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루트 공통 루트입니다.
9월 18일
츠유하
[츠유하] 짐이 많네……….
예비용 필름을 너무 많이 챙겼나….
하지만, 도중에 다 떨어지는건 싫고…….
오늘은 학교 과제로 마을의 사진을 찍으러 간다.
전기 발생 : 재회가 낳는 미래는
평소엔 디지털 카메라를 쓰지만,
간만에 구식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가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렌즈나 부속품을 가방에 담아 넣는다.
[츠유하] 어라……
문득, 테이틀 위에 있는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츠유하] 신 짱이네…….
『요전에 무턱내고 혼내서 미안.
말투는 안 좋았지만, 내용은 철회할 맘 없어. 모쪼록 조심해』
글을 쓴 장본인과 마찬가지로,
무뚝뚝한 문자였지만,
절실한 마음은 충분히 전해져온다.
[츠유하] 미안, 신 짱.
걱정만 끼쳐서…….
부적 대신, 메모를 가방 안에 넣고서,
나는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츠유하] 다녀오겠습니다.
우선은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필름에 담고 싶은 것을 찾았다.
[츠유하] 과제 테마는, 뭘로 하지……?
생각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눈에 들어온 것을 찍어 간다.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경이 예리해져서, 세계에서 소리가 사라진다.
들려오는 것은 셔터음 뿐.
최근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계속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였다.
그러니까, 이 소리 없는 세계가 기분 좋다.
정숙한 세계에 몸을 두면,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기분이 들어서.
몸에 새겨진, 그 반점도…….
열중해서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츠유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녁 놀을 찍고나서 집으로 돌아가자.
신 짱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고.
나는 인물 사진을 별로 찍지 않는다.
하지만 막연히 찍은 풍경화도,
예쁘긴 해도 남들의 마음에 닿는 사진은 되진 않는다.
[츠유하] 찍고 싶은 것…….
아니면, 남기고 싶은 것……?
어린 시절부터 신 짱은 사진을 다루는 일을 했고,
솔직히 그 모습이 멋져 보여서 나도 그 일을 하기로 했다….
그가 찍는 사진들은 전부 내 눈에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신 짱은 내 머리를 쓱쓱 난폭하게 쓰다듬으며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아니…, 어린 나를 찍어.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몹시나 부드러운 얼굴로 봐줬다.
[츠유하] 사실은……,
굉장히 심플한 것일지도 몰라.
두 손에 끌어 안은 카메라를 한번 어루만지고,
소중히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을 때,
[츠유하] 뭐지……?
아무도 없는 공원.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아서, 수풀 소리일리도 없다.
[츠유하] 누구 있어……?
쭈뻣쭈뻣 뒤돌아보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츠유하] 기분, 탓인가…?
수풀 사이에 고양이가 있었다던가,
떨어진 캔이 굴렀다던가…….
조용한 공간에도 작은 소리들은 잔뜩 숨죽이고 있는데,
왠지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다.
최근 자신의 주위가
묘하게 소란스러웠던 탓일지도 모른다.
[츠유하] 조금,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걸까….
자신에게 질려하면서 쓴 웃음을 띄운다.
[츠유하] 웃…….
기분, 탓이 아니다.
시선을 느낀다.
누군가가……, 보고 있다.
[츠유하] ……….
가방을 끌어 안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아니 뭔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정체를 확인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봐버리면,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확신과도 같은 직감이 들었다.
[츠유하] 하아…, 하아……….
뒤를 돌아보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고서,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 근데 여기가 제일 위험 스팟인데...
[츠유하] 여기까지 오면…, 괜찮겠지…….
터널 앞에 당도했을 무렵,
나는 걸음을 멈추고 거친 호흡을 정돈했다.
[츠유하] 뭐였던거지……?
[츠유하] 돌아가서 확인해보는게 좋을까?
이대로 뭔가에 겁먹어 있는건 기분이 편치 않다.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땀이 흘러내린다.
[츠유하] 과민 반응이…, 아니라면………?
[츠유하] ……………….
[츠유하] 꺄악………!!
차가 맹 스피드로 터널 옆 길을 스쳐 지나가,
나는 무심코 터널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츠유하] 깜짝이야…….
[츠유하] ……………….
누군, 가가……….
뭔가, 가……… 온다…….
[츠유하] …………!!
나는 얼어 붙은 듯이 움직일 수 없었다.
천천히……, 천천히……. 다가온다…….
[츠유하] 누구……, 거기 있어……?
내 가는 목소리가 터널 안에 울러퍼진다.
