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10월 1일 (치아키-2)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10월 1일

치아키

괜찮다고 미소짓는 츠유하를 봤을 때,
전신에서 단 번에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였다.

몹시나 좋아하는 그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안심과 기쁨이 단번에 치밀어 올랐다.

두 손으로 감싸안은 그 뺨의 부드러움이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츠유하의 무사를 확인한 건 잘됐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로의 무사가 보장된게 아니라는 사실과 불안이,
기억 속에 떠오르는 츠유하의 웃는 얼굴을 밀쳐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츠유하를 부르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반점이 다시 또 떠오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정체 모를 뭔가의 발걸음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느낌.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뭔가가
바로 근처까지 육박해 있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마을에 들린 탓일까.
몸 전체가 무거워진 듯한 불쾌감도 느껴졌다.

[타카오미] 아……, 돌아왔구나. 수고 많았어.

기숙사로 돌아오자, 책상에 앉아있던 타카오미가
뒤돌아 보았다.


언제나처럼 과자를 한 손에 들고 공부를 하고 있었던 듯,
입가를 우물우물 움직이고 있다


[치아키] 응……, 다녀왔어.


언제나처럼 그리 대답했지만,
타카오미는 괴이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한다.


[치아키] 응? 왜? 무슨 일이야?

[타카오미] 그건 이쪽이 할 말…….
                무슨 일이야?
                그런 얼굴을 다 하고, 별일이네.

[치아키] 응? 그런 얼굴이라니, 어떤 얼굴……?


[타카오미] 여기, 주름이 져있어.



그렇게 말하며, 타카오미는 미간을 가리켰다.



[타카오미] 굉장히 무서운 얼굴, 했었어.


[치아키] 아, 하하…….
             나 그렇게 험악한 얼굴 했었구나.



무의식 중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니,
내심 스스로도 놀란다.


[타카오미] 오늘, 소우시와 함께 나갔지?

[타카오미] 방금 타치바나가 와서, 우리가 둘 다 없어서
                그룹 과제가 진전이 안된다고 투덜댔었어.

[치아키] 아…, 아아. 그런가.
             타카오미도 오늘은 집에 갔었으니까
             방금 막 돌아왔었구나.

[타카오미] 응. 미안. 얘기하기로, 약속했었는데.

집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건 아니라,
친척 결혼식 때문에 조금 멀리 갈일이 있다고 말했다.

뭐어, 2-3일 정도일테니.
얘기는 그뒤로도 충분했다.

사과하는 타카오미에게, 고개를 저어 응한다.


[치아키] 신경 쓰지마. 그보다,
             오늘은 소우지랑 말야, 그 땅에 갔었는데…….

[치아키]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나만 먼저 돌아 왔어.
             그러니까 내일, 소우시가 이쪽으로 올거야.

[타카오미] 흐응…….
                조사 결과 보고라는 느낌으로?

[치아키] 응.
             그 때는 츠유하도 부를 생각이야.

[타카오미] 뭐어, 그게 제일 수고가 안 들고 좋지.
                그래서, 그 울적한 표정은 신사에서 또 뭔가를 봤다거나?


[치아키] 오늘은…, 신사에는 들리지 않았어.
             그 안쪽……. 지금은 벌써 멸망해버린 마을이 있는 듯해서,
             거기를…….

[타카오미] 마을……?
                아아, 거기 말인가…….

[치아키] 타카오미는 가본 적 있어?

[타카오미] 예전에…, 어린 시절에 한 번.
                조금 큰일이 있었으니까, 그 이후론 가까이 가지 않지만.

큰 일…….

소우시는 그런 얘기 한 번도 안했으니….
분명 그것도 타카오미 네의 비밀과 관여된 일이겠지.

[타카오미] 그래서…… 그 장소에서
                치아키는 뭔가를 느꼈어?


[타카오미] 그 미간의 주름은, 그래서 그런거지?

[치아키] ………………….

[치아키] 솔직히……, 사실은 아무 것도 없었어.
             하지만……, 뭔가가 있었다는 묘한 공기를 느꼈어.

[치아키] 한적하고 아무 것도 없는 마을인데
             어딘지 기분 나쁜 공기가 떠돌고 있었어.
             그건 분명 기분 탓이 아냐…….

[치아키] 츠유하를 부르는 목소리도, 츠유하의 몸에 떠오른 반점도,
             전부 그 마을과 관계가 있는 것만 같아.

[타카오미] ……………….

잠시 생각하듯, 몇 초의 뜸을 들이고서
타카오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카오미] 애당초……, 그 땅 자체가
                그러한 자장(磁場)을 띄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치아키] 자장(磁場)…?

[타카오미]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심령 현상은 일종의 자기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뇌의 환각 반응이라는 일설이 있으니까…….

[타카오미] 뭐어…, 그것은 체험한 우리들이
                제일 잘 알고 있는 거지만….

[치아키] 우리들은 그 신사 지하에 내려가고 나서
             한 번 그 광경을 봤어.
             여섯 명 전원이, 같은 환각을 봤다곤 생각하기 어려운데.

[타카오미] 응.
                확실히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만 일어나고 있어.


[타카오미] 하지만 말야.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점으로 볼 필요가 있는게 아닐까?

[타카오미] 치아키……, 제일로 무서운건 인간이야.
                살아 있는 인간이 저지르는 짓이, 제일로 무서운 거라고 생각해.


[치아키] 에……? 그건…….

[치아키] 우왓



어떤 의미? 하고 물으려 했을 때,
마치 잰 것같은 타이밍으로 폰이 울었다.


[치아키] 정말~~! 이 타이밍에 전화가 와~?!

[치아키] 여보세요~, 소우시?
             오늘 같이 가 줘서 고마워.
             미안, 갑자기 돌아가 버려서.

[치아키] 그치만, 츠유하도 딱히 아무 일도 없었고.
             안심했어~~.

[소우시] 뭐어…, 문제가 없었다면 다행이야.
             하지만 안심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 마을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게 있어.

[소우시] 뭐어…, 오랜 전승같은거지만.
             내일 그쪽에 가서 자세하게 얘기할게.

[치아키] 응…, 알겠어.
            츠유하도 불러 둘테니까,
             전부… 내일…….    

[타카오미] 소우시, 뭐래?

[치아키] 그 마을에는 전승같은게 있다는 모양이야.
             오늘 거기서 느낀 기묘한 공기의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타카오미] 고작 전승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전승이라고 해야할까….

전승이란건 확증이 없는 이야기같은 거다.

원래는 그런 걸 쉽사리 믿고 그러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수가 없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해답에 도달할 힌트가 될거다.

그 마을의 풍경이, 뇌리를 스친다.


주위에 떠돌고 있던 으스스한 공기가
내 안에 불안을 부추셔 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술렁였다.

아직 듣지도 않은 전승에
왠지 모를 공포를 느끼고 있다.

듣고 싶으면서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진정해』하고 마음 속으로 자신을 타이르면서도
가슴의 이 술렁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 다음으로 - 10월 2일 (츠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