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 A보단 좀 덜 재밌었습니다.
9월 30일
츠유하
[츠유하] ………….
순간, 전화를 받는 것이 망설여졌다.
왠지 모르게 조금, 무서웠다.
치아키를 믿고 싶은데,
자신의 마음의 형태를 잡아 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망설여 지고 만다.
계속 울리는 폰을 향해 조심히 손을 뻗어
떨리는 손 끝으로 살짝 움켜 잡는다.
[츠유하] 여보세요……?
[치아키] 여보세요?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
혹시, 뭔가 하던 중이였어?
[츠유하] 아…, 그런게 아니라…….
그저 조금 손에 물이 묻어 있어서…….
순간 뱉은 거짓말이였지만,
전화기 너머의 치아키는 뭐야~하며 안도한듯 한숨을 내쉰다.
[치아키] 아~, 전화하 기전에 문자라도 할까 했는데.
결국 귀찮아져서, 전화하고 말았어.
평상시와 다를바 없는 명랑한 어조에
이쪽도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츠유하] 저기……, 무슨 볼일 있어…?
[치아키] 음……, 있기야 있는데….
하지만 왠지 좀 말꺼내기가 그렇다고 해야하나.
[츠유하] 심각한 얘기……?
그런 것 치곤 목소리 톤이 여전히 명랑하다.
[치아키] 아아, 그게 아니라…….
그 어제 말야, 타카오미한테 같이 얘기를 듣자고~
멋지게 말했었잖아?
[치아키] 근데 타카오미가 말이지,
오늘 잠깐 집 쪽으로 돌아가버려서…….
[치아키] 그래서, 얘길 듣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을까?
[츠유하] …………….
[치아키] 츠유하…? 어이~, 듣고 있어~?
[츠유하] 아…, 응. 미안.
잠깐 맥이 빠져서…….
[치아키] 아아…, 미안.
그래서, 사과 삼아 그런건 아닌데
어제 일도 있고, 지금부터 그쪽에 들려도 돼?
[츠유하] 에…?
하지만, 지금은 반점도 아무렇지도 않고…….
괜찮아, 하고 말을 이으려 했더니
조금 초조한 듯한 목소리에 가로 막힌다.
[치아키] 목소리……, 듣고 싶었어……….
[츠유하] 에…….
[치아키] 거야…, 지금도 전화기 너머로 듣고 있지만 말이지…….
직접 만나서, 듣고 싶었어….
[츠유하] 어……, 째서……
치아키가 쑥스러워해…?
전화기 너머의 치아키의 상태를 명백하게 알 것 같다.
[치아키] 거야, 평소땐 가볍게도 말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랄까…….
어쨌든!! 걱정이니까 지금부터 가겠습니다!!
[츠유하] 에, 잠깐……. 치아……
[츠유하] ……………….
기쁘긴 하지만
왠지 묘하게 쑥쓰럽다랄가…….
확실히 평소땐 쾌활한 모양새로
저런 소릴 하는 아이였지만…….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정말로 진심인건가 싶어서…….
이쪽마저 쑥쓰러워진다….
[츠유하] 왠지…… 뺨이 뜨거워…….
뜨거워진 뺨을 두 손으로 누르고 있자니,
이번에는 가슴이 꽈악 조여든다.
걱정을 끼쳐버린건 미안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치아키가 내게로 다가와 주는 것이,
그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는데,
걱정해 주는 것이 기쁘다니,
왠지 모순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츠유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잔뜩 있는데.
그를 생각하면, 이렇게나 마음 전부가 그로 가득찬다.
뜨거워진 뺨을 식히기 위해,
소파에 앉아 얼굴 앞에서 파닥파닥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던, 그 때ㅡ…
↑ 갑자기 들이 닥치는 노이즈
[츠유하] 웃…….
불연듯, 목소리가 들렸다.
슬픈 울음소리가, 나를 부르고 있다.
오열과도 같은, 비명과도 같은….
아플 정도로 슬픈 목소리가, 울러퍼진다.
