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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슈바르첸베크 02

※왠지 진스케와 어린 슈바르첸베크 남매가 같이 살고 있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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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3시, 슬슬 발드와 마르 짱이 돌아올 시간이다.
 오늘 간식은 무엇으로 할까 싶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딱 맞게 초인종이 울렸다.

 


「어서 와…… 응?」
「진스케여, 오늘은 친구를 데려 왔다」
「지기스 군이랑 로자 짱이야」
「……켁」

 

 

「실례합니다」

 

 

 자세히 보자 슈바르첸베크 남매 뒤에 발드만큼 귀염성 없는 아이들이 서 있었다.
 한 명은 금발, 한 명은 빨간 머리였다. 둘 다 엄청 눈매가 사나웠다. 그때, 빨간 머리 여자아이가 굽높은 신발을 벗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라한 집이네」
「그렇게 말하지 마. 좁지만 즐거운 우리 집이다. 진스케, 뭘 멍하니 있지? 얼른 간식을 만들도록 해라」
「대체 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너」
「당연히 잘난 몸이지. 네 주인님이까 말이야. 이의는 받지 않겠다」
「나도 도울게」

 


 마루 짱이 도도도 부엌으로 달려갔다.
 어라, 뭐지. 엄청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요.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흐음~ 동급생이라고?」
「동급생이 아니다. 내 종복이다」
「진지한 얼굴로 이상한 소리하지 마」

 

 


 그보다 아까부터 엄청난 증오의 시선이 등뒤로 느껴지는데요….
 테이블 너머로 금발 트윈테일 로리(이름은 지기스문트라는 모양이다)가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기세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혹시 남의 집에 놀러와서 긴장한 걸까? 나는 그녀를 향해 상큼하게 웃어 주었다.

 

 


「저기, 지기스문트 짱은……」

 


 그 순간, 여태까지 입도 뻥끗하지 않던 금발 여자아이가 물어뜯을 법한 기세로 으르렁거렸다.

 

 


「누가 『짱』이야? 어엉?! 이 몸은 남자야!!」

「뭐라고?!?!?!?!?!?! 아니, 잠깐만… 그럼 그 옷차림은……?!」

 

「지기스 군은 요즘 유행하는 오토코노코야」

「잠깐만, 마르 짱?! 이건 발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은 거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해…?!」

 

 

「그래, 맞아. 지기스는 오토코노코가 아니라 평범한 여장남자지」

「로자 공! 그걸 변명이라고 해주는 거야?!」

 

 


 뭐랄까… 역시 유유상종인가. 그래, 그렇고말고. 규격에서 한참을 벗어난 있는 발드랑 친구로 지낸다는 시점에서, 평범할 리 없지.

 그러는 동안 프렌치 토스트가 완성됐다. 오늘은 호화롭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였다.
 하지만 왕님은 눈앞에 접시를 놓자마자 눈썹을 치켜떴다.

 

 


「진스케, 나보다 네 것이 더 양이 많지 않느냐. 대체 무슨 속셈이냐」
「초등학생이랑 고등학생의 위장 크기를 생각해 보라고… 아야야야야, 알겠어. 알겠다고! 자, 바꿔주면 되잖아!!」
「흠, 그러면 됐다」
「헤헤헤, 잘 먹겠습니다」

 


 뭐… 한바탕 소동은 있었지만 겨우 화평온한 간식 타임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맛없어!!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네」

 

 

 

 한 입 먹을까 말까 하는 순간, 지기스문트가 포크를 내던졌다.
 이 일련의 태도… 이 녀석, 예의범절이란 걸 못 배운 건가?

