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SS]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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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 놀이를 보러 가자는 말을 꺼낸 것은 내쪽이었다.

 친구가 거의 없는 나는 다 같이 여름 축제 놀러 가자던가~ 불꽃놀이 보면서 리얼에 충실해 보자든가하는 이벤트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거야 일단 여자친구가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죄다 사귄 기간은 정말 짧아서, 불꽃 놀이 같은 걸 보러 갈 짬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 보러 가는 것은 재미없다. 주위는 한껏 들떠 있는데. 애초에 혼자 불꽃 축제에 갈만한 열정, 나한텐 천성적으로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축제와는 인연 없이 살아갈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불꽃 축제라…. 좋은 걸. 가자. 모처럼이니까 유카타라도 입어 봐."

 "어? 입는 법 몰라."

 "그건 문제 없어. 근처 이발소에서 입혀 주거든. 유카타는 내가 사줄게."


 상대는 마츠다다. 아웃 도어 바보에 바깥 활동을 좋아하며, 액티브를 그림으로 그린 듯한 남자. 매주 휴일마다 낚시니 바다니 산이니 마을이니 어딘가로 데려다주는 남자.


 매번 마츠다가 계획을 생각해주는 것이, 즐거운 일 전부 마츠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가끔은 내가 계획하고, 내가 불러내고, 내가 데리고 가서, 내가 즐겁게 해주자. 그런 걸 하고 싶었다.

 "뭐어, 남이 입혀준다면야 상관 없지만."

 "정해졌네."


 기쁜듯 방긋방긋 웃는 마츠다를 보며, 나는 은밀히 계획 성공을 확신했다….


 했는데….


 "우와… 나 지금 모르는 사람 발을 밟았어. 누군진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발을 밟아서…."

 "아마 내 다리야."

 "진짜? 미안."

 "됐어. 이만큼 붐비면 누가 누구 발을 밟든 불문에 부치는 거지 뭐."

 "그건 그렇긴 한데…. 그건 그렇고 불꽃 시작할 때까지 30분은 더 남았잖아. 이젠 좀 지치는데…."


 상상했던 거 이상으로 붐비는 사람들 때문에 녹초가 된 나는 벌써부터 지쳐 있었다. 마츠다는 비교적 기운차 보였지만, 인파에 쓸려가지 않도록 버틴다거나, 불꽃이 잘 보일만한 장소가 없을지 둘러보는 중, 은근 신경이 예민해 보였다.


 "………."


 이래선 안 되지. 오늘은 내가 멋지게 마츠다를 에스코트할 생각이었는데, 마츠다가 열을 올리고 있잖아.


 맹렬한 위기감에 휩쓸려, 우울함이나 피로를 기합으로 날려 보낸 다음 다시 한 번 기운을 낸다. 서서라도 좋으니까 불꽃이 잘 보일만한, 붐비지 않는 장소를 찾아 애썼다.


 "어이, 아즈마."

 "뭐야?"

 "멀리 떨어졌잖아. 이쪽으로 와."


 마츠다의 말에 눈치챘다. 마츠다와의 거리가 괘나 벌어져 있었다. 마츠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람과 사람사이를 피해 손을 뻗었으나, 전혀 닿을 거 같지 않다.


 큰일이다. 여기서 마츠다를 잃어버리면 에스코트도 뭐고 없다. 합류하는 데 시간도 걸릴 테니, 같이 불꽃도 못 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돌아가려는데….


 "으아아아."

 "아즈마!"


 인도어 역사가 너무 길어서 오늘처럼 극도로 붐비는 인파에 익숙하지 않았던 게 재난이었다. 사람에 떠밀려서 점차 마츠다가 멀어졌다.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여기야, 아즈마!"


 당황한 마츠다가억지로 인파를 헤집고서, 내쪽으로 다가온다.


 "마, 마츠다아아……."

 "그래그래, 죄송합니다. 네,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아즈마아아."


 그렇게 결국 인파의 흐름에서 밀려나 불꽃 같은 거 전혀 보이지 않을 건물 그늘에 도착한 나를, 마츠다가 찾아낸 것이었다….


 "잃어버리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지."


 벽에 몸을 기댄 마츠다가 후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옆에서 추욱 어깨를 늘어트린 나는, 입을 우하고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왜 착실히 날 따라오지 않은 거야? 어슬렁 거리다가 잃어버리는 거 알잖아."


 마츠다의 목소리에 험악함은 없었다. 화내는 건 아닌 거 같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재미가 없었다.


 "……."

 "그렇게 삐지지 마. 탓하는 게 아니잖아." 

 "삐진 거 아냐."

 "어린애 같은 반론하지마. 완전히 삐졌잖아. 그런 얼굴 하지 말고, 자. 불꽃 보러 갈 거라며?"

 "삐진 적 없다니깐."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내 옆에서, 마츠다가 커다란 한숨을 쉬는 게 느껴졌다.


 "너 말이야… 왜 고집을 부리고 그래?"

 "고집 부린 적 없어."


 "……철없는 소리 마. 슬슬 불꽃놀이 시작할 거야. 빨리 안 가면 두고 간다."


 두고 갈 리가 없다. 마츠다가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고개를 들어 마츠다를 보았다. 마츠다는 화나지 않은 표정이었다.


 "가……."

 "가…?"

 "가끔은 내가… 마츠다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는데… 잘 풀리는 게 하나도 없잖아…."

 "……."

 "맨날 폐만 끼치고… 한심하고…, 여기선 불꽃도 안 보이고…."

 "………."

 "삐지적 없는데…."


 잠깐의 공백 후, 문득 눈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동시에, 마침내 쏘아올려진 폭죽 소리가 주위로 울려퍼졌다.


 퍼엉.


 마츠다가 조금 고개를 굽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노점에서 새어나오는 오렌지색 역광을 짊어지고서.


 그 차분한 얼굴을 향해 말했다.


 "뭔가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마츠다한테 의미만 하는 거 같잖아…."


 "응…."


 퍼엉.


 여기선 불꽃도 안 보이지만, 환성 같은 것은 똑똑히 들렸다.


 "나도 가끔은 마츠다한테 의지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


 잘 풀리지 않아서 화풀이 했다.

 그런데 마츠다는 차분한 성인의 표정이고, 나는 완전히 어린애 그 자체.


 "그러니까 그……."

 "그래."


 "삐져서 미안…."

 "화 안 났어."


 주위가 섬광등처럼 빛난다. 유달리 커다란 소리가 이어 터졌다.

 웃음을 띈 마츠다의 얼르는 듯한 키스가,  이어지는 폭죽 소리의 진동에 떨리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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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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