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그이/타마모 루트] 81 ~ 8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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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 올리나 따로 올리나 다 그게 그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저는
스샷을 250사이즈의 스몰로 따로 다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왕. 삽질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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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옛날 이야기 (1)

 저녁놀 진 상점가, 바람에 나부끼는 타마모 씨의 머리칼.
 그것을 바라보면서, 도서관에서 봤던
 타마모마에를 묘사한 노(能)를 떠올리고 있었다.

 나스 고원 들판에 선 돌

 이끼 문드러진 흔적까지도

 그 집념 남아

 다시 되돌아오는 초원.

 서글픈 가을 바람에

 올빼미, 솔나무 가지에 울고

 여우 난국꽃에 숨어 산다.

 이 초원 마침 서글픈 가을 저녁이려나.

 나스 고원의 들판에 있는 돌은,
 그 몸이 썩어 문드러져도 집착은 남아 항상,
 이 초원으로 돌아온다.

 서글픈 가을 바람 부는 구나.
 올빼미 소나무 가지에 울고,
 여우는 난초 국화 꽃 사이에 숨어 있구나.
 이 초원은 황량한 가을 땅거미 진다.

 
 
 지금 살생석이 남아 있는 장소는
 사이노하라라고 불리고 있는 모양이다.
 수풀은 나지 않고, 황량한 바람이 부는 벌판이라고 적혀 있었다.
 

『더 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타마모 씨….)

「아, 약국에 들리고 싶은 데.」


 갑작스럽게 현실로 이끌려와, 퍼득 정신을 차린다.
 눈을 비비고, 등을 쭉 편 다음
 타마모 씨한테로 달려간다.

「네. 약국 말이죠! 가요!」
「왠지 눈이 빨갛지 않아? 먼지라도 들어갔어?」
「괜찮습니다! 조금 비빈 것뿐이라서요!
  자아, 가죠! 뭘 사시 게요!?」

82. 옛날 이야기 (2)

「후훗. 혹시 약국 좋아해?」
「네! 엄청 좋아합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니 다행이야. 그럼, 가자.」

 약국에 들어가자, 타마모 씨는 선반을 구경하면서
 약사한테로 갔다.


「자양 강장제를 찾고 있는데요.」
 예상대로 약사는 타마모 씨의 모습에 홀려 있었지만
 타마모 씨가 근처에 있는 영양 드링크로 시선을 옮겨서
 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대량의 영양제와 비타민제를 구입한 다음, 가게를 나왔다.
 근처 공원에 들려, 타마모 씨는 거기서 드링크를 들이 마셨다.

「역시 몸이 안 좋으신겁니까……?」
「기운이 없는 건 료 군 쪽이야.」


 그렇게 말하며 영양 드링크를 하나 줬다.

「오늘, 기운이 없네. 무슨 고민 있어? 아니면 나 때문인가?」


 (앗……!)


 어쩌면 자기 때문에 내 상태가 안 좋아진 거라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아뇨! 기운은 있습니다!」

「정말이야…?」


 타마모 씨의 시선에, 빨려 들어갈 듯한 눈동자에 두근했다.


 (여, 역시 무시무시할 정도로 미인이구나….)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이번엔 진지하게 그 눈을 바라보았다.


「몸은 어디에도 나쁜 데가 없습니다. 그냥 불안한 게 있어서요.」
「그럼 나한테도 가르쳐 줘.」

83. 옛날 이야기 (3)

「나는 너를 지키고 싶고. 애당초 네 호위야.
  혼자서 끌어 않지 말고, 뭐든 나한테 상담해 줘.」


 (왜 또 그런 얼굴을 하시는 건가요….)


 타마모 씨는 다시 또 언젠가처럼,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울 것 같은 것과는 다르지만.
 좀 더 생리적으로,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얼굴이다.


 하지만…… 내 불안의 원인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저를 속이려 하고 계시나요?』라니.
 소중한 친구를 향해 하고 싶은 말도 아니고.
 들은 사람 역시 상처입을 게 뻔하다.

 

「죄송합니다…. 마음의 정리가 되면, 언젠가 이야기 드릴게요.」
「료 군.」
「죄송합니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진다.
 가슴을 펴고 서있지 않으면, 타마모 씨의 표정에 눌려서
 무심코 입을 놀려 버릴 것만 같았다.