 분노에 찬 내 앞에서 지기스문트는 발드를 바라보더니 아까와는 딴판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발드~ 이런 집 버리고 우리 집으로 오면 안 돼? 응? 이런 녀석이 만드는 이딴 초라한 간식보다 이 몸이 훨씬 더 맛있는 걸 만들어 줄게. 발드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도, 크레페 슈제트도, 바바로아도 실컷 먹을 수 있어」

 

 

 


 아, 과연.
 아무래도 지기스문트는 발드에게 홀딱 빠진(구시대적인 표현) 모양이었다. 그래서 슈바르첸베크 남매의 보호자인 나한테 적의를 보이는 거고.
 나는 이렇다 할 대꾸도 없이 식욕을 우선하는 발드를 향해, 약간의 앙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그것도 괜찮겠네. 마르 짱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넌 그쪽 집에 가는 게 어때?」

 

 


 자아, 어떻게 나올 생각이냐.
 조금은 귀엽게 당황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자그마한 왕님은 프렌치 토스트를 입가로 가져가며 실소했다.

 

 


「무슨 잠꼬대를…… 밤마다 나를 물고서 놓아주지 않는 건 너 아닌가?」
「뭐라고오오오오오오오?! 발드한테 무슨 짓이야, 이 변태 자식!! 죽어어어어어어어엇!!!!」
「으아아악아아아아악!! 밑도 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오!!!!!」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여서 무심코 몸서리쳤다.
 얼굴이 새빨개진 지기스문트는 힘을 빼기는커녕, 일절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트윈테일 고스로리 오토코노코한테 당하는 린치라니, 특정 인종 눈에 들어가면 신종 플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는데…. 아니, 이 자식 진심으로 날 죽일 생각이잖아?!

 

 


「애초에 말이지~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새빨간 남이나 다름없는 친척이 아무 속셈도 없이 애들을 거둬들일 리 없잖아?! 서서서서서, 설마 너……!! 발드뿐만이 아니라 마르 짱한테도 이상한 짓 한 건 아니겠지?!」
「뭐라고?!?!??!?! 웃기지 마!! 학대당하는 쪽은 오히려 나라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초절정 미인 남매가 빠안히 자신의 생리 현상을 관찰하는 모습을 봐야하는 내 심정을 네놈이 알겠냐고!!!

 


 아무리 상대가 어린 아이라고 해도, 내 인내심에도 한계란 게 있었다. 익촉즉발의 분위기를 깨트린 것은 누군가의 훌쩍임이었다. 퍼뜩 놀라 돌아보자, 마르 짱의 새파란 눈동자에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너무해, 지기스 군……」
「뭐? 잠깐만?!」

「진스케 씨는 상냥하단 말이야! 진스케 씨이 만들어주는 간식은 맛있어!! 진스케 씨를 욕하지 마!!」

 

 


 그렇게 말하자마자 마르 짱은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조금 전의 그 당당한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지기스문트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파래졌다.

 

 


「으아아아아악,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마르 짱, 나, 나, 나, 나는, 나는 그저…」
「지기스 군은 오니야!! 인간도 아니야!! 이 복장 도착자!!」

 


 구깃 하는 낯선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발드의 작은 손가락 안에서 포크가 사탕처럼 휘어 있는 게 보였다. 왕님을 중심으로 흘러나온 시커먼 독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지기스문트, 넌 향후 10년 동안 우리 집에 출입금지다」
「뭐라고?!?!」
「마르가레테를 울린 죄, 본디 그 목을 쳐야할 대죄이나 너와의 우정을 봐서 이 정도로 봐준 거다. 고맙게 여기도록 해라!!」
「너도 참 정말로 구제불능 바보라니깐」
「로자 공! 너도 좀 해명 좀 해줘!!」
「무리~」

 그 뒤.
 발드는 재가 되어버린 지기스문트를 자비 한 톨 없이 집 밖으로 내쫓았다. 일련의 소동을 남일처럼 바라보던 로잘린드가 프렌치 토스트를 입안 가득 쑤셔넣더니, 휙 하니 의자에서 내려왔다

 

 

.
「으엄 아오 이앙 오아아게(그럼 이만 나도 돌아갈게)」
「? 아직 괜찮지 않으냐. 좀 더 있다 가라」

 


「꿀꺽…. 아냐, 이대로 내버려두면 그 녀석이 비관에 빠져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거든. 내일 아침 강물에 떠올라도 곤란하잖아?」
「과연. 뒷일은 맡기마, 프로일라인」

 


「또 올게, 너구리」
「더는 오지 마세요」

 

 

 


 아, 엄청 피곤하다.

