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서, 의식이 몽롱해져 있었던 거야?
나 자신도 웃음이 나버릴 정도로… 변명조차 안되는 변명거리를
스스로 생각해주고 있다….
[츠유하]하아…….
그치만 이런 걸론 얼머 무릴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강한 의사가 느껴졌다.
그 때의 키요하루는……,
아마 그와는 다른 사람, 이였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내면에, 그와는 다른 존재가 있는 것만 같아서.
이 표현이 ㅇ롷은지 틀린지……,
그건 전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정리할 수 없었다…….
[츠유하]…………….
희미하게 상처가 남은 팔을 비비며,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키요하루를 만나, 확인하고 싶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방금전부터 폰을 만지작 거릴 뿐,
좀처럼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츠유하]누구지……?
신 짱……, 일린 없나.
신 짱이라면 집 열쇠를 갖고 있을 테니까,
일부러 인터폰을 누를리 없다.
택배라도 온 걸까.
[츠유하]아……….
[키요하루]츠유하…….
저, 저기 말야……. 미안…….
[츠유하]…………….
문을 열자마자 깊숙히 고개를 숙이는 키요하루의 모습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키요하루]츠유하……?
[츠유하]미, 미안.
그……, 깜짝 놀라서…….
갑작스럽게 고개를 숙인 것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여길 찾아온 사실에,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키요하루]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서…….
[키요하루]나 말야……. 분명 제정신이 아니였던거라고 생각해.
왜 너한테 그런 짓을… 한 건지.
전혀 모르겠어.
[츠유하]어제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키요하루]단편적이지만.
키요하루는 나와 눈을 맞추기 괴로운 건지
헤매이는 시선으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키요하루]왠지 말야…….
엄청 머리가 멍해서…….
어느 샌가, 나……. 그……, 너를…….
[츠유하]끌어 안았어?
[키요하루]웃……. 그……, 미안…….
나도 나 자신한테 놀라고 있는 중이야…….
꽉 입술을 깨물며, 키요하루는 불안한듯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키요하루]화……, 났지?
[츠유하]왜…, 화를 내?
왠지 갑자기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츠유하]놀랐긴 했지만…, 화 난건 아니야.
끌어 안긴 것보다……,
내가 모르는 키요하루의 일면을 본 탓에
생각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을 정도.
키요하루는 미안한듯 눈썹을 축 떨구고, 어깨도 축 늘어트리고 있다.
그런 모습, 이쪽이 더 미안해진다.
[츠유하]나……, 신경 안 써.
그러니까, 키요하루도 신경 쓰지마.
그런건 거짓말이란건,
나도 키요하루도 알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식으로 얼머무릴 수 밖에 없다.
[키요하루]응……. 알겠어.
정말로, 미안…….
[츠유하]키요하루……. 난, 괜찮아.
[키요하루]에?
[츠유하]나……, 키요하루를… 떠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거짓으로 덧칠된 말이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의 곁에서 다시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이렇게 조각 조각 흩어진 우리들도,
아직 어디론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키요하루]츠유하…….
미안……. 정말, 미안…….
어딘지 쓸쓸한 표정으로,
그럼에도 그는 희미하게 웃어 준다.
[츠유하]저기, 키요하루…. 웃어 줘.
[키요하루]에…?
[츠유하]언제나처럼, 기운 찬 얼굴, 보여줘.
[키요하루]너 말야…….
이런 상황에서, 웃으라고 하는 거야……?
[츠유하]응.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보단 웃어 주는게 훨씬 더 기뻐.
[키요하루]이상해…, 츠유하는.
[츠유하]그래…?
솔직한 마음이였는데…….
[키요하루]너는, 웃고 있는 내가 좋아?
억지로 짓는 웃음은 사실 의미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과할 바엔 차라리
억지로라도 웃어 줬으면 했다.
[츠유하]응.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키요하루]꽤나…, 힘들 때도, 있는데?
[츠유하]응. 억지로라도 좋으니까
웃고 있는게 좋아.
[키요하루]보통은 말야, 무리해서 웃지 말라던가,
그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츠유하]보통이란걸 잘 모르겠는 걸.
[츠유하]단지, 나는…….
역시 키요하루는 웃고 있는게 제일로 키요하루라고 생각해.