[츠유하] 시, 싫어……!
나는 터널 벽에 손을 짚고서,
어떻게든 얼어붙은 몸을 움직인다.
그러지라도 않으면,
다가오는 뭔가에, 사로잡혀 버릴 것 같아서…….
[츠유하] 하아……, 하아……. 이제… 이제 조금만…….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그 때였다.
[츠유하] …………!!
등 뒤에서 누군가가 팔을 움켜잡았다.
[츠유하] 싫, 어……!!
나는 순간 눈을 꽉 감았다.
[????] 괜찮아……?
[츠유하] 에……?
염려 섞인 목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뜨자…….
[타카오미] 미안…… 놀래켰어?
부드러운 목소리와, 감정이 옅은 흐릿한 표정은 기억에 있었다.
[츠유하] 타카오미……?
그래. 그는…, 그 땅에서 만났던,
키요하루의 소꿉친구 중 하나.
그리고 타카오미의 뒤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 것은…….
[치아키] 아~, 진짜. 오래간만이야~!
츠유하지?
[츠유하] 응…….
기억해 줬구나…….
[치아키] 왠지 상태가 이상해 보였는데….
괜찮아?
[치아키] 혹시……!
이상한 사람한테 뒤쫓기고 있었다던가?!
[츠유하] …………….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대답하기 곤란해져서, 가슴 앞에 꽉 움켜쥔 손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치아키] ……………….
[치아키] 저기저기…, 타카오미.
그거 아냐?
네가 갑자기 말 건 탓.
[타카오미] 나…………?
[츠유하] 아, 아니야……. 그런게, 아냐.
[치아키] 아니아니. 사양할 필요 없어.
이런 어두침침한 장소에서 누가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면
깜짝 놀라잖아~?
[타카오미] 응……ㅡ 그래? 미안?
공포에서 해방된 반동으로 전신에서 힘이 빠진다.
그들의 대화에
차분하게 대답할 상태가 아니였다.
[츠유하] 웃……….
[치아키] 우왁!? 괜찮아……?
[츠유하] 미안…….
치아키의 지탱을 받아, 몇 번 심호흡 하며,
빠르게 맥박치는 심장을 진정시킨다.
[타카오미] 안색…, 안 좋네….
무슨 일 있었어…?
[츠유하] 괜찮아…….
기분 탓…… 이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츠유하] 저기. 둘 다 공원에 있었어?
[치아키] 아니?
어쩌다 옆길을 지나가다
터널 안에 있던 네 모습을 발견했어.
[츠유하] 그렇구나…….
[타카오미] 당신은……, 이런데서 뭘하고 있었어?
[츠유하] 과제로…, 사진을 찍고 있었어. 마을 풍경.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더듬더듬 말을 끄집어 낸다.
[츠유하] 사진……. 열중해서 찍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날이 저물어서…….
숨을 고르며, 쉰 목소리를 쥐어 짜내는 나를 보며
타카오미와 치아키는
걱정스러운듯 서로 얼굴을 맞댄다.
[타카오미] 집까지 바래다 줄게…….
[츠유하] 괜찮아. 혼자 돌아갈 수 있어.
[치아키] 사양할 거 없어~!
모처럼 만났는데 여기서 작별하는 것도 쓸쓸하잖아?
[츠유하] 그건……. 그치만,
어디 들리던 중 아니였어?
[치아키] 으응.
딱히 목적지는 없어.
료타네도 오늘은 학교 늦게 마치는 모양이고.
[타카오미] 역 앞……, 와플…….
[치아키] 그러니까, 타카오미!
오늘은 안된다두!
넌 조금 단 것을 삼가하도록!
[타카오미] 내가 뭘 먹든……, 치아키랑은 상관없잖아?
[치아키] 너, 말야…!!
남의 간식까지 손 댔다가!
잠시동안 참겠다고 말한건 너잖아?!
[츠유하] …………….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 사람의 공방.
방금전까지, 평화로웠던 두사람으로 보였지만…….
그러고보니 이 둘도 꽤나 개성이 강했던 기분이 든다…….
[치아키] 미안. 딴 얘길 해서.
그럼, 우선.
너희집 방향은 어디야?
그리고 왁지지껄 요란스러운 두 사람(주로 치아키)와 함께
터널을 빠져 나왔다.
[치아키] 그러고보니 말야,
요전에 하루네랑 같이 놀았다며?
[츠유하] 잘 알고 있네…….
키요하루와 우연히 재회한 것이 10일 정도 전.
화제가 되어도 이상하진 않다.
