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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울음

(1주년 기념 ss 리쿄x키리쿠)

 

1주년 기념 ss 특설 페이지

1주년축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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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아침부터 모두가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그러면서도 묘하게 기대로 가득 차 시끌벅적했다.

「……그래? 알겠어.」

노련한 할멈이 다급히 병실로 뛰어 들어감과 동시에, 조수 역을 맡은 쿠라타 씨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곧 해산할 것 같다』고.
이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열심히 해다오』하고 격려하는 것 말고는.

쿠라타 씨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할멈을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 연락을 받은 리쿄도 조금 뒤늦게 찾아와, 내 옆에 앉았다.

「……이제 곧이네.」
「그래.」

「전문 외지만 못할 것도 없으니까 뭔가 돕겠다고 했는데, 산파분께 거절당했어. 그 대신 산후 대응을 부탁하겠대.」

「……그래.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리쿄는 『응』하고 말하더니, 살짝 웃었다. 변함없이 감정을 읽기 힘든 표정으로, 뭔가 즐거운 듯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태까지 신세 졌던 스즈키의 부인이 곧 출산을 맞이한다. 부인의 회임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으나, 언제 낳을지는 몰랐다. 최근 스즈키가 내내 안절부절못해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건가.

이런 장면은 처음 맞이해봤다. 나답지 않게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가장 먼저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간 스즈키의 옆모습을 떠올렸다. 산모와 아이 둘 다 무사하길 빌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인가 군, 엄청 긴장했네. 어깨도 등도 딱딱해. 괜찮아. 직전까지 내가 진찰했어.」
「알아. 하지만 이런 건 처음이라서 어쩔 수 없다.」

「하하……. 어린 인가 군은 분명 엄청 귀여웠을 테지. 보고 싶네.」

그렇게 말하며 웃는 리쿄를 올려다봤다.
어차피 진심도 아니면서. 그렇게 조금 싸늘한 시선을 보냈으나, 리쿄한텐 통하지 않았다.

알면서 흘려 넘기는 건지, 정말로 눈치채지 못한 건지.
분명 전자겠지.

「그거 고맙군. 너 같은 남자한테도 당연하듯 어린 시절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이 들지만 말이야. ……어땠을진 조금 흥미가 있군.」

「어린 시절이라……. 으음……, 아.」

리쿄는 꺼끌꺼끌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흐음… 하고 고민에 잠기더니, 이어 시선을 내게 돌렸다.

「그러고 보니 하수도에서 눈 뜨기 이전의 기억이 없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뭔가 커다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픈 표정으로.

「뭐? 기억이 없다고?」

리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도 잊고 있었는데, 그런 것 같아…. 언젠가 생각나면, 그땐 너한테 제일 먼저 가르쳐 줄게.」

사뭇 그것이 당연하다는 양 그리 말하더니, 느긋한 웃음을 띄운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것들은 잔뜩 있었던 것 같다.

하수도가 뭐냐, 기억이 없다니 그건 또 어떻게 된 거냐 등등.
하지만 바로… 복도에 첫울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 여성들의 감개 어린 울음 소리.
그리고는 『잘했어, 유리코! 옥 같은 남자아이야! 이름은 타로로 하자! 유서 깊은 이름이야!』라고 하는 스즈키의 절규.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 엉거주춤하게 그 자리에서 멈췄다.
뛰어 들어가 성대하게 축하해주고 싶은 기분과, 지금 들어가는 건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감정이 마찰을 일으켰다.

「음, 기운 찬 울음소리군. 분명 말썽꾸러기 도령으로 자랄 것 같아.」

「…그래? 다행이네.」

무심코 안도하며 웃는 나를 보며, 리쿄는 왠지 조금 눈이 부신 듯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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