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사나기 쿄]
박물관 사전 조사는 끝.
이제 맥시마가 서류를 위조하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미츠미네 유카리]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곤 하나, 남을 속이는 건
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도 힘내야겠죠…?
[쿠사나기 쿄]
이건 어쩔 수 없지.
뭐, 결과만 내놓으면 돼. 결과.

[쿠사나기 쿄]
그건 그렇고, 맥시마 녀석. 왜 나한테
사전 조사 같은 걸 시키는 거야.
[쿠사나기 쿄]
진짜, 귀찮게.
[미츠미네 유카리]
저 혼자 사전 조사하러 가는 건 좀 불안해서….
괜히 같이 가게해서 죄송합니다, 쿄 씨.
[쿠사나기 쿄]
아니, 뭐.
널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 생기는 것보단 훨 낫지.

[쿠사나기 쿄]
야가미 녀석이 또 나타날 지도 모르고.
[미츠미네 유카리]
(야가미 씨, 5번째 샘에 가기 전에 전화를 나눈 후로
연락이 안 되는데… 어쩌고 계시는 걸까?)
[미츠미네 유카리]
(전화도 안 받고…. 무사하시면 좋겠는데….)

[쿠사나기 쿄]
아, 맞다. 돌아갈 때 서점 좀 들려도 돼?
베니마루가 잡지 좀 사달라고 부탁해서.

[쿠사나기 쿄]
음…, 패션 잡지는 어딨지?
[미츠미네 유카리]
꽤 큰 서점이라서 찾는 것도 힘들겠네요.
아….

[쿠사나기 쿄]
응? 찾았어?
[미츠미네 유카리]
아, 아뇨. 조금 신경 쓰이는 책을 발견해서….

[미츠미네 유카리]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미츠미네 유카리]
(짜아 짱에게 이름을 붙일 때,
야가미 씨가 말했던 책이 이건가?)

[쿠사나기 쿄]
짜라……? 뭐야, 이건?
[미츠미네 유카리]
철학서 같아요.
야가미 씨가 전에, 이 책 이야기를 하셔서….

[쿠사나기 쿄]
헤에, 그 야가미가? 그 녀석의 그 영문모를 언동,
혹시 이런 거에서 나온 걸지도.
[미츠미네 유카리]
(야가미 씨는 그냥 옛날에 어디선가 본 책이라는
말씀 밖에 안 하셨지만….)
[미츠미네 유카리]
(짜아 짱의 이름으로 지어줄 정도니까,
사실 뭔가 애착이 있으신 걸지도 몰라.)

[미츠미네 유카리]
(읽어 보면 야가미 씨의 마음을 조금 쯤은 더 알 수 있을까…?)

[미츠미네 유카리]
(음, 사본 건 좋지만
철학서는 어렵구나….)

[미츠미네 유카리]
(영겁 회귀…. 인생에 일어나는 기쁜 일과 슬픈 일은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났으며, 미래에도 영원히 반복되는 것….)

[미츠미네 유카리]
(이 영원히 회귀하는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것을 운명애[運命愛]라고 한다….)

[미츠미네 유카리]
(으음…. 어려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전부 받아들이라니….)

[쿠사나기 쿄]
어이, 어이. 왜 그렇게 얼굴 찌푸리고 있어.
[미츠미네 유카리]
아, 쿄 씨. 서점에서 산 책을 읽고 있는데,
이게 좀 어려워서요….

[쿠사나기 쿄]
뭐어, 야가미 녀석이 입밖으로 꺼낼 만한 거라면
어려운 게 당연하겠지.
[미츠미네 유카리]
(운명이라…. 야가미 씨에게 깃든 오로치의 피도,
내 힘도 운명…일까?)

[미츠미네 유카리]
아, 쿄 씨.
운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쿠사나기 쿄]
베니마루가 자주 여자를 꼬실 때 쓰는 말이란 느낌?
널 만난 이 운명에 감사한다고 자주 말하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어, 음…. 그런 게 아니라…,
이 책에 적혀 있었는데요….

[쿠사나기 쿄]
과연.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내가 보기엔 영 수상쩍은 느낌에 불과한데 말이지.

[미츠미네 유카리]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임으로서
인간은 강해지며, 인간을 초월한 초인이 된다….
[미츠미네 유카리]
이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어요.
하지만, 받아들인다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잖아요?

[쿠사나기 쿄]
뭐,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점차 익숙해진다고 생각해.

[쿠사나기 쿄]
야가미랑 싸우는 것도, 딱히 받아들인 건 아니야.
하지만 몇 번을 거듭 싸우는 사이에 뭐랄까, 그게 당연해졌어.

[미츠미네 유카리]
쿄 씨와 야가미 씨는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오신 건가요?
분명 선조 때부터 인연이 있다고 하셨죠…?

[쿠사나기 쿄]
그런 거 같아. 옛날엔 가문끼리 싸웠던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로선 그런 거 아무래도 좋아.
[쿠사나기 쿄]
그냥 야가미 녀석이
마음에 안 드니까 싸우는 것뿐.
[쿠사나기 쿄]
아마 야가미도 나랑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가문이니 뭐니 신경 쓸 타입도 아니고.

[미츠미네 유카리]
쿄 씨는 야가미 씨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쿠사나기 쿄]
싫어도 알게 돼.
지긋지긋하지만 말이야.
[미츠미네 유카리]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쿄 씨는 야가미 씨를 상대해 주시는걸.
이건 분명 받아들이셨다는 의미겠지…?)

[미츠미네 유카리]
쿄 씨…, 고맙습니다.
책에 적혀 있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는 거 같아요.

[쿠사나기 쿄]
그래? 나야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다면 됐지, 뭐.

[맥시마]
어이, 쿄. 박물관 일로 상담할 게 있는데.
[쿠사나기 쿄]
어, 금방 갈게.
그럼 책도 적당히 읽고, 좀 쉬어.
[미츠미네 유카리]
넵. 고맙습니다, 쿄 씨.

[미츠미네 유카리]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나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