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마]
"우선은 바다지!"
무인도라면 당연 이거지.
새하얀 백사장, 아무도 없는 바다….
배에서 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건데, 이곳 바다는 무인도라서 쓰레기 하나 없이 엄청 깨끗했다.
헤엄치기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구.
그러기로 했으면 좋은 일은 서둘러야지.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
짐을 쌀때 가장 먼저 가방에 쑤셔 넣었던 수영 팬티와 배스 타월을 챙기고
쏜살 같이 해변가를 향해 뛰었다.

헤엄치기엔 좀 쌀쌀한 기분도 들지만, 날씨도 좋고 흥분도 했으니까
물이 좀 차가운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 기분으로 향한 해변가는
나를 환영하듯 파도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아즈마]
"으랏챠!"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밟자,
햇살을 잔뜩 빨아 들인 모래가 따뜻하게 발바닥을 감싸줘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로 웃옷을 벗어 던지고자 소매에 손을 대려던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낚시대를 들고 있는 모양이다.
[아즈마]
"마츠다네…."
잘 보이진 않지만, 낚시를 한다고 했던 인물이라면 짐작이 갔다.
다가가 보니, 백사장에 바로 앉아 있는 인영은 역시 마츠다였다.
등뒤에서 말을 걸었다.

[아즈마]
"잘 낚여?"
[마츠다]
"오오… 깜짝이야….
뭐야, 너도 왔어?"
옆에 있는 양동이를 들여다 봤지만,
물밖에 없었다.
그걸 본 마츠다가, '안 낚여'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즈마]
"헤엄쳐 볼 생각으로 와 봤어.
여기 바다 엄청 깨끗하잖아."
[아즈마]
"그보다 안 낚이다니 의외네. 다른 낚시꾼이 없으니까 마구 낚는 거 아냐?
그 뭐냐 찌를 던지면 바로 낚을 줄 알았는데."
[마츠다]
"그래. 나도 상상 속에선 그랬는데 말이지.
대어였는데 말이지."
[마츠다]
"하지만 안 낚여. 이상하단 말이지.
바다의 흐름도 불규칙적이고."
[마츠다]
"먹이가 안 맞나? 갯지렁이가 아니면 안 되나?
그러기도 하나? 모르겠단 말이지…."
마츠다는 고개를 갸웃하며,
플라스틱 케이스 같은 것을 꺼냈다.
뭔가 싶어 들여다 보니,
꼬물꼬물 거리는 가는 벌레들이 꽉 들어차있었다.
[아즈마]
"으엑, 뭐야 이거… 지렁이야?"
[마츠다]
"어? 갯지렁이야. 몰라?"
낚시용 미끼."
그렇게 말하며, 마츠다는 갯지렁인가 뭔가의 양쪽 끝을 잡고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둘로 찢어냈다.
[아즈마]
"으에엑. 맨손으로 잘도 그런다…."
[마츠다]
"처음엔 목장갑을 썼는데.
하다 보니 일일이 끼는 게 귀찮아지지 뭐야."
무참하게 두쪽난 벌레는 낚시바늘에 꽤여
휙하니 바다로 던져졌다.
벌레를 찢은 손을 어떻게 하나 싶어 봤더니,
옷에 손을 문지르고 끝~.
낚시꾼 무서워.
마츠다는 낚시대를 쥐고,
바다를 향해 조용한 시선을 기울였다.
나도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즈마]
"갯지렁이를 왜 반으로 찢었어?"
[마츠다]
"아깝잖아. 반으로 뜯으면 2번 쓸 수 있잖아?
지금 가진 걸 다 쓰면 찾아 다녀야 하거든.
이게 좀 처럼 찾기 힘들어."
[아즈마]
"흐응…."
[마츠다]
"넌? 헤엄 안 쳐?"
[아즈마]
"아…, 응…. 그러기로 할까."
갯지렁이의 숙명을 생각했더니
어느샌가 센티멘탈해진 모양이다.
모처럼의 바캉스니까 즐겨야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서, 텐션 상승의 의미도 포함해
힘껏 웃옷을 벗었다.
거기서, 놀란 듯 나를 올려다보는 마츠다를 눈치챘다.

[아즈마]
"뭐야? 빤히 보지 말라구~ 변태~"
[마츠다]
"흠, 너 의외로 몸 좋다 싶어서.
티셔츠 차림이 되니까 잘 알겠네."
[아즈마]
"아르바이트 때문에 단련이 되거든.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하니까."
박스를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해보이자,
마츠다는 '그러신가요?'하며 웃었다.
[마츠다]
"헤엄칠 거면 좀 떨어진 데서 헤엄쳐줘.
반어인을 낚을 예정은 없거든."
[아즈마]
"적어도 인어라고 하라구. 보라! 이 화려한 크롤을!"
뛰어든 순간 발이 저렸지만
투명한 바다는 역시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