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하겠습니다, 묘가 부장……」
공손히 절한 히도는 고개를 든 순간 얼어붙었다.
데스크 옆 사이드 테이블 위에 새빨갛게 초벌구이한 인형이 여섯 개가 쭉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건 어딜 어떻게 봐도.
「부장, 하니와에 흥미가 계셨습니까?」
「뭐……?」
묘가는 테이블위의 서류를 보다말고 고개를 들었다.
「아뇨, 그러니까 저기에 있는 인형…, 하니와죠?」
「네놈에겐 이것이 하니와로 보이는거냐?」
묘가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하니와가 아니였던겁니까………? 그럼, 토우라던가……?」
히도는 나름 배려삼아 말을 바꿨지만 묘가의 미간에 드리워진 주름은 더더욱 깊어졌다.
「죄송합니다, 저 급한 볼일이 생각났습니다!!」
히도는 튕기듯이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히도가 집무실에서 나가는것을 지켜본 묘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드보드 앞에 섰다.
「흥……!」
묘가는 분하다는듯 초벌구이한 인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묘가의 집무실를 찾아온건 3학년 아마미야 세이였다.
「여어, 묘가, 있어? 없어도 실례할게.」
「난 재실중이다.」
「그래, 그거 다행이다.」
아마미야는 주눅드는 기색도 없이 묘가의 집무실안으로 척척 걸어들어왔다.
「저기, 묘가. 사이드보드위에 나란히 서있는 사신상(邪神像), 대체 뭐야?」
「사신상(邪神像)이라고?」
「사신상(邪神像)이 아니면 대체 뭔데?」
「인형이다.」
묘가는 극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냉정하게 답했다.
「나는 최근, 주말에 도예교실에 다니고 있다. 이 인형들은 거기서 만든 작품이다.」
「도예교실? 음악하고 상관있는 일이야?」
「아니, 음악과는 상관없다. 허나, 내 프라이드와는 크나큰 상관이 있다.」
「흐응, 뭐 어때. 묘가가 만들고 싶다면.」
아마미야는 전혀 흥미없는듯 맞장구쳤다.
「그래서, 용건은 뭐지?」
「글쎄, 뭐였더라. 저 사신상(邪神像)을 봤더니 너무 충격적이라 잊어버렸어.」
「그럼 냉큼 돌아가!」
아마미야를 집무실에서 쫓아낸다음, 묘가는 묵묵히 사신상(邪神像), 아니, 인형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큭, 이 정도의 곤란에 질까보냐……. 이 싸움에 승리할때까지 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두고봐라, 코히나타……!」
마지막으로 묘가의 집무실을 찾아온것은 1학년 나나미 소스케였다.
나나미의 뒤에는 허가를 얻어 아마네 학원 고등학교를 취재하러 와있던 니아, 하세쿠라 니아의 모습도 있었다.
「뭐야, 제법 팬시한 인형들이 서있네.」
히죽히죽 웃으면서 사진을 찍으려하는 니아를 묘가가 제지했다.
「멋대로 찍지마. 그보다…… 넌 이게 인형으로 보이는건가?」
「어딜 어떻게 봐도 인형이잖아.」
니아는 허리에 손을 얹고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제게도 그리 보입니다. 어딜 어떻게 봐도 인형이네요.」
나나세도 덧붙였다.
「그런가.」
묘가는 왜인지 웃음을 띄운다.
「아무래도 꾸준히 도예교실에 다녔던 성과가 나온 모양이군. 역시 연습만이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법. 내가 선택한 길은 틀림이 없었다. ………나나세.」
묘가는 나나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마네 학원의 앙상블 멤버의 일원인 너니, 당연히 어느 정도의 예술적 센스가 있을터. 그러니 네게 묻지. 이 중에서 제일 좋다싶은 인형은 어느거지?」
「엣? 아, 네.」
나나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랐지만, 바로 차분히 대답했다.
「저는 이 인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형인가.」
「작지만 꼼꼼한 구석까지 잘 만들어진데다, 어딘가 코히나타씨를 닮았으니까요.」
나나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답했다. 묘가는 떪은 표정을 지었다.
「코히나타를 닮았다고? 같잖은 소릴……」
「뭐야, 정곡을 찔려서 동요한거야?」
묘가는 니아를 쏘아보았다.
「딱히 쫓아낼것까진 없잖아……, 도량 좁은 남자네.」
집무실에서 쫓겨난 니아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재차 취재에 착수하기로 했다.
누구하나 없는 것을 확인한 묘가는 천천히 서랍에서 두텁고 고급스러운 편지지를 꺼내 만년필로 그의 생애의 라이벌 앞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일전, 고베(神戸)에 갔을때, 세이소(星奏) 학원, 시세이칸(至誠館), 진난(神南) 3교의 부장들이 도예교실에 가서 각자 밥공기, 수저받침, 묘한 오브제를 만들어 네놈에게 선물했단 소릴 들었다. 음악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해도, 타교에게 뒤진다는것은 불쾌하다. 그래서 나도 도예물을 네놈에게 보내기로했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깨트려도 상관없다.』
흙으로 환원되는, 지구환경에도 좋은 소재로 되어있으니 말이다.
묘가는 마음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물론 그런 쓸데없는 소린 적지 않는다.
♪ ♪ ♪
「묘가한테 받은 선물이란건, 이 인형이야?」
니아는 기숙사, 코히나타 카나데의 방에서 그녀 앞으로 도착한 도자기 인형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손에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자기 인형이었다.
콧대가 뚜렷하고 애교 있는 얼굴의 인형으로 리본이 달린 하얀 드레스같은것을 입고 있다. 얇은 모슬린 천을 잘라 숄 대신 두르고 있는 모습 등은 아마추어가 만든것 치곤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다.
아마네 학원을 취재하러 갔을때, 나나세가 골랐던 인형이 틀림없었다.
「묘가씨는 정말로 솜씨가 좋구나, 이런 인형을 척척 만들어내다니.」
카나데는 실로 감탄한듯 연신 감탄성을 올린다. 니아는 짐짓 속으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뭐, 맘에 들었다면 답례편지 하나라도 써줘.」
그 남자도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 인형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겠지.
니아는 작게 혼잣말했다.
---------------
대충 읽어봤는데 맘에 드는건 얘 정도 뿐인것같아.. 아 쿄야 시점의 중편물도 괜춘하긴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