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슈바르첸베크 01
※왠지 진스케와 어린 슈바르첸베크 남매가 같이 살고 있는 설정
낮에는 마르 짱이 먹고 싶다고 해서 수타 우동을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 진지하게 우동을 치고 있던 공주님은 갓 데친 면을 후르릅 들이키며 실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진스케 씨가 해준 우동 엄청 맛있어」
「그래? 얼마든지 있으니까 잔뜩 먹어」
「응!」
마르 짱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본 남성을 가볍게 녹아웃 시킬 웃음을 아낌없이 뿌려주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 은색의 보들보들한 머리카락을 무심코 쓰담쓰담했다. 아아, 우리 집엔 천사가 있다구. 쓰담쓰담.
그에 비해 자그마한 왕님은 그런 우리를 보면서 눈썹을 찌푸리며 남색 돈부리를 끌어 당겼다.
「진스케, 나는 좀 더 살점이 붙은 걸 먹고 싶다」
「두 그릇이나 먹어 놓고 잘도 그런 소릴 하네」
「그거랑 이거는 이야기가 별개다. 저녁은 불고기가 좋겠구나」
부모님을 잃고 갈 곳 없는 초등학생 슈바르첸베크 남매를 거둔 것이 반년 전.
유일한 먼 친척이란 이유로 그들을 돌보게 되었으나… 이렇게 예쁘게 생긴 남매와 나 사이에 어떤 핏줄적 관련이 있는지 아직도 의문스러웠다. 옷차림은 근처 어린애들과 별 차이 없으나, 인형 같은 그들이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광경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발드는 우동을 세 그릇 먹어 치운 후, 소파에 딩굴하고 드러누웠다. 그 등을 마르 짱이 흔들었다.
「오라버니도 설거지 하는 거 도와줘」
「가사일은 거기 있는 머슴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차암~」
「너란 녀석은……」
보다시피, 타고난 임금님인 발드한테는 엄청 애를 먹고 있으나, 그만큼 마르 짱이 천사라서 다행이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간신히 플러스라고 해야 할까?
「마르 짱은 장하기도 하지. 집안일도 도와주고, 숙제도 안 까먹고, 아침에도 제대로 일어나고. 누군가랑 전혀 달라」
「에헤헷」
여보란 듯 칭찬해 봤으나, 임금님은 휴대용 게임기에 푹 빠져서 이쪽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젠장. 역시 이 녀석, 나를 보호자가 아니라 머슴 같은 걸로 여기는 거 아닌가?
……물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밤중에 문득 잠이 깼다.
귀를 기울이자, 내 옆에서 싸움…이랄 것까진 아니나(애초에 이 남매는 싸움 같은 걸 하지 않는다), 발드와 마르 짱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들렸다. 잠든 척 ,몰래 귀를 기울였다.
「마르가레테, 저것은 내 것이라 언제나 말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최근의 넌 대체 뭐냐. 진스케에게 너무 과하게 들러붙는 거 아닌가? 숙녀로서 좀 더 조신하게 굴어야지」
「오라버니, 혹시 질투해?」
「그런 게 아니다. 이제 그만 진스케와 같이 씻는다거나, 밤중에 화장실로 끌고가는 것은 졸업하라는 소리야. 언뜻 무구한 너구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나, 저것도 수컷이란 사실은 마찬가지. 언젠가 네 사랑스러움을 참지 못해, 치미는 욕정에 널 덮치려 들지도 모르지 않느냐」
이 망할 꼬맹이, 대체 뭔 소리래.
확실히 초등학생 여자아이랑 같이 씻는 건 나도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가 씻고 있을 때 마르 짱이 멋대로 들어와서 그런 거라고. 게다가 그땐 너도 같이 들어오면서.
내가 굴욕에 덜덜 떨고 있자니, 이번엔 마르 짱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스케 씨는 그런 짓 안 해. 설령 그러더라도 난 진스케 씨라면 상관없어」
「제정신이냐, 동생아」
「이상한 건 오라버니야. 날 걱정하는 건 확실하겠지. 하지만 속내론 진스케 씨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뿐이잖아? 일부러 숙제도 안 하고, 늦잠 자고, 가사일을 안 돕는 것도 그래. 진스케 씨의 관심을 끌고 싶은 거면서」
「……으음」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내가 진스케 씨의 신부가 될 테니까, 오라버니는 진스케 씨의 신랑이 되면 돼. 그러면 다 같이 쭈욱 함께 있을 수 있어」
「과연, 역시나 내 동생이구나. 실로 현명해」
하하하하—하는 발드의 불길한 웃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남매는 꼬물꼬물 내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왔다.
바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다.
안이한 감정으로 뭔가 터무니없는 것을 거둔 게 아닐까…?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2012/08/26 재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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