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10월 14일 (츠유하)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2)
* 소우시 루트.
 

10월 14일

츠유하

[츠유하] ……………….

긴장되서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눈을 돌리고 싶지 않으니까.

[신] 그래서, 할 얘기란 뭐야…? 

[츠유하] ……………….

할 얘기가 있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긴 했지만 
역시 뭣부터 얘길해야할지 몰라서
말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돈다.


[신] 뭐야…. 그렇게 말하기 힘든 얘기야?


언제나처럼, 어딘지 걱정어린 어조였지만
그래도 그 눈동자는 어딘지 쓸쓸해서…….

어쩌면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이미 깨닫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츠유하] 신 짱……. 미안.

신 짱은, 내가 그와의 약속을 깼을 때.
평소보다 훨씬 더 언짢아 진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운게 아니라
좀 더 무서운 것은…….
굉장히 쓸쓸한 얼굴을 하는 것.

사실은 누구보다도 날 걱정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니까….

그런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수가 없다.

[신] 왜……, 사과하는 거야?
       사과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단 소리?

[츠유하] 나 말야……. 신짱을 괴롭게 하면서까지……
             알고 싶다곤 생각치 않았어.

[츠유하] 목소리라던가, 반점이라던가….
             내 기억이라던가…….
             그런거 전부, 못 본척 하려고 했어.

슬프게 할 바엔 차라리 모르는 척 해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츠유하] 그게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일이라해도
             이 장소를…… 지키고 싶었어.

[신] 그렇게 자신을 타일러도……
       결국 넌, 내가 하는 말을 지키지 않잖아?


[츠유하] 나……, 는……….

뭐가 옳은지.
뭐가 잘못인 건지….

이대로 신 짱에게 의존하며
그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게 옳은지….

그를 슬프게하고, 배신하며
그 손을 놓는게 옳은 건지…….

아무 것도…,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했다.

[츠유하] 계속……, 생각해왔어.
             어째서 신 짱은 내겐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걸까…….
             아무리 그가, 평소부터 그닥 말이 많지 않다해도….

나와 그와의 부자연스러운 관계나,
자신이 평범한 여자아이와는 다르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스스로 자신을 납득시키고, 결국 도망치고 있던 것 뿐이였다.

[츠유하] 나는, 신 짱한테…….
             계속 어린아이 인거야? 여동생인거야?

[츠유하] 아무 것도 모른채로,
             그저 보호받기만 하면 된다니…….
             난 그렇게 순순한 아이가 아니야.

[신] 그런거 알고 잇어…….
       나도 오만한 소릴 하고 있단 것 정도는, 알아.

한 발짝, 그는 내게로 다가온다.

똑바로, 그 시선을 돌리지 않고.

[신] 그저 널 옭아맨채로,
       그걸로 널 지켰다고 자기 만족하고 있단 것 역시, 알아.

날카로운 시선은 곧게 나를 향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말은 한없이 비통함에 가득차 있었다.

[신] 게다가……, 나는…….
       너를 여동생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
       단 한번도 없어.

내리깐 눈동자와, 꽉 깨물린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츠유하] 신 짱……

[신] 어린시절부터 돌 봐 왔으니,
       이제와서 평범한 여자로 보는 것도 불가능해.

[신] 나 자신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네가 내게서 멀어져 간다고 생각하니까…….

[신] 생각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졌어…….
       너는 항상 내 뒤만을 따라올 거라고…….
       절대로 떠나지 않을거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어.

[신] 그럴리 없단 것…….
       내가 제일로 잘 알고 있어……!!


비통에 가득찬, 그 목소리는
내 몸을 옭아 매기엔 충분해서…….

그의 감정이 이렇게나 격하고,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 츠유하…….
       나는……, 너를, 놔 줄수 없어.

[츠유하] 신……,

뻗어진 손을, 무심코 거부하듯 한 발짝 물러선다.

[신] ………….

작게 놀란듯이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꽉 입술을 깨물고서, 신 짱이 그 팔을 내린다.

[츠유하] 미안…….
             나, 신짱을…… 누구보다도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

[츠유하] 잃고 싶지 않은……, 그 마음만큼은 진짜야.
             하지만……, 도저히, 사라지지가 않아.

서투르고, 상처입기 쉽고,
솔직하지 않은, 그가…….

도저히, 내 안에서 사라져 주지 않아.

[신] 뭐……, 거야 그렇겠지….
       나는 그저, 내 멋대로 널 옭아 매려 하는 것 뿐이니까.

[신] 네게 잔혹한 소릴 하고 있단 건, 알아.


[신]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딱 잘라 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어른이 아니였어.


[신] 미안…….
       그런 괴로운 표정…, 짓게 만들 맘 없었는데…….

[츠유하] 알아…….
             전부 다, 알아…….

다시 한 번 뻗어진 팔을,
이번엔 거부하지 않았다.

[신] 츠유하…….
       네가, 누굴 선택한대도…….
       그리고 뭘 알게 된다해도…….


[신] 돌아올 장소는…, 언제든 여기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걸 잊지 마.

[츠유하] 응……, 알아.
             그런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내게 신 짱의 품 안은, 언제든 내 돌아올 장소….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내
정체 모를 목소리를 뒤쫓을 수 있었다.

자신을 모르기에 그를 불안히 여긴 적은 있어도,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주기에
나는 나를 알고 싶어 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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