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14)

[아즈마]
“우, 콜록….”

뜨겁고 답답해서 잠에서 깨어났다.

…불이 켜져있다.
방의 조명을 끄고 자는 걸 깜빡한 모양이다.

그보다 뜨겁고 숨쉬기 답답했다. 눈도 흐릿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한 다음, 쿨러를 켜자.
도중에 잠이 깨어버린 것에 불쾌감을 느끼고,
눈꺼풀을 비비며 흠뻑 젖은 몸을 시트에서 떼낸다.

[아즈마]
“…….”
——그런데….
방의 절반이 왜 오렌지색이지?

[아즈마]
“큭……. 콜록, 콜록! 콜록…!”
입을 막고, 몸을 접었다.
올려다본 내 방은 새하얀 연기로 자욱했고, 벽이나 천장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아즈마]
"하아……, 하아…."
불이 난 건가?
불이 났구나. 어째서…?
혼란스러운 머리로, 일단 일어나려 했다.

[아즈마]
“윽…….”
하지만 도중에 현기증이 나서, 침대에 허리를 부딪치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즈마]
“큭…….”
일어설 수가 없다.
자고 있는 동안 연기를 너무 마신 걸까?
엎어진 채 목만 기울여 보자, 불꽃을 휘감은 커튼이 즐거운 듯 흔들리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내게 불똥을 튀기며.

[아즈마]
“하하….”
왜 이렇게 된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연기를 쐬어 아득해진 사고만이 팽팽하게 돌아간다.

과연.
돌아갈 장소가 없으니까 죽으면 된다 그건가?
슬퍼하는 녀석도 없으니까.
기다리는 녀석도 없으니까.
이 낙원에서 죽으란 소린가?

신이여, 그런 거야?

[아즈마]
“콜록……”
식량도 부족한 지금이니까, 먹는 입이 줄어들면 다들 살겠지.
아르바이트 하는 가게 점장도 월급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테고. 내 아파트도 누군가한데 내줄 수 있잖아.

뭐야. 내가 죽어서 좋은 일들 뿐이잖아.

내가 죽으면 모두가 행복.

[아즈마]
“큭…….”
—절대 못 죽지.
기력이 끊어진 순간, 목을 들어올린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확실하게 체력이 깍인 상태다.

[아즈마]
“……젠장.”
바닥에 턱을 고정한채, 어떻게든 정면으로 튼 얼굴을 뜨거운 불길이 핥아온다.
시야를 채우는 진한 붉은 빛이 방을 좀먹는다.
나는 여기서도 내게 주어진 장소를 빼앗기게 된다.

[아즈마]
“하아……, 하, 하아……, 콜록, 콜록….”
까득, 하고 그을린 바닥을 긁었다.

절대 안 죽어.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아즈마]
"…….”

연기에 흐릿해진 눈을 억지로 뜨고서,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관 문을 바라보았다.
힘을 쥐어짜내 방향을 튼 다음, 기어서 그쪽으로 향한다.

[아즈마]
“허억, 허억….”
긴장을 풀면 의식이 끊길 거 같았다.
꼴사납게. 누군가가 보면 웃겠지. 그렇게 해가면서까지 살고 싶냐면서.

좋아. 마음껏 웃어.

[아즈마]
“허억, 헉…… 허억, 헉……. 하하.”

내가 죽음으로서 누군가가 행복해지다니, 절대로 그런 꼴 못 보지….
이것은 나의 심술이다.

괴로워하라구. 다들.

그럼에도—
도망치기로 마음 먹은 순간, 실은 조금 망설였다.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했어도, 편해질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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