그 목소리는 역시, 나를 찾고 있다….
양쪽 귀를 막아도, 거부할 수가 없다.
흘러 들어오듯, 목소리로 머릿속이 가득찬다.
목소리는 아직, 조금 멀다.
하지만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는 귀 안쪽 깊숙히 들러붙어,
좀처럼 떠나 가지 않았다.
마치 독이 퍼지는 것처럼,
흘러 들어온 슬픔이 전신으로 번져 가는 듯한 느낌…….
[치아키] 엣…….츠유하?
뭐야? 무슨 일이야…?
[츠유하] 치아키……….
전화 이후, 얼마 걸리지 않아
그는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문을 연 나를 보고
굉장히 곤혹스러운 듯 당황하기 시작한다.
[치아키] 저기…… 어디… 아파?
혹시 또 반점이 나타난 거야?
[츠유하] 아픈덴…, 없어….
왜 그거 이런 식으로 당황해하는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순간 놀란듯 눈을 크게 뜬 치아키는
이어 곤란한 듯 표정을 풀었다.
[치아키] 자각…, 없었어…?
눈가에…, 눈물 엄청 괴여 있어.
[츠유하] 에…….
나, 울었어………?
[치아키] 무슨일, 있었어?
[츠유하] 아냐…. 그냥…….
그냥… 목소리가… 울러퍼져서……….
머릿 속 전부가…,
한가지 감정으로 뒤덮일 정도로 강한 상념.
[치아키] 목소리라니…….
처음 만났을 때 말했던, 그거…?
[츠유하] 응…….
굉장히 새카만 장소에서 오로지 외치고만 있는…,
강한 상념인데도, 어딘지 약해서…….
내 전부가 그 감정에 지배당해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치아키] 나 말야……….
네 어깨의 반점도, 그 목소리도……
분명 결코 상관이 있을거라 생각해.
[치아키] 가만히 참고 있기만 하면…, 넌 언젠가
그 목소리에, 반점에… 짓뭉개지고 말거야.
[치아키] 그러니까, 같이……. 확실히 하러 가자.
그 목소리를 더듬어 가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츠유하] 하지만…….
이 목소리를, 더듬어 갈 수는 없었다.
언제나, 그 정체를 찾아 헤매왔지만…,
마치 지워지듯, 바람 속에 녹아 사라져 버린다.
[치아키] 자아~, 가자~.
나도 함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아무런 근거도 없을텐데
그는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츠유하] 치아ㅡ…….
[츠유하] 아……….
똑, 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듯 그 목소리는
내 안에서 동심원을 그렸다….
[치아키] 이쪽에서…, 들려와?
[츠유하] 응…….
살풋, 의식이 흔들린다.
정신을 놓으면, 모든 것이 흘러 떨어질 것처럼.
치아키에게 의지해, 필사적으로 따라가본다.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와 달리,
이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저, 뭔가의 목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기분이 든다고 믿으며,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
그렇게 어느샌가 목소리는 끊어지고 만다.
하지만, 오늘의 목소리는 어딘지 다르게….
명확하게, 나 자신을 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치아키] 우와……. 여기 말야…,
최근 무차별 습격 사건이 일어난다는 장소지?
아직 저녁 무렵인데도 통행이 전혀 없는 그 장소는,
그것만으로도 어딘지 으스스함을 풍기고 있었다.
터널 한가운데를, 천천히 나아간다.
앞 뒤를 살펴보자, 출구는 그리 멀지 않다.
빛도 충분했다.
그렇게까지 무서운 환경은 아닐텐데….
왜인지 이 장소가…,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들 이외엔 아무도 없다.
우리들의 발소리만이, 울러퍼진다.
[츠유하] …………….
그래야…, 할텐데.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크게 들리는 그 발걸음 소리는
곧장 이쪽으로 다가온다.
[츠유하] 누가……, 오고 있어…….
사람이 아닌 뭔가가 다가오고 있는 느김이 들었다.
무서워서 돌아 볼 수조차 없다.
[츠유하] 치아키…….
