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A 루트입니다.
9월 28일
츠유하
일과가 되어 가는 과제 제출용 사진 촬영을
멍하니 수행해 나간다.
무심하게 사진을 찍는 동안,
서서히 보고싶지 않기에 눈을 돌려왔던 부분이 스며 나온다.
[츠유하] ………………….
나는, 이대로…….
키요하루와 마주 해야, 하는 걸까.
마주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니, 너무 불모스럽다.
대답 같은거, 자신이 제일 잘 알면서.
[츠유하] 이미…, 늦어 버렸어……. 분명.
[츠유하] 바람이 부네…….
슬슬 돌아갈까.
[키요하루] …………….
[츠유하] 키요하루………?
[키요하루] 저…, 기 말야…….
공원을 떠나기 위해 걸음을 돌렸을 때,
거기에 익숙한 인영이 드리워져 있는 것을 깨닫는다.
공원 입구 철책에 손을 얹은채,
그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키요하루] 네 모습…, 발견해서…….
안된다는 건 알지만……, 잠시 보고 있었어.
마치, 나쁜 짓을 한 어린 아이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그는 시선을 어디 둘 바 몰라했다.
[츠유하] 과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켜봐 준 거구나?
고마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왜 이렇게나 슬픈 표정을 짓는 건지…….
묻는 것은 간단했지만,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키요하루] 응……….
그렇게 작게 대답한 뒤,
키요하루는 침묵한다.
[츠유하] ……………….
[키요하루] 얼마 전에 말야……,
료타랑 만났지…?
[츠유하] 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잠시 서로 침묵하고 있자니
문득 이쪽을 보지도 않고 키요하루가 입을 연다.
[츠유하] 보고…, 있었어?
그 장소에 그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키요하루] 딱히…, 훔쳐 볼 생각은 아니였는데…….
얘기도 안 들렸고….
그냥…….
[키요하루] 료타랑…, 뭔가 있었어?
너는, 그 녀석을, 고르는 거야…?
[츠유하] 에……. 잠, 깐만…….
키요하루, 뭔가 오해하는 거 아냐?
그 때 료타는, 키요하루에 대해 말하러 온 것 뿐.
그러니까, 키요하루가 신경 쓸만한 관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기 위해 순간 입을 연다.
하지만…….
관계라니…, 뭐…?
애당초 나는, 키요하루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서로의 거리감도 불안정한 상태로,
오해를 풀다니……. 마치,
[츠유하] ……………….
마치,
아무리 머릿속이라 해도 그걸 말로 삼는 것이 무서워져서,
결국 그것은 형태를 이루지 못했어.
[키요하루] 미안…… 딱히 널 비난한다던가, 그런건 아냐.
[키요하루] 비난할 이유같은 것도, 없으니까…….
아아, 정말….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걸까. 나.
[키요하루] 그냥, 왠지 말야….
그런 너희들을, 봐버리니까…
뭔가…… 머릿속에서, 욱하고…….
[키요하루] 그냥, 얘길 나눈 것 뿐이지?
그……, 그런 건, 아니지?
[츠유하] 키요하루……. 잠깐만. 저기…….
그 땐 확실히 료타와 함께 있긴 했었지만.
하지만, 얘길 나눴던 내용은ㅡ…
[키요하루] 잠, 깐만…….
역시, 미안. 듣고 싶지 않아…….
[키요하루]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답, 듣는게 엄청 무서워.
[츠유하] 키요하ㅡ…
[키요하루] 무섭다니…, 의미를 모르겠어…….
하핫……, 대체 뭐야. 나…….
[키요하루] 저 쯤이려나…….
[츠유하] 에.
다급히 말을 토해내던 키요하루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서 공원 앞,
아파트 단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키요하루] 나, 저 장소에 가면…….
그립긴 한데 역시 왠지 쓸쓸하다고 생각해.
[키요하루] 어린 시절엔 말야.
소우시네랑 저녁때까지 이 공원에서 놀고,
[키요하루] 해가 저물 무렵, 우리 엄마가 나랑,
그리고 소우시나 료타도 전부 같이 데리러 와서
같이 저녁을 먹는거……
[키요하루] 당연하다고 느꼈던 무조건적인 모친의 존재랄까……,
그게 없어진 다음.
그리운 장소가, 무서운 장소로 변하고 말었어.
[키요하루] 다정하고 즐겁기만 했던 추억일텐데
왠지……, 쓸쓸하다고도 생각하게 되서,
이상…, 하지?
