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9월 30일 (츠유하)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A 루트입니다.

9월 30일

츠유하

[츠유하] 불……, 나갈 것 같아.

소파 위에서 잡지를 읽고 있던 나는
느릿느릿 고개를 든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깜빡깜빡 형광등이 점멸을 시작하고 있었다.

의자 위에 서서 전구를 떼내기 위해 손을 뻗는다.

[츠유하] 앗 뜨거…….

생각보다 전구는 뜨거워서, 반사적으로 손을 움츠린다.

뜨끔뜨끔한 통증이 손바닥에 퍼지더니
그 다음 순간, 왜인지 오한을 느꼈다.

[츠유하]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

정체 불명의 불안을 부추기 듯이,
형광등은 깜빡깜빡 점멸을 거듭한다.



[츠유하] 새 전구가 있었던가……?



신 짱이 예비를 준비해 뒀을텐테……….

찬장은 그의 작업용 도구가 대부분이지만,
일용품도 나름 수납되어 있다.


눈 앞에 있던 비닐 봉투 안을 들여다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츠유하] 건전지랑 간단한 공구 밖에 없네…….


전에, 여기서 그가 새 것을 꺼냈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최근 서로 바쁜 탓에
제대로 쇼핑 같은걸 나간 적이 없었다.



[츠유하] 사러 갈 수 밖에 없나…….


서둘러 지갑을 챙긴다.

익숙한 집인데도 불구하고
왜인지 한 시라도 빨리 나가버리고 싶었다.

지갑만 들고 맨션 입구까지 내려오자
편의점 불빛이 여기까지 닿았다.


[츠유하] 무슨 일 있는 걸까…….

멀리서 울러퍼지는 사이렌 소리가
일상의 틈새에 생긴 자그마한 비일상을 끄집어 올린다.

이 부근은 조용한 주택가로,
사일렌 소리 같은건 좀처럼 들리지 않는데…….


[츠유하] 왜 하필 오늘밤에…….



머리로 생각한 일이 밖으로 나오고 만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를 조금이라고 떨치고 싶은 걸까,
내 혼잣말은 굉장히 커져갔다.

[츠유하] 편의점은 바로 근처고,
             전구를 사는 것 뿐이니까……….

되도록 평범한, 일상을 생각하기로 했다.

[츠유하] 내일은 첫 시간부터 수업이니까, 일찍 일어나야지.
             그 전에 과제를 조금 정리하고…….

[츠유하] 신 짱의 야식같은 것도 만들어 두는게 좋을까…….


엔터런스를 빠져 나와
서둘러 편의점 입구로 향한다.

왠지, 뭔가의 기척이 들러 붙어 있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ㅡ………….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츠유하] 에……….


짜르르, 땅울림처럼 울러퍼지는 비명.



[츠유하] 뭐야…………….


갑작스럽게, 눈 앞이 뒤틀린다ㅡ….


[츠유하] 읏……, 가, 아……해…….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비명이란 것을 뇌가 인식하자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츠유하] 하아……, 하아……….

이 목소리를 두려워하며, 도망치려고만 했었는데
언제나 무의식 중에 나는 다가서려 했다.


무섭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확이낳고 싶지 않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머리 한 구석에서, 이 비명의 정체를 확인하려 드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동시에, 뭔가에 내쫓기듯 내달린다.


비명소리에 다가가며, 동시에 그를 피하며 내달리자,
어느샌가……….

인적이 없는 공원에 이르렀다.

[츠유하] ……………….

어째서, 여기에 도달한 걸까…….

비명이 들려왔다지만
그 위치를 방향만으로 알리도 없다.

근거는 없는데, 여기에 이끌려 왔다.



[츠유하] 뭘, 하는 걸까…….



[츠유하] ……………….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나는 혼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츠유하] 돌아가야해…….

어떻게든 무거운 걸음을 옮기려하던, 그 순간ㅡ….

[츠유하] 아…………….

무심코 숨을 삼켰다.

이번에야말로……, 발걸음의 주인을 확인하자…….

나는 떨리는 손끝을 꽉 접고서,
심호흡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츠유하] 키요하루…………?!

[키요하루] ………………….


키요하루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츠유하] 뭐……, 해……?

[키요하루] ………………….

마치 내가 보이지도 않는 듯,
시선이 흔들린다.

그 움직임은, 차분했지만
눈만큼은 어딘지 핏기가 어려있다.

[츠유하] 키요하루………?


[키요하루] ……………….

키요하루는 의식을 놓은 듯,
멍하니 눈 앞의 공간을 보고 있을 뿐.


나는 천천히, 키요하루에게 다가갔다.


[츠유하] 키요하루……? 왜, 그래……?

눈 앞으로 다가가 서자, 키요하루는 움찔 떨더니,




[키요하루] 츠유하……?


놀란듯, 날 향해 손을 뻗는다.

추욱 힘이 빠진 손이 내 뺨에 닿았다.



[키요하루] …………….

[츠유하] 저기……, 키요하루? 괜찮아?


얼굴을 들여다보자,

[키요하루] 아………, 나……….

뭔가를 말하다 말고, 입가를 손으로 막는다.

[츠유하] ……………?!

키요하루의 새빨간 입술을 가린 손에,
사나운 짐승 같은……, 날카로운 손톱이 보였다.

[츠유하] 키요하루……, 그거……….


[키요하루] …………….


꿀꺽 침을 삼킨 뒤, 키요하루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츠유하] 자, 잠깐만!!


내 제지를 뿌리치고,
키요하루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츠유하] …………….


순간 보인, 그 손톱은…….

잘못 본 걸까…? 환상? 아니면ㅡ……….

답을 찾아낼 수 있을리가 없어서,
나는 잠시 우두커니 그 자리에 혼자 서 있었다.




[츠유하] ……………….


그건……, 뭐였던 걸까…….

그렇게나 날카롭고 뾰족한 손톱, 정상이 아니다….

그건 마치, 무기였다.
무언가를 째내기 위해 있는, 무기.


[츠유하] 분명……, 기분 탓일거야….


발소리가 들려온 다거나, 불온한 그림자가 보인다거나,
싫은 일들이 연속된 탓이다.

분명 그렇다…….

[츠유하] ……………!!

[츠유하] 아…, 하아……, 아아아아아………!!

욱씬욱씬 어깨가 아프다.
털썩 무릎을 꿇고서, 한 손으로 반점을 만진다.



[츠유하] 뜨거워……….


반점을 중심으로, 몸 속이 뜨거워진다.

술렁술렁 내부에서 소리를 내며,
반점이 퍼져가는 것을 느낀다.



[츠유하] 어째서…………….



아무런 영문도 모른채, 고통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두근두근 고동이 흐트러지고,
전신의 혈액이 미쳐 날뛴다.

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



[츠유하] 웃……, 우우………….


고통을 억누르듯, 전신을 꽉 끌어 안았다.


[츠유하] 하윽……………!

더 이상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나는 어떻게 되고 만다.
하지만, 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지………?


[츠유하] 우아아아아아아……!!


사고 회로를 가로 막듯이, 강렬한 귀울음이 엄습해왔다.

[츠유하] 이젠… 무리야…….

저항하는 것에 지친 나는, 그대로 의식을 놓았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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