[치아키] 츠유하…….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내가 곁에 있으니까.
[츠유하] 하지만……, 발걸음 소리가…
[치아키] 괜찮대두.
아직 저녁무렵이고, 사람도 다니잖아.
[츠유하] 그치만…….
하지만, 그런게 아냐…….
뭔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이 전신에 들러붙는 오한은 대체 뭐야…?
[치아키] 그럼 말야,
내가 잠깐 확인하고 올테니까…….
츠유하…?
[츠유하] 제발……, 여기 있어줘…….
놀라는 치아키를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어서,
그저 그 그림자를, 치아키가 깨닫지 않기를 바라며…….
그의 팔을 필사적으로 끌어 안는다.
[치아키] 알겠어…….
조금 걸음을 빨리해서, 이 터널을 빠져 나가자.
고개만 끄덕여 대답하자,
치아키는 내 어깨를 끌어 당겨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치아키] 괜찮아……?
이제, 터널은 다 빠져 나왔으니까…….
[츠유하] 응…….
터널을 빠져 나와,
조금 길을 돌아 공원 쪽으로 돌아왔다.
치아키는 벤치에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걱정스러운듯 바로 옆에 웅크려 앉는다.
[치아키] 왠지…, 너무 성급했으려나.
네게 들리는 목소리가 혹시, 지금의 발소리와 관련이 있는거라면….
[츠유하] 모르겠어….
목소리는, 결코… 그 모습을 보인 적 없었으니까…….
다만 지금의 발걸음 소리가 그 목소리와 관련되어 있다던가하는
그런걸 무서워하고 있는게 아니라…….
치아키가, 함께 있었으니까…….
나와 함께 있어서,
그 역시 이 목소리에 사로잡혀 버리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그것이 제일로 무서웠다.
[치아키] 미안……
난 네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츠유하] 치아키가 사과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다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게 너무나도 무서워서….
[치아키] ……………….
[치아키] 하하……, 뭐야…….
날 걱정해 준거구나…….
그렇게 말하며, 치아키는 조금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기쁜 듯이 웃는다.
[치아키] 왠지……, 막 무서운 체험을 체험을 해놓고서
네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건 좀 쌩뚱맞긴 하지만,
왠지 기뻐. 역시나.
[츠유하] 기뻐…?
걱정해 줘서, 기뻐….
그러며 귀엽게 웃는 치아키가…….
이젠, 왠지…….
[츠유하] ………….
[치아키] 어라……? 무슨 일이야?
고개를 돌리자, 치아키가 갸웃하면서
쑥하고 내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츠유하] 우……, 자, 잠깐만……!
지, 지금은…… 안돼…….
잠깐만…, 저쪽 보고 있어줘…….
[치아키] …………….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를
도저히 직시할 수가 없게 도니다….
이럴 때가 아니란건 알지만.
그런건…, 알지만…….
자신의 일,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태평하게
그의, 동작에……, 가슴이 꽉 죄여 들어서…….
[츠유하] ~~~~~~!!!!
[치아키] 저기, 츠유하……? 괜찮아?
혹시 몸이라도 안 좋아?
이번엔 곤혹스러운듯 얼굴을 들여다 본다.
이쪽은 이미, 더 이상 여유조차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두려움과 무서움에 젖어 있던 내 마음이…,
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달라지는 것이
놀랍고도…, 어딘지 안심이 되서….
나, 치아키의 곁에 있으면…….
굉장히 안절부절해지고, 괴로워진다.
그 감정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어리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더…….
모르는 척, 그의 곁에 있고 싶다.
[치아키] 음……. 일단 말이지,
바래다 줄테니까 돌아갈까?
최근엔 의외로 해가 빨리 저무니까.
몸이 안 좋은 걸로 착각한 걸겠지.
치아키는 나를 받쳐주며, 일으켜 세운뒤…
그대로 느릿한 보폭으로 귀가길에 들어선다.
나는, 저녁놀이 살짝 그의 뺨을 비추는 것을
남몰래 훔쳐 보았다.