[츠유하]제대로 웃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웃는 얼굴로 있어 준다면 기쁠 거야.
[키요하루]하핫……. 뭐야, 그거.
엄청 제멋대로 잖아.
[츠유하]몰랐어……?
나 꽤나 제멋대로인 편인데?
나만 아는 편인데?
[키요하루]응.
무리를 해서라도 웃으라니….
정말…, 제 멋대로…….
꾹, 그는 눈을 내리 감고서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키요하루]하지만…, 응. 응.
나 말야, 네 앞에서는… 언제든 웃고 있을 게.
[키요하루]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걸.
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널 안심시켜 주고 싶어.
[츠유하]응…….
자신이 제멋대로에 잔혹한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웃어 줬으면 했다.
그것이 분명,
그가 품은 불안을 흐리게 해줄테니까.
그런 식으로, 답지 않을 정도로 풀 죽어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나 이상으로, 키요하루 자신이 제일 놀라
쇼크를 받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금 정도 무리를 해서라도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게 훨씬 더 낫다.
조금 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츠유하]키요하루. 저기…….
잠깐 밖으로 나가보지 않을래?
[키요하루]밖에……?
[츠유하]여기서 계속 어두운 얼굴한채
얘길 나누고 싶지 않은걸.
[츠유하]평소땐 키요하루가 밖으로 끌고 나가 줬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그를 데리고 나가주고 싶다.
맨션에서 내려가는 도중,
역시 키요하루는 평상시와 달리 말수가 적고,
어딘지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걸 모른 척 하며
나는 오로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츠유하]……………….
나는, 그의 뭘 보고 있었던 걸까.
기운차게 웃는 키요하루가
굉장히 눈부시게 여겨짐과 동시에,
너무나 무서워져서…….
그럼에도 키요하루에게도 나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그늘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자,
거기에 안심 하기도 해서.
안심…, 했을텐데
역시 무리를 해서라도 웃어 주길 바래서…….
역시 나는 나 자신을 제일로 잘 모르겠다.
[키요하루]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츠유하]나 말야…. 당신의 웃는 얼굴.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해.
[키요하루]……………….
[츠유하]하지만, 그와 동시에……
망가트리고 싶기도 해.
이, 눈부시기까지한 웃음을 내게 지어 주는 것은 기쁜데도,
나는……, 그에 응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키요하루]좋아…….
[츠유하]에?
[키요하루]나, 네가 내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면
얼마든 웃어 줄거고.
[키요하루]그런거 전부 망가트리고 싶어한다면,
그래도 상관 없어.
[츠유하]…………….
[키요하루]왠지 말야…….
최근 계속… 몸이 안 좋아서…….
[키요하루]아무 것도 없는데 엄청 무서워 진다거나….
슬퍼 진다거나…….
그런게 갑자기 아무래도 좋아진다거나…….
[키요하루]아아. 지금의 나는 뭔가 아니구나…….
자신이 그런 식으로 느껴져.
[키요하루]소리가, 들려.
[츠유하]소리…?
[키요하루]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
그와 동시에,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돼.
[키요하루]들리지 않게 되면 말야…….
어느샌가 꿈을 꾸고 있고,
깨어나면 주위가 전부 변하곤 해.
[키요하루]나를 바라보는…, 주위의 눈이…… 전부…….
[키요하루]저기, 어제 말야…….
아마 그런 느낌이였던거라 생각해…….
[키요하루]내가 아닌 내가…,
너를……, 어떻게 하려고 했었어.
[츠유하]………………….
[츠유하]나는…….
▼ 싫지 않았어…….
[#M_더보기|접기|
[츠유하]나는……, 싫지 않았어….
[키요하루]………….
[츠유하]키요하루가, 자신이 아니였다고 한다면
분명 그런거라고 생각해.
[츠유하]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끌어 안겨서….
키요하루와의 거리를 전혀 느낄 수가 없는게….
[츠유하]그런거…, 굉장히 가슴이 두근 했어…….
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츠유하]평소 때와는 역시 다르지만…,
그래도, 키요하루는… 키요하루인 걸.
[키요하루]나는……,
그건 역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 애절해졌어.
[츠유하]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애절해졌어.
[키요하루]애절해?
