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무렵, 후카는 혼자서 마을 중심부를 걷고 있었다.
광장 중심부에는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높은 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무수한 노점, 왕례하는 사람들.
영지나 소속 패밀리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인 그곳은 평일 이상으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들, 왠지 즐거워보여…)
일요일은 일절 항쟁 금지. 엄격하게 정해진 협정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모두 어딘지 편안해 보였다.
「오오, 오즈의 아가씨 아냐. 오늘은 혼자?」
붙임성 있는 얼굴을 한 노점상 주인의 목소리에, 후카는 멈춰선뒤 웃으며 끄덕였다.
「그런가그런가. 보스한테 안부 인사 좀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즈의 아가씨……)
반달 정도 전, 후카는 이 마을로 왔다.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녀에겐 이름을 포함한 과거의 기억이 일절 없었다.
이 거리의 뒷골목에서 깨어나, 수상한 남자에게 쫓기던 것을 마을을 지배하고 있던 마피아 중 하나인 오즈의 보스가 구해준뒤, 그녀를 손님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본디 배제되어야할 존재인 그녀를, 그녀는 정중히 대해준다.
그런 따스한 사람들이 사는 이 거리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후카는 행복으로 여겼다.
◇ ◇ ◇
「앗, 후카짱. 마침 잘 왔어!」
인파를 파헤치고, 앞쪽에서 청년 하나가 다가왔다.
트레이드 마크인 아마색 반묶음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헨젤씨」
「그게 아니지」
「아……, 헨젤군」
「그래그래. 그럼 오케이!」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이를 드려내 보였다.
소녀가 적을 두고 있는 오즈 패밀리의 적대 조직인 그림 패밀리의 간부, 헨젤.
원래는 교류를 나눠선 안될 상대지만, 일요일인 오늘은 예외다.
「무슨 일이신가요?」
「그게 말야. 조금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부탁하고 싶은 일…?」
◇
(이럼 되는 걸까…?)
오즈의 저택 정원에서, 후카는 몸을 웅크려 묘종삽을 한손에 든채 흙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받은 일은 끝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가씨, 그런데서 뭐해?」
「엣」
뒤돌아보자 바로 뒤에, 비료푸대를 끌어 안은 청년이 서 있었다. 이름은 카라미아. 오즈 패밀리의 젊은 보스다.
흥미진진한 얼굴로 후카를 보고 있다.
「흙장난은 나랑 솔져들 몫인데?」
그는「보스가 정원 손질이라는것도 우습지만」하고 덧붙인뒤,
지면에 푸대를 내려놓았다.
「저는, 그…….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카는 묘종삽을 지면에 내려놓고, 일어나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엣. 어이……!」
질문을 뿌리치고 저택 문을 빠져나간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라미아는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했다.
◇
「헨젤군! 아……, 스칼렛 군도?」
「후카씨, 안녕」
헨젤과의 약속 장소를 찾아온 후카는 그의 곁에 서 있는 빨간 망토의 소년의 모습에 놀라 눈을 끔뻑였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되서 온거래. 나도 참 사랑받고 있다니깐」
헨젤이 포지티브하게 웃었다.
「후카짱. 부탁한건 갖고 왔어?」
「아, 응. 맞게 갖고 온거면 좋겠는데……」
후카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꺾어온 꽃을 그에게 건넸다.
「빙고! 이게 맞아!」
헨젤의 여동생 그레텔은 최근, 감기로 몸져 누운 모양이다. 약의 재료가 되는 꽃이 오즈의 저택에 피어있다는것을 알게 된 그는, 후카에게 꽃을 따와달라고 부탁했다.
「이걸로 그레텔도 건강을 되찾을까?」
「응, 분명 건강해질거야!!」
그는 꽃을 가방에 넣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석, 별로 기대고 그러지 않으니까. 경계심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고집쟁이? 병원만해도『거길 갈바엔 죽을래』하고 말하기만 하거든. 뭐, 그런 구석이 엄청 귀엽지만!!」
손가락으로 코끝을 비비며, 헤헷하고 웃는 헨젤.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부모형제도 없는 후카지만, 그의 다정함엔 마음이 따스해진다.
「헨젤…, 아직이야?」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은걸까.
스칼렛은 어깨에 짊어진 라이플을 고쳐지며, 이동을 재촉한다.
「응, 갈게갈게. 잠깐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후카짱한테 제대로 사례해야지」
「사례라니, 괜찮아」
「사양하지마. 뭔가 줄만한게 없으려나……. 앗」
헨젤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이어 주머니를 뒤진다.
「아……, 그렇지」
그러더니 짝하고 손뼉을 친뒤, 그는 자신의 머리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긴 머리를 고정하고 있던 액세서리를 때서, 후카의 등뒤로 돌아섰다.
「이거, 후카한테 줄게」
「괜찮아?」
「물론. 저택에 똑같은게 몇 개나 더 있거든」
누군가가 머리에 손댄 적이 거의 없던 후카는 간지러운듯 몸을 틀었다.
「이렇게 머리를 올리면……. 자, 좀 더 귀여워졌다」
후카의 앞으로 돌아선뒤, 헨젤은 방긋 웃었다.
「그럼, 후카짱. 진짜 고마워. 감사할게!」
발걸음을 돌려, 스칼렛에게로 달려가는 헨젤.
「귀여운……걸까나」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후카는 머리위의 악세서리에 손을 댄 채로 중얼거렸다.
유마스 : 『헨젤』을 공략대상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옵니다. 적어도 SS에서만이라도!하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붙임성 좋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그입니다. 본편에서 만났을땐, 아껴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