[츠유하] 치, 치아키………….
[치아키] 응? 왜?
[츠유하] 돌아가자………!
조금만, 더…, 달리 더 돌아보고 오자!
[치아키] 에, 에엑? 갑자기 왜?
벌써 다 도착했는데?
벌써 편의점이 코 닿을 위치.
갑자기 멈춰서, 그의 팔을 잡아 세우는 내게
치아키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츠유하] 그치만…….
편의점 앞, 맨션 입구 벽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우는, 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서…….
나는 무심코 멈춰서고 만다.
오늘은 늦는다고 말했으니까
괜찮을거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언짢은듯 담배 연기를 토해내고서,
그 인물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신] 츠유하…….
왜 그런데서 멈춰 서는 건데.
[츠유하] 그게……, 신 짱……. 다녀왔습니다…….
[신] 어서와. 그래서,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해?
[츠유하] …………….
[치아키] 지금은 저녁 9시를 지난 무렵이네요.
침묵하는 나를 대신해, 치아키가 손에 든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준다.
그리고는 예의바르게,
타고난 명랑함으로 방긋 신 짱을 향해 웃어 보인다.
[치아키] 처음 뵙겠습니다. 칸다 치아키라고 합니다.
저기……, 당신은 그녀의 보호자 분?
츠유하, 굉장히 젊은 아버지시구나.
[츠유하] 저저저저기, 치아키. 저기 말야…….
그런 농담은 신 짱한텐 통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신] 너 말야, 장난쳐?
이렇게 커다란 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치아키] 어라, 이거 실례했네요.
오라버니…, 되시는 분입니까?
[치아키] 나, 츠유하는 영락없이 외동일줄 알았는데.
방긋방긋 시종일관 웃는 얼굴인 치아키와는 달리,
미간에 잡힌 주름이 점점 더 짙어지는 신 짱.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너무나도 이색적이라,
이대로 살짝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신] 그래서…? 이런 시간이 될 때까지
이 녀석과 놀다 왔다, 그런 뜻이야?
[츠유하] 저기……, 그건…….
치아키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고,
신 짱은 내게로 다가온다.
치아키가 걱정되서 따라 와 주긴 했다지만,
결국 그대로 목소리를 따라 나가 버린게 되니까,
지금의 신 짱을 납득시킬만한 변명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츠유하] 일단……, 치아키가 바래다 줬으니까…,
이런데가 아니라 방에서 차 정도는 대접해도 되잖아?
[신] 맘대로 해…….
그렇게 내뱉고서, 신 짱은 맨션 안으로 들어간다.
[치아키] 음…, 환영받진 않는 모양이네.
[츠유하] 미안…… 꾸밈 없는 사람이라서….
[치아키] 아아, 응. 그런 구석은 너도 닮았어.
[츠유하] 그거…, 조금 실례 아냐?
[치아키] 에~, 네 말투도 이 비슷한데?
[츠유하] 정말…, 됐어. 그 얘기는.
그래서…, 차 마시고 가 줄래…?
저런 분위기의 신 짱과 같이 방으로 돌아가는건 좀……이 아니라,
많이 무서운 걸.
[치아키] 응, 좋아.
실례할게~.
[치아키] 그 뭐냐, 예를 갖춰서.
오늘은 여동생 분을 늦게까지 데리고 돌아다녀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방에 도착해,
소파에 앉아 잠깐 기다리게 했다.
신 짱은 테이블 사이드의 의자에 앉아
밖을 보며 담배를 피운채, 이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급히 3인 분의 홍차를 타내,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치아키가 신 짱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치아키] 저희들도 조금 일찍 귀가하려 했습니담다만,
여러모로 일이 있어서…….
늦게 귀가한 것에 대해
치아키가 변명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신 짱은 힐끔 시선을 기울일 뿐
변함없는 태도,
[츠유하] 신 짱…….
저기, 늦어진건 확실히 이쪽 잘못이긴하지만,
[츠유하] 아무리 그래도 그런 태도는
바래다 준 치아키한테 실례 잖아?
