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거울을 찾는 도중—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 몸 상태는 어떠세요?
[빌리 칸]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미츠미네 유카리]
그러시군요….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좀처럼 대화가 이어지지 않네.)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빨래를 해주셨을 때는 이것저것 이야기도 나눠주셨으니까,
화제만 있으면….)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
[미츠미네 유카리]
빌리 씨가 처음 도장을 찾아 왔을 때,
‘여기 밖에 갈 곳이 없었다’고 하셨잖아요?
[미츠미네 유카리]
실은 저도 그랬어요.
[빌리 칸]
………하아?
갑자기, 뭐야….
[미츠미네 유카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지만
회사가 도산했거든요.
[미츠미네 유카리]
일뿐만이 아니라, 살곳도 없어져버려서….
[빌리 칸]
…….
[미츠미네 유카리]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때
도장 관리인 일을 발견했지 뭐예요!!
[미츠미네 유카리]
처음엔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격투가 도장이라고 하지 않나.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직장도 집도 없고 달리 갈 곳도 없어서,
어쨌든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미츠미네 유카리]
정신 차리고 보니 도장 관리인 일을 할 겨를도 아니고….
[미츠미네 유카리]
또 정신 차리고 보니,
지금은 이런 곳에 있지 않나….
[빌리 칸]
…….
[빌리 칸]
당신도 참, 힘들었겠군.
[미츠미네 유카리]
(뭔가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어!)
[미츠미네 유카리]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미츠미네 유카리]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회사가 도산했을 땐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그 덕분에 모두를 만나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걸요….
[미츠미네 유카리]
대학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요.
[미츠미네 유카리]
그러니까… 그게…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때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츠미네 유카리]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빌리 칸]
훗, 알겠어. 알겠어.
[빌리 칸]
당신이 그냥 물정 모르는 아가씨가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겠어.
[빌리 칸]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
[미츠미네 유카리]
네?
[빌리 칸]
신(神)세계 녀석들이 무슨 소리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나한테 빚을 지우려들 필요 없어.
[빌리 칸]
당신이 뭘 어찌할 필요조차 없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미츠미네 유카리]
(그건….)
[빌리 칸]
전부 적당적당히 처리해 온 게
자업자득이 되어 돌아온 것뿐이야.
이 업보는 알아서 확실하게 치뤄야지….
