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의 내방과 함께 저택을 나온 나는 구역내를 순찰했다.
연일 계속된 비가 거짓말 같을 정도로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거짓말이면 좋겠는데……」
눈앞에 펼쳐진 무참한 현실에 무심코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 마을의 마피아는 구역내 거주민으로부터 세를 걷어 살고 있다.
그 대가로서 주민의 삶을 지키는 것. 구역내 경비는 물론 정비나 보수도 우리들의 일이다. 비 때문에 손상을 입은 점포나 가옥을 확인하며 보수 계획을 짠다.
「카라미아씨, 정말 고맙습니다」
「내 일을 하는것 뿐이야. 감사할 필요 없어」
빗물받이가 망가진 레스토랑 문 앞.
깊숙이 인사하는 점장의 어깨를 두드린다.
대강 다 살폈을 무렵, 교회쪽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한손을 이마에 짚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태양의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뜬다.
(아침때 끝내두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우선 순위를 생각하면 별 수 없지만. 별 수 없는 일이지만…….
한탄하며 고뇌하고 있자, 점장이 내 팔을 잡았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집에서 식사라도 드시고 가시죠」
「아니. 저택에서 패밀리들과 함께 먹는게 기본이라서」
어깨를 으쓱이며, 상대가 기분상해하지 않도록 내 팔을 잡은 손을 슬며시 밀어낸다.
「그럼, 뭔가 가져가서 드실만한걸 준비하겠습니다」
호의를 무시할 수 없으니,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써줄 필요 없는데…」
점장의 등을 바라보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
문득, 인파속에서 눈에 익은 것을 발견했다.
벚꽃색 긴 머리.
이 거리에서, 그에 해당되는 인물은 한 사람 뿐이다.
우리 저택에서 보호중인, 기억을 잃은 소녀―, 후카다.
그 옆에는 키리에의 모습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키리에녀석. 후카와 마을로 외출하겠다고 말했었지)
그건 어젯밤의 일.
한밤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났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문을 열자, 거기에 키리에가 있었다.
내일 낮에, 후카와 외출하겠다고.
그저 그 말만을 전해왔다.
그 때는 아무래도 좋은 일같아서, 그런 일 갖고 억지로 남을 깨운 것에 울컥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 보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닌 느낌이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딪힐뻔했던 후카의 몸을, 키리에가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저 거리감, 저 공기.
내가 모르고 있는 것 뿐이고……, 저 두사람은 사실 친밀한 관계인걸까?
그런거라면 키리에는 내게 알렸을텐데.
아니, 알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는 키리에다. 모른다. 알 리가 없다.
키리에와 알고 지낸지는 오래지만, 아직도 그 성격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이 거리에서 녀석을 가장 잘 아는건 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나조차 행동을 읽을 수 없을때가 많았다.
키리에는 거침없이 타인의 마음에 다가가면서도, 결코 자신의 마음에 타인을 들이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에 자신을 깊이 심어, 상대를 그 안쪽에서부터 파괴해간다.
타인이 질색하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공언하며, 죄의식이라곤 티끌만치도 없이 웃으며 냉혹한 짓을 한다.
그야말로 구제할 길 없는 남자다…….
(그런 키리에가 후카와 대체 뭘 하는거지……?)
흥미를 지니고 있어 보이고, 실제로도 후카를 맘에 들어하는것처럼 보인다.
어젯밤 역시 그렇다. 여자와 외출하는것 정도 갖고 굳이 나를 깨울 필욘 없잖아.
나를 깨운 것은, 단순한 심술일지도 모르지만.
(아가씨랑 키리에는…… 하나도 안 어울려)
올곧고 티없는 후카.
삐뚤어진대다 속 시커먼 키리에.
정반대인 두 사람이다.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릴리 없다…….
(그런데, 왜……)
「왜 키리에와 함께 웃는 거지」
서로 마주보고, 즐거운듯 웃으며 얘길 나누고 있다.
아가씨의 시선 끝에 있는 키리에도, 영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뭐야, 이 기분)
아가씨가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다. 그렇게 만족하면 되는데.
키리에도 저런 얼굴을 하는구나하고 감탄하면 되는데.
몸 안쪽에서……, 뭔가 끊임없이 기분나쁜 고동이 들려온다.
「카라미아씨!」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생각중이셨습니까?」
뭐야. 점장인가.
후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뒤, 가볍게 웃는다.
「왜? 달리 고치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아뇨. 음식은 몇인분이 필요하신가 해서」
「몇인분……」
문득, 키리에의 얼굴이 머리를 스친다.
「그럼, 언제나처럼 부탁할게」
「패밀리 전원의 몫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종종히 부엌으로 돌아가는 점장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문에 등을 기댄다.
「안 받을 수도 없지……」
그녀석들의 몫만 빼놓는다니니, 마치 질투를 하는것같아서.
그런거 꼴사납고,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키리에를 기쁘게 할 뿐이다.
(이 기분은 결코 질투같은게 아냐)
아가씨의 신변을 맡고 있는 자로서의 책임이라고 믿고 싶다.
유마스] 카라미아 시점의 키리에와 후카의 이야기입니다. Sweet princess Vol.12쪽에서는 이와 대조되는 키리에 시점의 카라미아와 후카의 이야기를 게재했습니다. 모쪼록 함께 봐주신다면 좋겠네요^^
그냥 그런겁니다^^ 오즈마피아는 선행 프롤로그 코믹도 있더군요. 그쪽도 심심하니 손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