[치아키] 소우시한테 게임으로 이겼다며~?
게임 잘해?
[츠유하] 아, 그런게 아냐.
정말 그 날이 처음인데…….
[치아키] 에? 그럼 처음인데 소우시를 이긴거야?
그쪽이 더 굉장할지도.
[츠유하] 아…….
그것은 틀림없으니까.
뭐라 반론할 여지가 없다.
[타카오미] 소우시……. 엄청 욱했었지?
[츠유하] 분해하긴 했지만…….
[타카오미] 소우시는 말야….
확실히 잘하긴 하지만, 이상한 미스가 많으니까…….
[치아키] 아, 알아알아.
뭐랄까, 테크닉을 중시하는 거라던가
조금씩 레벨을 올리는 녀석을 좋아하지.
[치아키] 역으로 순간적인 판단력을 요하는 그런거….
약하지는 않지만, 감 승부가 되면 엄청 심해지지.
[츠유하] 의외로…, 있지. 그런 사람.
엄청 처세도 잘하고, 대인관계 같은것도 불만이 없는데,
묘하게 운만이 나쁜 사람.
요령이 좋으면서도, 요령이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치아키] 뭐어, 일단 말이지.
담 번엔 나랑 대전하자!
여자아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 이것저것 많아!
[츠유하] 다음번…?
분명…, 입에 붙은 표현인 거겠지.
하지만, 내게는 굉장히 긴장되는 말.
[츠유하] 응……. 다음번, 에.
이런 애매한 약속,
지금까지 가볍게 했던 적 없었으니까
조금 그들의 모양새가 신경 쓰인다.
[치아키] 응. 그럼, 그 때엔 데리러 갈게!
[츠유하] 에…, 응…….
사뭇 당연하다는듯 웃는 얼굴로 대답한 다음,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것으로 옮겨갔다.
두 사람이 다니는 학원이라던가,
기숙사 룸메이트라서 이런 부분이 민폐라던가.
주로 지나치게 마이페이스한 타카오미에 대한 불평사항을,
치아키가 농담반 분노반으로 보고해 준다.
[치아키] 우와. 이 편의점 위의 맨션?
[츠유하] 응. 그래.
작년 무렵 개장이 끝나고 편의점이 생겨서
엄청 편리해졌어.
[치아키] 좋은걸~.
우리들도 여기, 자주 오는데.
그지, 타카오미?
[타카오미] 후아아아아암……. 응…….
[치아키] 아, 정말…….
또 반쯤 자면서 걷고 있잖아.
길가다 도중에 자는 그거, 좀 관둘 수 없어?
나 절대로 안 찾으러 갈거야!
그런 식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 치아키에게,
타카오미는 듣는건지 마는건지 잘 모를 애매한 끄덕임으로 대답한다.
저건 분명…, 안 듣는 것 같다.
정말로 마이 페이스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맨션을 올려다본다.
마침, 이 정면에 접해 있는 방의 창문이
거실 창가.
저녁무렵이고, 불은…… 아직 안 켜져있다.
[츠유하] 그럼, 바래다 줘서 고마워.
[치아키] 무슨무슨.
이쪽도 즐거웠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치아키와,
치아키에게 팔을 잡혀 비적비적 억지로 팔을 흔드는 타카오미.
왠지 배웅 받는 것도 조금 쑥스럽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맨션 현관 쪽으로 향했 때,
[치아키] 아…, 잠깐만 츠유하.
뛰어온 치아키가 살짝 내 귓가에 입을 댄다.
[치아키] 저기 말야……. 만약…
반점이 퍼진거라면…, 조심하는게 좋아.
[츠유하] 엣……?!
[치아키] 그럼~~. 담에 봐~!
[타카오미] ……………….
팟하고 뒤로 물러나,
그대로 놀란 나를 무시하고
그는 손을 흔들어 타카오미한테로 돌아갔다.
어딘지, 복잡한 표정을 한 타카오미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타카오미는 바로 시선을 돌리고 치아키를 뒤쫓아 등을 돌린다.
[츠유하] ……………….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가 모를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끄집혀 나오자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그들의 등이 멀어져가는 것을,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츠유하] 어째서…….
치아키가, 알고 있지?
바로 소우시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어제 모양새로 보아, 가볍게 남에게 떧르 타입으론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 날, 그들도 눈치채고 있었단 것.
하지만,
[츠유하] 조심하는게 좋다고 해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저녁햇살이 저무는 풍경 속에 그저 망연히 서 있었다.
▶ 다음으로 - 9월 18일 (타카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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