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3)

—6일째.
우리들은 하루 종일, 어제와 똑같은 일을 하며 보냈다.
마츠다는 산이나 바다를 오가며 식량을 찾고, 미츠기는 식수를 만들며 책을 해독했다.
타카라와 시마다 씨는 식수로 쓸 만한 수원을 찾았고, 혼고 씨는 무선기와 씨름하고 있었다.
4인조도 식량을 찾았던 모양이지만,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험악한 분위기였다.
나는 여러 사람들을 도우기 위해,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전원이 별다른 성과도 세우지 못한 채 밤이 왔다.

오늘도 배는 오지 않았다.

[스포츠 헤어남]
“너 말이야, 어제부터 대체 뭐야? 뒤만 쫄쫄 따라다니고, 제대로 먹을 걸 찾고 있긴 한 거야?”
어제부터 시작된 배급은, 기본적으로 날 것부터 시작 되었다.
잘 썩지 않는 고칼로리 제품, 말린 것, 단 것, 알콜을 대신할 술 등은 온존하는 형태로.
[장발남]
“뭐? 대체 뭘 보고 하는 소리야? 당연히 찾고 있지.”
[장발남]
“하지만 없다구. 기본적으로 너희가 뿌리 뽑아 갔잖아.”
하루에 한 끼. 주식인 쌀 한 컵 분량에, 반찬거리로 야채와 고기를 조금 씩.

[아즈마]
“소박하지만, 일한 다음 먹는 밥은 꿀맛이구나.”
[타카라]
“응.”

[금색 바가지 머리남]
“애초에 다른 델 찾아 보라고.”
조리를 각자 하기로 한 것은
각자의 취향대로 먹기 위한 점과.
[안경남]
“그만두자. 싸워봤자 소용 없잖아….”

단체로 요리할 경우, 작업 부담이 균등해지기 힘들다는 4인조의 의견 때문이기도 했다.

[스포츠 헤어남]
“엉?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잘못한 거 같잖아.”
[아즈마]
“…….”
나눠받은 식량은 양으로 보면 무난했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닌 성인 남성의 배를 채우기엔 역시 좀 부족했다.
[안경남]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머리를 식히라는 소리야.”
[장발남]
“생각대로 먹을 수 없으니까, 화가 나기 쉬운 거라고 생각해.
이런 식으로 이성이 부족한 녀석들은 정말 곤란하다니깐.”

[아즈마]
“…….”
기본은 절수지만 아직 물이라면 실컷 마실 수 있는 상태긴 했다.
뭐, 다른 걸 마시고 싶을 때는 참아야 하지만.
—어쨌든.

[스포츠 헤어남]
"…잠깐 좀 나와 봐."
[아즈마]
“……하아.”

필요 이상으로 제한이 가해지는 생활은 이러한 불화를 낳는다.

[마츠다]
“자, 잠깐만. 그만.”
[마츠다]
“지금은 단결해야할 때잖아. 싸워서 어쩔 거야?”
터질 것만 공기를 보다 못해 옆에서 끼어든 마츠다의 어깨에, 성질 급한 남자가 제 어깨를 부딪쳤다.

[스포츠 헤어남]
“싸우다니, 남 듣기 안 좋은 소리 하지 말아줄래?”
[스포츠 헤어남]
“주의를 주는 거라구. 공동 생활이잖아?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하잖아, 응?”

[마츠다]
“그런 거라면 상대의 의견도 들어야지.
지금의 당신, 도저히 대화를 나눌 자세가 아니야.”
[스포츠 헤어남]
“시끄러워. 애초에 너랑은 상관 없잖아? 같이 행동하지도 않았는데.”

[스포츠 헤어남]
“우리 문제니까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 방해된다고.”
[장발남]
“방해되는 건 너야.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잘난척 으스댔잖아.”
[장발남]
“어제 숲에 갔을 때, 먹지도 못한 걸 따온 건 대부분 너였다구.”
[스포츠 헤어남]
“큭… 이 자식…!”

[아즈마]
“..............”
하루 종일 숲에서 식량을 채취하느라 배도 많이 고플 텐데, 하루에 한끼밖에 먹을 수 없는 상황.

[아즈마]
“확실히 짜증도 쌓일 테고, 여유도 없어지겠지.”
그렇게 남일처럼 생각한다.

[혼고]
“여러분, 불안해 하시는 것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계속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신다면…….”
[금색 바가지 머리남]
“애초에 연락이 될 거란 보장 있어?”
[혼고]
“…전력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금색 바가지 머리남]
“그런 건 대답이 아니잖아. 요컨대, 잘 모르겠단 소리 맞지?”

[시마다]
“다들 궁금할 거야…. 일절 연락이 안 된다고 했는데,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야?”
[시마다]
“여기서 회사로 연락할 수단이라고 하면, 거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기지국을 통해 통신하는 타입의 무선기지?”
[혼고]
“네……. 업무용 광역 무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전파 상태가 좋지 않은 거 같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심히 괴롭습니다만….”

[혼고]
“지금 현재… 바람직한 대답을 드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아즈마]
“흐응….”

[스포츠 헤어남]
“뭐야, 그게. 어디가 망가졌단 건가? 정기 점검도 안 해?”
[혼고]
“빠짐없이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여행 가이드라서 통신 기기 점검 업무에는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포츠 헤어남]
“헤에. 그럼 전파를 수신하는 쪽이 잠이라도 자나? 참 대단한 여행 회사로군.”

