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전 전야——
[미츠미네 유카리]
(방금 그 꿈은… 나미 씨의 기억……?)
[미츠미네 유카리]
……왠지 머리가 멍해….
잠깐 바깥 공기 좀 마시고 오자.
[미츠미네 유카리]
…담배 냄새…?
[미츠미네 유카리]
(저 뒷모습….)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도 잠이 안 오세요…?
[빌리 칸]
읏…, 아가씨.
[빌리 칸]
아니….
[미츠미네 유카리]
(왠지 울적한 표정이시네.)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건…
어쩌면 혼자 있고 싶으신 걸지도 몰라….)
[빌리 칸]
방으로 돌아가게…?
[미츠미네 유카리]
그런 건 아니지만,
빌리 씨를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장소를 바꾸려고요.
[빌리 칸]
딱히 방해란 소린 안 했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그럼 조금만 더 여기 있어도 되나요?
[빌리 칸]
어….
[미츠미네 유카리]
…….
[빌리 칸]
…….
[빌리 칸]
테리한테서 기스 님의 최후에 대해 들었어.
[미츠미네 유카리]
……!
[빌리 칸]
그 날, 기스 님은….
[빌리 칸]
테리가 내민 손을 뿌리치고 빌딩에서
추락해 돌아가셨다는군.
[빌리 칸]
그 녀석이 했던 말이 전부 진짜인지 아닌진 몰라.
하지만 만약 진짜라고 한다면—
[빌리 칸]
기스님다운 최후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최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가 있어.
[미츠미네 유카리]
(그건… 테리 씨의 말을
받아들이신다는 이야긴가?)
[미츠미네 유카리]
(아니… 받아들이기 위해, 여기 혼자 계셨던 걸지도….)
[미츠미네 유카리]
그러고 보니….
[빌리 칸]
응?
[미츠미네 유카리]
요전에 빌리 씨의 세뇌를 푸느라 쓰러졌을 때,
꿈을 꿨어요.
[미츠미네 유카리]
KOF 회장에서 빌리 씨와 테리 씨가 싸우고 계셨고…
그때의 빌리 씨는 세뇌당해 있었지만요….
[미츠미네 유카리]
두 분의 시합을 바라보고 있던 커다란 등이 있었어요.
그건 분명 기스 씨였다고 생각합니다.
[빌리 칸]
하. 그게 뭐야.
[빌리 칸]
아가씨는 한 번도 기스 님을 본 적이 없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그건 그렇지만… 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미츠미네 유카리]
그 뒤에도 또 같은 꿈을 꿨어요.
그때 확신했습니다. 그건 틀림없이 기스 씨라고요.
[빌리 칸]
모습을 보일 곳이 틀리지 않습니까.
제 꿈엔 한 번도 나와주신 적 없으면서….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
[미츠미네 유카리]
그 꿈속에서 기스 씨는 빌리 씨의 시합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미츠미네 유카리]
시시한 시합이라고….
[빌리 칸]
——!
[기스]
흥—— 시시한 시합이로군.
[빌리 칸]
큭…, 하핫.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
[빌리 칸]
그래? 시시한 시합이라….
기스 님을 지루하게 했다니, 측근 실격이로군.
[빌리 칸]
기스 님을 잃고,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그 동안에도
그 분은 어디선가 줄곧 나를 보고 계셨던 걸지도.
[빌리 칸]
‘반드시 테리를 쓰러트려라’.
[빌리 칸]
그게 기스 님 최후의 명령이었어.
나는 그 명령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도 가슴을 펴고 살아가겠어.
[빌리 칸]
테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나는 그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 살겠어.
[미츠미네 유카리]
쓰러트려요…?
[빌리 칸]
착각하지 마. 죽이려는 게 아니야.
그 녀석도 죽임 당할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거라며 큰소리 쳤잖아?
[빌리 칸]
내가 그 녀석에게 도전하는 한,
결코 기스 님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겠지….