 그 후, 마르 짱은 울다 지쳐 옆 방에서 잠들었다.
 발드는 조금 전의 일 때문인지, 단순히 마르 짱이 잠들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왠일로 설거리를 도와줬다.

 

 


「뭐… 집에 들이는 건 솔직히 사양이지만, 내일 그 녀석이 사과하면 용서해줘. 친구잖아?」

 

 

 

 중재하듯 말하자 발드는 탁자 위를 닦으며 흥 하고 코웃음쳤다.

 

 

 

「그딴 무례한 짓을 쉬이 용서해서야 위엄이 서지 않지」
「그러지 말고……」

 

 

 

 발드는 행주를 팽개치더니, 내 등 뒤에 매달려 머리를 문질렀다.

 드물게도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발드? 왜 그래?」
「마르가레테를 울린 죄뿐만이 아니다…. 네 간식을 바보 취급한 죄도 있으니, 더더욱 중죄다」

 


 아, 어쩌지.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평소 귀염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만큼, 가끔 이렇게 응석을 부리면 파괴적인 사랑스러움을 발휘했다. 이것저것 전부 용서해버릴 정도로.

 


 완전 헤롱헤롱해진 내게 추가타를 가하듯, 발드가 나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대답해라, 진스케…. 정말로 내가 다른 집 아이가 되어도 좋나?」
「……그럴 리 없잖아. 너도 마르 짱도 우리집 아이야. 절대 남한텐 못 줘」
「흠, 그러면 됐다」

 

 


 무릎을 꿀고서, 그 은색 머리를 끌어안아 마구 쓰담쓰담했다. 아, 이러고 있으니 발드도 천사구나.
 그렇게 내가 방심한 찰나, 뻔뻔함을 되찾은 왕님이 스칠듯이 가볍게 키스했다.

 

 


「너, 너, 너, 너… 너, 또……!!」
「바보 녀석, 뭘 당황하는 거지? 딱히 처음도 아닐 텐데?」

 

 


 으아아아아, 방심하면 바로 이거다.
 5살이나 어린 아이한테 첫 키스를 빼앗긴지 오래라니, 진짜 죽고 싶어진다. 그러는 사이 고사리 같은 손이 셔츠 안으로 파고 들어와 야릇하게 움직였다.

 

 


「악!! 바보!! 하지 마!! 아야야야야, 제발 하지 마세요!! 옆방에서 천사가 자고 있는데 짐승이 될 생각이야, 너?!」
「크카카카카카, 오히려 그렇기 때문 아닌가? 이 앞은 신의 가호가 닿지 않는 시간이다」

 

 


 아아, 이거 틀렸다. 범해진다.
 마음속으로 성호를 긋는 순간, 성실하고  정숙한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모양이었다.

 

 


「우음…」

 


 졸린 눈을 한 마르 짱이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왔다. 발드는 나를 깔고 누른 자세 그대로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마르가레테」
「오라버니, 나 쉬……」
「이거 원, 숙녀로서 혼자 화장실 정도는 갈 수 있어야지」
「그치만… 화장실에 유령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래, 알겠다. 알겠어. 유령 같은 거, 이 오라비가 쫓아내주마」
「응……」

 마르 짱은 발드의 손에 끌려 비척비척 화장실로 향했다.
 고마워, 마르 짱. 네 덕분에 내 정조를 지킬 수 있었단다…. 지금 현재로서는.

 

 


2012/08/26 재업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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