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 저기… 저기 말이죠.」
무심코 뒷걸음질치는 내게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그 사람은 척척 걸어 온다.
나무 그늘 아래 남겨져 있던 다른 한 남자는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길을 묻는 다는 원래의 목적을 잊고
달아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
(위험해…. 혹시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였던가?
아니.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너…」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이 내 눈앞까지 왔다.
나는 얼어 있었지만, 적어도 뭔가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입을 열었다.
「저기 길을 여쭙고 싶은… 우웁!」
목 뒤로 잽싸게 팔이 감기더니, 잡아 당겨졌다.
그리고 입술을 빼앗긴 것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
「이걸로 알았어? 너한텐 이제 볼일이 없어. 이 아이가 내 새로운 연인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나한테 들러 붙지 마. 민폐니까.
이해 했으면 냉큼 가지?」
다른 한 남자는 눈을 크게 부릅 뜨더니,
그리고서는 얼굴을 찌푸리고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를 쏘아본 다음
우와아아아악!!하고 외치며 순식간에 뛰어가 버렸다.
「……」
「후우. 겨우 쫓아냈네.」
한숨 섞어 중얼거리는 그 사람은
내 어깨에서 손을 땐 다음, 내 정면으로 돌아와
아연해 있는 내 눈앞에서 느긋히 손을 흔들었다.
「여보세요~? 눈 뜨고 있어?」
「어……, 넵」
「그래. 다행이네. 깜짝 놀라서 실신한 줄 알았어.」
「저기….」
「응?」
「어째서 키스한 겁니까. 리얼로요.」
「글쎄. 불가항력이려나?」
관자놀이에 혈관이 빠직 솟는 것을 느꼈다.
이성을 되찾자 마자, 뱃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들끓어 오른다.
「엣? 아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나랑 당신은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요?
제 기억의 착각 같은 건 아니죠?」
「아니야. 처음 만나는 거 맞아. 만나서 반가워. 이름은?
나는 타마모. 잘 부탁해.」
「지금은 그런 거 아무래도 좋잖아!! 대체 세상 천지 어디에
만나자 마자 1초만에 키스하는 녀석이 있습니까?!
여기가 미국입니까?! 일본이라고요, 일본!!
게다가 저는 남자고!! 당신도 남자죠?!」
「우와…. 엄청 화내는 거 봐…. 무섭네.」
내 표정을 보고 싸한 표정을 짓는 상대의 모습에, 혈관이 끊어질 뻔 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무심코 언성을 높인다.
「으으으으읏!!! 그러니까아아!!」
「자자, 그건 그렇다치고. 좀 전에 말하려다 만 건 뭐였어?」
방긋하는 미소 앞에, 퍼득 냉정해진다.
「아…. 그렇지. 길을 물어 보려고 했습니다. 이 근처는 처음이라서….
여기에 있는 주소로 가고 싶은데 아십니까?」
「과연. 잠깐 보여줘 봐.」
지도창을 띄워놓은 폰을 보여준다.
타마모 씨는 그것을 들여다보더니, 태연히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나는 짐짓 코끝에 닿을 정도로 난폭하게 폰을 들어올렸다.
「안 속거든요?! 그런 식으로 화제 돌려 봤자!!」
「아하핫. 들켰네.」
「무슨 사람이 이래요?! 실례되는 짓을 해놓고서 태도가 그겁니까?!」
「그치만 변명하는 건 귀찮잖아? 아무래도 나랑은 안 맞거든….」
「뭐요…?!」
「풋!! 와들와들 떠는 것 봐! 재밌는 걸, 너.」
어떻게 해줄까 생각하고 있자니 불현 듯, 등줄기에 오한이 인다.
낯익은 감각에, 희미하게 시선을 틀어 옆을 보자….
근처에 오니의 모습이 보였다.
(웃……. 하필 이럴 때…….)
바로 여기를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한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깜빡이고 있는 타마모 씨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 일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재빨리 등을 돌리자, 눈 앞으로 타마모 씨가 튀어 나와…
즐거운 듯 두 손을 펼쳐 앞길을 가로 막았다.
「어라. 벌써 가버리게? 나 네가 마음에 들었어.
괜찮으면 조금만 더 이야기 나누지 않을래?」
「하아?! 아니, 지금 급해서…….」
「이름이랑 주소, 나머지는… 그렇지. 잠깐 영기(靈氣)를 건드리게 해줄래?」
「영기(靈氣)라니 그게 뭔데요?! 아니, 여하튼! 진짜 급하니까 죄송하지만, 그럼 안녕히!!」
타마모 씨를 피해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타마모 씨는 다시 또 슥하고 앞길을 가로 막았다.
「안 돼. 보내 줄 수 없어.」
「우와아아아아아아앗!!」
「하하핫! 정말로 재밌는 걸!! 저기저기, 남자 친구 있어?」
「제발 부탁이니까 비켜 주세요!! 정말로 진심으로…!!」
그리고 나는 얼어 붙었다.
발치 바로 뒤에, 오니가 있다.
반사적으로 몸을 젖힌다.
하지만 오니는 내 눈높이까지 뛰어 올라, 그 손을 쳐들더니…….
(무리야. 도망칠 수가 없어…!!)
각오를 굳히고, 덥쳐올 충격을 대비해 이를 악문다.
그러자… 타마모 씨가 바람처럼 이동했다.
나와 오니 사이로, 끼어 들 듯이.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잠깐 눈 감고 있어 봐.」
기이하게도 안심이 가는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나는,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얼어 붙은 상태로
소리나 타마모 씨의 목소리를 더듬어 봤지만,
나무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됐어.」
눈을 뜨자, 타마모 씨가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오니의 모습을 찾아 봤지만,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은 몇 분…, 몇 초였던 기분마저 든다.
문득 타마모 씨와의 거리가 가까운 것을 떠올리고, 튕기듯 물러선다.
「훌륭해. 멋진 순발력인 걸.
그리고, 오니라면 이제 없어…. 안심해.」
「오니? 잠깐만요. 그 명칭을 어떻게…. 아니 그보다, 저기.」
(설마 이 사람한테도 보이는 건가?)
의문이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른 채 서 있자니…
타마모 씨가 좀 더 거리를 좁혀 온다.
「뭐, 뭡니까?」
「……」
「키스는 이제 그만둬 주세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타마모 씨의 눈을 주의 깊게 응시하고 있자니….
그 색이 기이하게 흔들렸다.
「좀 전부터 생각 했었는데….
너, 나랑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 눈이 마르긴 한데요?」
「아니. 귀엽긴 한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좀 더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의미로.
뭔가 이렇게 끓어 오르는 거 없어?」
1. 없습니다. (호감도 5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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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즉답…? 조금 상처 입는 데. 거기는 조금만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일단 나도 진지하게 질문하는 거거든?」
2.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 나왔다. 모르겠습니다.
그럼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일단 나도 진지하게 질문하는 거거든?」
3. 그런 거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