[신] ………………….
[신] 그래서……, 이 녀석이랑은 어떤 사인데?
[츠유하] 에…? 어떤 사이냐니…….
[신] 그보다, 대체 무슨 전개야, 이건.
저희 둘 사귀고 있습니다, 같은 그런 건가?
[치아키] 어라라…, 그런 식으로 보입니까?
[신] 전혀. 티끌 만치도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여.
[신] 하지만, 일단 물어 볼까 해서.
[치아키] 와, 형님……. 의외로 엄격하시군요.
[치아키] 역시 둘, 엄청 닮았네.
그런 소릴, 그렇게 방긋방긋…….
신 짱이 발하고 있는,
눈에 보일 정도로 명백한 불쾌 오라를 눈치채지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건지
치아키는 변함없이 마이 페이스로 응수한다.
[신] 츠유하……
[츠유하] 아, 응…….
[신] 홍차 대접은 이제 충분하잖아?
[츠유하] 신 짱…….
홍차에는 일절 입하나 대지 않고,
신 짱은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다는듯
방을 나가려 한다.
[치아키] 아, 잠깐. 잠깐만요. 형님.
저, 그녀에 대해서 조금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신] 물어 보고 싶은 것…?
[츠유하] 잠깐, 치아키…. 내가 직접 설명할게….
[츠유하] 신 짱…, 내가 듣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내가 아직 어린 시절 때부터였지?
[신] 그래…….
[신] 어린 시절에는 행동 범위는 좁지만
멋대로 나돌아다닌 탓에 그 때마다 찾아 다녔지.
[츠유하] 나는……, 정말로 단 한 번도
목소리에 도달해 본 적이 없었어?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목소리에 끌려 돌아 다녔던 것은 물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이 튀듯,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타인의 존재가 옆에 있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누군가의 존재가
난입하는 것에 의해
의식을 되찾았다.
[신] ……, 치아키라고 했었나.
너는 츠유하의 목소리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치아키] 그녀의 말이…, 거짓이 없는 거라면
목소리를 듣고 의식이 멀어지는 것도…,
[치아키] 그녀의 어깨에 떠오르는 어깨의 반점도,
알고 있습니다.
[신] 반점에 대해서도…….
[신] 츠유하는…, 이 녀석에게도 들려주고 싶다고,
그런 의미지?
침묵하고 있는 나를 향해, 그는 묻는다.
[츠유하] ……………….
고개를 끄덕인 나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뱉은 다음,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껐다.
[신] 너희들 말이야……,
1개월 정도 전에, 이 녀석과 함께
그 산 속에 있는 신사에 발을 들여 놓었잖아?
[신] 그래서, 신사 안에서 지하로 가는 계단을 발견해서
지하 감옥을 발견했다.
신 짱은 굳이, 치아키에게 "너희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른, 소우시 일행도 포함해서 이야길 하고 있다.
그걸 깨달은 소우시가, 내 이름을 작게 부른다.
[치아키] 츠유하…….
[츠유하] 미안…….
그 일은, 얘기해 버렸어.
[신] 그 뒤…, 의식을 잃고
정신을 차렸더니 별장에 있었다.
너희들의 인식도, 이게 맞나?
[치아키] 맞, 습니다…….
그러고보니, 나만이 아니라
치아키도 같은 위화감을 느꼈던 거겠지.
[신] 정신을 잃고…, 다른 장소에서 깨어났다.
그것도 그 자리에 있던 녀석들 전부.
[신] 그걸 이제까지 너희들은
의문으로 여기지조차 않았다…….
[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냐, 그거다.
꿈…, 일리가 없다.
그런 형편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츠유하] 누군가가……, 이동시켰다는…… 뜻이야…?
[신] 네게 반점을 찍은 누군가가,
그 땅에는 있었어.
[신] 하지만 말야, 너희들이 모르는 사이에
너흴 이동 시켰다는 점에 대해선, 별개야.
[신] 그 땅에는 너희들 이외의 존재가 있었어.
