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도착 직후——
[요미]
…….
[테리 보가드]
괜찮아, 요미?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로 내내 괴로워 보이는데.
[죠 히가시]
혹시 멀미야~?
[요미]
…….
[앤디 보가드]
설마 하는데, 정곡이야?
[요미]
…….
그러한 탈 것에 타본 적은 처음이다.
[테리 보가드]
뭐야~ 첫 비행 경험이었어?
그럼 겁먹는 게 당연하겠네.
[테리 보가드]
앤디도 어렸을 때, 처음 비행기에
탔을 땐 말이지~
[앤디 보가드]
형!
그런 이야기는 됐으니까 서두르자!
[요미]
…….
[빌리 칸]
어이.
[요미]
뭐냐…. 시시한 이야기라면 나중에 해라.
지금은 기분이 안 좋다….
[빌리 칸]
…….
[빌리 칸]
너 왠지 분위기가 달라졌군.
[요미]
……?
[빌리 칸]
스스로 그렇게 생각 안 드나?
[요미]
…….
[요미]
……너는.
[요미]
나기 님이 ‘약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미츠미네 유카리]
…….
[요미]
…….
[요미]
이제까지 믿어온 것들이
여러모로 뒤집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빌리 칸]
‘나기가 약하다’는 이야기 말이야?
[요미]
……?!
[빌리 칸]
하. 내 입장에서 보면, 그런 거 옛 저녁부터
뻔한 이야기였지만 말이야.
[빌리 칸]
어쨌든, 어제 그 녀석의 말이
네게 확실히 영향을 준 거면 됐어.
[요미]
잠깐.
어제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빌리 칸]
말했잖아?
그 녀석 신변이라면 항상 내가 살피고 있다고.
[요미]
그럼 왜 내가 그 여자를 죽이려 들었을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빌리 칸]
시끄러.
드러내지 않았던 게 아니야. 드러낼 수 없었던 거다.
[빌리 칸]
야가미 녀석이 저지해서 말이지….
[요미]
안심해라…. 졸라 죽이진 않을 테니.
[요미]
하지만… 이대로 철책 너머로 밀어버리면
넌 죽겠지.
[빌리 칸]
…….
저 자식——!
[빌리 칸]
!!
[빌리 칸]
야가미……!
무슨 짓이야, 이거 놔!
[야가미 이오리]
여기서 네놈이 나가봤자,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다.
[야가미 이오리]
어떻게 되는지 지켜 봐라….
저 여자가 요미조차 구해내지 못한다면
나기 역시 구할 수 없겠지.
[빌리 칸]
뭐…?!
[빌리 칸]
그대로 어찌 못 하고 있자니,
정화의 힘까지 쓰고….
[요미]
…….
[빌리 칸]
뭐, 확실히 거기서 내가 나섰더라면
지금쯤 네놈과 우리가 여기 같이 있진 못 했겠지.
[빌리 칸]
야가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영 모르겠지만 말이야.
…뭐, 흥미도 없지만.
[요미]
…….
[빌리 칸]
…켁.
뭐야, 결국 쓸데없는 수다가 되어버렸군.
[빌리 칸]
먼저 간다. 그럼 이만.
[요미]
빌리 칸.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빌리 칸]
엉? 뭐야?
[요미]
너는… 네 주인….
기스 하워드의 강함을 의심해 본 적 있나?
[요미]
주인이 실은 약한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빌리 칸]
…….
[빌리 칸]
오히려 묻겠는데, 그런 넌 어때?
지금의 네놈은 주인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나?
[요미]
…….
[요미]
나기님은… 강하셨다.
[요미]
아무리 수련하고, 아무리 기술을 연마해도
나기 님만큼은 이길 수 없었다.
[빌리 칸]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힘과 마음의 강함은 항상 같지 않잖아.
[빌리 칸]
같더군은 뭐냐.
뭘 최근에 깨달은 거 같은—
[빌리 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 대체 어떻게 자란 거야?
[요미]
…….
나는…….
[요미의 아버지]
약해! 너무 약하구나, 네놈!!
[요미]
우우…….
[요미의 아버지]
내 피를 잇는 자로서
자각이 부족한 모양이야…!!
[요미]
죄, 죄송합니다…!!
[요미의 아버지]
흥.
그렇게 겁에 질려 웅크려 있거라.
[요미의 아버지]
강자를 앞에 두고 주먹을 내린 자는 약자다!
약한 자에겐 죽음만이 있을 뿐!
[요미의 아버지]
격투란 강자와 약자를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것.
너는 어느 쪽이 되고 싶으냐. 대답해라!!
[요미의 아버지]
죽어야만 하는 약자냐!
절대적인 강자냐!! 대답해!!
[요미]
읏…….
[요미]
…친아버지는
싸워 이기는 것밖에 가르쳐주지 않았다.
[빌리 칸]
하아…. 진짜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었군.
[요미]
나기 님은
아버지께 버림받은 나를 구해주셨다.
[요미]
그 자상한 웃음이…
현세에 버림받은 나를 구해주셨다.
[요미]
나기 님은 명실상부한 신이셨다.
나기 님의 강함을 의심할 여지 따윈 털끝만치도 없었다.
[요미]
…그랬을 텐데….
[빌리 칸]
…….
[빌리 칸]
뭐… 신이든 뭐든
‘절대적인 강함’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
[빌리 칸]
강함은 결국 상대적인 거고,
누구나가 마음에 틈을 갖고 있어. 나도, 너도.
[빌리 칸]
그러니까 간단히 세뇌 당하거나,
부정함을 입게 되는 거지.
[빌리 칸]
하지만 기스 님은 달라.
[빌리 칸]
내게 있어 기스 님은 영구영겁 ‘최강’이다.
그분 위에 설 자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겠지.
[요미]
…….
조금 전의 말과 모순되어 있지 않나?
[빌리 칸]
나를 쓰레기장에서 거둬주신 그 순간의 기스 님은
내 안에서 틀림없이 ‘최강’이었어.
[테리 보가드]
어이~, 거기 둘!!
두고 간다!!
[빌리 칸]
쳇…. 자, 가자.
[요미]
‘최강’…….
[나기]
손을 잡아줄까?
아…, 못 일어나는 거구나.
[나기]
그럼 하늘까지 안아 데려다줄게.
[나기]
후훗…. 넌 가볍구네.
그리고 조금 차갑네….
[요미]
(아아….
이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따뜻한 걸까.)
[요미]
(이 세계에는 아직
이렇게나 따뜻한 장소가 있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