[혼고]
“…….”
[마츠다]
“어쨌든 혼고 씨는 아무 잘못 없잖아. 그리고 밤에도 쉬지도 않고 열심히 하는데.
그렇게 안이하게 욕하는 거야?”

[금색 바가지 머리남]
“그보다 가이드가 야무지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
본토로 돌아가면 당연히 보상해 주겠지?”
[혼고]
“그건…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스포츠 헤어남]
“하하하,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야.”
…그저 방관자로서 가만히 듣고 있기만 했지만, 이 녀석의 말투 엄청 열받는다.

[아즈마]
“…전부터 생각한 건데, 그렇게 기운 빠지는 소리, 굳이 말할 필요 없지 않아?”
[스포츠 헤어남]
“엉? 주의 환기겠지. 자선 사업에 가깝다구.”

[아즈마]
“몰아 세워서 초조하게 만드는게 주의 환기야?”
[스포츠 헤어남]
“말은 잘하네. 어차피 전부 다 똑같이 생각할 거 아냐.
새침 떠느라 말을 못하는 것뿐.
그걸 굳이 내가 말해주고 있는 거라고.”
[장발남]
"나왔다. 뭐야? 내가 대표입니다~하는 그 표현. 아무도 부탁한 적 없어.”
[안경남]
“그러니까 그만 두라니깐…. 너도 괜히 부추기지 마.”

[미츠기]
“하아. 진짜 시끄럽네….”

[미츠기]
“어쨌든 냉큼 해산하자.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아즈마]
“응. 드물게 나도 동감.”
[시마다]
“미안하지만, 그 말이 맞아. 이렇게나 배가 안 오다니…. 일단 각자 할 일을 하자.”

[타카라]
“다들 물은 아끼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해서 좀 더 아끼는 게 좋을 거 같아.”
시마다 씨나 타카라의 말에 4인조도 조금 머리가 식은 듯 했다.

[마츠다]
“다들 진정했어?”
마츠다가 한발짝 앞서, 큰소리로 그 자리를 정리했다.

[마츠다]
“잘 들어. 조금 늦어진다해도 배가 오기만하면 괜찮아.
하지만 현재는 그것도 힘들 거 같아. 이대로 섬에 있다간, 머잖아 큰일이 날 거야.”
[아즈마]
“응.”
[미츠기]
“…….”
[시마다]
“……응.”

[타카라]
“으음….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혼고]
“나도 지금 이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아즈마]
“…….”

나는 모두를 둘러 본 다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인조도 납득한 건지 긍정적으로 대답했으나, 싸우고 있던 스포츠 헤어랑 금발은 떫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마츠다]
“그렇게 됐으니, 오늘도 다들 수고 많았어.
슬슬 쉬자. 내일 아침 8시에 광장에서 집합하는 걸로.”
마츠다의 목소리의 여운이 가시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주위에 스며들 시간.
두터운 구름 아래, 제각기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의 로그 하우스로 돌아갔다.
신발밑창으로 바닥을 깎아내는 듯한 걸음으로, 눈을 내리깔고 정해진 길을 묵묵히 따라간다.

[아즈마]
“..............”

뭔가 장례식 같다.
마치 자신의 관으로 돌아가는 시체 같은 느낌.
이곳은 낙원이었을 텐데.

[타카라]
“아즈마는 안 돌아가?”
멍하니 있는 나를 배려한 건지, 타카라가 도중에 멈춰섰다.

[아즈마]
“아, 가야지. 왠지 좀 멍했어.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하니 얼른 자야겠네.”
목 뒤를 긁으며 자신의 로그 하우스인 D동으로 향하자, 타카라가 좁은 보폭으로 내 곁에 섰다.

[타카라]
“오늘 밤은 날씨가 별로 안 좋네.”
[아즈마]
“그러게. 줄곧 화창했는데.”
[타카라]
“비가 내리면 좋겠다.”
[아즈마]
“그러게.”
[타카라]
“…….”

[타카라]
“저기, 이건 왠지 모를 생각인데…."

[타카라]
“아즈마 말이야.”
[아즈마]
“응…….”
[타카라]
“꽤 침착하네.
이런 상황이 됐는데도.”

내가 침착한지 아닌진 모르겠다.
다른 녀석들이 너무 동요하는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다만 줄곧 생각했다.

여기는 자유다.
아무 것도 없다.
바다와 풀, 흙과 폐허가 있을 뿐.
새와 나무, 물고기, 버섯이 살고 있을 뿐.

줄곧 여기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하지만 너희들은 아니겠지? 살아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
죽고 싶지 않은 거겠지?

돌아가야할 장소가,
남겨진 사명이, 이뤄야할 책무가,
있을 자리가, 맞이해주는 장소가 있겠지.

나한텐 없다.
아무 것도.

[아즈마]
“……위기감이라면 착실하게 느끼고 있어. 정말로.”
[타카라]
“그래…? 그렇구나.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
[타카라]
“딱히. 느긋하게 지내는 걸 비난하는 건 아냐. 그냥 신경 쓰였던 것뿐이야.”
[아즈마]
“알아.”
[타카라]
“응…….”

면목없다는 양 웃는 타카라와 헤어진 다음,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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