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9월 25일 (소우시)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루트 B 루트입니다.
 

9월 25일

소우시

[소우시] 음……? 타카오미한테서?


[소우시] 여보세요?

[타카오미] 미안……. 자고 있었어?

[소우시] 아니. 그런 시간도 아니고, 괜찮긴 한데…….
             무슨 일 있었어?

[타카오미] ………….

[소우시] 키요하루…, 야?

타카오미가 연락을 해올 때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가 많다.

[타카오미] 소우시에겐…
                얘기해 두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소우시] 또 그 녀석이 무슨 일 저지른거야?

짐짓 명랑하게 물어보지만,
전화기 너머의 온도는 변함 없이
어딘지 거북한듯 천천히 말을 끄집어 낸다….

[타카오미] 반점……. 또 떠오른 모양이야.

[소우시] 에……?

[타카오미] 오늘. 하루랑 같이 그 사람의 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반점을 보고 말았어.
                우연이였지만.

[소우시] 키요하루의 상태는……?

[타카오미] 반점도 그렇지만, 그녀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놀라워 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소우시]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니…….
             그냥 반점만 떠오른게 아니였어?

그 날밤, 그녀의 어깨에 떠오른 반점은
바로 그 그림자를 감추었다.

타카오미도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타카오미]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모양이야.

[타카오미] 어쩌면 그 반점은
                우리들이 모르는 곳에서 조금씩……,
                그녀의 몸을 침식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소우시] ………….

[타카오미] 어쩔래……?
                이대로 하루에게 계속 비밀로 해두는건
                조금 어려울 거라 생각해.

[소우시] 그렇, 군…….


평소땐 둔한 주제에
이럴 때의 직감만큼은 날카로운 녀석이니까.

게다가,


[소우시] 타카오미. 나는 그 녀석의 반점이 퍼지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들의 피도…, 뭔가 영향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 없어.

[타카오미] 응…….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생각해.

[타카오미] 일단 당면은 현상 유지로 가기로 하고,
                하루의 동향은 내가 주의해서 살펴볼게.

[소우시] 그래, 부탁할게.
             내 쪽도 좀 움직여 볼게.


서로 역할 분담을 정하고, 전화를 끊는다.


[소우시] …………….

자신의 일조차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하는 그 녀석이,
그녀의 반점과 직면해 버렸다면…….

[소우시] 폭주…, 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녀의 반점에 대해서는
몇 개 정도 짐작이 가는 게 있어서
그걸 캐내 볼려 하고 있던 참이였다.

솔직히, 시간의 유예는 얼마 되지 않는 모양이다.

[소우시] ……………….

[키요하루] 음……? 여보세요?

[소우시] 자고 있었어? 미안.

[키요하루] 음……. 아니, 안 잤어…….
                잘까하고 생각은 했지만…….

[키요하루] 그래서? 무슨 일이야?

[소우시] 아니…, 딱히 급한 볼일은 아니니까.
             네가 깨어나 있을 때 얘기하지 뭐.

[키요하루] 음……….
                별로……, 아직… 안 잔다니깐…….

반쯤 잠에 취한듯
드문드문 대답하는 키요하루의 모습에
날을 다시 잡기로 하고 전화를 끊으려 한다.


[소우시] 안 자지만, 졸리잖아?
             괜찮대두. 나중에 또 걸게.

[키요하루] 응……. 또……….
                어라……, 소우시…?

[소우시] ……?

[키요하루] 우웅……. 마침 잘됐다.
                내일이라도 연락할까 하던 참이였어.

[소우시] 연락이라니……. 무슨 일 있어?

[키요하루] 음………. 나, 말야…….
                오늘, 그 녀석네 집에 갔었는데…….

[소우시] 그 녀석이라니……. 츠유하 말야?

갑작스럽게, 핵심을 찌르듯 그녀의 이름이 나온다.

잠에 취해 있던 키요하루의 의식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 녀석의 마음을 태반 차지하고 있을
오늘의 일을 떠올린 거겠지.

[키요하루] 소우시 말야…….
                너……, 혹시 알고 있었어?

[키요하루] 츠유하의… 목덜미에 반점이 있는거.

[소우시] 그래……….

[키요하루] 하아……?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에, 어째서 안 가르쳐 준거야?


[소우시] 딱히, 네게 가르쳐 줄 필욘 없잖아?

[키요하루] 읏……….
                하지만, 너만 알고 있는건 왠지 좀 이상하잖아?

[소우시] 그 반점은 그 날……, 그 땅에서 생긴 거야.

[소우시] 하지만, 그런거 남한테 휙휙 말해도 될만한 사안이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도
그 땅과 우리들의 피에 뭔가의 인과가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태다.


키요하루한테서 제일 때놓고 싶은 이야기 이기도 하다.



[키요하루] 그건…….
                그렇긴, 한데…….

[키요하루] ………………….

[소우시] 키요하루…, 너 말야.
             뭘 초조해 하는 건데.

[소우시] 뭐어, 자기 혼자만 몰랐다는건 기분이 안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치만 료타도 모를 거야. 아마.

[소우시] 츠유하에 대해서
             네가 반드시 알아 둬야할 필요, 어디에도 없잖아.


차갑게 잘라내려 했지만, 다름 아닌 이 녀석이다…….
납득은……, 해주지 않겠지…….



[키요하루] 그치만, 소우시……. 나도…….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며 가라 앉는다.

동요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키요하루] "그걸"보고, 나는……!
                모르겠어……. 그런 감각……!!


[소우시] 키요하루?
             잠깐, 진정해ㅡ….

[키요하루] 난……, 틀렸어…. 이제…….

[소우시] !! 키요하루……! 

[키요하루] 부르고 있어……. 

 


[소우시] …………….

[키요하루] 나를……, 부르고 있어……. 가야해…….

[소우시] 어이, 키요하루! 정신 차려!

[키요하루] 응……? 아아, 미안.
                아무 것도 아냐……. 괜찮아.


[소우시] 키요하루 너……, 혹시…….

변화, 라고 생각했지만
그 모습이 됐을 때의 이 녀석은 좀 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가능할리가 없다.

하지만, 뭐지……?
이, 묘한 가슴 울렁거림은…….

[키요하루] 소우시…….
                나 잠깐 볼일이 생각났어.
                미안한데, 전화 끊을게.

[소우시] 아아…, 알겠어.

[소우시] ………………….



그 녀석…….
키요하루의 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키요하루의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우리들 주위로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뭔가가 변화하고 있는 건가…?


[소우시] 그 전에…, 일단은 본인이겠지.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던 키요하루의 상태를 떠올리고,
대충 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다음.

나는 방을 뛰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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