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디스토피아의왕/SS]
좋은 부부, 좋지 않은 부부
(1주년 기념 ss 스이메이x키리쿠)
1주년축하합니다 :)
「저희는 과연 좋은 부부일까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누는 단란한 시간.
챙겨 갖고온 일을 하고 있던 스이메이가 불쑥 중얼거린 말을 나는 당연 놓치지 않았다.
한창 작곡에 열을 올리던 손을 멈추고, 소파에 진을 치고 앉은 스이메이를 바라보았다.
스이메이도 내게 시선을 줘서, 자연히 시선이 얽혔다.
「……좋은 부부?」
처음엔 무슨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스이메이가 이런 부류의 농담을 하지 않는 타입이란 건 알고 있으나 인간, 때로는 마가 낀다거나 맛이 가고 그러기도 하는 법.
스이메이의 경우엔 그것이 지금인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눈이 엄청나게 진지했다.
역시 농담은 아닌 모양이다.
그럼 생각에 잠겨 보았다.
일단 대전제로서, 우리는 가족이긴 하지만 부부는 아니다.
호적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호적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흐름이길 바랐다.
스이메이도 분명 그렇겠지.
그 증거로 이러한 이야기가 화제로 나온 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잠깐만.
「결혼하자는 소린가?」
「아닙니다. 키리쿠 씨가 호적에 올리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되면, 그때에 호적에 올리도록 하죠」
스이메이는 크흠하고 한번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같이 살고 있는데다, 할 것도 하고 있으니 저희는 실질 부부라 해도 지장이 없지 않을까요」
흠.
그런가.
『개념이나 비유적으로서의 부부』이야기인 모양이다.
에두른 프로포즈는 아니었던 거 같다.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자니, 스이메이는 업무용 대형 타블렛을 내려놓고서 내쪽을 향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기념일 개정일자가 다가와서, 기념일 데이터를 열람하고 있자니 과거에 『좋은 부부의 날」이라는 게 존재했다는 기록을 읽었습니다. 부활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문득 저희가 이 날을 축하하기에 걸맞은 관계인지 아닌지 조금 신경 쓰여서요」
과연.
부모님도 생전 말씀하셨지.
기념일 개정 때에는 유그드라실에 데이터를 입력한 후, 전국민에게 알린다고.
스이메이는 현재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걸로 겨우 상황이 이해가 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꼈다.
의문에는 대답해줘야지.
「걸맞은 관계인게 당연하지. 우리는 실로 좋고 화목한 사이다」
「네. 그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한데요…. 매일처럼 문란하게 섹스를 하는 데도 「좋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문란한 섹스를 하면 안 좋은 건가?」
「부부 간의 섹스란… 때론 변태적인 행위도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평범하고 행복하며 당연한 것으로, 어디에나 있는 신성한 것이 아닐까요. 저희가 하는 것처럼 키리쿠 씨가 울부짖는다거나, 기절한다거나, 다음 날 걸을 수조차 없게 되는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행위는 세간 일반적으론 ‘귀축’이라 불리는 행위입니다. 설령 거기에 키리쿠 씨에 대한 호의가 있더라도 말이죠. 그러니까…… 저희는 『좋지 않은 부부』가 아닐까요…. 스스로도 바보 같은 의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요」
스이메이의 손끝이 타블렛 키보드를 가볍게 두드린다.
우선 한 번.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두 번.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지 세 번.
좋든 좋지 않든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는 부부다.
어떤 섹스를 하더라도, 거기에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일단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맺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순수하게 경사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럼 『좋지 않은 부부의 날』도 만들면 되지. 그리고 우리도 보편적이며 평범하고 행복하며, 어디에나 있는 신성한 섹스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걸로 만사 해결이라고 생각되는 제안을 내놓았으나, 스이메이는 고개를 기울이더니 진지하게 고민한다.
어느 쪽 제안이 마음에 와닿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기념일이 늘어나면 보편적이지 않은 섹스를 하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부부들도 분명 기뻐하겠지.
좋은 일들 뿐이잖아?
나는 적절한 시기를 가늠해 일어섰다.
오늘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만의 부부원만을 도모하기 위하여. 엄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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