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전에 갔던 그 폐허를 아직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아즈마]
"돌아가자…."
혼자 나가는 데 다소 망설임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먼 데도 아니고, 지금이라면 길도 기억한다.
조금 전 내려놓았던 물병과 사탕봉지를 들고
바로 숲속으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킁하고 소리내어 냄새를 맡자,
역시 여기에 들어찬 바람의 냄새는 특이한 느낌이었다.
반쯤 썩어 무너진 집들의 표정은 변함없이 음울하며
어딘지 나를 째려보는 듯 했다.
모두가 갑자기 돌아가자는 말을 꺼낸 이유도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역시 이곳이 싫지 않았다.
왠진 모르겠지만, 피부에 맞는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아즈마]
"응…? 저건……."
한 건물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
그 인영의 머리카락이 나부낀 시점에서, 아아 하고 이해했다.
저건 분명 미츠기다.
[아즈마]
"진짜냐…? 여기서도 만나…?"
할 수 있다면 이대로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폐허 탐험에 대한 호기심이 앞서고 만다.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기척을 죽이고,
건물 사이의 길 중앙까지 걸어간다.
그대로 옆길로 샐 생각이었지만,
미츠키와의 거리가 3미터 정도로 줄은 그때,
문득 녀석이 입을 열었다.

[미츠기]
"왜 네가 여깄어?"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 가늘재 째진 눈으로 나를 흘겨본다.
칫, 들켰나.
어쩔 수 없이 멈춰서서, 벽과 인사하고 있는 미츠기를 돌아본다.
[아즈마]
"탐험하러 온 거라고, 뭐 네 일을 방해할 마음은 없으니까 안심해."
어차피 들을 게 뻔한 비아냥에 미리 선수를 쳐놨지만, 미츠기의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
[미츠기]
"이렇게 너랑 떠드는 시점에서 집중력이 끊어진다고.
방해할 맘 없다면 처음부터 오지 마."
[아즈마]
"하아… 이제 됐습니다. 그럼 안녕."
이 자식이 펼치는 초월이론에 대꾸할 기력도 사라져서,
등을 돌리려 했더니 다그치듯 말이 이어졌다.
[미츠기]
"애초에 탐험이고 뭐고, 방금 전에도 여기 왔었잖아."
[아즈마]
"그렇게 대충 훑어본 거 같고 되겠냐고.
게다가 중간에 다들 그만 돌아가자고 했잖아."
두터운 서류에 펜을 대고 있던 미츠기는
뜸을 한 번 들이더니, 의미심장하게 입술을 비틀었다.
[미츠기]
"그래? 또 여길 찾을 만한 배짱, 너한텐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비아냥이란 건 알았지만,
귀찮으니까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적당히 대응하자.
[아즈마]
"배짱…? 뭔 소리래."
[미츠기]
"너 조금 전 나한테 유령이 무서운 거냐고 지껄였잖아?"
조금전?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여기 처음 들어섰을 때 했던 말이란 걸 깨달았다.
한발 앞서 나갔던 이 녀석한테 비아냥 삼아 했던 말이다.
[아즈마]
"확실히 그런 말 했었지. 그게 왜…?"
[미츠기]
"너… 영감 같은 거 있는 편인가?"
미츠기는 서류를 아래로 내리고 기묘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새삼 그런 소릴 꺼내니까, 왠지 급 거북해진다.
[아즈마]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미츠기]
"아, 그래? 그거 다행이네."
[아즈마]
"……?"
[미츠기]
"너 엄청 둘러싸여있어."
그 말을 하자마자, 태연하게 서류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아즈마]
"어?"
오싹하고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아즈마]
"어? 뭐야? 뭔 소리야? 어?"
[미츠기]
"……."
[아즈마]
"잠깐만, 미츠기. 뭐야, 너.
혹시 너 그런 거 보이는 사람이야?"
[아즈마]
"둘러싸여있다니… 뭐야? 나 지금 포위당했어?"
갑자기 큭하는 소리를 내며 미츠기가 몸을 꺾었다.

[미츠기]
"바보~~ 당황하는 거 봐라~"
[아즈마]
"……."
더는 못 참겠다.
[아즈마]
"너 이 자식!! 웃기지 말라고오오오!!!"
그 후, 악에 받치는 대로 욕설을 퍼부었으나
미츠기는 내내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