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SS]담력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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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마. 들어봐! 유령이래!"

 "하아?"

 

 

 흥분한 타카라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헐떡이며 그런 소리를 하길래 당연히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고꾸라지듯 몸을 대오는 타카라는 흥미롭고 재밌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표정으로 방긋방긋 웃고 있다. 눈도 엄청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콧김도 엄청 거칠다.

 "잠깐, 잠깐. 뭐야. 유령? 그게 뭔데?"

 

 "오늘 아르바이트하면서 들었는데~ 마을 외곽에 그 엉망진창인 집이 한 채 있잖아? 아무도 안 사는 데…."

 "아, 공원 앞 지나 조금 더 가면 나오는 그거? 거기에 나와…?"

 "응! 가자, 아즈마. 나 유령 본 적 없으니까 보고 싶어!"

 "으음…."

 

 이 마을은 솔직히 말해 '초절'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시골이다.

 오락거리라고 해봐야 산책이나 일용품 구입 정도. 저녁엔 노점도 가게도 다 문을 닫고, 밤에는 들개들 자는 거나 보일 뿐 인기척 하나 못 찾게 된다. 티비는 외국말로만 나와서 전혀 이해도 못하고, 게임 같은 것도 집에 없다.

 

 당연히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나, 휴일날에는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게 기본이었다. 진짜 한가를 주체할 줄 모르는 타카라가 매일밤처럼 방에 놀러올 정도다.

 

 "유령 같은 거 없어. 그냥 소문일 거야."

 

 가는 건 싫지 않지만 내일도 아르바이트가 있다.

 집에서 푹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어 저도 모르게 부정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타카라가 뺨을 부풀이며 중얼거렸다.

 

 

 "같이 안 가주면 아즈마가 땡땡이치고 나한테 떠넘긴 가사일 그거, 몸으로 갚게 한다…."

 "갈게요."

 

 

 

 "여긴가… 역시 낮에 보는 거랑 분위기가 다르네."

 회중 전등을 지그재그로 움직여 예의 건물을 비추는 타카라가 천진한 탄성을 올렸다.

 

 "그러게요. 으스스하네요."

 반면 나는 타카라의 등뒤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 뒤에는 숲이 펼쳐져 있다. 정말로 기분 나쁘다. 밤중에 이쪽 방면까지 와 본 적 없으니까, 더 그렇지만 정말 무섭다.

 타카라는 그런 나를 돌아보며 '나 원 참~'하고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삐죽였다.

 

 "애초에… 유령 같은 거 없는 거 아니었어? 왜 그렇게 겁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의 하나가 있잖아."

 "…….그건 그렇다 쳐도. 어째서 나를 방패 삼는 걸까나?"

 

 "방패 삼은 적 없어. 그 뭐냐…… 어둡고 위험한데… 손전등 들고 있는 건 타카라뿐이잖아. 그리고 뭐냐. 나보다 네가 더 운동능력이 뛰어나니까…."

 "뭐 상관은 없지만…."

 

 완전히 기가 막힌 듯한 타카라가 한숨을 쉬면서 건물로 다가간다. 나도 종종히 따라갔다.

 

 빛에 비쳐진 문은 부식으로 녹슬어 엉망이었지만, 타카라는 전혀 신경 쓰는 기미 없이 문을 열었다.

 경첩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 크다. 실로 유령 저택답다.

 

 "……."

 

 타카라의 뒤에서 숨을 죽이며 안을 들여다 본다.

 

 "저기, 아즈마. 외국 유령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에선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많지?"

 "그런 태평한 소리 할 때가…."

 

 그렇게 타카라가 빛을 움직였을 때였다.

 

 "……!"

 

 보고 말았다. 빛나는 눈알 2개.

 듣고 말았다. 아기 울음 소리 같은 '으아아아앙'하는 비명.

 

 "으… 으오오오오오오!!"

 

 

 뒤돌아 냅다 뛴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했다. 그렇게 판단했다.

 

 등뒤에서 나를 불러세우는 타카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완전히 스루했다.

 

 "잠깐, 아즈마. 기다려 봐!"

 "싫어어어 오지 마아아아아아아아!"

 

 "잠깐. 오지 말라니, 무슨 소리야?!"

 "……! ……!"

 "참나, 별 수 없다니깐."

 

 흙바닥을 세게 내딛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목덜미를 낚아채였다. 숨이 막혔다..

 어버버하며 비틀거리는 나를, 작은 몸이 등뒤에서 억눌렀다. 그제서야 겨우 멈춰섰다.

 

 "으윽…."

 "진정해. 나야."

 "………."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며 돌아보자… 타카라의 싸늘한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왜 혼자 먼저 도망쳐. 두고 가다니 너무해."

 "하지만… 눈이 번쩍하고 으아아앙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타카라가 스윽 눈을 가늘게 뜬다.

 

 "그건 고양이야. 유령이 아니라 생물. 눈이 빛났던 것은 전등빛을 반사해서고, 발정기 고양이들은 그렇게 울어."

 "어?"

 "그보다 유령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겁먹지마."

 

 타카라의 목소리는 언짢아 보였다. 왠지 맥이 빠져서 두 손을 추욱 떨구자, 타카라가 천천히 내게서 몸을 뗀다.

 

 

 "미안…. 널 유령은 없다 파벌로 전향시키다니…."

 "진짜로. 있는 게 더 재밌을 텐데…. 아즈마가 이렇게 겁먹을 거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그만 돌아가자…. 내일도 아르바이트 있지?"

 "오우…."

 "아아~ 재미없어~."

 

 완전히 토라진 타카라를 달래면서, 우리는 귀갓길에 들어섰다.

 

 "정말 미안."

 "됐어…. 나도 억지로 가자고 해서 미안."

 

 걸으며 서로 고개를 숙인다. 그걸로 응어리는 없어졌지만, 타카라의 표정은 굉장히 유감스러워보였다.

 좀 더 제대로 담력 시험을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러니까….

 

 "손전등 좀 줘봐."

 "응."

 

 내가 겁쟁이라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든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손전등 위에 턱을 대고, 불을 켠다. 턱 아래에 댄 불빛에 비쳐진 내 얼굴은, 정말 진부한 수법이지만 분명 엄청 무섭겠지.

 

 "원통하도다…."

 

 타카라는 그런 나를 보며 뿜었다.

 

 "후훕. 뭐야, 그거…. 너무 고루하지 않아? 표정 이상해."

 "이상하다고 하지마. 무섭지?"

 "하나도 안 무서워. 하지만…."

 "응."

 "아즈마~ 너무 좋아."

 

 

 그렇게 깔깔웃는 타카라의 얼굴이 몹시 명랑했기에, 이상한 표정을 짓던 나도 활짝 웃음을 띄웠다.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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