[츠유하]응…. 저기, 말야…….
키요하루가 그런 식으로 끌어 안아서
두근두근 하기도…, 했었어.
[츠유하]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애절해서, 눈물이 날 뻔 했어.
[키요하루]…………….
[키요하루]나, 아마 그 때…….
엄청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였어.
[키요하루]그런 식으로 너를…,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 하다니…….
그러고 싶지 않았어…….
[츠유하]키요하루…….
[츠유하]만약…, 그것이 무섭다고 한다면…….
[츠유하]누군가를…, 상처 입혀 버리는 것을
무섭다고 생각한다면…….
[츠유하]그 때는 나를 찾아와 줘.
[키요하루]에…….
[츠유하]나도 키요하루가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건 싫어.
[츠유하]하지만, 만약… 당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키요하루가 되어 버려서…, 그걸 무섭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는……
[츠유하]나만을, 상처 입혀 줘…….
[키요하루]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런거……. [츠유하]응…, 내 단순한 아집. [츠유하]생각했을 뿐이야…. 키요하루가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후회하고,
그렇게 웃음마저 잃어버린다면……. [츠유하]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분명 견딜 수 없을 거야….
내가 아닌 누군가가 당신의 웃음을 망가트리다니,
그런 것,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태양처럼 따스하고, 올곧은 그런 키요하루를,
내 감정으로 더럽혀 버릴 것만 같아 무서운데도…. 그런데도, 놓을 수 없다.
[츠유하]키요하루는…, 날 어떻게 생각해? 친구…, 라고 생각해 줘? [키요하루]나, 는……. 왜 네가 그런 걸 묻는지, 모르겠어.
[츠유하]……………….
태연한 척, 땀에 젖은 양 손을 깍지끼고
필사적으로 말을 고른다.
[츠유하]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확실히, 평소때와는 상태가 달랐다.
그 때의 키요하루가, 소우시가 말하던
그들의 비밀일지도 모른다.
알 각오 같은거…, 자신에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치만, 알아 보지 않으면… 그에 짓뭉개질지 않을지…, 판단할 수 없잖아?
내가 생각한 것은 단 하나.
그럼에도, 알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츠유하]키요하루에게는…, 전하고 싶었어. 언제나 바로 말로 해 주니까,
나도 당신에게 뭔가 대답해 주고 싶어.
[키요하루]나……, 너한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
[키요하루]그저 맘에도 없이 떠들면서…,
많은 것들을 못 본척 해왔을 뿐.
[츠유하]그런거, 누구나 마찬가지야.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모른척 하고 싶은 거잖아?
[츠유하]난 말야……. 키요하루를……
조금 동생같다고, 생각했어…….
[키요하루]…………….
[키요하루]뭐어…, 그렇겠지…. 네 눈에 그런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단건 알았고.
[츠유하]후훗. 그치만…, 죄다 귀여운 걸. 기운 찬 얼굴도, 행동도, 굉장히 따스해서……. 기뻤어…….
그런데,
[츠유하]나, 그 때 말야……. 커다란 팔에, 끌어 안겨서……. 색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여 와서…, 조금 의식했어.
[키요하루]잠, 깐………! 타임!! 에……, 뭐야, 그거. 무슨 고백?
[츠유하]솔직한 감상인데…….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남자라는걸 의식하게 되서.
[츠유하]왠지 분했어…….
[키요하루]분했다니……. 아니, 그거……, 내 쪽이 왠지……. 이 타이밍에 그런 소리 들으면, 진 기분이 드는데…. [키요하루]그 때는…, 완전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널 끌어 안고 있는 느낌이라서……. 나도, 그런게 분해서……. [츠유하]왠지 우리들…, 어긋나 있네.
[키요하루]하하…. 그러게.
승부도 아니고.
[츠유하]………….
[키요하루]………….
조용히 가라앉는 주위도
왠지 괴롭진 않았다.
말은 끊기고 말았지만,
왠지 서로,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츠유하]키요하루……. 방금 내가 했던 말. 부탁이니까, 잊지 말아줘.
[키요하루]잊지 말래도……. 널 상처 입힐 맘 없어.
[츠유하]응, ……….
지금은 서로,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
서로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한,
서서히 그림자는 짙어져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