뒤에 강한 충격을 받아, 몸이 기울어졌다.

[아즈마]
“어?”
삽시간에 가까워지는 수면, 늪으로 끌려 들어가는 몸.
내 눈에 보였던 것은, 내 뒤에 서있는 인영— 미츠기.

[미츠기]
“하하하하하핫!!”

탁한 웃음 소리가 들린다.
[아즈마]
“부그르르르……, 커흑!!”
혼란에 빠진 머리였지만, 자신이 물에 빠진 것.
왜인지 모르겠지만 미츠기가 나를 걷어차 빠트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즈마]
“큭…!”
물은 정말 탁했지만 앞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고, 늪지대는 미끄럽긴 했지만 일단 발이 닿긴 했다.
호흡은 거의 절반 이상 거품이 되어 사라졌지만.
[아즈마]
“……, .......”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망할 자식.

죽어 버렸으면.
나한테 심한 짓을 하는 녀석들은 전부.

그 사람들처럼, 얼른 죽어 재가 되면 좋을 텐데.

[아즈마]
“……, 윽…….”

아니면 뭐? 내가 죽으면 되나?
그러면 이런 귀찮은 세계와 영원히 안녕할 수—

[아즈마]
“읏…….”

이성을 되찾았다.
미끄러운 지면을 힘껏 박차 몸을 띄웠다.

[아즈마]
“푸핫!!”
[아즈마]
“너 이 자식, 무슨 짓이야…. 콜록, 콜록 콜록!!”
욕설을 쏘아붙여 주고 싶었지만, 나오는 건 기침 뿐.
게다가 물이 들어간 코가 아파서, 원망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아즈마]
“커흑……. 우웨엑……, 켁켁…….”

늪의 수초라도 삼킨 건지,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몸을 꺽어가며, 필사적으로 토해내고 있자니,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위쪽에서, 금발이 드리워진다.

[아즈마]
“하아……, 하아….”
작게 고개만 들어올렸다.
두 다리를 쩍 벌린채 물가에 웅크려 앉은 미츠기가, 눈 앞에서 나를 살피고 있었다.
즐거운 듯 휘어진 눈꼬리와,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트릴 듯 일그러진 입매.

[미츠기]
“물은 어땠냐?”
[아즈마]
“하아…, 하아……. 너…… 진짜……, 콜록”

가슴께의 옷자락을 쥐어 짜내며, 필사적으로 숨을 고른다.
미츠기 자식의 목소리는 귀에 들어왔지만, 숨을 뜻대로 쉴 수 없어서 이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미츠기]
“물놀이를 하고 싶어 보이길래 등을 떠밀어 줬어.”

[미츠기]
“어땠어? 즐거운 바캉스였나?”
[아즈마]
“콜록…… 콜록….”

[미츠기]
“……….”

[아즈마]
“콜록, 콜록……. 허억, 헉….”

[미츠기]
“……….”
[아즈마]
“하아…, 하아…, 하……….”

[아즈마]
“하아, 하아……. ……?”

다시 힘없이 고개 숙인 나였지만,
미츠기의 목소리가 꽤 오랫동안 들리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서 슬쩍 상태를 살폈다.

[미츠기]
“……….”
미츠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음미하기라도 하는 듯 신경질적인 색조로, 물 밖으로 드러난 부분을 위에서 아래까지 관찰하고 있다.
[미츠기]
“…….”
물론 기분은 최악이었으나,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다.
지금은 목이 상해서, 할 수 있는 반격이라곤 쏘아봐 주는 것 뿐이었다.

[아즈마]
“뭐야, 뭘 봐….”
미츠기는 천천히 목덜미를 어루만지더니, 짜증스러운 듯 고개를 털었다.

[미츠기]
“아…….”
그런 신음 소리와 함께, 다시 내쪽을 향한 그 나른한 시선이 갑자기 흉악하게 빛났다.

[미츠기]
“——.”

[아즈마]
“커흑.”

이번엔 배를 걷어 차였다. 심지어 명치.
완전한 기습 공격에 피할 틈조차 없이, 다시 물에 빠진다.

[아즈마]
“윽…… 프읍……!”

[미츠기]
“젠장, 웃기지 마. 같잖은 표정으로… 뭘 남을 꾀고 자빠졌어. 망할 자식.”

[아즈마]
“푸하아아압……!
미츠기, 너 이 개새끼!!!!! 대체 뭔 짓이야!!!”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조금 전보다 빨리 물 위로 올라온 나와 미츠기 자식이 무시무시한 설전을 나눴음은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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