[츠유하] 소중한 존재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잃고 싶지 않은 것,
그걸 쓸쓸하게 느끼는 건… 이상하지 않아.
[츠유하] 슬퍼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조금, 분했다….
나는, 부모를 잃고
이런 식으로 쓸쓸해 하거나, 슬퍼하거나 한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애매한 탓도 있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나는 이제까지 거의 집착한 적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뚜껑을 덮어 둬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슬퍼하는 것이나 쓸쓸해 하는 것을
나쁜 짓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괜히 더… 키요하루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다.
[츠유하] ………………….
낡은 아파트 단지에 남아 있는 것은 슬픈 추억이 아니라,
실은 분명 따스한 것일 테니까.
어머니의 웃는 얼굴, 키요하루를 부르는 목소리, 온기,
함께 올려다본 저녁놀, 계절이 변해가는 냄새.
그 모든 것이 분명 선명하게, 색 바랠일 없이.
[키요하루] 까……, 깜짝이야…….
뭐, 야……. 사진?
[츠유하] 전부…, 남겨 두고 싶었어.
지금, 함께 있는 이 시간이나, 당신이 느낀 감정같은 그런 것들을.
[키요하루] …………….
[츠유하] 사진에 흥미를 지니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
확실한 것 뿐만이 아니라, 불확실한,
내 눈에 비친 것들을, 찍고 싶었어.
[키요하루] 불확실한, 것들…?
[츠유하] 내게는 말야…, 부모님과의 추억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러니까,
설령 복잡하게 뒤엉킨 것이라도, 전부…….
[츠유하] 뭔가에 남겨 두고 싶어. 그렇게 생각해.
[츠유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마저 드니까.
[키요하루] 츠유하…….
[츠유하] 미안. 조금 어둡게 굴어서….
싫다……. 어째설까…….
부모님 얘기 같은거,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
[키요하루] 읏……….
[키요하루] 이렇게 하면, 느낄 수 있을……까?
불확실한 것도…….
[츠유하] 키요하루…….
내 손을 꽉 움켜 쥔 그는, 고개를 숙인채 뭔가를 버텨내 듯
감정을, 토해낸다.
[키요하루] 나,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엄마의 손이야.
감촉이라던가, 따스했던 손끝이라던가 그건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아마 일평생…….
[츠유하] ………….
[키요하루] 나, 이 손도 잊지 않을 거야.
츠유하는 내게 있어서, 확실한 존재니까.
계속, 계속 마음 속에서 있고, 사라지지 않으니까.
[츠유하] 고마워………….
키요하루의 손을, 살며시 마주 쥐어 준다.
나도, 이 온기를 놓고 싶지 않았다.
처음 뭔가에 집착을 느낀 순간, 인 걸지도 모른다.
나, 무서워ㅡ….
모든 것을 잃는 것이 무서운게 아냐.
행복을……, 평온한 시간을
마음 속 어디선가, 나쁜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어.
왜냐면, 자신이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만 같았으니까…….
오래전, 반 아이들에게 들은 말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
『왠지, 망가져 버릴 것 같아. 너』
전학 뿐인 생활이라, 친구라고 할만한걸 거의 만들지 못했으니까.
추억이라 불릴만한건 별로 없어.
이 말 역시, 추억같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 속에 눌러 붙어, 떠나질 않아.
[츠유하] 하아…….
크게 한 숨 내쉬고, 소파에서 일어선다.
[츠유하] 어째서……, 이렇게도 불안한 거야?
손바닥의 온기는 분명히 전해져 왔는데,
그 온기를 잃고 싶지 않다고 느꼈을 텐데….
이렇게 혼자가 되면
불안이 가득 차 오른다.
[츠유하] ………………….
방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언젠가 돌아올 신 짱을 기다리고 있다.
[츠유하] 나는…, 뭐가 이렇게 불안해서
무서워무서워하고 외치고 있는 걸까.
어째서 이렇게나…
약한 생각으로 도망치기만 할 뿐일까…….
[츠유하] 나, 키요하루가 좋아…….
좋아서,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은 눈 높이에서,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그걸 느끼고 싶어.
지금은 무리라도,
다음에 만날 때는 좀 더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의…….
아니, 당신의 부담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바라는 거야.
집착하고 싶다고,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렇게나 뚜렷하고도 무거운 감정을…….
처음으로, 지워 버리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다음으로 - 9월 30일 (키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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