 타마모 씨는 보석처럼 젖은 눈으로
 눈 하나 깜빡도 않고 나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문득 시선을 내리깔았다.


「전에 주인을 모셨다고 말했지? 그 때도 그랬어.」


 (주인…. 어느 나라의 임금님을 모셨던 시절의 이야기인가?)


「실은 내 손으로 주인을 지키고 싶었어.
  하지만 보통 사람은 내가 곁에 있으면 있을수록
  병이 악화되고 말아.
  그러니까 나는 소중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밖에 못해.」
 
「그 주인은… 병에 걸려 있었습니까?」

 
「응…. 그는 내가 아직 변화하기 전에….
  평범한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상처 입은 나를 치료해 줬어.
  그러니까 나도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주고 싶었어.」

84. 옛날 이야기 (4)

「은혜를 갚고 싶었던 거로군요….」
「응. 내가 그 때 느꼈던 은혜만큼
  그에게 갚아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미카도의 반대 세력에게 이용당해
  병을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이었어.」


 (왠지 타카노한테 들은 이야기랑은 조금 다르지 않나…?
  봤던 책에도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지 않았고….
  어쩌면 문헌이나 역사와, 진실은 다를지도 몰라.)


「타마모 씨. 조금만 더 자세하게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상관은 없지만, 별로 재밌진 않아. 무겁고, 축축하고.」
「괜찮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그러자 타마모 씨는 작게 웃고서, 조금씩 이야기해 주었다.

 타마모 씨는 원래 평범한 여우였다.
 그가 다쳐 있을 때, 미카도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은혜를 갚고 싶어서, 산기슭에 사는 음양사를 찾아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이어 그는 무사히 미카도를 모실 자격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음양사는 미카도와 적대하는, 반정부 세력 소속이었다.


 타마모 씨가 미카도를 모신 이후로, 미카도는 병에 걸렸다.
 열성을 다해 모셨으나, 미카도는 타마모 씨의 미모의 포로가 되어
 병은 점점 더 악화 되기만 했다.

「세이메이한테 들었어. 너한테는 주술이 걸려 있다고.
  그건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음양사가 건 거라고.
  물론 그 뒤 나는 궁에서 쫓겨 났어.」

85. 옛날 이야기 (5)

「미카도에게 은혜도 못 갚지. 은혜는커녕 불행하게 만들었지.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나서, 살아갈 목적조차 잃고 말았어.
  내게 걸린 저주를 풀어 달라고, 음양사한테도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나한테 걸린 저주가 원인이라면, 내가 사라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어느 날 자해를 했지만…, 죽지 못했어.
  평범하게 눈을 떴더니 의식이 있는 거야.
  축 쓰러져 있는 내가 보이기만 할 뿐, 내 혼은 태연히 살아 있었어.
  물론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미카도에게 걸린 주술은 풀리지 않았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도는 죽었어.

 
  최근 세이메이한테 물어봤더니, 저주는 굉장히 복잡하데.
  그러니까 그 때, 만약 내가 정말로 죽었더라 하더라도
  저주가 풀릴지 말지는 모른다고 말했어.
  그래서… 이제 왠지 싫어져서….
  자신을 저주하며 여러 나라를 돌면서 타락한 생활을 보냈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과 쭉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내 목숨의 은인을 떠올리고….
  이제 됐다는 생각에, 이번에야말로 모든 걸 끝내자는 생각에
  세이메이를 만나러 간 거야.
  수치도 체면도 전부 버리고 만나러 간 거야.
  내 부탁을 들어 줄 수 있는 건 그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부탁했어…. 암석에 봉인해 달라고.

 
  이게… 대략적인 내용이려나.
  꽤나 오래 살았으니까, 군데 군데 잊어버린 부분도 있지만 말이야.
  어땠어?」


 그렇게 말하며 타마모 씨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웃한다.

1. 잘 모르겠다.
2. 아무 생각 없다.
3.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호감도 5up)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입을 열면, 왠지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


 공원 구석에서 그네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바람이 그칠 때까지,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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