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5일, 심야—

[미츠미네 유카리]
(왠지 묘하게 불안해서 일어나 봤더니….)

[루갈]
오늘 밤은 성스러운 밤….
괜한 소란을 피우는 건 풍취 없는 짓이지.

[루갈]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산타 클로스 복장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
[미츠미네 유카리]
(왜 이 사람이 내 방에?!)

[루갈]
말해두겠다만, 내게서 달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도록.
저 문은 내 힘에 의해 이미 봉인되어 있으니.

[루갈]
자아, 아가씨.
그럼 바로 미안하지만—
[미츠미네 유카리]
!! 무, 무슨 짓을 할 생각이시죠?!

[루갈]
아가씨에게 내 소박한 의문에 대답할 권리를 주지.
[미츠미네 유카리]
네…?

[루갈]
네놈에게 거부권은 없다!
이것은 나의 숭고한 취미 활동을 방해하고,
나아가 내게 굴욕을 맛보게 한 죄의 대가다….

[루갈]
솔직히!
격투가들에게 물었다간, 나를 지저로 돌려보내려 들기만 할 뿐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다!!

[루갈]
선량한 일반 시민인 아가씨라면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판단해서…
이렇게 일부러 물어보러 온 거지.

[루갈]
이 나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미츠미네 유카리]
(음….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전처럼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는 거 같아.)

[미츠미네 유카리]
그래서? 그 소박한 의문이란 건 뭔가요…?

[루갈]
‘이 세상에서 산타 클로스의 도래를 바라는 자는 누군가’.
이것이 의문이다.

[미츠미네 유카리]
산타 클로스의 도래를 바라는 자요?
그건…….

[미츠미네 유카리]
산타가 오길 바라는 건…
역시 아이들이 아닐까요?

[루갈]
흠…. 역시 네놈의 생각도 그런가.

[루갈]
호오? 네놈도 산타 클로스의 도래를 바라는가?
이미 어엿한 성인인데도?

[미츠미네 유카리]
사, 산타가 있으면 꿈이 있어서 좋구나~ 싶은 정도예요!
[미츠미네 유카리]
그리고 저 역시 어릴 땐 산타의 존재를 믿었습니다.
[미츠미네 유카리]
크리스마스가 되면 올해도 산타가 와주지 않을까….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데요….


[루갈]
그럼 나를 이 현세로 불러들인 것은
대체 어디의 아이인 거지…?
[미츠미네 유카리]
네…?

[루갈]
이 현세에 사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했기에
나는 지옥 밑바닥에서 되살아났다.

[루갈]
몇년 전, 나는 현세에서 최후를 맞이할 때 이렇게 맹세했다.
‘이 세계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반드시 되살아난다’고.

[루갈]
사악한 힘에 지배당했던 육체가 외쳤던 이 맹세는…
아니, ‘저주’는 내 혼을 윤회의 소용돌이에서 끄집어내고 만 것이다!

[루갈]
그후 나는 이 세계의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마다
그 자가 바라는 모습이 되어, 줄곧 되살아나고 있지….
[미츠미네 유카리]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마다, 그 사람이 바라는 형태가 되어…?)

[미츠미네 유카리]
그, 그럼… 거리에서 산타 복장을 한 사람들을 유괴했던 건…?

[루갈]
그건 내 개인적인 취미다.

[미츠미네 유카리]
(아, 그건 취미구나.)

[루갈]
취미 이야기는 신경쓰지 말도록.
그럼 네놈에게 다음 질문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