[치아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치아키] 그……, 그녀에게 반점을 찍은 존재와,
그 때 우리들을 옮겨 나른 인물.
제각기 다른 존재라는 의미…?
[신] 그건 너희들 스스로 조사해.
[신]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리고ㅡ….
[신] 나는…, 너희들이 이 녀석을 데리고 돌아다니는걸
좋게 생각하지 않아.
그건, 알고 있겠지?
[치아키] 그건……, 뭐….
강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신] 그럼에도, 이 녀석에게 관여해
어떻게 해주려고 생각한다면,
확실하게 각오 하고 와.
[신] 자신의 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는 녀석에게
츠유하를 맡길 순 없어.
[치아키] ……………….
[츠유하] 신 짱……. 무슨…….
무슨 소릴, 하고 있어?
신 짱이 치아키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일텐데…….
마치,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치아키] 왠지……, 형님은 뭐든 다 꿰뚫어 보고 계시군요.
[신] 나는 이 녀석의 부모가 살아 있던 시절부터
계속 봐 왔어.
[신] 그와 동시에
이 땅과 피가 짙게 이어진 녀석들도 말이야.
[치아키] 저기……, 츠유하….
이 사람은…….
[신] 네가 뭘 멋대로 착각했는진 모르지만
나는 츠유하의 오빠가 아니야.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고, 호적상으로도 새빨간 남이다.
[신] 이 녀석의 피를 숨기기 위해
나와 할아범 둘이서, 일족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어.
[츠유하] 신 짱……?
무슨 얘길, 하고 있어?
[츠유하] 계속 보고 있었다니, 뭘…
[츠유하] 나는 거두어진 그 날,
처음 신 짱과 할아버지를 만났어.
[신] 뭐어…, 그렇겠지.
츠유하가 갓난 아기일 때 만났던 것 뿐이니,
기억할리 없어.
[신] 나와 할아범은
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무렵,
몇 번인가 만나러 갔었어.
[츠유하] …………….
동요하는 나와, 신 짱을 번갈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치아키가 있지만
나는 그를 신경 써 줄 여유가 없었다.
[츠유하] 뭣…, 때문에?
[신] 원래부터…, 너를 거둬들일 셈이였어.
[츠유하] ……………….
[신] 그 사고는…, 확실히 우연이였어.
그 일과 네 피, 목소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츠유하] 신 짱…!!
잠깐만……, 제발……….
[츠유하] 전부, 정리가 안 돼…….
내 피라니…, 뭐야?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야…?
[신] 네가 알고 싶어하던 거야.
목소리도, 반점도, 전부 이어져 있어.
[신] 치아키……, 네 혈족 역시 무관계하지 않아.
[치아키] ……………….
[치아키] 당신은…….
입술을 부르르 떨던 치아키는 그 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신] 너희들 둘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자신들이 애송이란 것을 자각할 것.
[신] 츠유하…….
더 이상, 무턱대고 부정하진 않을게.
[신] 그러니까, 네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따라가 봐.
[츠유하] ………….
[신] 내게서 답을 듣는건 간단해.
하지만 말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를 정하는건
너희들 자신이다.
[신] 내가……, 항상 네게 하던 말…. 기억하고 있어?
[츠유하] 반드시…, 돌아올 것.
[신] 평소엔 약속을 깨기만 하고….
순순히 말도 안 듣고….
하지만 말야…, 그 약속만큼은 절대 잊지마.
[신] 나는 단지……,
너를 지키고 싶은 것 뿐이야.
[츠유하] 신 짱……?
비통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하지만 동시에 그는 슬픔의 색을 띄고 미소했다.
[신] 어쩌면 나는……,
너를 지켜내지 못할지도 몰라.
[츠유하] 계속……, 지켜줬어….
나……, 신 짱이 옆에 있어줘서….
그래서, 무섭지 않았어.
신 짱은 미소할 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선, 언제나처럼
내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은 다음,
치아키를 돌아본다.
[신] 오늘은 이제 늦었어….
아래까지 바래다 주지.
[치아키] 고맙……,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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