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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3년 12월 27일

장르 : 19금 네오 히로익 오페라 ADV

[삼천세계유희/Cool-b 2014년 3월호 수록 SS]

【 The happy new worlds 】

** 라이코우 어나더 엔딩 애프터입니다.
라이코우 횽아의 클라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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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정월 첫 심야는 날이 쌀쌀해서, 취기를 깨우는 데는 딱 좋았다. 인적 없는 도장은 특히나 더 그러한지라, 토모에가 조금 취기를 가신다음 오겠다고 말했을 때, 라이코우는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하지만 늦다. 취기 정도야 30분만 지나면 가시는 라이코우라서 토모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흠하고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본다. 역시 시간은 심야 1시 반이다. 보통이라면 나잇살 먹은 어른이니까 이 시간이 되어도 신경 쓰진 않겠지만, 나카하라 가문의 전통으로 오늘은 둘다 기모노 차림으로 지내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 그대로, 기모노 역시 대대로 이어진 고가의 물건이다. 술김에 어딘가에 찢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별수 없지…….」


 라이코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장에 있을 토모에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토모에가 없는 이 방에 있어 봤자 의미가 없는 것이다.


 라이코우가 있던 별채에서 도장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다. 도장은 한 번 현관을 나와, 자갈길을 빠져 나간 장소에 있다.
 나카하라 가문의 저택 안에는 본채와 별채, 도장이 있어서, 자갈길 너머로 부모님의 방이 보였다. 이미 불은 꺼져 있으니까, 두 분은 이미 주무시는 거겠지. 자신들과 달리, 부모님은 내일부터 안부 인사를 돈다고 말했다. 그게 자신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어제는 머리가 띵했다. 그리고 쓰게 웃었다. 그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는 데도.




「……….」


 도장 입구에 손을 대자,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천천히 문을 열자, 조용한 도장 가운데 토모에가 기모노 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자고 있는게 보였다. 역시 취기를 떨치려다 그대로 잠든 모양이다. 토모에답다면 다운 그 모습에 라이코우는 쓴웃음을 짓는다. 조리를 벗어 토모에의 것 옆에 나란히 벗어 놓고, 라이코우는 싸늘한 바닥 위를 걸었다. 토모에를 깨우지 않도록. 되도록 소리 죽여.


「토모에.」


 깨울 생각은 아니었다.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리고 천천히 그 뺨에 손을 가져간다. 이렇게 보면 긴 머리카락 덕에 완전히 일본 인형 같았다. 평소와 같은 활발함은 가시고, 취기가 남아 있는 붉은 뺨이 정말로 화장을 칠한 인형처럼 보이니까 신기하다. 토모에는 술에 약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그러한 추억이 자기에겐 없는 것을 깨달았다.


「토모에.」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 때라면 기척을 느낀 것만으로도 경계하는 표정을 보일텐데……. 그런 것을 떠올리다가, 라이코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토모에이며, 토모에가 아니다. 이 빨간 기모노는 피투성이의 그녀를 떠올리게 했으나, 그것은 라이코우 혼자 만의 추억이다. 토모에에게는 없는 기억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토모에는, 정월 때 강제로 기모노를 입고, 늦게까지 친척들에게 시달렸다가 여기서 끈이 풀려 잠들어 버렸다…. 그런 토모에인 것이다. 라이코우의 가는 입술이 희미한 미소를 띤다.


「토모에…….」


 토모에의 입술연지는 이미 가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그렇게 미소 짓고, 라이코우는 몸을 굽혀 살짝 자신의 혀로 토모에의 아랫 입술을 핥았다. 천천히. 자신의 타액으로 젖은 입술은 몹시나 관능적이겠지. 화장같은 것 보다 자신의 체액 쪽이, 피가 섞인 연인에게는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훨씬 더.


 문득. 도장 안이 밝아진다. 달을 가린 구름에 바람에 쫓겨 나가고, 그 구름 사이로 달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심야인데도 묘하게 밝아서, 그림자가 눈에 띄게 짙어졌다. 그에 반비례해 토모에의 피부가 어슴푸레 새하얗게 떠오른다. 인형처럼 딱딱해서, 마치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피부에 라이코우는 입술을 댔다.


 이 세계는 거짓이 아니다.
 겨우 움켜쥔,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가슴이 꽉 옥죄여 든다. 긴장인지 공포인지 모를 그것이 순간 몸 안에서 용솟음쳐서, 라이코우는 무심코「토모에」하고 어조 높여 불렀다.


「토모에.」
「우웅…….」


 토모에의 두 눈이 어림풋이 열린다. 그것은 확실히 유리 안구가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살아 있는 인간의 눈. 취기가 어려 약간 젖어 있다.


「라이코우……?」


 라이코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의 공포는 없었던 것처럼. 아아. 현실이다.
 몸을 일으키는 토모에의 뺨에 손을 댔다. 역시 아직 열기가 남아 있다.


「자 버린 모양이로군.」
「응…. 도장 바닥이 너무 기분 좋아서, 누워 있었더니…….」


「기모노에 주름이 생기면 어머니께 혼날 거다.」
「그런가. 슬슬 갈아 입어야겠네. 아……, 그치만.」


 문득 토모에가 라이코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그 얼굴이 바로 찌푸려진다.


「입기야 입은 건데……. 벗은 다음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부모님은 벌써 주무시고 계셔…….」


 확실히 그랬다. 양복처럼 벗은 다음 옷걸이에 걸면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 잠든 지금, 어찌해야할지.


