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5)

[마츠다]
“아즈마!”

밖으로 나가는 것도 엄청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설 수도 없었고.
팔을 뻘어봤자, 문손잡이에 손이 닿을 리도 없고.
벽을 기어오르 듯이 어찌어찌 문을 열려고 애써 봤지만, 문손잡이가 뜨거워서 엄청 고생했다.
어떻게든 탈출해서 건물 현관까지 기어나온 곳에서 힘이 다해 뻗어 있자니, 달려온 마츠다가 나를 안아 일으켰다.

[마츠다]
“아즈마!! 내 목소리 들려?! 어이!”
희미하게 눈을 뜬다.
애타게 바라왔던 바깥은 공교롭게도 구름투성이.
보통 이럴 때는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거 아닌가?

[아즈마]
“괜찮아……. 쿨럭….”
[마츠다]
“큭…! 진짜 다행이야!
어쨌든 여길 벗어나자…. 그리고 너!!”

[마츠다]
“문 잠궈놓지 마!! 이 바보!
덕분에 불이 났는데도 구하러 들어가지도 못 했잖아!!”

[마츠다]
“창문을 깨고 들어갈까 고민하던 참이었다고…!”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왠일…. 화가 난 모양이다.
그리고 이 녀석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뭔가 안심 돼서, 몸의 힘이 빠졌다.
[아즈마]
“아……. 그 뭐냐…, 밤에 누가 덮치러 오고 그러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추욱 고개가 내려가기 전에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으나, 도중에 팔을 잡아 당겨졌다.

[마츠다]
“바보 자식!”
왜일까.
마츠다를 보면 안심이 된다.

[마츠다]
“어이!”

[마츠다]
“…….”
마츠다가 억지로 내 팔을 제 어깨에 두르더니,
나를 질질 끌고가듯 달렸다.

[아즈마]
“다리 아파…”

당연하지만 신발은 안 신어서, 맨발이 지면에 쓸렸다.

[마츠다]
“참아. 이제 곧이야.”
묵직하게 들려오는 말에, 나는 아마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생각한다.
그 말 그대로, 금방 부드러운 것 위에 눕혀졌다.

[아즈마]
“우….”
시야 끝에 잡초가 보여서, 여기가 항상 모이던 그 광장이란 것을 알았다.

[마츠다]
“지금 느낌이 어때? 아프다거나, 괴롭다거나, 춥고 그런 거 없어?”
[아즈마]
“아…….”

진지한 얼굴이 나를 들여다본다.
…뭐지. 언제나 미묘하게 무뚝뚝한 표정이라서 지금까지 몰랐는데,
다부진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되게 멋지네.

[아즈마]
“엄청 졸려….”

마츠자는 잠깐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마츠다]
“그래……? 그럼 자.”
커다란 손바닥을 내 배를 탁하고 두드렸다.
[마츠다]
“그야말로 야외긴 하지만, 푹 쉬어.”
[아즈마]
“응…….”

[마츠다]
“미츠기. 그럼 난 저쪽으로 돌아가볼게.
뒷일 부탁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미츠기]
“그래….”

미츠기?

[아즈마]
“웅….”

고개를 틀어보자, 그 녀석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싸늘한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츠기]
“…….”
그 손이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온다.
피할만한 기력은 없었다.
[미츠기]
“…….”

아.
미츠기의 손가락이 내 앞머리를—
[아즈마]
“…….”

미츠기는 탈출하느라 엄청 흐트러져 내 이마나 뺨에 들러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걷어주며, 말했다.
얼굴은 무뚝뚝한데, 평소보다 아주 살짝 자상한 목소리로.

[미츠기]
“끈질긴 녀석이네.”
[아즈마]
“………콜록.”

말이 그게 뭐냐.
……뭐 어때. 지금은 그저 졸렸다.
미안하게 됐네, 하는 대답은 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거기서 의식의 끈이 끊어졌으니까.

뭔가가 그슬리는 냄새가 났다.
내가 타고 있는 게 아닐까?
난 정말로 그곳에서 벗어난 걸까? 그런 의문이, 나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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