[빌리 칸]
기스 님도 그런 나를 지켜봐주실 거야.
[미츠미네 유카리]
…그렇군요. 분명 기스 씨는 빌리 씨를
줄곧 지켜봐 주실 거예요.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는 앞으로도 테리 씨에게 도전하겠지.
하지만 그건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야.)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와 주먹을 부딪칠 때마다,
기스 씨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미츠미네 유카리]
(이게 바로 빌리 씨에게 싹튼 새로운 삶의 목적인 거구나.)
[빌리 칸]
고마워, 아가씨.
[미츠미네 유카리]
네…?
[빌리 칸]
원래 빚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갚는 게
내 철칙이지만….
[빌리 칸]
당신에게는 그것만으로 부족할 정도로 많은 빚이
생겨버렸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빌리 칸]
그런 말 하지마.
채 다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빚을 졌다고.
[빌리 칸]
내게 이렇게 많은 빚을 지운 건
이 세계에서 오직 아가씨와 그 분뿐이야.
[빌리 칸]
아가씨….
—RRRRR
[미츠미네 유카리]
?!
[빌리 칸]
쳇…. 이럴 때——
[미츠미네 유카리]
누구한테 온 전화인가요?
[빌리 칸]
릴리한테서….
[미츠미네 유카리]
동생분이요? 그럼 받는 게 좋지 않나요?
[빌리 칸]
아니….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미츠미네 유카리]
혹시 오피셜 팀에서 있는 동안 내내
연락을 안 받으셨나요?
[빌리 칸]
…그때는 세뇌당해 있었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아, 그러게요….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도장에 온 이후로는요?
무사하다는 사실은 전하셨겠죠…?
[빌리 칸]
…….
[빌리 칸]
정체 모를 녀석한테 세뇌당해서
억지로 일본으로 끌려왔다는 말을 어떻게 해….
[미츠미네 유카리]
네? 그럼 한 번도 연락하지 않으신 건가요?!
[빌리 칸]
어.
[미츠미네 유카리]
그럼 릴리 씨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를 걱정해서 전화하는 걸 테니까,
목소리만이라도 들려주세요.
[미츠미네 유카리]
지금 상황이나 사정 이야기라면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어서요, 빌리 씨.
[빌리 칸]
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빌리 칸]
큭…. 큰소리로 말 안해도 들려.
미안…. 계속 전화 안 받아서.
[빌리 칸]
미안하다잖아.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성내지 마.
[미츠미네 유카리]
후후….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는 동생한테 약한 건가?
혼나는 빌리 씨라니 좀 귀여운 거 같아….)
[빌리 칸]
그래…, 알겠어.
일이 마무리 되면 반드시 연락할께… 그럼 이만.
[미츠미네 유카리]
아, 빌리 씨. 어떠셨—
[미츠미네 유카리]
?!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 씨……？
[미츠미네 유카리]
(지금 뺨에… 빌리 씨의 입술이…!)
[빌리 칸]
…아가씨가 귀여운 게 잘못이야.
[미츠미네 유카리]
귀, 귀엽다뇨…. 그, 그렇다고
기습적으로 뺨에 키스를요…?!
[빌리 칸]
말해두겠는데, 이거 영국식이니까.
깊은 의미는 없어.
[미츠미네 유카리]
(그, 그렇군요. 영국식… 영국식이구나.
그럼 부끄러워하는 게 부자연스러운가?)
[미츠미네 유카리]
앗, 빌리 씨….. 왠지 얼굴이 새빨가신데……
[빌리 칸]
기분 탓이야.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귀까지 빨개요—
[빌리 칸]
기분 탓이라고 했잖아.
[미츠미네 유카리]
…….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후후….
[빌리 칸]
하핫….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와 이런 식으로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처음 만났을 땐, 생각도 못 했어.)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와 함께라면 분명 내일 결전도 이겨낼 수 있을 거 같아.)
[미츠미네 유카리]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도, 또 빌리 씨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