「저기. 라이코우는 알아?」
「기모노…… 정리 방법 말야?」
「응. 끈도 꽤나 많고. 맘대로 벗다가 몇 개 잃어버릴 것 같아.」
「후……….」


 무심코 웃었다. 그 모습이 생생하게 상상이 가능하니까 그렇다. 토모에가 손을 뻗어 오자, 꽉 잡아 당겨 그 몸을 일으켜 준다. 가까이서 들어다 본 그 모습은 새하얗고도 아름다우면서도, 인간의 것이다. 젖은 입술이 라이코우의 연정의 증거로서 남아 있다.


「……….」


 문득 토모에가 할짝 아랫 입술을 핥았다. 목 울대가 움직인다. 입술이 마른 탓이였겠지만, 라이코우는 토모에가 자신의 체액을 마셨다는 사실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도와 줄까? 너만 괜찮다면 말이야.」


 별뜻 없이 물었다. 친애의 정을 담아, 「주름까지 생기면 어머니가 어머니가 시끄럽겠지」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러자 벌레 씹은 얼굴로 토모에가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안쪽 거실로 돌아가서 갈아 입지. 취기는?」
「알콜은 꽤나 빠졌으려나……. 조금 목이 말라.」
「그럼 방으로 돌아간 뒤에 물을 가져다 주지.」
「그래도 돼?」
「그래. 넘어지면 곤란하니까 말야. 너는 앉아 있어.」
「정말.」


 안 넘어진다며 화난 듯 웃는 토모에와 함께, 나란히 걷는다. 조리를 신고, 아직 조금 걸음이 불안정한 토모에의 손을 잡았다. 도장의 문을 닫자 역시 달이 형형히 하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형같은 토모에의 모습. 아마, 자신도.


「나도 목이 마르던 참이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마.」
「그래? 고마워.」


 목이 말랐다.


 자갈길을 걸어 안쪽 거실로 돌아간다. 차가운 냉기가 전신을 감싼다. 절로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온다.
 방에 있는 클로젯에 아직 수면제가 있었다. 그걸 가지러 가자. 수면제는 분말이니까, 바로 물에 녹이면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잠든 토모에는 품에 안아, 입으로 물을 전해주자. 그러면서 실컷 그 구강을 탐하면 된다.
 자신에게 있어 현실은 토모에의 목소리며, 피부이며, 열기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모든 것을 입에 담기에는 이르다. 비겁한 수단을 쓴다 하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시간을 들여. 갈증은 아직 참을 수 있다. 그 시절에 비한다면. 아직은.


 문득 토모에가 시선을 움직였다. 부모님의 방은 역시 어두워서, 그걸 보고 토모에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는 듯, 라이코우를 돌아본다.


「나 말야. 신년 참배에 가고 싶어.」
「? 지금부터?」
「싫어?」
「나는 별로 상관 없지만. 걸을 수 있겠어…?」
「응. 추운 탓에 취기도 가셨어. 모처럼 기모노 차림에다 새해니까. 응?」
「…….」


 취한 탓에 나온 말같기도 했으나, 토모에의 태평한 웃음을 라이코우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근처 신사라고 하면, 그리 크지도 않은 학문의 신이다. 이제와 학문, 학업 어쩌고할 몸은 아니지만, 토모에가 바란다면 어디든 상관 없다.


 「토모……」
 「자, 얼른.」


 숨을 삼킨다. 토모에가 손을 내밀어 왔기 때문이다. 함께 가자. 그런 의사 표현의 증거. 그것은 달빛 아래 유달리 새하얘보였지만, 확실하게 인간의 손이었다. 라이코우는 천천히 그 손을 잡는다. 부드러워서, 왜인지 가슴이 아파져 온다.


 「신사에 노점이 있으면 좋겠는데.」
 「뭐가 먹고 싶은 거지……?」


 문을 나섰다. 밝은 주위로, 기모노 차림을 한 젊은 이들이 의기양양히 걸어가고 있었다. 남녀 커플들이 많았다. 즐거운 듯 팔짱을 끼고 있다. 정초라서 특별한 거겠지. 확장 현실 표식이 신사를 가리키고 있다.


「으음. 꼬지나 구이 같은 거.」
「기모노에 튈 텐데.」
「앗……….」
「후훗…. 그럼 사가지고 돌아오면 되지. 옷을 갈아 입고 난 다음 먹자.」
「응. 라이코우도 먹을 거지?」


 나는……, 하고 말하려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반씩 나눌까?」
「응응. 반씩. 적어?」
「아니. 그게 좋아.」
「응. 후훗……. 뭘 빌까나. 라이코우는?」


 한 번은 망가트린 세계의 신. 거기에 뭘 빌어야할 것인가. 그런 건 당연했다……. 힐끗 토모에를 바라보고서, 라이코우는 문득 웃었다.





 아아. 이 망가지기 쉬운 세계가 계속 되기를…….





시메(斗目)
안녕하세요, 시메입니다. 느닷없이 평상시와 다른 토모에와 라이코우입니다만, 이러한 『만약』의 세계도 재밌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그렸습니다!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확실하게 경찰 아저씨한테 붙잡힐 것 같습니다만. 행복한 남매를 남몰래 응원해 주신다면 기쁠 겁니다. 세이시로 씨가 눈치 빠르게 불심 검문하러 올 것 같네요.


grils★dynamics
라이코우 어나더 엔딩 그 뒤입니다. 정초는 지났습니다만, 삽화 초안이 기모노였기 때문에 그쪽 소재로 삼아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님은 신사에 가봤자 토모에 밖에 안 보겠지….


* 제 버릇 개 못준 오빠님...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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